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38화 (238/352)

〈 238화 〉 235. 교단의 위기 7 (시트라의 은빛 달밤)

* * *

여관의 모든 일을 끝내고 땀에 젖은 몸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

“으아 시원하다.”

모든 일과가 끝나면 맞이하는 나만의 자유시간. 목욕통에 몸을 푹 담그고 따듯한 물을 즐겼다. 피로가 나른하게 풀리는 기분.

개운하게 목욕을 마치고 가운 하나를 걸치고 내방으로 향했다.

여관 뒷문을 거쳐 홀을 지나 계단. 계단을 천천히 올라 삼 층에 다다르자 조용한 복도. 다들 일찍 잠이 들었는지 복도는 조용했다.

방문 앞에 서자 왠지 긴장되는 기분.

평소라면 아내 중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저 안에는 오늘은 내 아내가 될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후….”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방에 누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방문을 연 것과 동시에 그녀의 은은하며 따듯한 체향이 확 뿜어져 오듯 문밖으로 밀려 나왔으니 말이다.

시선을 돌려 어두운 방 어딘가에 있을 그녀를 찾자. 침대 너머 열린 창문 밖, 하늘에 떠오른 달들이 등을 대신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달빛을 조명 삼아 내 침대 위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시트라.

점심때 데려온 모습 그대로 어깨가 드러나는 얇은 리넨 잠옷을 걸친 채로. 내 인기척에 깜짝 놀라 얼굴을 붉히며 말이다.

“오… 오셨습니까? 고, 고생하셨습니다.”

이단 심문관의 딱딱한 말투를 구사하는 시트라는 벌떡 일어나 내 손에서 입었던 옷가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어디서 배웠는지 빨랫감을 칼 각을 잡기 시작했다.

어두운 달빛 속에서 손을 덜덜 떨면서…

“그거 빨래할 옷인데?”

내 빨랫감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시트라. 시트라는 깜짝 놀라 다시 빨랫감을 테이블에 내려두더니 그 후에는 뭔가 고장이 난 것처럼 의자에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훗…”

그 모습에 내가 실소를 터트리자 더욱 어쩔 줄 몰라 하는 시트라.

나는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아 시트라를 불렀다.

“그만하고 이리와 시트라.”

“네? 넷! 아, 알겠습니다.”

시트라는 마치 로봇 같은 모습으로 삐거덕 그러며 움직여, 나에게 조금 멀리 떨어진 침대 끝에 엉덩이를 살짝 끝만 걸터앉았다.

우리 처녀만 있는 교단의 순결한 처녀께서는 전장에서는 아주 용감했으나 남녀와 단둘이 있는 방에서는 조금 겁쟁이인 것 같았다.

나는 시트라 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힉…”

내 다리가 자기 다리에 붙자 기겁하는 시트라. 나는 그녀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

“푹 쉬었어?”

“네, 넷…”

“힘들었을 텐데 데려다 두고 신경 못써줘서 미안해. 오늘은 조금 할 일이 많았거든.”

나의 사과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시트라가 대답했다.

“괘, 괘괘괘 괜찮습니다. 기, 기다리는 것도 아아아아아아, 아내의 이, 일이니까요. 그리고 다, 다른 분들이 돌봐주셔서 괘, 괜찮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바쁜 시간에 다른 아내들이 시트라를 돌본 것 같았다.

아내들이 돌봐 주었다는 사실에는 조금 안심이 되었지만, 시트라의 행동은 그 반대로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기가 자기 입으로 나의 아내라 칭하는 것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웠던지 시트라가 학질에라도 걸린 환자처럼 몸을 떨어댔기 때문이었다.

저러다 진짜 환자가 될 것 같아서 일단 잠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럼 잘까?”

“아아아아아, 알겠습니다.”

시트라의 바짝 긴장한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침대에 누웠다.

내가 먼저 침대에 눕자. 옆에서 아주 시체같이 바른 자세로 누운 시트라. 자다가 쥐가 날 것같은 경직된 모습.

속으로 웃으며 그녀를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유난히도 달이 밝았다. 잠시 달빛에 홀리듯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이 들었을 때는 시간이 조금 흐른 것 같았다. 그러나 옆을 보니 시트라는 아직 잠든 상태가 아니었다.

그녀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이유. 눈을 질끈 감고 있지만 천둥 같은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가 침대를 통해 귓가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와 함께.

“잠이 안 와?”

“흐, 흐엡!”

화들짝 놀라는 시트라.

내가 웃자. 시트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그그 그냥 자, 자 나요?”

“응? 그냥 안자면? 시트라는 지금 아픈 사람이나 마찬가지이고…”

일부러 순진한 그녀를 곤란하게 하려고 짓궂게 여운을 남겼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며 갑자기 잘 자라는 인사를 하는 시트라.

“그, 그렇군요. 아, 안녕히 주무십시오. 러셀님.”

그냥 자냐고 물었던 게 무척이나 부끄러웠던지. 같이 덮은 이불 안이 후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러셀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그녀의 말에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내 쪽으로 돌렸다.

내 손길에 빠질 것 같이 커진 눈으로 놀라는 시트라. 나는 그녀에게 호칭을 정정해주었다.

“아니, 러셀님이 아니고, 러셀. 다시 해봐 러셀.”

고개를 돌린 손에 느껴지는 뜨거움. 그녀의 귀와 볼은 타오르고 있었다.

“러러러러, 러셀,”

“러셀 잘 자요. 해봐”

“러러러러, 러셀 자, 자 잘자요.”

나는 그녀의 고개를 돌린 손을 내 턱으로 가져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에 당황해하는 그녀의 얼굴.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시트라는 어디가 많이 아픈 게 분명해.”

“옛?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대답을 자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을 못 하지. 혀가 마비가 왔을 수도 있으니 확인해봐야겠어.”

“그, 그게 무슨?! 흡”

­츄릅

시체같이 누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으며 그녀의 목덜미 뒤로 손을 넣자. 그녀의 가녀린 목덜미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이불이 풀썩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향기. 달큼한 그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입술을 빨았다.

­츕

입을 맞추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자. 창밖에서 흘러들어온 달빛에 그녀의 은발이 보석같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녀의 살포시 감은 속 눈썹 또한 진주 가루를 뿌린 듯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존재를 드러냈다.

나는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손으로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가녀린 어깨. 이단 심문관이라는 일을 한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가녀리고 부드러운 어깨였다.

­파하

입술을 떼자 그녀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처녀에게 숨 쉬면서 키스하기란 어려운 기술인 듯했다.

“하아… 하아… 매, 매번 짓궂은 노, 농담만 하시고…”

뭔가 토라진 목소리.

“내가 왜 시트라를 놀리는 거 같은데?”

시트라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자꾸 놀려서 토라진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제, 제가 바보 같아서…”

시트라는 바보가 맞은 것 같았다. 바보 같은 대답을 내어놓았으니까.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바로 말했다.

“아니, 사랑하니까.”

나는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주겠다 마음먹고 그녀가 바보 같은 대답을 내놓자마자 기다린 듯 대답했다.

“내가, 시트라를 너무나 사랑하니까. 시트라가 난처해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서 자꾸만 보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갑자기 조용해진 방안.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내 고백을 듣고 잠시 후 갑자기 그녀가 숨을 맹렬하게 몰아쉬기 시작한 것이다.

“하윽… 하아… 하아…”

갑자기 숨을 몰아쉬는 시트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녀의 가슴이 실시간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맹렬하게 뛰는 가슴.

“러, 러셀님 저, 주, 죽어버릴 것 같아요. 하아!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시트라. 우리 순결한 처녀에게는 고백도 자극이 심한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최면을 걸듯 말했다.

“시트라 내 눈을 잘 봐.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후… 하…”

“후, 후… 하하…”

“후… 하…”

“후우… 하아…”

잠시 후 조금 진정된 그녀. 새빨개진 얼굴로 그녀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에 이렇게 놀라버리면, 오늘은 그냥 자야 하나?”

내가 다시 웃으며 묻자. 그녀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이, 이단 심문관은 거, 겁먹고 무, 물러서지 않습니다.”

나는 그녀의 용감한 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츕

그리고 입술.

­츄릅

목덜미.

­츕

“하읏…”

손가락으로 그녀의 어깨에 걸친 가느다란 줄을 양쪽 어깨 너머로 떨구자. 이제 끈조차 걸치지 않은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드러났다.

­쪽 쪼옥

“흣…”

양쪽 어깨에 한 번씩 키스해주고.

나는 천천히 그녀의 잠옷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나 아직 순진한 시트라는 몸을 움직여 옷을 빼내기 좋게 해줘야 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몸짓.

할 수 없이 그녀의 양쪽 어깨로 밀려난 그녀의 잠옷을 슬쩍 끌어 내렸다.

그러자 드러나는 그녀의 가슴. 발레리나 이실리엘처럼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한 손에 약간 넘치는 만족스러운 크기. 소담한 유륜과 앙증맞은 유두가 날 환영하듯 드러났다.

나는 욕심 많게 왼손으로는 그녀의 오른 가슴을 가득 쥐고 입으로는 그녀의 왼쪽 가슴을 한껏 입에 물었다.

“흐아앗!”

어느 전장에서도 물러서지 않던 용감한 자애와 순결의 교단의 상급 이단 심문관의 입에서, 부끄럽고 가녀린 비명 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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