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88화 (288/352)

〈 288화 〉 285. 늪지의 거머리들 6

* * *

경고의 효과는 확실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점호를 위해 모여든 병사들이 모두 아주 빠릿빠릿하게 움직였으니 말이다. 일어나서 뭉그적댈 줄 알았지만 빠릿빠릿하게 줄을 서는 병사들.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

“교관님 인원 전부 이상 없습니다!”

전체 인원을 확인한 에반이 나에게 보고했다.

원래 아침점호 인원 파악의 꽃은 번호 붙이기지만, 이쪽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문맹률도 높거니와 숫자를 세는 것도 잘못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인 것.

십 단위를 간신히 세는 애들도 많은데 번호 붙이기를 하다가는 하루를 그냥 보내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몇 번 올빼미라고 자기 숫자를 대개 하려는 계획도 그래서 그냥 올빼미로 통일한 것이다.

에반의 준비가 다 되었다는 말에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아침을 먹기 전에 몸을 풀기 위해 목책을 스무 바퀴만 뛰겠다! 혹시 아픈 사람 있나? 아픈 사람은 확실히 말하도록! 달리기 힘든 사람은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본다! 실시!”

혹시 간밤에 병이 난 사람이나 다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눈치를 보다 쭈뼛쭈뼛 손을 드는 몇 놈. 정말 아픈 놈이 몇 놈 있긴 하겠지만 저기 대부분은 거짓말인 게, 안 봐도 비디오.

저놈들이 아직 시트라 소문을 못 들은 것 같다.

“시트라?”

내 뒤에 서 있던 시트라가 활짝 웃으며 손을 든 병사들에게 다가가 아픈 곳을 확인했다.

“어디가 아픈가요?”

“머, 머리가….”

“음… 거짓말이군요?”

“아, 아닙니다!”

시트라가 성녀로 각성하고 시트라의 능력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제 시트라 앞에서 거짓말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온다나?

원래 고위 사제 중에 진실을 판별하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것을 조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시트라가 성녀가 되다 보니 자기 하위 직종인 이단 심문관이나 사제들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놈은 그것을 모르니 아니, 시트라가 애초에 성녀라는 것도 모르니 주절주절 거짓말을 해대고 있는 것.

실시간으로 자기도 모르게 신성 모독을 저지르고 있는 놈.

자기가 정말 아픈 것이라 열변을 토하는 병사 앞에서, 점점 눈빛이 날카로워지는 시트라를 보고 한숨을 쉬면서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잠깐 여기 주목한다. 천천히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제군들이 실수하는 것 같아서 알려주겠다. 지금 제군들의 상처를 봐주시는 것은 얼마 전 성녀가 되신 성국의 성녀님이시다! 실수로라도 성녀님에게 거짓말을 하는 불경을 저지르지 않게 조심하도록. 알겠나?”

“아? 악?”

병사와 기사들은 목을 앞으로 빼고 내가 말한 것이 진짜 맞냐는 표정이 되어있었다. 자신들이 지금 들은 것이 맞는지 나를 바라보고 되묻는 표정.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병사들의 시선에 시트라가 웃으며 곧장 엄청난 신성력을 내뿜으며 말했다.

“지금 전부 치료했는데, 아직도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러셀님, 신성력 치료가 듣지 않았다는 것은… 마족이거나 마족을 섬기는…”

확실히 시트라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성녀. 짜증 나니 그냥 광역 치료를 뿌려버린 것 같았다.

시트라의 말에 시트라 앞에서 머리가 아프다가 꾀병을 부리던 놈이 급하게 말했다.

“다! 다 나았습니다!”

잘못하면 마족을 섬기는 자나 마족이 될뻔했던 놈이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나는 병사들을 향해 웃었다.

“제군들은 아주 축복받은 환경에서 훈련받는 것이다. 목숨만 끊어지지 않으면 성녀님께서 반드시 살려내실 테니 걱정하지 말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알겠나?”

“악!”

아픈 척해보려 했던 놈들의 눈이 시커멓게 죽어 가고 있었다.

도망가면 벼락 맞아 죽고, 아프거나 다치면 성녀가 원상태로 만들어준다. 저놈들은 이 육체를 두드려 단련하는 육체의 대장간에서 완벽하게 훈련되기 전에는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출하 판정을 내리기 전까지 말이다.

‘육체든 철이 든 두드리면 단단해진다!’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에반에게 명령을 내렸다.

“에반 인솔하도록!”

“알겠습니다!”

에반의 인솔하에 병사들이 뛰어 밖으로 사라졌다.

에반은 원래 여기 참가 안 해도 되지만 매형인 현자의 군대 훈련법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고 참여한 상태. 잘 배워서 북부에도 적용하고 싶다나?

이미 이틀간의 달리기 그리고 외줄 타기로 에반은 나의 훈련법에 흠뻑 매료된 상태였다.

목숨을 걸고 하는 훈련이 인상 깊었다는 에반.

북부 병사들의 원망 소리가 들려올 예정인 것 같았다.

­척척척척

에반의 구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병사들. 병사들의 발걸음 소리가 웜 포트의 목책 너머에서 박자처럼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점호가 끝나면 구보를 한다. 그리고 씻은 후 아침 식사. 아침 식사가 끝나면 오전 내내 PT 체조와 체력단련을 시행한다.

그리고 점심시간. 원래 이곳은 아침, 저녁 두 끼 먹는 것이 전부이지만 미친 듯이 칼로리를 태우는 병사들에게 두 끼로는 당연히 부족하니 중간에 점심을 넣은 것이다.

뭐 그래봐야 만들기 쉬운 주먹밥이지만 말이다.

귀리, 보리에 밀을 섞은 찐 밥에 말린 채소, 보급으로 온 염장 고기를 섞어 뭉친 것.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훈련이 시작된다. 오후에는 병기훈련.

병사들에게는 엘프들이 달라붙어 활을 쏘는 법을 가르치고, 기사와 견습 기사는 에반과 벨릭, 안톤이 붙어서 가르치는 것이다.

병사들은 둘째치고 은 등급 용병인 에반, 벨릭과 안톤이 기사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냐 하겠지만, 남부 기사와 셋의 차이는 야생호랑이와 동물원 호랑이 정도의 차이.

실전 한번 안 겪어본 남부 기사 놈들은 이름만 기사지 셋보다 한참 못해 보였으니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병사들의 주둔지를 바라보며 훈련 일정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을 때, 지평선 너머에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병사들의 구보가 끝나고, 병사들의 유일한 즐거움인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곧바로 지옥의 체력단련이 시작되었다.

“끄아아악! 열!”

“어떤 놈이 반복 구호 냈습니까?! 정신 똑바로 안 차립니까? 다시 열 번 시작!”

많은 숫자를 세지 못하는 병사들을 위한 계속되는 열 번 반복. 병사들의 비명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던 웜 포트의 땅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노르딕 씨에게 명판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두드리면 강해진다! 주둔지 입구에 걸어두어야지!’

병사들의 반복 구호를 뒤로하고 나는 재빨리 노르딕 씨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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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의 체력단련이 모두 끝난. 오후 훈련 시간.

에반과 벨릭, 안톤 등이 기사와 견습기사들을 끌고 사라지고 연병장에 남은 것은 순수한 병사들뿐.

나는 일단 병사들의 대장을 뽑기로 했다.

그리고 그전에 얼굴 보고 싶은 놈을 찾았다.

“브랜든 올빼미가 누구지?”

“악!”

올빼미 레오나가 보고한 어제 탈영하자는 친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강한 병사가 되기 위해 남겠다고 했다는 놈.

‘정신 나간 놈 얼굴이나 봐야겠군.’

달콤한 도주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니 얼마나 정신이 나간 놈인가 살펴보기 위해 확인해보니. 기사와 견습기사를 제외하고 이틀간의 달리기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놈이었다.

나이도 이십 대 중반. 체격도 좋고 인상도 나쁘지 않았다.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말했다.

“오호… 너였군?”

“악!”

좀 살펴보다 괜찮은 놈을 병사 대장을 뽑으려 했더니 이정도면 만족스러운 놈. 나는 바로 브랜든이라는 놈을 병사들의 대장으로 임명했다.

“좋아 앞으로 네가 병사들의 대장이다. 알겠나?”

“예?!”

당황한 녀석이 본인이 올빼미라는 걸 잊고 사람의 목소리로 물었다.

“뭘 당황하나! 강한 병사가 되려면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하고, 병사들을 이끄는 것도 그중 하나다는 알겠나?”

“악!”

내 강한 병사라는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놈. 부끄러운 것 같았다. 어제 저희끼리 한 이야기를 내가 어떻게 알고 있나 하는 궁금함과 함께 말이다.

“참고로 대장이라는 것은, 병사들의 대표라는 것이다. 앞으로 병사들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으면 너에게 할 테니 그렇게 알도록!”

“악”

일단 병사들의 대표를 정하고 오후 훈련 시작을 위해 활을 나눠주었다. 활을 받자 어리둥절해하는 병사들.

병사들이 어리둥절한 이유는 그들이 활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전생이나 이생이나 비슷하지만, 병사들의 기본 무장은 창이다.

병사들의 기본 무기가 창인 이유는, 일단 저렴하고 훈련도가 낮아도 모여서 방진을 짜거나 같이 찌르기만 해도 충분한 저지력이나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창이 초보들에게 좋은 이유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창이나 칼, 메이스등은 전부 근접 무기이지만 그중에 창은 근접 무기이면서 길이에 따라,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은 이점을 가진 무기이다.

바짝 붙지 않아도 적을 찌를 수 있다는 것은 초보들에게 아주 강한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오고 그렇기에 용병을 처음 하는 초보들이 많이 선택하는 무기이다.

그런데 병사들이 받아든 것은 어쩌면 한 번도 만져보지 않은 활.

병사들은 활을 들고 다 같이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병사들에게 활 사용법을 가르쳐줄 엘프들을 소개하기 전까지 말이다.

“와아아아아!”

미녀들만으로 이루어진 엘프 교관들의 등장에 연병장에서는 훈련 중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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