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16화 (316/352)

〈 316화 〉 313. 밀려 오는 죽음 3

* * *

“러셀, 무슨 일이야.”

현재 표면적으로 탈영병 전문 킬러로 임명된 실리아가 등장하자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풀밭에 나뒹굴었다. 잘못한 게 없어도 경찰을 보면 왠지 후들대는 것과 비슷한 현상.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실리아는 날아오자마자 나와 병사들 주변을 비글 새끼처럼 뱅글뱅글 몇 바퀴나 돌아대기 시작했다. 실리아가 근처로 올 때마다 기겁하는 병사들.

나뒹굴던 병사들은 실리아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자기들끼리 부둥켜안았다.

“히익!”

“흐에엑!”

실리아도 곧 그게 자기 때문인지를 깨닫고 병사들 근처로 가 노골적으로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 손을 짚고 고개를 빼 병사들을 훑어보는 실리아.

“어느 놈 머리에 번개를 떨굴까나?”

“교, 교관님!”

솔개가 나타나면 어미 새의 날새 속으로 숨는 새끼병아리처럼 내 뒤로 숨어대는 병사들. 엉겁결에 일부 병사는 로리엘 뒤에도 숨으려 했는데, 로리엘은 병사의 손이 닿으려 하자 그놈을 풀밭에 패대기쳤다.

“끄어억!”

병사의 비명이 터지고 난장판이 된 상황. 나는 머리를 짚으며 실리아에게 표적을 정해줬다.

“실리아 장난 그만치고, 네가 같이 놀건 저 위에 있어.”

내가 손가락으로 하늘의 블랙 와이번 두 마리를 가리키자 휘둥그레지는 실리아의 눈빛. 새 장난감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눈빛을 빛내는 실리아.

“이햐!”

실리아는 탄성을 지르며 그냥 날아가도 될 것인데, 개구리가 한껏 웅크려 뛰어오르기 직전의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실리아의 주변에 바람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나는 한가지 주의사항을 실리아에게 전달했다.

“실리아 와이번 몸에 상처 내면 안 돼 알았지?”

“응! 알았어! 나만 믿어!”

제일 못 믿을 놈이 자기만 믿으라니 믿기 힘든 상황. 그러나 공중의 전투는 실리아 외에 할 수 있는 것은 이실리엘 뿐. 일단 실리아에게 맡겨야 했다.

그리고 ‘정말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떠올릴 그때, 뭔가 이상한 소리와 충격파가 우리를 덮쳤다.

­퓽

기묘한 소리와 함께 실리아가 하늘로 쏘아졌다. 병사들은 소리와 함께 찾아온 충격에 모두 풀밭을 몇 바퀴나 뒹굴어야 했고, 나도 풀밭 위를 한참을 미끄러져야 했다.

실리아가 하늘로 쏘아지는 충격에 실리아를 중심으로 생겨난 원형의 충격파가 평원의 풀밭으로 퍼져나갔고, 그 충격에 모두 뒹굴게 된 것.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병사들이 죽는시늉하며 비명을 지르고. 엘프들이 깃털처럼 뒤로 날아가다 몸을 틀어 풀밭에 착지했다.

‘음…. 10점!’

기술 점수가 아주 훌륭해 보이는 모습.

엘프들의 고난도 묘기에 마음속으로 탄성을 보낼 때, 본격적으로 공중에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꾸에에엑!

선공은 실리아. 땅에서 쏘아진 실리아가 그 힘 그대로 블랙 와이번 한 놈의 날개를 꺾어버렸는지. 놈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한 놈 탈락.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아 떨어지는 놈.

그리고 그 떨어지는 놈이 시야를 가득 메울 때. 저 너머 하늘에서 실리아가 도망치는 놈을 쫓아 머리에 살짝 손을 대는 모습이 보였다.

­꾸르릉

그리고 들려오는 천둥소리.

도망치던 블랙 와이번은 날아가던 모습 그대로 갑자기 전신의 근육을 쫙 펴는 모습이 되었다. 화살 맞은 새처럼. 그리고 그렇게 전신을 쫙 편 그대로 뻣뻣 해져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꿍

첫 번째 와이번이 땅에 떨어지면 먼지와 풀들이 다시금 우리를 덮치고. 먼지 속에 잠겨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케렉! 켈륵!”

“크아아 아무것도 안 보여!”

­꿍

그리고 연달아 두 번째 충격이 다시금 우리를 덮쳤다.

‘뭔 와이번 두 마리를 뒷동산 도마뱀 잡듯이 잡아대냐?’

마음속으로 실리아의 무력에 감탄할 때. 실리아가 날아내려 오며 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와이번 한 마리 위에 올라탄 실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더 없어?”

____________

실리아와 마을에서 부른 나디아의 도움까지 받아 마을로 와이번 두 마리를 끌고 가자 마을은 다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저번처럼 와이번의 사체를 강가로 끌고 가자, 드워프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공사도 다 내팽개치고 제일 먼저 달려와 와이번에 달라붙었다.

아이번의 가죽에 볼을 문지르는 것은 집안 내력인지 아니면 드워프 종특인지 모르겠지만 다 같이 와이번 가죽에 볼을 문지르는 드워프들.

“오오오오오오오! 두, 두 마리나!”

“아, 아버지 하, 한 쌍입니다. 상처가 하나도 없어요!”

“근육이 굳기 전에 피를 빼야 한다! 다들 어서 장비를 가져오너라. 오늘 이 애비가 힘줄까지 완벽히 적출 하는 법을 알려주마.”

“오오오오!”

저희끼리 신이나 어쩔 줄 몰라 하는 드워프들이었다.

따라온 병사들은 드워프들의 광기 어린 그 모습에 질린 표정이 되었고 병사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 러셀 교관님 저희 이제 뭘 할까요?”

훈련 도중 훈련이 끊겨버린 상황. 따로 지시하지 않았더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눈치가 없는 놈들 딱 봐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나?

“뭘 해야 할 것 같나?!”

병사의 질문에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내 질문에 침을 꿀꺽 삼키며 좌우로 제 동료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병사. 나는 놈의 머리에 손을 ‘척’하고 올렸다.

병사가 흠칫 떨었다. 나는 병사의 머리를 잡아 막사 쪽으로 향하게 한 후 말했다.

“준비해야지.”

“무, 무슨?”

“회식 준비!”

“예?!”

병영생활의 꽃 단체 회식 시작이었다.

회식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회식이란 군 생활 중에 고기를 구워 먹고 맥주를 나눠주는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지. 모두 준비하도록.”

“우와아아아! 맥주 맥주! 고기 고기!”

병사들이 와이번 고기를 구워 먹고 맥주도 나눠준다는 말에 환성을 지르며 모두 막사로 달려갔다.

잠시 후 아직 연병장에서 훈련하던 리젤다의 짜증스러운 호통이 들려왔지만, 곧 연병장에서도 환성이 터져 나오며 오늘 훈련이 조기 종료되었다.

노르웨 씨가 장인은 장인이었다. 물건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도축이나 재료 적출도 장인인지, 한 마리가 순식간에 해체되어 마을로 운반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근육의 결이나 크기 사용처에 따라 적절하게 손질되어 운반되는 모습.

그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와이번 고기에 질려버린 나조차 침이 꿀꺽 삼켜질 지경이었다.

병사들의 식사를 위해 연병장에 옮겨둔 거대 솥에서 다시금 와이번의 간과 염통이 삶아지고, 엘프, 드워프, 병사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까지 어우러진 대규모 연회가 자동으로 열리게 되었다.

잠시 후 삶아진 염통과 간이 분배되고, 모닥불에서 구워진 고기들이 병사와 마을 사람들의 입안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병사들 사기를 북돋우려고 곡물과 바꿔온 맥주가 풀리자, 마을은 아주 난리 통이 되어버렸다.

레우케 요정 시르케가 모처럼 연주를 뽐내고, 플로라가 마을 아줌마들에게 이상한 춤을 가르치고, 술 취한 리젤다가 물구나무를 서는 모습.

“또!?”

흥이 오른 병사들까지 마을 사람이 어우러져 춤을 추기 시작했다.

­­­­­­­­­­­­­­­­­­

저녁까지 소식이 없던 와이번들이 동굴로 하나둘 복귀하기 시작했다. 발카리아는 도착하는 와이번 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이상한 점은 없었는지 다른 것은 본 것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이상한 것 못 봤어?”

“그래? 그럼 북쪽도 아니고.”

도착하는 와이번들을 상대로 맡겼던 구역을 차근차근 살펴 하나둘 자기 영역으로 들어온 건방진 다른 용의 위치를 파악해갈 때. 와이번 한 마리가 보고를 해왔다.

“꾸에에엑”

“응?”

두 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 발카리아는 재빨리 숫자를 세보았지만 정말로 두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뭐야? 두 마리 어디 갔어?”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두 마리. 다른 녀석들에게 물어봐도 보지 못했다는 말.

“설마?”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 와이번이 두 마리씩 짝지어 갔는데 한 마리가 도망을 치지도 못했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자기 영역을 침범한 놈이 그만큼 영악하다는 말일 수도 있었다.

사라진 두 마리의 와이번이 맡은 구역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대 늪지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에 있는 작은 마을 근처.

“어느 놈인지 몰라도 설마?”

‘폴리모프하고 설마 인간 마을에?’

­부들부들

소중한 가디언을 두 마리나 아니, 세 마리나 잃었다는 분노와 함께. 감히 협정 때문에 쉽게 공격하지 못하게 인간 마을에 숨어있을 동족을 생각하자, 참을 수 없어진 발카리아는 곧장 레어 밖으로 날아올랐다.

“어떤 놈인지 딱 기다려라!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할 건 분명 골드밖에 없을 거야!”

발카리아의 거대한 육체가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인간 마을에 숨어 자기 가디언을 셋이나 잡아먹은 그놈! 감히 용서할 수 없었다.

이런 비열한 짓거리를 하다니! 감히 다른 용의 영역에 마음껏 들어와 가디언을 잡아먹어?

발카리아의 몸이 웜 포트 쪽으로 쏘아졌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