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80화 (280/352)

〈 280화 〉 277. 영업 방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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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처음 계획은 질 낮은 병력으로 고민하는 라페스빌에게 군사훈련을 시켜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그의 군대를 일부 늪지대에 주둔시키는 것이었다.

국왕의 군대가 대늪지에 주둔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라페스빌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느냐?

일단 첫째로 라페스빌 본인이 행복해진다.

병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음으로 노려볼 수 있는 것은 병력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병력의 질을 높이는 데는 좋은 장비와 훈련, 그리고 경험이 필요한데 거기서 내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은 훈련과 경험.

남부 늪지대의 환경 속에서 하는 실전 경험. 그리고 뛰어난 엘프 교관들에게 받을 수 있는 훈련.

전자는 모르겠지만 후자는 거부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높은 엘프 교관님과 수호자 엘프님들의 직접적인 조교를 거부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혹시라도 라페스빌이 평원에서 궁수를 훈련해서 어디다 쓰겠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전투를 모르는 이야기.

평원이 대부분이 남부의 특성상 평원에서 강력한 병과는 역시나 기병. 강력한 기병 돌격이 빛을 발하는 곳이 평원의 회전이니. 당연히 궁병보다 기병을 육성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인간끼리의 전투를 몰라서 하는 소리이다.

기병대가 들이받아야 하는 곳은 인간 보병이나 장창병의 방진. 몬스터를 상대로라면 모르겠지만 인간 군대의 진형을 들이받는 기병대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사람이 뛰어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오와 열을 맞춰, 말에서 나오는 강력한 물리력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진짜 기병 돌격.

그러니까 기병 돌격은 실제로는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밀려오는데, 풀플레이트 아머가 흔하지 않은 이곳에 밀려오는 기병에게 활을쏜다?

백년 전쟁에서 영국 롱보우 궁수들이 프랑스 기사들의 돌격을 저지한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것.

거기에 실력이 우수한 놈들을 뽑아서 엘프 레인저들처럼 스페셜 리스트로 조금 만들어주면? 지휘관들 머리부터 따고 시작할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볼 수 있는 것.

그런 이유로 라페스빌은 결과적으로 뛰어난 궁수를 얻게 되니 당연히 행복해 지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그란 폴도 행복해진다.

병사들에게 실전을 경험하게 하고 궁수를 훈련 시켜준다는 우리의 제안에 라페스빌이 호응하면, 국왕의 군대가 훈련과 실전 경험 와중에 대늪지의 몬스터를 사냥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것은 토벌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효율을 더 주려면 앞으로 실직자가 될지도 모르는 용병 모험가 길드의 릴리아나 누님 같은 접수원들을 이용. 실전 대상이 될 몬스터의 종류를 적절하게 지정하면 되는 것.

결국 그란 폴은 몬스터를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병사들이 사냥하는 몬스터들은 내가 적당히 가공해 그란 폴에 넘길 것이니 가격이 조금 오르겠지만, 앞으로 몬스터의 위협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그란 폴 입장에서도 행복한 미래.

마지막으로는 내가 가장 행복해진다.

라페스빌이 자기 군대의 일부를 주둔시키면 훈련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저녁이나 쉬는 날에 병사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은 술집과 식당.

마을에 식당 겸 술집은 내 여관이 유일하니, 나는 주둔 내내 안정적인 손님들을 유치할 수 있고, 병사들이 늪지에서 실전 훈련을 하고 생기는 몬스터나 마물의 사체는 훈련 대금으로 넘겨받으면 그것도 개이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공계약은 어느 세계나 개꿀이 확실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전생이 ‘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회사나 직업을 좋아했던 것 같다. 공무원이라든지 공기업이라든지.

아무튼 이런 내 처음 계획을 라페스빌에게 설명하고 그의 의향을 물었다.

“노, 높은 엘프님이 지, 직접! 궁, 궁병의 훈련을 말입니까?”

“세계수의 수호 궁수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라페스빌과 행정관의 목소리. 정말 그것이 사실이냐는 물음.

“어, 어째서 그렇게 큰 은혜를 저에게?”

“저희로서는 라페스빌 국왕께서 좀 더 탄탄하게 국가를 운영하시는 게 편하다고 할까요? 어질고, 인자하시고, 말 잘 통하는 국왕께서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하시는 게. 저희의 평화로운 생활에 더 좋기 때문이죠.”

뭐 좋게 말을 하긴 했지만, 호구라 맘에 든다는. 그런 말이다.

‘사람이 모나지 않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겁도 잘 먹고, 그런 호구 찾기가 쉽지 않아.’

행정관이 나의 제안에 감사하면서도 조심스레 우려되는 점을 물어왔다.

“그러나 현자님 저희 병력이 남부 최남단으로 움직이면 귀족들의 항의가. 아무래도…”

국왕의 병력이 갑자기 남부 최남단으로 몰려가면, 길목이 되는 영지들에서 긴장을 느끼고 항의 할 수도 있다는 말인 듯했다.

나는 행정관에 물음에 대답해주었다. 이미 그의 질문은 예상하던 우려 점 중에 하나니 말이다.

“국왕께서 자기의 직영지를 지킬 병력을 파견하시는데 항의라니요?”

“예? 저희 직영지가 거기에…”

경험 많은 행정관도 아직 눈치를 못 챈 상황. 아마 갑자기 생긴 직영지라 그런 것 같았다.

“파텔 영지는 얼마 전에 국왕의 직영지가 된 것으로 아는데요?”

“오오!”

“그, 그런 방법이!”

수정구 너머에서 행정관과 국왕의 환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속으로 두 번이나 파텔 영지의 영주가 사라진 상황. 더군다나 마지막 영주는 상속받을 일가친척도 하나 없는 여자였던 지라. 영지는 판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을 잃고 고스란히 국왕의 손으로 되돌아가 있는 것이다.

결국 파텔은 국왕이 직영지가 마찬가지인 상황.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병력을 이동한다면 귀족들도 닥칠 수밖에 없는 것.

더군다나 파텔 영지는 우리 마을과 그렇게 멀지 않고, 병력을 끌고 며칠 만에 올 수도 있는 거리. 파텔에 본진을 주둔시키고 한두 달 간격으로 훈련 병력을 늪지와 로테이션을 돌려도 되는 것이다.

“이래서 북부 다섯 왕국에서 현자의 칭호가!”

“오오! 정녕 진정한 현자 십니다!”

수정구 너머에서는 나를 찬미하는 소리가 부끄럽게도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만해! 이 사람들아!’

속으로 질색하면서도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계약 전은 내가 을이니까 말이다.

계약 전에는 호갱님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없는 법.

그렇게 한참 동안 수정구 너머에서 라페스빌과 행정관에 입에서 칭송이 흘러나왔다. 일부러 나를 능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물음이 생각날 정도가 되어서야 끝난 칭송.

그리고 행정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 현자님 아까 제가 듣기로는 좋은 생각이 몇 가지 있으시다고?”

아까 몇 가지 좋은 생각이 있다는 말에 다른 좋은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아마 대귀족 측에 머리 좀 쓰는 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통행료를 올린 것도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예 저희도 그렇게 예상합니다. 다만 누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요.”

“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저쪽에서 그런 법을 쓰면 이쪽에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요.”

“그러니까. 그 다른 방법이라면?”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행정관. 얼마나 대단한 방법인지 기대가 엄청나게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말하기 전에 조금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다.

“혹시 국왕의 사자나 국왕의 인장을 단 사람들도 다른 영주의 영지를 지날 때 통행세를 냅니까?”

“아니요. 그놈들이 미치지 않은 이상 절대 그런 일은 못 하지요. 제 놈들에게 나누어준 땅도 국왕이 하사한 것이니까요.”

“국왕이 다른 나라로 보내는 물건 같은 것도 검문이나 확인을 못 하겠죠?”

“당연하지요! 제 놈들이 아무리 기세등등하다 해도 그것은 큰 결례니까요.”

그럼 이건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왜들 멍하니 계셨을까? 멍하니 앉아서 십 년간 당하기만 하셨다니….

라페스빌은 나 말고도 귀족들에게도 호구를 잡힌 모양이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인데 말입니다.”

“가, 간단하다고요?”

“예, 결국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많이 걷으니 상인들이 국왕의 직영지에서 생산되는 곡식을 사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까?”

“그, 그렇지요?”

“그러면 통행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왕실 직할 상단을 운영하면 되시는 겁니다.”

“왕실 직할 상단이요?”

왕실에서 직접 문장 달고 운영하면 통행세를 내지 않고 자기 물건을 가져다 팔 수 있는데, 왜 아깝게 썩혀 버린단 말인가?

정말 답답한 분들이셨다.

“예. 왕실에서 직접 상단을 운영하는 것이지요. 왕실의 인장을 달고 활동하며, 왕실이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들이고, 왕실 직할지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독점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상단 말입니다.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실 텐데요?”

“아니! 그런 방법이 해, 행정관 어. 어떠한가?”

“새, 생각해보지 않은 발상 이온데, 확실히! 무가로 시작한 왕실에서 장사하는 것이라,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것인데. 확실히! 확실히 이건! 왕실에서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들이고 직영지에서 생산된 것들을 독점으로 취급하면 왕실 재정에도 도움이 되고 저희 물건들도 마음껏 팔아치울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반색하는 왕과 행정관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둘 중 한 명이 근심 어린 말은 내뱉었다.

근심의 주인공은 역시나 행정관.

“그러나 저희가 상단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어…. 과연 왕실 직속 상단을 이끌만한 재목이 있을지….”

나이 많은 행정관이라 그런지 근심 걱정이 너무 많은 모양이었다. 원래 나이 많은 분들이 근심 걱정이 많은 것이니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걱정,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걱정….

‘사람이 너무 비관적이야.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그러면 외부의 상단과 계약을 해도 됩니다. 외부의 유능한 상단에 왕실의 문장을 내려 직속 상단의 지위를 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런 상단이 있을지…. 저희 왕국에서 활동하는 거대한 상단들은 대부분 국내 대영주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자라서.”

그래, 이왕 챙겨준 거 아주 꼭꼭 씹어 넘길 수 있게 챙겨주자! 근심만 많은 행정관과 라페스빌 국왕에게 상단 하나를 넌지시 추천했다.

“그러면 제가 상단 하나 추천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오! 아시는 상단이 있습니까?”

“예, 있습니다. 그, 루테니아 상단이라고…”

나는 잽싸게 장인어른의 상단을 추천했다. 세상 다 그런 법이니까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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