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78화 (278/352)

〈 278화 〉 275. 영업 방해 6

* * *

이실리엘에게 활을 배우러 나간 리젤다의 모습에서 깨달은 내용.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고 했던가? 생각해보니 절묘하게 다 같이 행복해지는 결론이 있었던 것이었다.

라페스빌 국왕도 좋고, 나도 좋고, 그란 폴의 영주도 다 같이 만족할 방법.

나는 좌중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 혹시 사업 아니, 장사 중에 제일 좋은 장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예?”

“그게 무슨”

어리둥절한 사람들의 눈빛. 그 와중에 눈치 빠른 릴리아나 누님은 뭔가 알아챘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역시나 유능하고 눈치도 빠른 누님.

“뭐 뭔데 러셀? 뭔가 좋은 게 생각났어? 제일 좋은 장사는 돈 잘 버는 장사 아냐?”

“아니, 장사 중에 제일 좋은 장사는 국가와 하는 장사! 공공장사! 국가와 계약하는 겁니다. 흐흐…”

“응? 그게 무슨?”

전생에 많은 사람이 말했다. 공공사업으로 국가 돈 빼먹는 사업이 사업 중에는 제일이라고. 기업도 공기업이 제일이요, 직업도 공무원이 제일인 이유. 그것은 국가 돈이 눈먼 돈이라는 전생의 우스갯소리보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국가와 벌이는 사업은 안정적이고 고정적인 수입되기 때문.

이쪽에서는 공공 계약이나 공기업 같은 개념은 아직 없으니 찬찬히 설명을 해줘야했다. 내가 왜 이 상황에 뜬금없이 공공사업, 국가와 계약하는 것을 들먹였는지 말이다.

나는 일단 영애에게 내 생각과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죠. 첫째 모험가들을 돌아오게 한다. 둘째 토벌대를 조직해서 정기적으로 토벌한다. 그런데 모험가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용이 둥지를 틀었다는 소문을 없던 일로 해야 하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유는 아시겠죠?”

내 말에 영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이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 것은 왕과 성국이 벌인 일, 없던 일로 하겠다며 취소해서 끝낼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왕과 성국의 명예가 직결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없던 일이 되더라도 그렇게 되는 순간 귀족들의 항의가 다시 쏟아질 것이니, 당연히 왕이 거부할 것이 명백한 것.

결국 용의 공포를 무릅쓰고 모험가들이 늪지를 찾게 해야 하는데 그건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죽음을 무릅쓸 만큼 돈을 많이 주는 것뿐.

아마 그란 폴의 영주 쪽에서 용병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나에게 어떤 언급도 없다는 건 효율이 낮기 때문일 것. 토벌이나 용병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이나 차이가 없으니, 언급도 하지 않았을 것이 뻔한 상황.

나는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니 결국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토벌입니다.”

몬스터의 숫자를 줄이려면 용병들이 꾸준히 숫자를 줄여주거나 그게 안 되면 대단위 토벌뿐. 용병들이 대늪지 출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남은 선택지는 결국 토벌.

우리가 선택할 선택지는 어쩌면 당연했다.

내 토벌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에 어두워지는 영애의 안색 그리고 영애의 눈에 실망의 빛이 어른거렸다.

아무래도 뭔가 획기적인 방법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나 본데, 내 입에서 나온 방법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된 느낌.

그란 폴도 토벌을 못 해서 꺼리는 게 아니고 결국 토벌했을 경우 소모되는 재화로 영지가 몰락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 하지만 토벌은…”

영애의 실망스러운 목소리. 릴리아나 누님 또한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가 토벌을 못 해서 안 하는 게…”

나는 누님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누님,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럼 왜?”

“저희가 안 하고 남을 시키면 되는 겁니다.”

“응? 시켜? 누굴? 그런 정신 나간 놈이 있다고?”

누가 자기 돈과 병력을 갈아 넣으며 토벌을 대신 진행해준단 말인가. 그것은 천사이거나 머저리이거나 둘 중 하나.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그것이 꼭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

“정확히는 정신 나간 이 아니고, 나가실 분이시죠.”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영애와 릴리아나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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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의 여관에서 그란 폴, 웜 포트의 대책 회의가 있고 며칠 후.

아침 일찍 일어나 테라스에서 성 밖의 황금 들녘을 우수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레페스빌의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새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펄럭거리는 큰 새의 날개 아래 새의 발목에 매달린 것은 둥그런 주머니.

라페스빌은 몇 번 눈을 비비다가 그것이 남쪽에서 온 레오나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레오나를 확인한 라페스빌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뿔싸! 아…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

그분들과 상의도 없이 대늪지에 용이 둥지를 틀었다고 소문을 냈고, 귀족들의 항의와 잡아들인 놈들을 처형하느라 연락도 하지 못했던 것.

원래 되도록 사전에 상대방에게 영향이 갈 수 있는 일은 상의하기로 했지만, 서로 간에 급한 일이 있으면 일단 처리하고 연락을 주기로 했던 예외 조항조차 지키지 못한 것이었다.

라페스빌은 멍한 얼굴로 올빼미 레오나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전하! 잘 계셨습니까? 남쪽에서 전갈을 가지고 왔습니다!”

해 맑기만 한 올빼미의 목소리가 멍한 정신을 파고들었다.

“그, 그래. 어서 오거라.”

멍한 얼굴로 레오나를 맞아들이자 지친 날갯짓으로 도착한 올빼미 레오나는 급하게 침대 옆으로 날아가더니, 저번에 들이켰던 물그릇 아니, 세숫물을 담은 그릇에서 다시 물을 급하게 들이켰다.

아주 제 전용 물그릇인 양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는 소리.

­꼴깍꼴깍

한참 물을 들이켠 올빼미는 아주 시원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캬 시원하다. 전하, 왕궁의 물이라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라페스빌은 아침 일찍 세수한 자기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라페스빌이 자기 얼굴 씻은 물이 어떤 맛이 나길래 맛있다는 것일까? 하는 궁금함에 빠져있을 때. 물을 들이켜 한숨을 돌린 올빼미 레오나는 총총거리며 뛰어 테이블 위로 올라섰다.

­달그락

레오나의 다리에 매달려 질질 끌리는 주머니가 테이블에 부딪히며 들려오는 달그락 소리. 오늘 레오나가 저번에 찾아왔을 때와 다른 모습이 있다면 다리에 매달고 온 주머니. 라페스빌이 아까 올빼미가 날아오던 모습을 떠올리며 급하게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매듭을 풀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자. 올빼미의 주인이 잃어버리지 말라고 올빼미의 다리에 꽁꽁 묶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것은 수정구였다.

라페스빌은 그것을 보고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수정구는 자신이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연락이 안 돼 답답하니 저쪽에서 보낸 모양.

라페스빌은 궁중 마법사를 급하게 불러들였다.

“궁정 마법사를 들라 하라! 아, 그리고 행정관도 어서!”

잠시 후 행정관과 궁정 마법사가 도착하고 라페스빌은 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에 참여하게 된 마법사에게 잔뜩 겁을 주었다.

“지금 대화를 나눌 분은 이 성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분이네. 그러니 결코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될 것이야. 성국과 북부 다섯 왕국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비밀스럽게 모시는 분이니 절대,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네 알겠나?”

잘못하면 성국의 이단 심문관이나 북부 다섯 왕국에 어떤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잔뜩 마법사를 협박한 후 시작된 수정구 통신.

마법사가 마력을 불어넣자 수정구의 빛이 반짝거리면 점멸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대답하기 전 짧은 시간 라페스빌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수정구 너머에서 들려올 것은 비난일까? 아니면 협박? 그도 아니면 분노?

긴장 속에 상대방과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는데, 수정구가 연결되었는지 급하게 몇 번 번쩍이더니, 수정구 너머에서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잘 계셨습니까? 라페스빌 전하?”

비교적 지혜롭고 말이 잘 통하는 러셀님의 인사. 목소리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기에 라페스빌은 급하게 수정구를 향해 외쳤다.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사과를 하려는 것.

“러셀님 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득이하게 의견을 확인하지 못하고 혼자….”

급하게 사과하자 놀란 표정을 짓는 궁정 마법사. 아마도 왕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는 걸 처음 보아서 그런 것인 듯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이 이렇게 굽신거린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라페스빌은 마법사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런데 라페스빌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러셀이 분노한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라페스빌 전하! 그런 버러지 같은 놈들이 있다니 상심이 정말 크시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소리냐며 영문을 묻자 분노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는 러셀님.

“아니, 버러지 같은 놈들이 제 왕을 겁박하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역심은 품은 놈들이 분명합니다! 그런 놈들은 아주 깡그리 잡아 교수형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듣고 나서 제 아내와 수도로 달려가 감히 라페스빌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놈들의 머리에 화살을 전부 한발씩 꽂아 주려다가… 간신히 참았습니다.”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소리.

왕권이 약화 된 후 아니, 영주들의 권력이 커지고 사사건건, 시시콜콜 대영주들에게 시달려온 라페스빌은 러셀의 위로에 걱정되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감사와 감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러, 러셀님 크흑…”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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