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86화 (286/352)

〈 286화 〉 283. 늪지의 거머리들 4

* * *

고강도 훈련은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하고 그 소모되는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좋은 식사를 해야 하는데, 순수하게 곡물로 이루어진 식사를 한다?

고강도 훈련으로 병사들의 몸이 요구하는 칼로리를 맞추려면 순수 곡식만으로는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해야 한다.

전생의 2차세계대전, 일본 병사들이 주둔한 섬에 상륙한 미군들이 정찰 중에 발견한 일본군들이 모아둔 대변을 보고, 섬에 엄청난 병력이 숨이었다고 착각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부식 문화나 고기 섭취가 그렇게 발달하지 않은 일본 병사들이 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위해 순수 곡물을 엄청나게 먹고 엄청나게 배설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결국 훈련받는 병사들도 순수 곡물로 만든 죽만 먹는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게 뻔한 것. 정작 육군 훈련소만 입소해도 몇 주 지나면 입소 초기보다 밥을 두 배 세배 먹는데, 나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병사들이 더욱 많은 식사를 할 것은 뻔한 것이다.

그런데 그걸 곡물로만 이루어진 식사로 충당한다?

‘곡식이 남아돈다더니….’

라페스빌의 행정관이 보내준 군량이 엄청나긴 했다. 부족함 없이 팍팍 실어 보냈는지 양으로도 충분을 넘어 엄청나 보였으니.

그러나 본격적 훈련이 시작되고 저걸 밥으로 한다면, 산처럼 고봉밥을 몇 번을 퍼주어도 부족하리라.

더군다나 채소 하나 없는 식단에 비타민 부족 같은 것이 올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라페스빌의 행정관과 상의해서 병사들에게 보내는 군량은 전부 회수하고,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 과정에 거래로 약간의 이득을 보긴 했지만 말이다.

천천히 병사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곳으로 향하자, 저 멀리 시커먼 몸통을 드러내는 대형 무쇠솥. 대량 식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우리의 초대형 무쇠솥, 트롤 솥!

병사들의 주둔지 한편 수인, 엘프 그리고 여관 여급들이 그 대형 솥에 매달려 스튜를 끓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마련된 여러 개의 찜통에서 쪄지고 있는 것은 밀, 보리, 귀리가 혼합된 곡식.

빵은 반죽해서 반죽을 발효하고 굽는 데 시간이 걸리니 물에 불린 곡식을 쪄서 밥처럼 먹는 것이 준비도 쉽고 대량 식사에는 용의 하기에 저렇게 준비하는 것이다.

전생의 군대 찐 밥이 생각나는 모습.

“사리나 준비는?”

사다리에 올라가 땀을 흘리며 스튜를 휘젓고 있는 사리나에게 물었다.

“곧 준비가 다 될 것 같습니다. 주인님.”

땀이 흐르는 이마를 훔치며 대답하는 사리나.

“그래? 그럼 준비들 시킬까?”

“예, 알겠습니다.”

­땡땡땡땡

준비된 종소리가 병사들의 막사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이다!”

­­­­­­­­­­­­­­­­­­­­­­­­­­

브랜든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 이 음식이 뭐, 뭔가요?”

두 번째 음식을 받을 때 음식을 나눠주는 아가씨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자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아가씨.

“아! 스튜에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고기 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스튜. 스튜라는 건 남는 음식을 끓여서 두고두고 먹는 게 아니었던가?

고급음식을 꽤 먹어보았을 기사들도 지금 먹는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브랜든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맛있지?”

자기 뒤에 줄을 서 맛있다고 하는 것이 기사이니 말이다.

평소 같으면 기사들은 기사끼리, 견습기사는 견습기사끼리 그리고 사병들은 친한 사병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했겠지만, 허기지고 배고픈데 기사끼리 모여서 식사하고 친한 병사를 찾아서 식사한다? 음식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일단 식사를 받으면 빨리 자리에 앉아서 먹기 바쁜 것. 그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평소라면 뒤에 있는 기사에게 순서를 비켜줘야 했겠지만, 기사도 힘드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들 몇 번씩 음식을 받으며 맛있게 식사하는데, 우두머리 교관이 갑자기 나타나 환상적인 식사의 맛을 쓰레기처럼 만드는 마법의 말을 내뱉었다.

“밥은 맛있습니까? 올빼미들”

“아 악!”

“지금까지 훈련은 몸풀기에 불과하니, 다들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훈련을 기대하십시오!”

다들 밥을 먹다 말고 멍하니 교관을 바라봤다. 저주와 원망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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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훈련을 버티기 위해서 일찍 잠이든 브랜든은 한밤중 자신을 깨우는 손길에 눈을 뜨고 말았다.

“누구? 흡….”

브랜든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는 손.

화들짝 놀라 몸을 비틀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

[쉿! 나야 브랜든 빌리라고!]

[빌리?]

어둠에 눈이 익고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니, 입을 가린 상대방의 말대로 자신과 같이 입대했던 빌리였다.

빌리를 따라 막사 밖으로 향하자 막사 밖은 아직도 한밤중.

하늘 높이 일곱 개의 달이 떠올라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빌리 왜? 한밤중에 깨우고 지랄이야! 내일 훈련 받으려면 더 자야 한다고!]

내일 훈련을 받으려면 체력을 많이 회복해야 하는데 갑자기 밤에 찾아와 자신을 깨우다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브랜든의 짜증은 오래가지 못했다. 빌리가 한 말 때문이었다.

[야, 브랜든 그냥 도망치자.]

[뭐?!]

빌리의 도망치자는 말에 깜짝 놀라 빌리의 뒤를 바라보자. 빌리 뒤로 여러 사람이 보였다. 낮에 물에 빠졌던 몇 놈과 빌리 그리고 신병 몇 놈.

빌리까지 총 일곱 명.

군대에서 탈영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니, 신기하진 않았지만, 그것이 빌리라는 것은 아주 신기했다. 저놈은 당장 여길 나가면 갈 곳도 지낼 곳도 없는 놈이니.

마을에서 큰 사고를 쳐서 집을 나온 놈은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너 탈영해서 어쩌려고? 갈 곳도 없으면서!]

[나가서 용병질이나 하려고, 여기 있다는 뒤질 게 분명해!]

빌리의 말에 엄둠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병사들.

빌리의 탈영 제안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교관의 내일 훈련을 더 기대하라는 말. 교관의 말이 귓가를 맴돌아 솔직히 빌리의 말이 무척이나 달콤하게 들려왔으나.

그러나 용병?

지금 당장 나가서 용병이 된다 해도 자신들이 무엇을 잡을 수 있을까?

‘고블린? 늑대? 그게 정말 돈이 될까?’

브랜든은 고작 고블린 늑대를 잡으며 싸구려 여관에서 평생을 살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첫날 기사나 수습기사를 제외하고 병사들 사이에서 달리기를 일등을 했을 때 우두머리 교관에게 들었던 칭찬이 생각났다.

“올빼미 아주 잘했습니다. 올빼미는 본 교관이 반드시! 최고의 병사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까?”

강한 병사를 만들어준다는 그의 말. 당시에는 그 말이 아주 섬뜩하게 들려 몸서리를 쳤지만, 지금 빌리의 제안을 들으며 생각하니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빌리를 따라 나가면 지금 당장은 조금 편해질 수 있겠지만, 평생 고블린이나 잡아야 하는 인생 확정.

그러나 마족 같은 교관의 훈련을 견딘다면 최소 오크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그 이상?

솔직히 내일 기대하라는 훈련이 걱정되긴 했지만, 확정된 미래인 고블린 사냥꾼보다 뭐라도 한 가지 더 배울 수 있는 교관의 훈련이 더 마음이 끌렸다.

평민으로 태어나 어차피 한미한 인생 확정이었지만 그래도 평생 고블린 사냥꾼은 아니었다.

브랜든은 어서 결정하라는 빌리의 재촉하는 눈을 바라보며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너희끼리 가라.”

[대체 왜?]

자기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라는 빌리.

“난 고블린이나 늑대 잡으면서 평생 살고 싶진 않아. 교관님이 강한 병사를 만들어준다고 했으니 뭐라도 배워보고 싶다.”

브랜든이 자신의 각오를 말하자 들려오는 올빼미의 울음소리.

­부부웅 부웅

[깜짝이야 씨발! 부엉이 새끼!]

갑자기 막사 위에 앉아 우는 올빼미에 깜짝 놀란 빌 리가 올빼미를 향해 돌을 집어 던졌다.

­푸드드득

날아드는 돌에 놀라 올빼미가 날아가 버리고 빌리가 말했다.

[야, 뭘 배우기도 전에 뒤진다고. 낮에 물에 빠졌던 새끼들 말 못 들어봤냐? 정말 뒤졌다가 살았다던데?]

“아니, 난 남겠어.”

브랜든이 천막 쪽으로 몸을 돌리자. 빌리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신, 난 분명히 말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빌리와 일행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자신이 한 결정이 진짜 잘한 결정일까 금방 후회가 되긴 했지만 이미 빌리는 떠났고. 브랜든은 다시 잠이나 자야겠다며 천막 안으로 향했다. 과연 다시 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천막 안으로 얼마 들어가기도 전에 갑자기 찢어지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꺄약! 주인님 병사들이 도망가요! 병사들이 도망가요!”

브랜든이 화들짝 놀라 천막 밖으로 뛰어나가자, 저 멀리 달빛 아래 도망치는 빌리의 일행과 그들을 머리 위를 따라가며 여자 목소리로 소리치는 올빼미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무슨….”

‘교관. 저, 정말 마족인가?!’

올빼미가 여자 목소리로 외치는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브랜든은 이곳에 들어온 이상 쉽게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꿀꺽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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