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06화 (306/352)

〈 306화 〉 303. 충성 경쟁 8

* * *

노르웨 씨의 적극적인 설명으로 드워프들의 가문 계약이라는 것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이게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말이지.”

연신 침을 튀기며 보험을 팔러온 직원처럼 가문 계약의 장점에 관해서 설명하는 노르웨 씨. 전생의 보험회사 직원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드워프는, 이세계 보험 판매직원 같은 모습으로 계약의 장점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자네 같이 규모가 큰 단체는 드워프와 계약할 때, 무조건 가문 계약을 해야 하는 거네.”

“저희는 그렇게 규모가 안 큰데요?”

“예끼 이 사람! 능청 떨기는 지금 숫자로 말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내 능청을 지적한 노르웨 씨는 곧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가문 계약.

가문 계약이라는 것은 드워프들의 장인을 보호하고 계약한 대상의 이익을 보장하는 계약 제도라는 그의 설명.

드워프들은 왕국이나 규모가 큰 단체, 기사단이라든지 명망 높은 용병단 등의 전속 장인이 되는걸, 아주 명예롭게 여긴다고 했다. 그 왕국이나 단체의 주류가 인간이든, 수인이든, 성국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다만 그것이 앙숙으로 생각하는 엘프만 아니라면. 뭐 엘프들도 드워프를 전속 장인으로 삼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왕국의 전속 대장장이라는 명예에 집착하는 드워프들은 그래서 예전에는 서로들 앞다퉈 여기저기서 전속 드워프로 활동을 많이 했다는 것.

하지만 보통 계약이라는 건 사이즈가 비슷한 둘이 진행하는 것.

서로 규모 차이가 나는 계약은 우리가 계약이라고 하지 않고 하도급이라고 부르게 되는 것처럼, 왕국과 계약한 드워프들이 계약이 위반되거나 노예처럼 부려지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법적으로 보호받아야겠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왕국에 사기를 당한 것이니 드워프들이 보호받을 방법이 없었던 것.

그런 이유로 드워프들은 가문 계약이라는 것을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가문 계약은 규모가 큰 왕국 같은 단체가 드워프 개인이 아닌 가문과 계약하여, 일정 수준에 오른 일정 숫자의 장인을 계약서에 명시한 만큼 유지해주는 것을 약속받는 것이라는 노르웨 씨의 설명.

이렇게 들어보면 일방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계약을 위반하게 되면 계약 대상인 드워프 가문 나아가서는 드워프 가문 연합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뭐 계약을 위반할 마음은 없지만 말이다.

“드워프 가문 연합이 규모가 클 텐데 아무래도 제가 계약하기에는….”

“아니, 이 사람이 왜 자꾸 죽는소린가? 자네가 계약을 위반할까 봐 그러는 게 아니네, 잘 들어보게?”

일단 주먹부터 나가던 노르웨 씨였는데 이렇게 자세히 그리고 자상한 설명을 들을 줄이야. 나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자네의 첫째 아내가 높은 귀 아니, 높은 엘프 큭… 님 아닌가? 그리고 아내 중에 에삭스의 왕녀도 있고 성녀도 있다면서? 그러면 그건 일단 왕국 사이즈를 넘어서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드워프 개인과 계약했다? 그건 그분들 위신의 문제이지. 더군다나 하필 우리 집안 제일 사고뭉치, 제일 실력 없는 놈을 그런 분들과 계약시켰다? 어디 알려지면 내가 얼굴을 못 들고 다니네. 자네 잘 생각해보게, 매일 아비 몰래 창고에 있는 물건 내다 팔아 술이나 퍼먹던 놈이 기술이나 제대로 배웠을 것 같은가? 뭐 그놈이 손재주는 내 아들 중에 제일 좋았지만…”

마지막에 줄어드는 목소리에 모든 내용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듯한 이유였던 것. 특히나 아내들의 위신도 문제지만, 노르웨 씨가 마지막에 말했던, 창고에 있는 물건 몰래 내다 팔아 술이나 퍼먹던 놈이라는 말에서 노르딕 씨의 실력이 의심되기 시작한 것.

곧바로 발로나님께 서운한 마음이 몰려왔다.

‘발로나님 그렇게 안 봤는데 서운하네…’

그런데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노르딕 씨를 보니 이게 마냥 서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지. 우리 발로나님이 그렇게 어설픈 분이 아니시지?’

노르딕 씨를 보내주었을 때 발로나 여신님의 완벽한 설계에 얼마나 감탄했던가? 다른 신들과 다른 과학적 설계를 자랑하는 발로나님의 플랜이었는데, 그냥 쓰레기 드워프를 보내주시진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눈앞의 노르웨 씨는 가문 계약을 종용하는 상황.

‘설마? 이 모든 것이 발로나님의 빅 픽쳐?’

이미 노르딕 씨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것이 여신님의 크고 높으신 계획이었다면?

나는 노르웨 씨에게 일단 정보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장인 유지라는 부분도 매력적이었지만, 아내들의 위신 이야기도 그냥은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나야 뭐 여관 주인지만 아내들이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대외적 시선도 이제는 조금 신경 써줘야 하니 말이다.

“지금 그러면 스톤 스틸 집안은 다른 곳과 계약된 곳이 있나요?”

“왕국 한곳이 있긴 한데, 거긴 장인 한 명 파견이니, 자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아들놈도 아니고 방계 하나가 계약해서 가문의 이름을 빌려준 것뿐이니.”

‘응? 계약된 곳이, 없다고? 그럼 이게 또 의심스러운데?’

실적이 없다는 것은 실력이나 다른 기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원래 기술이라는 것이 고만고만해 보여도 사소한 차이로 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고. 결국 그런 차이가 기술의 우열을 결정하고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계약처가 없다면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가문일 수도 있는 것.

뭐 그래도 일단은 드워프니 장인이 더 생기면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괜찮은 가문이면 더 좋으니 말이다.

나는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게 다른 왕국과 계약이 안 돼 있다는 것은, 그 실력이나 다른 문제가… 혹시나… 계약하는 처지에는 조금 의심스러운…”

내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노르웨 씨. 그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 이 사람! 우리 가문이 무슨 가문인지 아나? 우리가 드워프 10대 가문 중 하나인 스톤 스틸이야! 우리가 아무나 계약하는 줄 아나? 나 노르웨 스톤 스틸이라고!”

전생에는 저렇게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누구누구야? 하면서 소리치면 보통 별 볼 일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조금 매력적인 제안이긴 한데 계약하는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는 알아볼 시간이 필요하니 조금 기다려 주시죠. 용병, 모험가 길드에 연락해서 저도 정보를 좀 얻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노르웨 씨가 말을 더듬었다.

“아니, 뭐 그런 걸 아, 알아보나? 내 알아서 다 자, 잘해줌세!”

급하게 당황하는 노르웨 씨의 표정과 말투를 보니 무척이나 의심이 솟아올랐다. 아까는 약간의 의구심이었지만 지금은 의혹으로 짙어지는 상황.

“그래도 계약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니 저도 계약 대상에 대한 정보는 좀 알아봐야….”

“다섯!”

노르웨 씨가 한 손을 쫙 펼쳐 내밀며 말했다.

“예?!”

‘갑자기 뭔 다섯?’

내가 그것이 무슨 의미냐는 표정을 짓자 급하게 설명하는 노르웨 씨.

“내 다섯 명의 장인을 약속하겠네!”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꾹 참고 말했다.

대충 보니 뭔가 결격 사유가 있긴 한 것 같은데, 밀어붙이면 다섯이 아니라 열 명도 나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아니, 다섯이든 열이든, 일단 제가 확인을 해봐야…. 계약하는 가문이 어떤지는 제가 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럼 열!”

양 손바닥을 활짝 펼친 노르웨 씨.

드워프라는 종족이 화끈한 종족인 건 알았지만, 딜을 배수로 친다고?

“아니, 제가 드워프 열 명을 어디다 쓰겠습니까? 여관 운영해서 먹여 살리기도 힘들어요.”

“이 사람이! 귀쟁이들이 잡아 오는 동물 가죽으로 장비만 만들어서 팔아도 유지는 충분히 되는데, 뭘 그리 죽는소리인가? 그런 건 다 우리가 알아서 만들어서 자네 금고를 채울 테니 걱정하지 말게!”

나는 그의 말에 목을 한번 가다듬으며 노르웨 씨에게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용병을 15년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뭐, 뭔가?”

조심스럽게 되묻는 노르웨 씨.

“계약 조건이 너무 좋으면 의심해봐라, 이 세상에 좋은 계약이란 없다.”

내 말에 노르웨 씨가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절반!”

“예?”

“우리 가문의 장인 절반을 유지해 주겠네.”

“그게 그러니까 몇 명이나?”

“스물!”

“예?!”

노르웨 그는 빠꾸가 없는 드워프였다.

***

노르웨와 러셀의 대화가 한창일 때.

새벽같이 높은 엘프 이실리엘님의 기운을 느끼려고 여관 밖에서 어슬렁거리던 타냐린은 무례하고 더럽고 냄새나는 드워프의 목소리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이실리엘님에게서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정령력을 흠뻑 느끼려 했는데, 귓가에 파리가 앵앵거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가서 늙은 드워프의 수염을 쥐어뜯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타냐린 이었다.

듣지 않으려 해도 워낙 큰 드워프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간질여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

내용을 확인하니 드워프는 자기 족장인 러셀을 꼬시려고 마구 미친 듯이 질러대는 상황이었다.

타냐린의 긴 귀가 움찔거리며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잡아냈다.

“20명!”

미친 드워프는 고귀한 이실리엘님의 전속 장인이 되겠다고 자기 식구들을 마구 팔아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타냐린의 귓가에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20명의 장인이랑 그 가족들이 들어와야 하니 100여 명쯤 되지 않을까 싶네만?”

‘저 땅딸보가!’

늙은 드워프의 음흉한 속셈이 드러났다. 저놈은 이곳을 높은 엘프 이실리엘님의 고귀한 마을이 아니라 드워프 마을로 만들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100여 명이 드워프가 들이닥치면 인간과 엘프보다 드워프가 많아지는 상황.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타냐린이 평원 엘프 마을로 뛰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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