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05화 (305/352)

〈 305화 〉 302. 충성 경쟁 7

* * *

‘지화자 좋구나~ 어절씨구 좋구나~’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첫 번째 보여줬던 노르딕 씨의 공방은 북부에서 받은 선물 중 비싸지 않은 것과 상태별로인 가죽들은 모아 둔 곳.

두 번째로 보여준 곳은 블랙 와이번의 가죽과 뼈가 잘 말려져 있고, 북부에서 받은 선물 중 귀하고 좋은 것들을 노르딕 씨의 가족들이 보물같이 보관하는 창고 같은 곳이다.

드워프들이 매일 먼지를 털고 온습도를 확인하고 돌보는 곳. 주인인 나도 함부로 못 들어가는 장소이다.

사람이 내쉬는 숨에 들은 수분에 재료가 망가진다나?

몇 번 들어갔을 때는 한쪽에 평원 엘프들이나 수호자들이 상처 하나 없이 사냥해온 짐승들의 가죽이 자기들만의 비전을 이용, 최상의 상태로 말려서 무두질 되어있었고.

너무 커 결국 몇 조각으로 나누어진 와이번의 가죽과 발톱과 꼬리, 뼈 등이 최적의 상태로 보관되어있었다.

그런 것을 봤으니, 장인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장인들의 마음속에는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상황 같았다.

저녁 식사 중에도 저렇게 나에게 붙어서 연신 설득하려 애쓰는 모습이니 말이다.

노르웨 씨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자기 스튜가 식어가는 것도 모르고, 구름 같은 수염을 연신 떨어대며 말했다.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드워프들은 혼자 일하지 않지. 보통 장인 네 명이 한 공방을 이루지. 그건 드워프의 작업 방식 때문인데, 단조질을 하는 데는 한 명이 집게는 잡고 세 명이 번갈아 가며 두드리거든? 그러니 적어도 드워프 대장간에는 드워프가 네 명은 있어야 한다네.”

노르웨 씨는 내 드워프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좋은 재료를 이용해 자신들이 내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준다며 나를 유혹하는 것. 제작비는 받지 않겠다며 큰 인심 쓰는 척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전생에 지옥에서 온 상인들이 즐비하게 거주한다는 용산 근처에서 살았던 몸. 이런 어리석은 말에 홀랑 넘어갈 리가 만무한 것이다.

노르웨 씨가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내가 제작비를 깎아주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도리어 노르웨 씨가 뭔가를 만들고 싶다면 체험학습비를 내야 하는 상황.

나는 그의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뭐 그래도 저는 공방까지 운영하기에는, 아무래도 마을도 작고해서 말이죠. 그냥 노르딕 씨 가족들이 취미 삼아 쉬엄쉬엄 만들어보고 싶은 걸 만들라고 할 작정입니다.”

“뭐?! 취미? 쉬엄쉬엄?”

내 말에 들고 있던 수저를 떨구는 노르웨 씨.

그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자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가죽이나 뼈 같은 재료는 시,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의 질이 떨어진다네. 저런 건 많은 사람 아니, 드워프가 달라붙어서 빨리 만들어야 하는 것이야!”

얼마나 블랙 와이번 가죽과 뼈 그리고 북부에서 받은 재료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은지. 말보다 주먹이 먼저 앞서는 드워프인 노르웨 씨는 이미지에 맞지 않게 혀가 아주 길어진 상태였다.

나를 설득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노르웨 씨와 자기 아버지와 나의 대화를 흘깃거리는 나머지 드워프들.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드워프들은 음식을 떠 입이 아니라 눈으로 가져가는 드워프가 있을 정도로 이쪽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 적당히 만들다가 안 되면 팔아도 되고요. 그리고 뭐 질이 안 좋아지면, 이실리엘에게 한 마리 더 잡아 오라고 하죠. 뭐, 저야 시골 마을에서 여관이나 하는 처지인지라 급할 필요가 없어서요.”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이 사람아 어딜 가나?”

“예? 아, 오늘 조금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요. 새벽같이 일어났던 터라 좀 피곤하네요.”

내 말에 망연한 표정으로 자기 아버지를 바라보는 드워프들.

내가 드워프들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자 아래층에서 드워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버지! 대체 뭘 하신 겁니까? 젊은 인간 하나 설득 못하고.]

[아니, 이놈들아, 그렇다고 은인을 팰 수는 없지 않으냐!]

[그런데 높은 엘프는 저런 놈을 또 잡을 수 있다는 걸까요?]

[글쎄? 난들 아나…]

닭을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라는 속담이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 아닌가 싶었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모처럼 수리아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일 층으로 향했다. 공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다니. 항상 그녀를 안 아들 때마다 그 사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품에 안긴 수리아에게 말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렇게 앞으로 받쳐 안아 드는 것을, 공주님 안기라고 불렀어. 사람들은 이 방법을 여자를 가장 낭만 있게 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내가 진짜 공주를 공주님 안기로 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네.”

“그곳에서는 공주님이 가장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여자인가 보죠?”

수줍게 웃으며 묻는 수리아. 낭만적으로 안는 방법을 공주님 안기라고 불렀다니, 자기가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여성이 표본이라는 사실에 감동한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물음에는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내 기억 속의 공주는 ‘큭 죽여라. 목숨 따윈 아깝지 않다’ 같은 대사만치는 약간 특별한 공주들만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들어 올려 묶인 팔과 찢긴 옷. 그리고 탐스러운 가슴을 가진… 그런 공주 말이다. 수리아를 흘깃 내려보자 내 품에 안겨 벌어진 옷깃 속에 드러나는 가슴.

­꿀꺽

나는 조심스레 생각했다. 언젠가 한 번 그 대사를 수리아에게 꼭 시켜보겠다고 말이다.

“러셀님 왜 대답 안 해줘요!”

‘대답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인데.’

나는 그냥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에 물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일 층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녀를 안고 도착한 일 층.

역시나 아침 일찍인데 드워프들은 모두 여관 일 층에서 계단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나를 기다린 모양. 내 예상대로였다.

속으로 웃으며 태연하게 드워프들에게 인사했다.

“아이고, 아침 일찍들 일어나셨네요?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아니고 안녕하십니까? 러셀님.”

“크흠. 러셀 일어났는가?”

노르웨 씨는 목을 큼큼거리며 어색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내 품 안에 안긴 여자가 이실리엘이나 어제 인사를 했던 리젤다, 발레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물었다.

“그, 그분은 누구신가? 어제 소개받았던 아내들이 아닌 것 같은데”

“아! 제, 또 다른 아내 수리아 라고 합니다. 어제 몸이 별로라 인사를 못 드렸어요.”

내가 또 다른 아내라 말하자 노르웨 씨가 자기 손가락으로 무엇을 세는 것 같은 동작을 하더니 물었다.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내 기억에는 어제 자네한테 아내라고 소개받은 사람만 다섯이었는데, 자, 자네 아내가 여, 여섯이란 말인가?”

뭐가 믿기 힘들다는 목소리. 나는 그의 물음에 정확한 팩트를 알려주었다. 알려주는거 진실을 알려줘야 했으니 말이다.

“여, 여섯은 아니고 이, 일곱입니다.”

“뭐? 뭐라?! 자, 자네 혹시 인간이 아니고…. 오, 오크인가? 인간 남자가 어떻게 일곱이나!”

노르웨 씨의 말에 다 같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드워프들,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런 부담스러운 시선이라니.

나는 그것보다 드워프들이 더 관심 있어 할만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뭐, 아무튼 이쪽은 제 아내 수리아. 북부 에삭스의 왕녀입니다.”

내 말에 갑자기 고요한 침묵이 흐르는 여관 홀.

노르웨 씨가 잠시 후 침묵을 깨고 말했다.

“그러니까. 노, 높은 엘프와 북부 와, 왕녀님을 아내로 두었다는 말은, 노르딕 녀석이 높은 엘프의 전속 대장장이면서 북부 왕국의 전속 대장장이라는 말인가?!”

예리한 노르웨 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금방 이해한 듯했다.

나는 거기에 설명을 하나 더 보탰다.

“예, 거기다가 성국의 자애와 성결교단의 성녀 전속 대장장이이기도 하지요. 어제 인사 나눴던 시트라가 성국의 새 성녀 거든요.”

떨리는 드워프들의 눈빛.

드워프들은 지진 난 동공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맞아? 이게 맞아? 내가 들은 게 맞아?’라며 서로 묻고 있었다.

너무 놀라, 말로는 못 하고 눈빛으로만 대화하는 드워프들.

망나니 동생이 알고 봤더니 가문에서 배출한 최고 아웃풋이었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된 것 같았다.

스톤 스틸 가문 최고 아웃풋 노르딕. 북부 에삭스의 전속 대장장이면서, 성국 성녀의 전속 대장장이, 거기에 높은 엘프의 전속 대장장이까지.

다른 드워프들에게 놀림이나 당하지 않을까 싶었던 막냇동생의 타이틀은 숨겨진 옵션이 많았던 것이었다.

노르웨 씨가 모든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역시 가문의 수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 입을 벌리고 턱이 빠져라. 놀라고 있는 다른 드워프들과는 다르게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제안을 해왔으니 말이다.

“자네, 대단한 사람이었구먼? 그렇다면 드워프 개인과의 계약이 아니라. 당연히 가문과 계약해야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조금 흥미가 생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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