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14화 (314/352)

〈 314화 〉 311. 밀려 오는 죽음 1

* * *

잘 절여져 물기 빠진 무에, 다진 마늘, 다진 생강 그리고 잡아 온 랍스터 살을 소금에 절여 꿀을 넣고 버무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에 담아 뚜껑을 덮으면 백 깍두기 완성!

“이제 끝인가요?”

“응 이걸 내일 아침에 꺼내서 먹으면 돼.”

“기다려져요. 러셀의 음식은 항상.”

나는 아내들과 깍두기 통을 주방 한쪽에 내려두고 솥을 살펴보았다. 펄펄 끓고 있는 무쇠솥.

내일 모든 이단을 정리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긴 시간 끓인 양지 육수와 된장, 그리고 준비된 채소들.

저번에는 급하게 끓이느라 육수의 풍미가 덜했지만, 이번에는 결코 어느 이단도 국밥의 위대한 힘 앞에 저항치 못하고 무릎 꿇으리라.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웃으며 내일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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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작 와자작

백 깍두기를 씹어 삼키는 경쾌한 소리.

“허으…. 좋다.”

“크아! 깍두기 이거 최고다.”

­후루룹

“국밥이 어제보다 국물도 진하고 너무 맛있다!”

깍두기와 국밥을 씹어 넘기는 만족한 목소리. 그리고 국밥에 대한 찬양이 울려 퍼지는 여관.

“안톤 어떠냐?”

“혀, 형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안톤이 자기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며 사과를 해왔고, 나는 안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톤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원래 인간은 어리석은 것이니까.

그렇게 안톤의 국밥에 대한 저항은 순조롭게 진압되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대장간 공사가 한창인 곳으로 향했다. 내가 아침부터 대장간 공사가 한창인 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국밥교 교도 하나가 깊은 슬픔에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공사가 거의 끝날 참이었는데, 하루 사이에 허허벌판이 된 대장간.

노르딕 씨는 공사 현장 구석에서 토라진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 좋아하는 국밥도 먹으러 오지 않고 노르딕 씨가 저기 처박혀 있는 이유.

노르딕 씨의 대장간이 이 꼴이 난 것은, 다른 드워프들이 더 들어와 일해야 해서 노르웨 씨가 대장간을 계획부터 변경해 확장한다며, 모든 것을 뜯어냈기 때문이었다.

노르딕 씨 혼자 사용하면 모르겠지만, 애초에 많은 인원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노르딕 씨의 대장간에서 많은 인원이 일하기는 힘드니, 작은 걸 더 만들기보다는 그냥 애초에 크게 만드는 게 좋겠다는 의견 때문.

그런 이유로 완공 직전에 털려 나간 노르딕 씨의 1호 대장간.

내가 어제 깍두기를 만들 때 털려 나가는 대장간을 보며 절규했다는 노르딕 씨. 나는 구석에 토라진 채 앉아있는 노르딕 씨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접근해 노르딕 씨 옆에 앉자, 그제야 인기척을 눈치채고 나를 보고 놀라는 노르딕 씨.

“러, 러셀님.”

“조금 서운하시죠?”

“아, 아닙니다.”

나는 노르딕 씨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말했다. 나도 노르웨 씨 의견을 허락했으니,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

“노르딕 씨, 제 마음속에 제 첫 번째 장인은, 무조건 노르딕 씨인 것 알죠?”

“예?! 하, 하지만 아버지도 계시고.”

노르딕 씨는 감히 어찌 자기가 아버지에 견줄 수 있을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뇨, 그래도 제 첫 장인은 항상 노르딕 씨입니다. 다른 드워프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아무리 다른 드워프들이 실력이 좋아도 제 첫 장인은 무조건 노르딕 씨에요.”

하지만 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노르딕 씨는 곧 내 말에 감동에 빠진 눈빛이 되었다. 그리고 감격에 겨운 얼굴로 외쳤다.

“크흑…. 러셀 님. 최, 최고의 장인이 되겠습니다!”

노르딕 씨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동하더니, 곧 눈물을 훔치고 대장간 공사 현장으로 달려 나갔다. 아주 힘찬 발걸음으로.

그리고 곧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형님들 그렇게밖에 못하쇼!”

“뭐야 이 새끼야?”

“막내 많이 컸네?”

그리고 곧바로 자기 형들에게 혼이 아니, 구타당하고 말았다.

‘드워프 키우기 되게 힘드네.’

형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당하는 노르딕 씨를 뒤로하고 향한 곳은 평원 엘프 구역. 드워프 다음으로 엘프 키우기를 하기 위해서.

엘프 구역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엘프들의 인사하는 목소리.

“러셀님! 안녕하세요.”

“족장님! 어서 오세요. 어디 가세요?”

미인만 한가득한 마을에 들어오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상황. 나는 엘프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에밀에게 간다고 알려주었다.

“에밀 만나러 가는 길이야.”

그리고 그렇게 엘프들을 지나 마을 안쪽 에밀의 집에 도착하자, 안에서 엘프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뭔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 착 가라앉은 목소리.

“일단 200명까지는 빠르게 엘프들을 확보해야 해요.”

“제가 전사들 위주로 선발해 오겠습니다.”

“너무 전사들만 많아도 문제에요. 마을에서 천을 짜거나 가죽을 손질할 엘프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면 전사와 기술이 있는 엘프들을 반반 데려올까요?”

“다른 문제는 없을까요? 해당 지역에 사는 엘프들이 전사가 줄어들어 난처해진다거나?”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심각한지 아주 족장 빼놓고 저희만 긴 귀 달렸다고 나만 따돌리고 신이 난 상황이었다.

저번에 알아듣게 이야기했는데 아직은 포기 못 한 상황인지 아니면 200명 정원 안에서 어찌해야 드워프보다 나아질지 궁리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인기척을 내, 내가 도착한 사실을 알렸다.

“크흠 크흐음”

그리고 내가 기침 소리를 크게 내자 안쪽에서 놀란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밖에 족장님이 오신 것 같아요.”

“어, 어쩌죠?”

“뭐, 뭘 어째요. 저희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걸요.”

“그런데 무, 문 열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참 우당탕거리며 정신이 없더니 문이 열리고 머리를 내미는 에밀. 에밀이 살짝 내 쪽으로 얼굴만 내밀고 인사를 해왔다.

안에 엘프들을 숨기기 위해 머리만 문틈으로 내민 에밀.

“오, 오셨어요. 조, 족장님?”

“어, 에밀 잠깐 들어가도 돼?”

“예!?”

내 말에 화들짝 놀라는 에밀. 뭔가 잘못한 걸 숨기는 사춘기 소녀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에밀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안에 오, 옷을 갈아입는 치, 친구가 있어서요.”

“그래?”

뻔한 거짓말 다 들통날 거짓말을 귀엽게도 하는 에밀. 나는 안에 있는 엘프들에게도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드워프들 많아진다고 너무 걱정들 하는 거 같아서 왔거든. 너무 걱정들 하지 말라고 말해주려고, 누가 뭐래도 내 첫 번째 종족은 엘프들이니까 알았지?”

“예?! 네, 네….”

내 말에 에밀이 멍청한 얼굴이 되고, 나는 그런 에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으로 그녀를 들여보내며 그녀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그럼 들어가 어제도 근무 섰을 텐데 피곤하겠다.”

­달칵

그렇게 문이 닫히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드, 들으셨어요!?”

“드, 들었습니다!”

“여, 역시 족장님은 명예 엘프다워요. 정령을 부리시는 것도 그렇고 정령과 계약도 하신 것도 그렇고. 저분이 인간이라니 정말 믿기가 힘들어요.”

“물론이에요! 러셀님은 이유는 모르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엘프 같은 분. 저희는 그분을 끝까지 믿고 따라야 해요.”

“200명에서 계획을 변경합시다! 저희만 믿고 계신 러셀님의 믿음을 위해 헌신합시다!”

“숫자가 보기 좋게 500명으로 합시다!”

“좋아요! 500 찬성이에요.”

아마 나도 모르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버리고 만 상황. 오두막 안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불같이 타오르는 오두막 안에서 광기에 찬 엘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단순한 드워프보다 엘프들은 훨씬 기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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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달마저 뭉게구름에 대부분 가려 어두운 그 밤에.

다크 엘프 아우로라와 에우로라가 여관과 애니의 집 사이 어두운 구석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크 엘프의 전유물인 어둠에 숨어 스르륵 나타난 둘.

그리고 둘이 나타나자 곧이어 녹색 머리의 엘프 하나도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엘프의 이름은 로리엘.

“무슨 일이지?”

무심한 목소리로 묻는 로리엘.

다크 엘프 둘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로리엘님 동생이 자다가 죽음이 몰려오는 환상을 보았다고 합니다.”

“죽음?”

“예, 거대한 죽음이 천천히 몰려오는 꿈을 꾸었다고, 불안하다고 말합니다.”

둘의 말에 이해 안되다는 표정이 된 로리엘. 로리엘은 다시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다 무서운 꿈에 깬 것이면 그냥 자라.”

그리고 피식 웃었다.

그제야 아우로라 에우로라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았다. 다크 엘프 사제의 꿈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엘프에게 꿈에 관해 이야기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그런 것이 아닙니다. 로리엘님 죽음의 사제는 큰 죽음이 몰려오기 전 죽음의 여신에게 가끔 예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동생이 아마도 예지를 받은 듯합니다. 거대한 죽음이 몰려옵니다.”

“흠….”

로리엘이 뭔가 조금 고민하는 것 같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다, 큰 죽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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