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8화 〉 305. 충성 경쟁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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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는 한탄하며 용병과 모험가들을 고용해 노르딕의 흔적을 찾았다. 노예로 팔려 갔으면, 팔려 간 곳이라도 알아내 어떻게든 되찾아야 했으니 말이다.
이미 수습 때 가문의 웬만한 장인의 실력을 갖춘 노르딕.
가문 최고의 재능을 갖춘 노르딕만 있으면 드워프 10대 가문 가장 높은 자리에 우뚝 서는 것도 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걸작은 노력하면 누구든지 만들 수 있지만, 노르딕은 그것이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자신이 노력(?)한다 해도 노르딕 같은 자식을 낳을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막대한 현상금과 인력을 투입했으나 십여 년이 지날 때까지 그는 아들의 소식을 들을 수도, 찾을 수도 없었다.
완전히 사라져버린 노르딕.
그렇게 아버지의 유산과 아들을 잃은 충격에 십 년 가까이를 망연하게 보낸 노르웨.
그런 그에게 기적 같은 일이 찾아왔다.
오 년 전쯤인가?
떠돌이 용병이 수선을 맡긴 드워프제 칼 한 자루에서 아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상하게 익숙한 검의 형태에 그립 안쪽을 분해해 만든이의 문장을 확인했는데. 그립 안쪽 아주 깊은 곳에 숨겨지듯 새겨져 있는 것은, 자신의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과 노르딕의 표시였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맡겼던 손님을 찾아가 물었다.
“이, 이 검을 어디서 사셨소!?”
남부 왕국 어딘가에서 구매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는 용병의 말, 노르웨는 가문의 재산과 인력을 총동원해서 남부 왕국을 샅샅이 뒤졌다. 몇 년에 걸쳐.
중요한 계약도 대부분 양도하고 가문의 여러 개였던 공방도 주요 공방만을 제외하고 다 팔아치우며 말이다.
그렇게 몇 년을 아들의 흔적을 찾으려다 보니, 가세는 기울고, 드워프 10대 가문의 세 손가락 안에 들던 가문의 성세는 10대 가문의 말석에 간신히 걸치는 상황이 되어 버린 노르웨의 가문.
노르웨가 긴 방황을 끝내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가세는 기울고 가문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물론 다시 재도약의 기회는 었었다.
경매.
드워프 가문이 번창하려면 귀한 재료를 사들여 보물 같은 장비들을 만들어 경매에 내놔야 한다.
경매에서 고가에 팔렸다는 사실이 곧 드워프 가문의 저력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매 대금도 대금이지만, 어느 가문이 만든 장비가 얼마에 팔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가문의 명예는 드높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매에 팔리는 고가의 물품을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필수. 하지만 기운 가세로 다른 가문들에 밀려 번번이 좋은 재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
스톤스틸 가문은 천천히 화초가 말라죽듯 죽어갔다. 그런데 이렇게 말라죽듯 가문이 몰락하나 싶었는데,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들이, 아들이 기적적으로 구출되었다는 것.
성국의 사제가 찾아와 아들의 생존 소식을 전해주었던 그 순간을 노르웨는 잊을 수 없었다.
공방에 인간 사제들이 찾아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술에 절어있다가 간신히 깨어 공방에 도착하자 사제들이 했던 말.
“혹시 노르딕 스톤스틸이라는 분을 아십니까?”
“예? 그, 그놈을 어찌 사제님들이?”
“아, 그분을 저희가 아는 분께서 보호하고 있다고 하셔서 말입니다. 노예로 잡혀있다가 도망쳐 나오신 것을 보호하고 계신다고, 가족들에게 연락을 부탁해오셔서요.”
술에 절어있던 정신이 단숨에 깨어났다.
“어, 어딥니까 거기가!”
“어, 위치가 그러니까, 남부 최남단 그란 폴 인근의 작은 마을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가문의 사병들과 아들들을 끌고 노르딕을 찾으러 여행이 시작되었다. 동부 화산지대를 지나 남부까지.
그리고 긴 여행 끝에 남부 웜 포트에서 노르딕을 만났을 때 노르웨의 가슴에 치밀어 오른 것은 반가움보다는 참을 수 없는 분노!
‘저놈을 찾느라 가문이!’
집 나간 아들 하나 찾느라 가문이 몰락했다는 사실에 노르웨는 분노의 구타를 시작했다.
“아버지 진정하시고….”
“진정?! 진정?!”
빠악
“끄어억”
그렇게 사랑의 매타작, 이십 년의 묵은 계산이 끝나자 노르웨를 기다린 것은 새로운 가족.
이십 년 가까운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었고, 집 나갔던 아들은 아버지가 되어있으며 아이도 셋이나 있던 것. 노르웨는 발로나 여신께 정말 오랜만에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이제 노르딕을 찾았으니 가문이 다시 비상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아들놈이 이미 누군가의 전속 장인이 되어있었던 것.
그것도 그 잘난 척 콧대 높은 엘프 중 가장 코가 드높다는 높은 엘프의 전속 장인.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뭐 누구의 전속 장인?’
드워프 10대 가문에서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현기증이 몰려왔다. 이제 놀랄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다른 아들들이 나서 노르딕의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분노의 응징을 해주고 노르딕이 공방을 자랑하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아들의 공방을 축복하는 것은 아버지의 일이니까.
그런데 아들의 공방이자 높은 엘프의 보물 창고를 본 순간 노르웨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북부에서 나는 최고급 재료들로 꽉 들어찬 공방. 거기에 성체 블랙 와이번 한 마리. 저 중 일부만 있더라도 당장 뭐든 만들어 가문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는 상황.
잡아야 했다. 어떻게든 계약을 따내야 했다. 러셀, 저 남자는 정말 알짜배기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들의 또 다른 계약자 높은 엘프의 남편 러셀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높은 엘프는 그저 아내 중 한 명일 뿐. 북부 에삭스의 왕녀, 성녀를 아내로 맞이한 남자였던 것.
명예와 부가 한 남자에게 모여있는 상황.
망나니 노르딕은 높은 엘프뿐만 아니라 성국의 성녀, 그리고 북부 에삭스의 가문 전속 장인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었다.
노르웨는 러셀과의 계약에 모든 것을 걸기로 작정했다.
***
병사들의 훈련이 계속되는 연병장. 병사들이 점심을 먹고 얼마 되지 않아. 타냐린이 자기 동료들을 데리고 연병장으로 찾아와 면담을 요청했다.
뭔가 결심한 표정의 다섯 엘프.
“무슨 일인데?”
무슨 이유로 병사들이 있는 연병장까지 왔나 묻자 타냐린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잠시 고향을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고향?”
“예. 고향을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고향을 다녀오고 싶다는 다섯 노예. 뭐 누구든 고향은 그리운 것이니까 당연히 고향 정도야 다녀온다면 보내줄 수 있지만 뭔가 좀 이상했다.
“고향이야 간다면 보내줄 수 있지만 다섯이 전부?”
“예. 아무래도 엘프가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해서요.”
하긴 엘프들을 노리는 노예 상인도 많을 텐데 하나둘씩 보내기는 좀 위험하긴 했다. 그런데 원래 파티였던 다섯이 전부 한 번에 나간다는 아무래도 찜찜한 것.
다섯 엘프의 얼굴을 바라보니 무척이나 굳어진 얼굴.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모습.
그들의 표정에서 불현듯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이거 그것인가?’
추노!
‘설마 이것들이 추노를?’
아니, 일 얼마나 시켰다고 추노를 계획한다는 말인가! 대우도 업계 최고 대우이거늘. 그나마 한밤중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찾아와서 말했다는 것은 자기들의 애로사항을 알아달라는 것.
대체 무엇이 불만인지는 들어봐야 했다. 아직은 이놈들의 마음을 돌려볼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일단 엘프들을 데리고 여관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여관에 가서 이야기하자. 리젤다, 오후 훈련 좀 부탁할게!”
“알겠어요. 러셀! 너희들 오늘 다 죽었다고 생각해라! 인자한 러셀 교관님이 본 교관에게 전권을 넘기셨다!”
“끄아아악! 교관님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십쇼!”
리젤다가 오후 교육을 맡는다는 소식에 주먹밥을 먹던 병사들이 기함했지만, 일단 지금은 내 노예가 중요했다.
그렇게 다섯 엘프를 끌고 여관으로 들어서자 한쪽 테이블에서는 오늘도 여전히 드워프들의 맥주 파티가 계속되고 있는 모습.
“으헤헤 흐헤헤헤”
뭐가 저렇게나 좋은지, 고개를 한번 좌우로 휘젓고 엘프들과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엘프들이 좋아하는 포도주를 한잔 씩 따라준 후 물었다.
“음, 고향에 가겠다는 말 말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아니야? 괜찮으니까 말해봐.”
내 질문에 어떻게 알았느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다섯.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인데 너희 얼굴만 봐도 다 알거든? 자 불만 있는 거 다 말해봐. 필요하거나 서운하거나 그런 게 있는 거야? 갑자기 고향을 간다는 말은 믿기가 힘들잖아.”
서로 눈치만 보는 다섯 엘프.
“정말 말 안 할 거야?”
테이블에는 침묵만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이어질 때 여관 입구에 에밀이 들어섰다.
“앗 족장님 여기 계시네, 이번 주 필요한 물품을….”
이번 주에 필요 물품을 보고하러 왔다가 테이블의 분위기를 보고 멈칫하는 에밀.
에밀에게 이 다섯의 일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부족장이고 같은 엘프이니 얘들이 갑자기 떠난다는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 뻔한 것.
“에밀, 타냐린들이 갑자기 고향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뭐 서운 한거나 필요한 게 있었던 거야? 너라면 알 거 아니야. 말해봐 입을 꾹 닫고 말을 안 하네 얘들이.”
내 질문에 똑같이 침묵하는 에밀. 내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는 에밀의 눈빛.
나는 에밀에게 서운하다는 투로 말했다.
“아, 나는 또 인간이라 이유를 말 못 해주는 건가?”
에밀은 이 말을 가장 두려워하기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 급하게 말했다.
“여, 연못에 물을 타, 타려고.”
“응?”
‘물타기를 한다고?’
뭔가 이해 못할 에밀의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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