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09화 (309/352)

〈 309화 〉 306. 충성 경쟁 11

* * *

‘얘들 무슨 주식 하나? 엘프들이 산 주식이 폭락했나? 아니면 무슨 코인 같은 거라도 했나?’

갑자기 주식 용어를 꺼내는 에밀과 엘프들의 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있다고 해도 주식 같은 것을 좋아할 리 없는 엘프들인데, 웬 물타기를 한다고?

뭔가 뇌에 혼란이 오고 있었다. 인지의 부조화, 전생과 이번 생의 기억이 오류. 모든 것이 혼돈으로 뒤섞이고 있었다.

한 손을 들고 눈을 깜빡거리면서 잠시 진정한 뒤 에밀에게 물었다.

“자, 잠깐만…. 그러니까. 물타기를 하기 위해서 타냐린과 다른 엘프들이 고향을 다녀와야 한다고?”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는 에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그, 누가 알아듣게 좀 설명해볼래?”

이해 못 할 말에 나는 엘프들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리고 내 말에 타냐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러셀님, 혹시 연못 물이 더러워지면 어떻게 깨끗하게 만드는지 아십니까?”

타냐린의 질문에 머리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까부터 뭔가 이해 못할 질문을 하는 엘프들이었다.

‘좀 알아듣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비명이 솟아올랐다.

***

잠시 후 내 마음이 진정되고 엘프들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에 드워프 100명이 들어오면, 마을이 드워프들로 더러워진다고?”

“러셀님, 드워프들이 듣겠습니다! 저희는 드워프들처럼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하는 그런 종족이 아닙니다. 아무리 더럽고, 냄새나고, 무례한 드워프들이라지만, 어떻게 다 들리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테이블을 탕 치며 말하는 타냐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저 옆에서 맥주를 마시고 신나 하던 드워프들이 똥 씹은 표정이 되는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

“너희들 노르딕 씨랑은 잘 지냈잖아?”

내가 노르딕 씨랑은 잘 지내면서 왜 갑자기 그의 가족들에게 날을 세우는 것인지를 묻자 타냐린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러셀님 설마 노르딕 씨랑 다른 드워프들은 같은 취급을 하시는 건가요? 저런, 노르딕 씨가 정말 슬퍼하시겠군요. 그는 하루에 한 번 씻는 드워프입니다!”

“뭐라고?! 아니, 다른 드워프들도 씻기면 되잖아 그럼?”

“아뇨, 족장님의 드워프이면서 하루에 한 번 씻는 드워프는 노르딕 씨로 충분합니다.”

뭔 개 같은 논리였는데, 그냥 다른 드워프들이 마음에 안 든다는 소리 같았다. 개와 고양이 관계인 애들을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긴 했다.

나는 그냥 그 질문은 접어두고 아까부터 궁금한 것을 묻기로 했다.

“아니, 드워프들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과 너희가 고향에 가는 것, 그리고 물타기가 무슨 연관인데?”

이해 못할 조합에 엘프들에게 짜증을 내며 물었다.

“러, 러셀 진짜 모르겠어?”

뭔가 걱정하는 투로 말하는 에밀. 에밀은 뭔가 무척이나 안타깝고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에밀을 표정을 보고 타냐린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에밀님 족장님이 반드시 똑똑할 필요는 없습니다. 족장님은 용감하고 결단을 잘 내려주시면 충분합니다. 저희가 보필하면 되니까요.”

저건 내가 멍청하다는 말.

족장의 권위가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내가 가슴을 쾅쾅 치는 모습에 타냐린과 에밀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엘프들이 갑자기 테이블 중앙으로 머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내 머리를 끌고 그 안으로 들어가더니, 타냐린이 들릴 듯 말 듯 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무슨 여자 배구팀 작전 회의 하는 느낌으로다가 말이다.

“러셀 족장님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말씀 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이해할 수 없으면 중간에 꼭 다시 물어보시고요. 알았죠?”

“그, 그래…”

‘얘들은 내가 현자라는 사실 모르나?’

현자를 가르치는 엘프라니. 내가 현자라는 별명을 싫어하긴 해도 또 대놓고 이런 무시를 당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릴리아나 누님과 영애를 시작으로 이상하게 요즘 나의 지능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느낌.

나는 그냥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그리고 내 웃음이 끝나자 나를 바짝 끌어당긴 타냐린이 좀 더 가까이 붙어 열정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세요. 연못이 더러워졌을 때는 더 많은 물이 흘려들어야 물이 깨끗해지죠? 그러면 드워프들이 많아져 마을이 더러워지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그 외 전생에 어떤 형님이 누군가가 나를 X같이 생각하면 X같은 이유를 하나 만들어주라고 하셨던가?

그래, 이왕 바보라 생각하는 거, 바보같이 대답하기로 했다. 이러다 진짜 동내 바보형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드워프를 씻겨?”

내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부릅뜬 눈으로 침묵하는 엘프들. 잠시 후 에밀이 나에게 말했다.

“괘, 괜찮아 러셀, 내 내가 있으니까. 부족장인 나 에밀이 말이야.”

“그래, 너만 믿을게 에밀.”

우리의 경극 같은 상황극이 끝나자 타냐린이 말했다.

“연못이 더러워지면, 많은 물을 채워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처럼. 드워프들이 많아져 더러워진 마을은, 더 많은 깨끗한 엘프들을 채워 깨끗하게 하면 되는 겁니다. 러셀 족장님!”

“응?”

“뭐야? 더 많은 엘프를 데려오겠다곱?! 흡!”

내가 놀라 소리치자 내 입을 앞다투어 막는 엘프들.

“쉿! 드워프들이 듣겠습니다! 조용히 아셨습니까? 조용히?”

타냐린에 당부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코까지 틀어막은 손들이 전부 사라졌다.

“푸하….”

숨 막혀 죽는 줄.

막혔던 입 때문에 숨을 몰아쉬자 타냐린이 엘프들의 계획을 천천히 설명했다.

“드워프들이 많아지면, 분명히 말을 막 하거나, 술 취해 여기저기 드러눕거나, 마을이 난장판이 될 것은 뻔한 일. 저희는 100명의 드워프를 견제할 수 있고, 마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200명의 엘프를 데려올 작정입니다. 마을이 깨끗해지도록.”

물타기고, 바보형 취급이고, 뭐고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200명의 엘프가 중요할 뿐.

‘이게 그 무협지에나 나오는 타초경사 그것인가?’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말처럼 드워프들이 움직이니 엘프들이 놀란 상황.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특한 생각을 한 엘프들. 아픈 엘프들을 보살펴 주었더니 우리 엘프가 박 씨를 물어온 것 같은 느낌.

단숨에 마을 인구가 두 배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엘프들의 말은 결국 자기들은 무슨 순수한 어떤 것이고, 드워프들은 더러운 어떤 것이라는 아주 위험한 사상과 비슷한 종류의 생각이었던 것. 갑자기 같은 자세로 착착 맞춰 걷는 엘프들이 한 손을 앞으로 비스듬히 치켜들며 소리치는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일! 러셀!”

나는 고개를 흔들어 끔찍한 상상을 빨리 털어버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서로 앙숙지간이라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드워프들이 많아지면 엘프들이 드워프 마을에 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텐데. 그건 아마 엘프 처지에서는 죽기보다 싫을 것이니 말이다.

드워프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내가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갑자기 우리 사이에서 크게 웃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푸헤헤헤. 음흉한 귀쟁이들 뭘 꾸미나 했더니 역시 겉으로는 도도한 척, 고고한 척하지만 아주 상종 못할 종족이라니까?”

엘프들이 짠 스크럼 안에 어느새 들어앉은 노르웨 씨. 작아서 아무도 그가 스크럼 안쪽으로 끼어든 것을 몰랐던 모양이었다.

노르웨씨의 말에 분노하는 타냐린과 엘프들.

“역시나 무례한 종족입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다니!”

“불쾌해요!”

“역시, 드워프 아니랄까 봐! 최악입니다.”

한마디씩 쏘아붙이는 엘프들. 그렇게 순한 애들이 갑자기 독설가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순하디순한 에밀까지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빠요!”

그리고 엘프들의 독살 맞은 쏘아붙임이 끝나자 노르웨 씨가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좋아 내 속 시커먼 엘프들의 놀음에 어울려주지! 너희들이 200명을 데려온다면 나는 그럼 400명을 데려오마!”

노르딕 씨의 말에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놀라는 엘프들. 타냐린이 곧장 반박했다.

“흥! 저희는 그러면 800명을 데려오겠어요!”

노르딕 씨가 그런 타냐린을 피식 비웃으며 말했다.

“흥! 너희가 800명이면 나는 그러면 1,600명!”

아주 흥미진진한 상황이었다. 도박에 미친 엘프와 드워프가 미친 레이스를 이어가는 상황. ‘쫄리면 뒈지시든가’라는 대사가 떠오를 지경.

엘프와 드워프의 레이스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러다가 웜 포트 마을이 아니라 왕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흥! 드워프가 1,600명을 데려온다면 저희는 천이 3번 될 때까지 데려오겠어요!”

“바보 같은 엘프들 숫자도 1000까지밖에 못 세서 천이. 세 번이라니. 푸헤헤헤!”

“뭐라고요? 씻지도 않아 냄새나는 드워프들이 어딜 감히!”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서로 계속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둘을 말리기 위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여러분 여러분들이 싸우시면 저는 기분이 좋아, 아니, 좋지 않습니다. 다들 진정들 하세요.”

올라가는 입꼬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벌써 충성경쟁을 하는 엘프와 드워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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