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99화 (299/352)

〈 299화 〉 296. 충성경쟁 1

* * *

“커헉!”

잠결에 불현듯 찾아온 압박감. 숨을 들이켜려 노력했으나 코가 무엇인가로 막혀있었다. 급하게 입을 벌려 숨을 들이켜려 했지만, 입을 벌리자마자 입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무엇인가.

잠결에 팔을 휘저으며 간신히 뭔가에 파묻혀 있는 얼굴을 밖으로 꺼내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아마 조금만 지체했으면 숨이 막혀 사망했을지도 모르는 상황.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려, 내 숨을 막히게 했던 것을 바라보자, 그것은 플로라의 말랑한 가슴.

‘헐…’

아마도 플로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다 숨이 막혔던 모양. 찰떡같은 플로라의 가슴이 얼굴을 압박하고 숨을 쉬려 입을 벌리자 그녀의 가슴이 입까지 막아버렸던 것 같았다.

흰 이불 위에 붉게 타는 머리카락을 흩뿌린 채 곱게 잠이든 플로라의 얼굴. 첫날밤에 남편을 질식사시키려 했던 플로라는 남편의 목숨이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도 모른 체 도로롱, 도로롱 잠이 들어있었다.

잠이든 플로라를 바라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숨을 쉴 때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가슴. 그녀의 움직이는 가슴에 내 눈알도 자동으로 위아래로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그렇게 위아래로 움직이던 눈동자는 내 머릿속에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어서 저 포근한 곳으로 되돌아가라며.

나는 금세 최면에 걸려 좀 전에 목숨이 사라질뻔했다는 사실도 잊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가슴 사이에 천천히 얼굴을 파묻었다.

아마 좀 전에 숨이 잠깐 멈췄을 때 내 뇌세포가 아마 많은 손상은 입은듯했다.

­똑똑

세상에서 가장 따듯하고 안락한 곳에 얼굴을 묻고 있는데 들려온 노크 소리.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못 들은 척 플로라의 가슴으로 좀 더 파고드는데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똑똑똑

‘에휴…’

나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로브를 걸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사리나. 부스스한 내 얼굴을 보더니 사리나가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검문소에서 사람이 도착해서 말입니다.”

“검문소에서?”

검문소라는 것은 그란 폴과 웜 포트 사이에 경계를 서는 병사들의 캠프를 말하는데, 거기서 전령이 도착한듯했다.

‘침입자라도 있는 건가?’

그들의 일은 나의 당부대로 이종족이 안으로 들어오고자 하면 안내하는 것인데. 안내를 하지 않고 사람을 보냈다는 것은 침입자가 있다거나 다른 무슨 일이 있다는 것.

‘이 새끼가 설마 또 암살자를?’

수리아의 사촌오빠가 또다시 암살자를 보냈나 하는 생각도 들었기에 사리나에게 물었다.

“검문소에서 왜 왔다는 말은 안 하고?”

“예, 주인님을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합니다.”

잠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암살자를 보냈다면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오지는 않았을 터.

나는 사리나를 따라 내려가기 전에 그녀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아, 잠시만 플로라 이불 좀 다시 덮어주고 올게.”

내가 빠져나오면서 얼굴을 파묻었던 가슴이 이불 밖으로 드러난 상황이라, 내가 다시 그녀의 이불을 덮어주고 온다고 말하자, 사리나의 눈동자가 갑자기 두려움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기 입을 가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리나. 사리나가 내 말을 다시 확인하려는 듯 물어왔다.

“아, 안에 계신 것이 프, 플로라 마, 마님이셨습니까?”

“응…”

사리나의 과도한 반응에 ‘대체 왜?’라는 표정으로 사리나를 바라보자 사리나가 급하게 사과를 해왔다.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내용을 알아 오겠습니다. 부디, 조, 좋은 시간을 좀 더.”

사리나는 아마 플로라의 첫날밤을 자기가 방해했다고 생각했는지 매우 미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뭐 이미 할 건 다 한 상황이고 플로라는 잠에 빠진 상태니 괜찮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나를 찾아왔다는데 사리나만 다시 보낼 수야 있나? 나는 사리나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를 찾아온 손님에게 노예만 덜렁 내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말이다.

“아냐 나를 찾아왔다는데 그럴 수 있나. 같이 내려가 보자.”

“하, 하지만…”

사리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며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침대로 다가가 플로라의 이불을 다시 한번 덮어주고 사리나를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계속 힐끔힐끔 뒤로 돌아보는 사리나.

“괜찮아 플로라는 잠들었으니. 용건 해결하고 되돌아가면 되니까.”

“그, 그렇습니까?”

내 되돌아간다는 말에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떠올리며 사리나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 나는 사리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플로라의 무해 함을 설명했다.

시트라나 수리아 리젤다 같으면 모르겠지만 플로라는 전직 무희, 현직 백수. 여관에 있는 어떤 아내들보다 무해백익 아니, 무해무익하니 말이다.

아내 무력 랭킹으로도 뒤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플로라인 것이다.

“그래. 플로라가 올빼미는 좀 얄미워하는 거 같지만, 다른 아내들에 비해 착하고 순하니. 잠깐 자리 비웠다고 날 부르러 온 사리나를 원망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내 설명 듣고 갑자기 내 말을 반복하는 사리나. 자기 최면이라도 하는 것 같은 모양새.

“차, 착하고 수, 순하다… 차, 착하고 수, 순하다… 차, 착하고 수, 순하다…”

아마도 플로라가 착하고 순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플로라의 착하고 순함을 기억하려 말을 반복하는 사리나와 함께 여관 홀에 내려서자 보이는 것은 여관 입구에 선 세 명의 병사.

허리에 검을 찬 그란 폴의 상비군.

앳된 병사 하나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병사 둘. 기억을 되감아 보니 예전에 나를 검문하려다 혼난 신병과 그의 선임병들인 것 같았다.

계단에 내려서며 인기척을 내자, 나를 보고 반색하는 세 얼굴. 그중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늙은 병사가 공손하게 인사를 해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러셀님.”

“아이고 수고들 하십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이 어떻게?”

나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병사들에게 찾아온 연유를 묻자, 그들 중 가장 선임자로 보이는 병사가 찾아온 연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예, 러셀님. 검문소에 드워프 마흔 명으로 이루어진 마차 행렬이 안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고 있기에 보고드리려고 왔습니다.”

“마차 행렬이요?”

“예 마차 다섯 대와 드워프 마흔 명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대규모 인원이라 기사님께서 보고하고 대답받아 오라고 하셔서 말이죠.”

‘나를 찾아올 드워프가 있나? 더군다나 드워프 마흔 명?’

뭔가 이해 안 되는 구성이었다.

나는 병사들에게 그들의 방문 목적을 확인하기로 했다. 뭐 드워프가 다짜고짜 난장판을 만들 리는 없으니 그냥 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어떤 목적으로 방문하는지는 알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무슨 이유로 안쪽으로 들어오길 원하는지는 말하던가요?”

“아! 누굴 찾아왔다고 하던데요?”

“누굴 찾아와요?”

“예, 노치? 노딕? 뭐였지?”

갑자기 이상한 이름을 연거푸 말하는 병사.

‘우리 마을에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나?’

병사가 말하는 이상한 이름에 대체 누구를 찾으러 왔다는 것인지 인상을 쓰며 생각에 빠져있는데 옆에서 사리나가 말했다.

“혹시 노르딕 씨 말입니까?”

‘아 그리고 보니?’

사리나의 대답에 나도 잊고 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사리나의 기억력을 칭찬하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다급하게 사과를 해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어리석은 노예가 감히 주인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칭찬하려고 바라본 것인데 내가 혼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이상하게 오늘따라 더욱 위축된 모습의 사리나. 이정도는 상관없는데 너무 과민 반응을 보였다.

요즘 애니가 끼고 다니면서 챙겨줘서 좀 나아진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이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사리나는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사과해 왔다.

사리나의 과민 반응에 괜찮다고 그녀를 안심시키려 하는데 들려오는 병사의 대답.

“마, 맞습니다. 노르딕! 그 이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노르딕 씨의 가족들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드워프들이 성격이 급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보통 이산가족 찾기라는 것이 그렇다. 이쪽의 이름과 인상착의 같은 것을 저쪽에 알리고, 저쪽이 찾는 사람이 맞는다는 게 확인되면. 이쪽에 저쪽의 인상착의와 가족 관계 같은 것을 알려 양쪽에 서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은 이쪽에서 성국의 신전들을 통해 이런 사람이 가족을 찾고 있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인데 어찌 알고 이곳으로 들이닥치고 있다는 상황.

‘아니, 왔다가 이름만 동명이인이면 어쩌려고?’

전생처럼 버스나 비행기 기차 타고 한두 시간에 훌쩍 갔다가 되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는 보통 웬만한 거리를 가려면 한두 달씩 걸리는데,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정확히 확인도 하지 않고 대뜸 몸부터 움직이고 보다니.

뭐 드워프답긴 했지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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