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18화 (318/352)

〈 318화 〉 315. 밀려 오는 죽음 5

* * *

‘와우….’

연병장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발레리가 웬 여자를 데려왔다. 용이 둥지를 틀었다는 소문 이후로 처음으로 온 용병 손님.

전생이 생각나는 새카만 머리카락,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과 강렬한 눈빛이 묘한 매력을 자아내는 여자였다.

여자의 첫인상은 뭐랄까 뭔가 압도적인 분위기가 풍긴달까?

모델은 저리 가라 할법한 늘씬한 몸매와 그녀의 외모에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가 화들짝 놀라 자신을 꾸짖었다.

‘미쳤냐? 어? 러셀, 너 인마 살고 싶지 않아?’

지금도 잘못하면 말라죽을 때까지 빨리는데 여자를 보고 감탄했다니. 죽음을 향해 한발 내딛을뻔한 자기 행동에 놀라, 온몸을 부르르 떨며 쓸데없는 생각을 빠르게 지워냈다.

나는 아직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아내가 일곱이나 있는데 잠시나마 다른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니.

짧은 행동을 반성하며, 혹시라도 아내들이 내가 그녀를 바라보는 것을 눈치챘을까 싶어, 빠르게 아내들이 무엇을 하나 스캔했다.

이실리엘과 수호자들은 모여서 고기를 먹고 있었고, 역시나 플로라는 춤을, 리젤다는 맥주를 마시고 다시 물구나무를….

‘그냥 고기가 굽자.’

가슴을 쓸어내린 후 그냥 병사들에게 줄 고기나 열심히 굽기로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 병사들에게 고기를 구워주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발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셀! 이리 좀 와보세요. 손님이 왔어요.”

아까 힐끔거렸던 여자를 소개하는 발레리. 여자는 자신을 발카리아 벨럭서스라고 소개했다. 특이한 이름, 무슨 판타지 소설의 용의 이름 같은 특이한 이름을 가진 여자.

그런데 이상하게 인사를 마친 여자는 멍한 얼굴이 되어 자꾸만 나를 바라봤다. 마치 나에게 반하기라도 한 것처럼.

‘야! 이 미친놈아! 아니야!’

아내가 일곱이니 이제 정신이 나갔는지, 아니면 전생의 도끼 병이라도 걸렸는지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 나는 인사만 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로리엘이나 수호자, 에밀들이 있는데도 별로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뭔가 딱 봐도 위험하게 생긴 여자에게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들다니.

‘나 설마 위험한 스타일 좋아하나? 아, 아니지 이 무슨 개소리를….’

고개를 털고 그냥 다시 열심히 고기나 구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바비큐를 하는 불로 달라붙었다. 그런데 한참 고기를 굽는 데 느껴지는 이상한 시선.

시선이 느껴지는 쪽을 바라보니 입을 반쯤 벌린 여자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 벌린 입으로 고기를 멍하니 집어넣으며.

“발레리”

“네, 러셀. 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네? 아뇨?”

흘깃흘깃 그녀를 살폈다. 용이 산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늪지대에 들어왔다는 것은 용감하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

여자의 행동을 보니 아무래도 후자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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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이 온통 고요에 잠겼다. 새벽까지 먹고 즐기던 마을의 모든 사람이 새벽에 잠들었기 때문.

그런데 대부분의 마을 사람이 잠에 빠져 고요함에 잠긴 웜 포트 러셀의 여관 2층에, 아직 잠들지 않은 사람 아니, 용이 하나 있었다.

자기에게 배정된 방에서 반짝하고 눈을 뜬 발카리아.

그녀가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오자 그녀의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폭포처럼 흘러내려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침대에서 빠져나온 발카리아가 처음으로 한일은 마법을 거는 것. 그녀가 입을 움직여 말이지만 말이 아닌 것을 중얼거리자. 곧 주변에 마나들이 그녀를 위해 봉사하며, 여관 안의 모든 생명체를 순식간에 더 깊은 잠에 빠트리기 시작했다.

마나의 움직임으로 모든 생명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발카리아는 간신히 참아내고 있던 인내심이 무너지기 전에, 천천히 자신을 유혹하는 빛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라 삼 층, 매혹적인 빛이 뿜어지는 곳.

삼 층의 첫 번째 방, 방문 밑으로 발카리아를 유혹하는 빛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었다. 빛에 끌려가듯 발걸음을 옮긴 발카리아. 그녀는 빛이 흘러나오는 방문 앞에 멈춰 숨을 크게 들이켰다.

“후우”

긴장되는 순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달칵

문을 열자 그녀의 동공으로 폭사 되는 빛.

눈이 아릴 정도로 부셔와 발카리아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그 빛을 향해 멍한 얼굴로 걸어갔다.

그렇게 천천히 빛이 흘러나오는 중심에 도달하자 발카리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에 누워 잠이든 남자의 모습, 떨리는 손을 남자의 얼굴을 향해 가져갔다.

그러자 마치 빛에 잠겨 드는 것처럼 보이는 손.

아름다운 빛이 발카리아를 감싸자 환희와 기쁨이 발카리아의 전신을 휘감았다. 400년이 넘는 시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빛이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이었다.

금보다 태양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는 영혼의 빛.

용이란 긴 세월을 살기에 감정이 세월에 천천히 마모되어 쉽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명백한 환의와 기쁨의 표정.

그렇게 발카리아가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도취되어 남자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며 몸을 떨 때, 그때 남자의 품에 잠들어있던 여자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구?! 누! 누구죠!? 꺄윽….”

‘칫, 마나 저항력이 높은 것인가?’

가끔 인간 중에 그런 녀석들이 있다. 마나에 대한 뛰어난 저항력을 가진 녀석들. 아마도 여자가 그런 모양.

귀찮더라도 여자를 직접 기절시키기로 한 발카리아는 재빨리 한 손으로 여자의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뿌드드득

힘을 끌어올리자 발카리아의 손에서 돋아나는 비늘과 그 비늘에 놀라 부릅떠지는 남색 머리 여자의 얼굴.

여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놀란 눈을 부릅뜨고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큭… 러, 러셀…”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마법에 완벽하게 잠든 상황, 여자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날 리 없었다.

발카리아가 더욱 목을 꽉 죄자 남색머리 여자의 몸이 파들파들 떨리더니 곧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여자가 실신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축 늘어진 여자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발카리아.

그녀는 방해물이 모든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침대의 이불로 남자를 칭칭 휘감아 남자의 방 열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남자를 지붕에 올려두고 곧바로 투명 마법을 걸어 몸을 숨긴 후, 용의 본신으로 돌아가 남자를 두 손에 조심스럽게 올리고 자신의 레어를 향해 날갯짓을 시작했다.

­펄럭펄럭

남자가 다칠세라 아주 조심스럽게. 마법으로 완벽하게 잠들었지만, 혹시라도 깰세라 아주 조용히 날갯짓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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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잠에서 깨기 시작한 마을이 활기를 찾아가고 있을 때도 러셀의 여관은 한없이 고요했다.

애니의 집에서 깨어난 사리나가 여관에 도착했을 때도 너무나도 고요한 상황. 사리나는 기묘한 고요함에 이상함을 느끼고 재빨리 러셀의 방으로 향했다.

열려있는 방문.

놀란 사리나가 방안으로 뛰어들자, 둘째 부인 리젤다가 발가벗겨진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리셀다님! 리젤다님!”

볼을 두드려 깨워보려 하지만 반응하지 않는 리젤다. 그녀의 목을 보자 뭔가 짐승의 손아귀가 강하게 목을 죈 것 같은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사리나는 리젤다는 침대에 눕혀두고 여벌의 이불을 꺼내 그녀의 몸을 덮어준 후 재빨리 시트라의 방으로 향했다.

­쾅쾅쾅

“시트라님! 시트라님! 어서 나와보셔야 합니다. 리젤다님이!”

­쾅쾅쾅쾅

하지만 문을 여러번 두드리는데도 일어나지 못하는 시트라. 사리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방문을 여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방에 뛰어들자 곤하게 잠든 시트라 마님과 수리아 왕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이단 심문관 출신인 시트라 마님이 이런 소리나 방문을 여는데도 잠을 깨지 않는다는 것이, 정상적임이 아님을 눈치챈 사리는 시트라 마님의 볼을 짝 소리 나게 올려 치며 그녀를 깨우기 시작했다.

­짝 짝

“시트라 마님! 스트라 마님!”

“끄으응…”

볼이 빨갛게 될 때까지 얼굴을 두드리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시트라 마님이 사리나를 향해 물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자기 볼을 문지르는 시트라 마님. 사리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여관에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러셀님은 사라지시고 리젤다 마님은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되셨습니다.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사리나의 말에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사리나를 바라보던 시트라는 곧 정신을 차리고 사리나를 향해 소리쳤다.

”뭐라고요? 누가 뭘 당하고 누가 사라져요!“

분노한 시트라의 몸에서 빛이 폭사 되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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