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27화 (327/352)

〈 327화 〉 324. 용 아내와 호랑이 아내 4

* * *

리젤다는 심상 속의 새하얀 공간에서 자기 앞의 세 여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셋 모두 리젤다의 계약 여신.

이렇게 계약한 여신이 늘어난 이유는 모두 벨루니아 때문이었다. 처음에 리젤다에게 엄청난 능력을 내려줄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벨루니아가 위대한 법칙에게 사기를 치는 것을 실패하고 만 것 때문.

“왜 아무 능력도 안 느껴지죠? 귀랑 꼬리는 왜 안 생기고요?”

“그, 그게 시, 실패인 것….”

“뭐라고요?!”

벨루니아가 리젤다에게 약속한 능력을 내려주는 데 실패하자, 리젤다는 더는 참지 못하고 사기꾼 같은 여신이라 비난하며 계약을 해지하려 했는데, 리젤다를 놓칠 수 없었던 벨루니아는 결국 이대로 다른 여신들에게 빼앗기느니 자신들의 자매를 급하게 부른 것이었다.

이대로 리젤다를 다른 신들에게 뺏기느니, 수인들의 종족 신인 자매 셋이 리젤다를 삼등분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녀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말이다.

벨루니아, 벨루가, 벨라다 세 여신이 리젤다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리젤다, 야,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알았죠?”

“알겠어요. 그런데 세 명이 가능할까요?”

리젤다가 조금 걱정된다는 듯 말하자 여신들이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리젤다를 달랬다.

“저희 능력을 사용해서 임신하면 한 번에 여섯 마리까지 아니, 여섯까지 낳을 수 있어요.”

“제, 몸은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수인들의 종족 신, 다산에 대한 능력도 조금은 갖추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몸도 저희가 어떻게든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자 어서 러셀을 찾으러.”

여신들은 리젤다를 달래며 심상 공간에서 그녀를 어서 밖으로 내보내려 애썼다. 지금까지 리젤다를 달래느라 너무 많은 신성력을 끌어다 쓰며 능력을 부어주었기에, 리젤다가 더 다른 것을 요구할까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신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심상 공간에 들어온 이후 리젤다가 세 여신에게 처음으로 감사를 표했다.

“아참, 감사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제가 계약 해지를 언급하는 일이 다시 없게 해주세요.”

그리고 협박까지.

리젤다의 말에 흠칫 떠는 세 여신, 원래는 인간들이 눈치를 봐야 하는데, 벨루니아가 그간 귀중한 러셀의 둘째 아내를 방치하다시피 해서, 꼼짝 못 하고 신성력을 깎아내며 그녀가 원하는 능력들을 부여해줄 수밖에 없었고, 벨루이나 덕분에 신들의 위엄이 리젤다 앞에서 바닥을 치고 있었던 것.

결국 셋은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며, 리젤다를 달래 간신히 심상 공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휴우….”

“잰 인간이 왜 저렇게 무서운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대체 저 복덩이를 어찌 관리했기에… 참 착하고 순한 애였는데, 애가 완전히 바뀌었잖아?”

리젤다가 사라진 후에도 세 여신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투덕거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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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젤다는 심상 공간에서 빠져나와 눈을 떠 앞으로 걸어 나가며 귀와 꼬리를 움직여 보았다.

파닥거리는 귀와 마치 엉덩이에 다리가 하나 더 자라난 느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리, 리젤다 씨?”

추기경이 놀라 리젤다를 불렀지만 리젤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지금은 러셀을 찾아야 하니까요.”

리젤다가 밖으로 뛰어나가자 눈앞에 나타난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이 대낮처럼 밝게 보였으며, 풀벌레들이 사각거리며 움직이는 소리, 바람 소리, 한참 떨어진 민가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까지 아주 자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발로 재빠르게 뛰다 뭔가 답답해 양손을 뻗자 손에 자라나는 긴 손톱, 네발로 뛰기 시작하자 리젤다는 지금보다 몇 배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옆에 수호자인 로리엘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예전처럼 처지지 않고 비슷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귓가에 스치는 바람과 머리에 자란 귀 끝에 느껴지는 속도감. 여관 앞에 도착해 지붕 위로 뛰어오르자 깃털처럼 움직이는 몸, 너무 높이 뛰어올라 깜짝 놀라 떨어졌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다리가 아프거나 다치지도 않았다.

리젤다는 다시금 여관 위로 뛰어올라 러셀의 방 창문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소동에 여관 안에서 선잠을 자던 러셀의 아내들이 여관 밖으로 뛰어나왔다.

“무, 무슨 일이죠?”

“리젤다?”

“리젤다, 그 모습은 대체?”

“리, 리젤다님 수인이었나요?”

놀라 소리치는 러셀의 다른 아내들, 리젤다는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없어 간단하게 설명했다.

“신들에게 그간 받지 못한 능력을 좀 받았어요. 이자까지 쳐서.”

그리고는 다른 이들이 자신의 모두 얼어붙어 멍하니 바라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리젤다는 여신들에게 들은 대로 러셀의 방 창문틀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

리젤다가 러셀의 방 창문을 열고 찾고 있는 것은 남겨진 범인의 냄새였다. 벌서 이틀이나 지났지만, 여신들이 수인의 능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 했기에 한번 시도해 보는 것.

그렇게 눈을 감고 냄새를 들이키자 느껴지는 기이한 향. 따듯하고 부드러운 러셀의 향과 함께 느껴지는 것은 미약한 비린내. 그 향의 근원을 찾아 눈을 감고 그것을 더욱 깊이 그것을 들이키자, 기분 나쁜 비린내가 콧속으로 쭉 빨려 들어왔다.

“큭! 비, 비린내가!”

코를 쥐게 하는 파충류의 비린내 같은 것이, 아주 불쾌한 느낌을 자아내며 리젤다의 콧속으로 밀려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그 냄새가 익숙해지자, 그 불쾌한 냄새가 마치 실처럼 리젤다의 머릿속에 떠올라 그 흔적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러셀의 방안에 여기저기 찍혀있는 냄새의 흔적 그리고 창틀에서 하늘로 가는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냄새의 길. 저 실타래 같은 냄새의 길을 따라가면 러셀을 납치해간 그것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리젤다는 급하게 이실리엘을 불렀다.

“이, 이실리엘님 찾았습니다!”

“네? 뭘?”

“러셀의 흔적을 찾았어요!”

이실리엘이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정말인가요?”

그리고 러셀의 흔적을 찾았다는 리젤다의 말에 이미 결성되었던 구조대가 모두 완전 무장을 하고 여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여관 앞이 분노한 아내들이 뿜어내는 흉흉한 기운으로 물들고 사리나가 흉흉한 기운에 놀라 뛰어나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는 여관 기둥을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며 주저앉았다.

이미 결정된 러셀 구조대는 다섯이었지만 거기에 리젤다가 추가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이 구조대를 이끌 정찰병은 리젤다가 유일했으니 말이다.

완전 무장을 하고 모인 이실리엘, 로리엘, 수리아, 시트라, 리젤다, 플로라 여섯의 구조대가 이실리엘이 부른 실리아와 나디아의 능력에 휩싸여 하늘로 천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리젤다가 제일 앞에서 소리쳤다.

“저쪽입니다!”

리젤다가 제일 앞에서 여섯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늘에 실타래처럼 남겨진 냄새의 길인 범인의 흔적을 따라 바다 위를 한참을 날아가 도착한 것은 한 외딴섬이었다. 대 늪지에서도 한참을 떨어진, 날아서 들어가는 것 외에는 들어갈 수 없어 보이는 깎아지는 절벽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섬.

주변을 정찰해야 했으나 여섯은 급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바로 섬으로 날아들었다. 그런데 여섯이 섬에 도착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나타난 블랙 와이번들이 급하게 날아와 여섯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와이번입니다!”

정찰병인 리젤다가 갑자기 자신들에게 날아오르는 와이번에 경고의 음성을 질렀으나. 이미 이실리엘과 로리엘의 활에서 화살이 발사되고 있었다. 강력한 정령력을 머금은 화살이.

­퓨슝

이실리엘의 활에서 발사된 한발의 화살이 와이번 두 마리를 꼬치에 꿴 도마뱀으로 만들어 버리고 로리엘의 화살에 눈알이 타버린 놈이 공중에서 바닥으로 처박혔다.

몰려든 와이번 중 세 마리가 한 번의 격돌로 섬 끝 절벽 근처로 추락했하고,그렇게 분노한 이실리엘과 로리엘의 손에 세 마리의 와이번이 순식간에 사망하자, 살아남은 녀석들은 겁먹은 채 뿔뿔이 도망치고 말았다.

와이번이 모두 도망치는 것을 확인한 이실리엘이 물었다.

“이제 어딘가요? 리젤다?”

“저쪽입니다!”

그렇게 리젤다의 안내를 따라 달려간 곳은 섬 가운데서 아래로 뚫린 수직 구멍.

도착하자마자 리젤다가 코를 부여잡고 외쳤다.

“여기예요! 코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비린내가 납니다!”

여섯은 시트라의 보호막을 두르고 바로 곧장 아래로 뛰어내렸다.

­꾸궁

그렇게 뛰어내린 충격으로 생겨난 먼지가 실리아와 나디아의 능력으로 천장으로 모두 빨려 나가자 드러난 것은 벌거벗은 뿔이 난 여자와 러셀.

여섯의 얼굴이 경악과 부끄러움으로 물들었다.

“러, 러셀?”

“러셀 이게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일이죠? 대체?”

“자기! 우리는 이렇게 걱정이 되어 달려왔는데 이게 무슨?”

그런데 러셀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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