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74화 (274/352)

〈 274화 〉 271. 영업 방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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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내용을 추기경이 알고 있다는 처제의 말에 큰 처형의(?) 설명을 듣기 위해, 시트라를 데리고 다시 신전으로 달려갔다. 영영 방해? 영업 제한? 영업 차단? 아무튼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항의하더라도 정확한 사유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최대한 상식적인 인간이니 다짜고짜 항의하기보다는 일단 무슨 내용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

신전으로 향하면서도 생각했다.

국왕과 우리 사이가 이렇게 냉랭한 사이가 아닌데, 좋은 것도 챙겨줬는데 약발이 약했나? 아니면 다른 마음을 품었나? 그것도 아니면 연락도 못 해줄 만큼 급했나? 생각보다 발바닥이 아팠나?

이쪽에 영향이 갈 수 있는 문제면 사전에 논의해야지 이런 식의 단독 전개는 곤란했다.

용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영업 타격은 필수적인 것. 여관으로 큰돈을 버는 건 아니니 상관은 없었지만, 당장 용병들의 사냥뿐만 아니라 올해 대늪지 사냥철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거 안에서 굶어 죽으라는 건 아니겠지?’

남의 장사를 말아먹자는 수작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

작년에 짭짤했던 황금마차의 수익이 떠오르니 짜증이 몰려왔다.

리실리엘이 가져온 백단목도 아직 좀 남아있고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가장으로서 돈을 버는 것과 못 버는 것은 확연한 심리적 차이를 가져온다.

돈을 잘 벌 때는 어깨에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지만, 수익이 적을 때에는 움츠러드는 것이 가장의 어깨.

어좁이가 되려 하는 나의 양쪽 어깨가 심하게 떨려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아내는 나와 손을 잡고 달려가는 상황만이 즐거운지 싱글벙글한 모습.

그렇게 시트라의 손을 잡고 신전으로 달려가.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추기경에서 내용을 확인하자, 추기경이 들려준 사건의 전말은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다.

이번 암살자의 습격으로 수도에 있는 라페스빌 국왕이 암살자들의 근거지를 털어내려 다소 무리했고. 그 과정에 귀족들의 반발을 샀다는 설명. 국내 귀족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암살자들이 남부 늪지에 둥지를 튼 용의 둥지에 침입해 용을 화나게 했고, 그런 이유로 암살자와 그와 관련된 귀족가의 줄들이 잘려 나간 것이라고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암살자 처리를 맡겼더니 국왕이 너무 신경을 쓰신 모양. 실제 활동하는 암살자만 잡아들이면 되는데, 관계된 자를 다 잡아들이다가 다른 귀족들과 연결된 자나 사업체들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앞에서는 학처럼 백조처럼 고고한 척, 뒤에서는 더럽고 추잡한 일에 일등인 귀족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

라페스빌 국왕의 난처한 상황을 듣게 되자 나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좀 미안하긴 했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은, 자꾸 병신같은 남작 놈들과 머저리 같은 암살자 놈들이 이실리엘을 건드려 위험도를 높이니, 아예 불손한 놈들의 침입 의지를 차단하려는 조치가 더해진 것이라고.

그래, 용이 있다면 확실히 침입자 차단은 될 것이다. 누가 용을 마주 대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이게 이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이해는 되는데… 이게 절대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이분들 이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울 분들이셨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만은 아닌지 신전의 열린 창문으로 올빼미가 날아들며 외쳤다.

“주인님, 그란 폴에서 연락입니다. 여관으로 빨리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은 지금 어떤 기분일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돌아왔던 속도 그래도 다시 여관으로 되돌아가 에브리나와 벨릭의 방으로 향했다.

애니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아직이야? 러셀은 아직이냐구!?”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신전으로 사람을 아니 올빼미를 보냈으니까요?”

“뭘 보내?”

멀리 객실까지 거리가 있는데도 안달복달인 릴리아나 누님의 목소리가 입구 어림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벨릭과 에브리나의 방으로 향해 수정구를 향해 외쳤다.

“누님!”

“러셀!”

수정구 너머에서 들려오는 릴리아나 누님의 다급한 목소리.

“러셀! 크, 큰일났어!”

릴리아나 누님의 목소리는 거의 멘붕 상태셨다.

“지금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용 말인가요?”

“그래! 용! 아니 어떻게 알고 있어? 들었어?”

“예, 좀 전에….”

“어떤 새끼가 그런 헛소문을 퍼트려서! 며칠 전부터 용병들이 대늪지 출입을 꺼리기 시작했어! 어떤 개새끼인지 내가 잡아서!”

릴리아나 누님은 화가 많이 나셨는지 역모를 꾀하고 계셨다. 혹시라도 지인이 역모로 잡혀들어갈까 싶어 누님에게 넌지시 누가 그랬는지를 알려주었는데.

“누님 그거, 역모에요…”

“지금 농담이나 할 때가… 역모?!… 설마?”

“예…”

그러나 역모는 아니, 그녀의 역심은 진심인 것 같았다.

“미친 국왕 새끼!”

누님은 국왕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알자 아까보다 더 수위 높은 악담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 새끼가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여자에 미친 놈이라든지. 사기꾼의 핏줄이라는 등 자신들만이 아는 이야기까지 알려주는 릴리아나 누님.

“누님 진정하시고 그쪽 분위기는 어때요?”

“여긴… 장례식장이야…”

누님은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처럼 급하게 흥분했다 급하게 우울해졌다. 급격히 풀죽은 릴리아나 누님의 목소리. 누님의 말에 비추어볼 때 그란 폴 수뇌부는 거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용병들이 정작 늪지대로 사냥을 나오지 않으면 몬스터는 쌓여가고, 몬스터가 쌓이면 늪지 밖으로 넘쳐나고, 늪지 밖으로 넘치면? 그란 폴에 직접 적인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용병들이 줄어들면 그란 폴에서는 결국 정기적으로 토벌대를 꾸려 소탕을 해줘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인적 물적 자원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일인 것이다.

지금이야 용병들을 값싸게 아니 거저 부릴 수 있지만. 영지병들이 직접 투입될 때는 먹고 자고 입는 것까지 장난 아닌 물자가 소모될 것은 뻔한 일.

인구 증가도 하향 곡선을 탈것이 분명했다. 작년 우리 마을에서 태어난 인구는 한 명 죽은 사람만 셋이다. 몬스터가 날뛴다는 것은 그런 일.

결국 시기가 언제가 되었든 그란 폴의 몰락은 빠르던, 느리던 찾아오게 될 것이 분명했다.

국왕이 노린 것을 아닐 테지만, 국왕이 굴린 작은 눈 뭉치가 그란 폴에 눈사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생각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꼴.

누님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러, 러셀! 살려줘! 제발!”

“아니, 살려달라고 하셔도 제가 뭘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 현자라며! 현자님 제발!”

“아니, 이 사람이! 아 몰라! 통신 끊어!”

“러셀! 잠깐만 러셀!”

‘이 사람이! 제일 질색하는 별명으로 부르고 그래.’

눈치 빠르게 통신을 끊은 에브리나. 나는 에브리나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벨릭이 에브리나 반만 되었어도… 그래도 에브리나라도 붙어있으니 벨릭에게는 다행이었다.

통신이 끝나자 벨릭이 궁금한 걸 물어왔다.

“형님, 근데 용병들이 사냥을 안 나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입니까?”

나는 심각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벨릭이 알아듣게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어떤 비유를 들어야 할까 고민되는 것.

내가 뭔가 고심하는 표정을 짓자 애브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저한테 말씀하시면 제가 벨릭이 알아듣게 말할게요.”

내가 무엇 때문에 고심했는지 알고 있다는 말.

“벨릭아 너는 진짜 여자 잘 만난 것 같아. 너 에브리나 씨한테 매일 절하면서 살아 알았냐?”

“절? 절이 뭡니까?”

“귀족님들 뵐 때처럼 머리를 조아리라고 알겠냐?”

내 말에 ‘꺄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애브리나. 나는 두 커플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대늪지 같은 지역은 몬스터들이 자연적으로 번식하는 거대한 자연공원 아니, 거대한 굴 같은 곳이거든. 숫자가 많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럼 돈벌이가 잘되죠!”

내가 이마를 ‘탁’ 치는데 들려오는 에브리나의 목소리.

“먹을 것과 살 공간이 부족해지겠군요?”

‘역시 믿고 있었다고 젠장! 에브리나!’

일단 자기가 알아들으면 알아서 벨릭에게 설명한다고 했으니, 나는 계속 둘에게 설명했다.

“그래, 저희끼리 막 새끼를 쳐서 숫자가 늘어나면, 그래서 굴 밖으로 기어 나오게 되는 거지. 먹을 것과 살 곳을 찾아서. 그런데 보니까 인간들이 많은 곳이 있네? 숫자가 많은 몬스터 마물들이 좋다고 달려들겠지?”

“근데 형님, 거. 오는 놈들 다 잡으면 되는 거 아니요?”

‘아니 정말! 이 새끼가 중간중간!’

설명 중 벨릭의 톡톡 끼어드는 물음에 짜증을 내며, 끝까지 기다리라고 말하려는데. 에브리나가 벨릭을 달래며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조곤조곤한 에브리나의 목소리.

“벨릭 자기, 잘 들어?”

“으, 응…”

“자기가 밤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꾸 나를 피하는 거야 하루, 이틀, 삼일, 계속해서 말이지. 그러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에브리나가 화, 화가 나겠지?”

“그래, 내가 밤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벨릭 때문에 너무 화가 쌓이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더, 덮치나? 막! 나를?”

“그래, 그렇지! 그럼, 그게 큰일이야 아니야?”

“쉬발 그, 그거 엄청 큰일인데? 형님 우리 좆된거 아니요? 이럴 때가 아닌 거 같은데?”

나는 에브리나를 보고 잠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는 또 다른 의미의 현자였던 것이었다. 벨릭 전용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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