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04화 (304/352)

〈 304화 〉 301. 충성 경쟁 6

* * *

“우화하하하하하!”

“와하하하하!”

“으헤헤헤헤헤!”

드워프들이 단체로 실성한 듯 웃기 시작했다. 배를 움켜쥐고 노르딕 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눈물까지 빼며 웃기 시작하는 드워프들.

뭔가 그들의 개그 코드를 심하게 건드려버린 모양이었다.

아내들과 여관 식구들은 ‘대체 뭔데?’ 하는 표정으로 그런 드워프들의 정신 나간 행동을 한참을 바라봤다.

드워프들이 웃으니 다들 미소를 짓기는 하는데, 이해 못할 상황에 다들 어색한 미소를 떠올리는 모습.

나는 옆에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웃고 있는 노르웨 씨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그들의 개그 코드인지가 궁금했다.

“그, 어떤 부분이 그렇게 웃긴 거죠?”

“으헤… 으헤… 스, 스톤 푸헤 스틸 가문에서 크헤헤헤 노, 높은 엘프의 전속 장인이 나왔다는데, 안 웃기겠나? 크헤헤헤…”

그런데 배꼽을 잡으며 웃고 있는 드워프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슬금슬금 이동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노르딕 씨에게 모여들고 있는 모습.

노르딕 씨는 영문 모르고 웃으며 두리번거리다 자기 주변에 드워프들의 장벽이 솟아오르며 주변이 검게 물들자, 그제야 맥주를 마시느라 벗어두었던 투구를 냉큼 뒤집어쓰고 민첩하게 웅크렸다.

생존본능이 절정에 달한 노르딕 씨였다.

얼마나 민첩한지 대장장이가 아니라 암살자라고 해도 믿어줄 만한 상황. 내 드워프는 민첩 특화인 것이 분명했다.

‘저걸 어디다 쓰지?’

쓸데없이 눈치 빠르고 민첩하기만 한 내 드워프의 모습에 속으로 한탄하고, 여관 식구들이 드워프들의 이상한 움직임을 모두 눈치챘을 때, 노르딕 씨가 몸을 웅크리자마자 중앙으로 날아들기 시작하는 발길질.

­두둑 두두둑

드워프들의 짧은 다리가 날아가는 소리가 여관 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노르딕 씨를 향한 형들의 질책과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놈! 아버지께서 이제 어떻게 가주 회의에 나가시라고!”

“막내 이놈이 미친 것이 틀림없소, 형님들. 뭐? 누구의 뭐?”

“할아버지의 물건을 팔았을 때부터 이놈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해!”

드워프와 엘프들이 앙숙지간이니, 높은 엘프의 전속 장인이 되었다면 집안 망신이라는 그런 의미인 듯했다.

엘프와 드워프의 관계를 전생의 EPL 앙숙팀인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관계에 비유한다면, 리버풀에서 태어난 노르딕 씨가 맨유 주전 공격수가 되어서 비난받는 상황인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을 알게 된 흥분한 드워프 훌리건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노르딕 씨를 두드려 패는 상황으로 이어진 듯한 모습.

노르딕 씨를 가운데 몰아넣고 인디언 밥을 하듯 단체로 두드리는 드워프들.

노르딕 씨는 아까는 아버지에게 재회의 기쁨이 담긴 주먹을 지금은 형들의 사랑 담긴 주먹을 한껏 대접받고 있었다.

그래, 전생에 친구 따라간 교회에서 들었던,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면 제일 좋은 반지를 끼워주고 제일 좋은 음식을 꺼내 먹인다는 이야기는 성경에만 있는 이야기 같았다.

실제는 제일 좋은 주먹이 나가는 것이 진실.

그렇게 노르딕 씨가 리버풀 아니, 드워프 훌리건들에게 두드려맞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실리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게 드워프들의 지, 집안일이군요?”

다소 과격한 그들의 환영 모습과 문화에 컬처 쇼크가 와버린 이실리엘의 모습이었다.

이실리엘이 큰 눈이 더욱 커진 모습에 나는 재빨리 이실리엘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괜찮아. 다 사랑해서 그러는 걸 거야.”

“사, 사랑은 다양한 모습이군요?”

드워프들 덕분에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이해한 이실리엘이었다.

***

드워프들의 인디언 밥이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안에서 꽥하고 소리를 지르며 노르딕 씨가 벌떡 일어났다.

“내 작업장에 가보면 형님들도 전속 장인을 하고 싶다고, 이실리엘님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릴 것이 분명하오!”

­퍼억

그리고 다시 복부를 얻어맞고 한참을 두드려맞았다.

드워프들은 쇠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것을 두드리는데도 선수인듯한 모습. 자근자근 얼마나 꼼꼼하게 두드리는지 자기 동생이 입은 갑옷을 반쯤 누더기로 만들고 나서야 폭행이 멈췄다.

노르딕 씨가 입었던 늑대 가죽 갑옷은 어느새 늑대 조끼가 되어있었고, 투구는 귀가 하나 떨어지고, 바지는 어느새 반바지가 된 상태였다.

동내 노숙자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패션.

노르딕 씨가 여관 홀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자, 노르딕 씨의 큰형으로 보이는 드워프가 노리딕 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피식하고 노르딕 씨를 비웃으면서 말이다.

“그래, 네 작업장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꾸나! 대체 뭐가 있기에 아버지와 형들의 체면도 무시하고 네놈이 높은 엘프의 전속 장인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노르딕 씨는 마치 죄수가 연행당하는 모습처럼 양쪽 팔을 각각 다른 드워프에게 구속당한 채 여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그리고 노르딕 씨가 끌려 나가던 모습을 보던 노르웨 씨가 마시던 맥주잔을 ‘탁’하고 내려두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저놈 공방이 어디요? 애비가 그래도 아들이 공방을 차렸다는데, 가보지 않을 수 없지.”

그렇게 얄미워하는 느낌이더니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 하긴 그러니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족 대부분을 끌고 쳐들어간다며 왔겠지?

내가 ‘에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멋쩍게 웃으며 변명했다.

“뭐 저놈이 예뻐서 그런 건 아니고, 전통이요. 전통! 아비가 아들의 공방을 찾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것은. 저놈은 전통 있는 아버지가 만드신 검을 팔아먹은 망할 놈이지만. 큼큼”

‘뭐, 누가 뭐라고 했나?’

나는 그를 냉큼 안내했다.

노르딕 씨가 지금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예전에 엘프들이 쓰던 대형 천막 두 개. 당장 건물을 올리지 못해서 선반을 만들어두고 그곳을 쓰고 있는데, 내가 노르웨 씨를 안내해 천막 앞에 당도하자 다른 드워프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노르웨 씨가 당연히 올 것으로 생각한 듯한 모습이었다.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서있는 드워프들의 모습.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라 그런지 노을이 아주 아름다웠는데,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배경으로 자기 형들에게 양쪽 팔을 붙잡힌 채 늘어진 노르딕 씨의 모습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인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노르웨 씨를 천막 앞으로 인도했다.

“이쪽입니다. 들어가시죠.”

“아니, 전통이요.”

“예?!”

내가 그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가 노르딕 씨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

“언제까지 늘어져 있을 생각이냐 이놈! 냉큼 안내하지 못해?!”

그러자 언제 늘어져 있었냐는 듯. 노르딕 씨가 빠릿빠릿하게 일어나 천막 입구로 뛰어왔다.

“헤헤, 아, 알겠습니다. 아버지.”

노르딕 씨의 손으로 그의 공방의 문이 열리고 멀뚱멀뚱 서 있는 노르딕 씨.

“드, 들어가시지요. 아버지.”

­꿍

“끄엑!”

솥뚜껑만 한 주먹에 정수리는 찍히는 노르딕 씨. 노르웨 씨는 노르딕 씨의 정수리에 꿀밤을 한 대 먹이며 말했다.

“네놈이 먼저 들어가는 것이다!”

“끄윽…. 그, 그렇군요. 드, 들어오시지요.”

노르딕 씨가 문안으로 들어서고 자기 아버지를 초대하자 노르웨 씨가 그제야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안에서 노르웨 씨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무, 무슨?!”

그리고 그런 노르웨 씨의 놀란 외침에 다른 드워프들이 하나둘 천막 안으로 들어가 다들 비슷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 뭐냐!”

“커헉! 이건!”

“맙소사!”

­꿍

“끄에엑”

그리고 다시 한번 머리 쥐 박는 소리와 노르딕 씨의 비명이 천막 안에서 흘러나오더니, 노르웨 씨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이런 정신 나간 놈! 이 귀한 것들을 어찌 이리 보관하는 것이야! 이런 것이 있으면, 창고부터 지어 올렸어야지!”

“오오, 아버지! 북부 산양의 뿔입니다.”

“오크의 힘줄도 최상품이 있습니다!”

“대부분 북부 대산맥 최상급 품들이군요. 어디 북부 왕국 수장고라도 털어온 듯합니다!”

질책하는 노르웨 씨의 음성과 안에 들어찬 수리아의 결혼 선물에 넋 나간 드워프들. 드워프들은 신이 나서 한참을 구경하고 해가 지고 나서야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뭐 대단하긴 한데, 내가 높은 엘프의 다리에 매달릴 정도는 아니구먼. 흐흐”

노르딕 씨의 큰형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하자. 노르딕 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기 형을 향해 말했다.

“아직 한 개밖에 못 봐놓고 아직 한 개 더 남았수!”

노르딕 씨는 바로 옆에 있는 천막으로 드워프들을 이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처럼 소란스럽지도 폭력이 오가지도 않는 조용한 천막 안.

정적만이 조용히 천막 안에서 흐르더니 노르웨 씨가 조용히 안에서 걸어 나오며 물었다.

“크흠! 러, 러셀이라고 했던가? 자네 혹시 대, 대장장이 더 필요 없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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