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31화 (231/352)

〈 231화 〉 228. 해충 박멸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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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불러서 날지 못한다는 부엉이의 어이없는 말.다소 황당한 말이었지만 라페스빌과 행정관에게는 그것이 기회가 되었다.

높은 엘프가 분노한 채 수도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로 인하여, 저 멀리 고고히 흐르는 라벨 강의 물살에 떠내려가 버렸던 라페스빌과 행정관의 정신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둘에게로 급하게 되돌아왔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둘의 머릿속에 공통으로 떠오른 생각은 일단 무조건 부엉이를 잡아야 한다는 것.

“펴, 편지를 전했으면 답장을 가져가야지. 어찌 그냥 간다는 말이냐!?”

“레오나님이라고 하셨던가요? 주, 주인께서는 답장 이야기는 없으셨습니까?”

둘의 말에 갑자기 동공이 천천히 커지는 부엉이의 모습. 그리고 한쪽 날개로 자기의 머리를 살짝 긁더니 하는 말.

“아! 마, 맞다! 크, 큰일 날 뻔했다.”

역시나. 그분 쪽에서도 답장을 받아 오라고 하셨던 듯했다.

부엉이의 멍청함에 왕국의 위기가 가중될 뻔했지만, 어쨌든 시간은 벌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라페스빌과 행정관이었다.

보통 편지나 외교 문서를 전달할 때는 도착한 인편에 답장을 들려 보내는 것이 국가와 국가 귀족과 귀족 간의 예의.

편지를 전한다는 것은 답신을 받아 간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통상 편지를 전달하면, 편지를 받은 상대 쪽이 회의나 생각을 통해 답장이 준비될 때까지, 편지를 전달한 자가 그쪽에 편의를 받으며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였다.

물론 그분들이 국가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니 그런 인간의 예절을 아실 리는 없겠지만, 자신들이라도 예의를 차려야 하고. 더군다나 당장 들이닥쳐 수도를 뒤집어 놓을 텐데, 일단 좋은 생각이 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어야 하는 것이다.

행정관과 라페스빌이 가슴을 쓸어내릴 때, 부엉이는 테라스 난간에서 폴짝 뛰어내려 쪼르르 걸어오더니 다시 테이블에 폴짝 뛰어올라 자리를 잡았다.

“그럼, 뭐라고 전할까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답장을 재촉하는 부엉이.

라페스빌이 이걸 어찌해야 하나 대답을 고민할 때. 역시나 믿고 있던 행정관의 입에서 완벽한 해답이 흘러나왔다.

“레오나 님이라고 하셨습니까? 보호구역은 저희 아베느 왕국과 성국 그리고 북부의 다섯 왕국이 정한 율법으로 보호받는 곳! 감히 그곳을 침입했다는 것은, 그분의 위엄을 훼손한 것뿐만 아니라. 저희 율법의 당사자인 국가들의 권위를 무시한 처사! 보호구역의 위엄과 다른 어리석은 것들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리기 위해서도.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부디 그분께 저급한 암살자 따위를 처리하시는데, 그 고귀한 걸음을 하실 필요 없이 저희 들이 직접 나서겠다고 말씀드려주시겠습니까?”

행정관의 말이 끝나자. 라페스빌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노년의 행정관은 역시나 명관이었다.

행정관의 저 말은 선수를 치자는 것. 먼저 깡그리 잡아들여 목을 치면 상대 쪽에서도 방문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성국에서 이단 심문관이나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할 때 많은 나라들이 사용하는 방법. 문제 있는 놈을 먼저 때려잡거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

라페스빌이 급하게 침실 밖으로 뛰어나가 소리쳤다.

“여봐라! 수도 경비대장을 당장 성으로 들라 하고 모든 기사단장을 소집하라! 궁정 마법사도 불러들여라!”

한밤중 라페스빌의 위엄있는 호통에 대낮같이 밝혀진 궁전에서, 수도 사방으로 불빛들이 혈관처럼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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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예, 그리고 막 뭐더라? 경비대장, 기사단장, 궁정 마법사를 막 소집했어요.”

국왕에게 편지 대신 보낸 부엉이 녀가 생각보다 일을 잘 처리했는지, 아침에 깨어나 신이 난 모습으로 보고를 해왔다.

다른 사고는 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긴 했지만, 부엉이 녀의 모습으로 봐서는 어떻게든 잘 전달이 된 것 같았다.

원래는 정중하게 이실리엘의 친서를 전달하려 했는데, 부엉이가 편지를 두 번이나 잃어버려 부엉이를 살아있는 편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라 생각보다 암기력 기억력은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정말 두 번째 잃어버렸을 때는 정신이 아찔했는데, 나 대신 플로라가 자기의 머리카락 색처럼 타는 듯 분노하며 부엉이를 부엌 아궁이에 쑤셔 박아 버렸었다.

“그냥 구워버려요! 쓸모가 하나도 없어!”

아궁이는 불이 다 꺼진 상태라 부엉이가 다치지는 않았는데, 몸에서 좀 탄내가 많이 배어들긴 했었다. 그렇게 탄내를 풀풀 풍기며 울며 날아갔는데 생각보다 임무를 잘 처리한 듯한 분위기.

‘그래 뭐 하나라도 잘해야지.’

신이 난 모습으로 재잘대는 부엉이 녀.

부엉이 녀를 라페스빌 국왕에게 보내 이번 암살자 사건의 뒤처리를 부탁했는데, 부엉이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왕이 생각보다 말을 잘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러면 그쪽에 남은 일은 국왕에게 맡기기로 하고.

‘당사자한테도 경고해야지?’

나는 여관 뒤뜰에서 용병들과 함께 신체를 단련하고 있을 에반을 찾았다.

요즘 에반은 시간 날 때마다 항상 그곳을 찾는다. 거기에 내가 노르딕 씨에게 부탁해 만들어둔 용병들을 위한 몇 가지 신체 단련 도구들이 생긴 후부터였다.

깎은 돌과 나무로 만든 역기와 아령.

운동 기구의 사용법과 전생에 몇 달 다녔던 헬스장의 기억을 살려, 몇 가지 동작 그리고 어떤 근육에 좋은가를 설명해줬더니. 멋진 근육을 만들겠다며 벨릭, 안톤, 에반 셋이 근육 운동에 푹 빠져 버린 것이었다.

에반도 원래 기사 출신이니 훈련이나 단련을 좋아하기도 하는 모양이고, 그전에 리젤다에게 이기기 위해서 매일 단련하던 몸이라 그런지. 완전히 신이 난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에반을 찾으러 그 땀내 오지는 남자들의 공간으로 향했다.

“후욱… 백오십 후욱… 백오십 일”

밀려오는 땀내와 숨찬 목소리. 여관에 나와 코너를 돌자마자 들려오는 냄새와 소리였다.

벌써 뜨거운 열기가 밀려오는 것 같은 코너를 돌아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벨릭과 안톤, 에반까지 열심히 팔굽혀 펴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셋의 운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셋을 조용히 지켜봤다.

“후아… 나는 여기까지.”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안톤이 제일 먼저 나가떨어지고 벨릭과 에반의 순서로 운동이 끝이 났다.

“다들 어때 운동은 할 만해? 근육 늘어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셋에게 운동의 성과를 묻자 셋은 반가운 목소리로 날 환영했다.

“형님!”

“아니, 형님이 여기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형님.”

땀으로 번들거리는 육체로 미소 짓는 세 놈.

‘분위기 묘하네. 이거.’

“잠깐 정지! 다가오지 마! 이놈들아. 징그러워!”

내 말에 폭소하는 세 놈. 나는 번들거리며 다가오는 놈들을 제지하고 에반에게 찾아온 용건을 전달했다.

“에반, 씻고 잠깐 보자. 저번에 말했던 그것 때문에.”

“아, 알겠습니다. 그럼.”

세 놈이 목욕탕으로 씻으러 향하고 내방에서 잠시 기다리자. 에반이 손에 특이하게 생긴 수정구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것인가?”

“예, 형님.”

일반적인 동그란 수정구가 아닌 사각형의 틀에 반쯤 푹 파묻힌 모양의 수정구. 북부에서 임무를 나가는 기사들에게만 준다는 수정구였다.

마법사가 아니어도 수정 통신을 할 수 있는 수정구. 마법석 랜턴처럼 마법석을 이용한 것이라는데 수리아를 호위해 오면서 에반이 가지고 온 것이라고 했다.

수리아의 상황을 기사단장인 제랄드 님에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

북부에서는 아직 수리아가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 우리에게 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내가 에반의 보고를 막았기 때문.

내가 에반의 보고를 막을 때 한 말이 수리아의 생사가 결정이 난 후 내가 직접 북부에 어떤 방식으로든 연락을 취하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연락이 방문이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수리아는 깨어났고. 그 후에 연락 방법을 고심할 때 에반이 자신에게 수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런 이유로 아까 연락을 취하겠다는 내색을 비추자 에반이 수정구를 들고 내 방으로 찾아온 것이다.

에반이 테이블에 올려둔 자기의 수정구를 작동해. 연결된 상대방의 답변을 기다렸다. 수정구가 몇 번 불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반대편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에반, 어쩐 일인가? 왕녀님은 무탈하시고?”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러셀 형님께서 대화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괜찮을까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처남. 처남의 말에 제랄드님의 당황하는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흘러나왔다.

“혀, 현자님께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제일 싫어하는 호칭으로 언급하는 제랄드님. 나는 참지 못하고 곧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거 현자라는 말만 들으면 온몸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제랄드님. 그간 잘 계셨는지요?”

“혀, 현자님 어찌 이렇게 연락을 다.”

당황하는 제랄드님에게 연락의 목적을 바로 설명해 드렸다. 지금까지 놀란 것보다 더 놀라실 텐데 노친네 심장이 걱정되긴 했는데, 어리석은 주군을 모신 책임이니 본인이 감내해야 하는 일.

“오랜만에 연락을 드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이유로 연락을 드리게 되어 참 유감이군요. 실은 헥터 그 새끼가 참지 못하고, 이쪽에 암살자를 보냈더군요. 암살 길드를 셋이나 계약해서 말이죠.”

정적에 휩싸인 수정구 건너편. 건너편에서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심장마비로 죽었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제랄드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미, 미미미미미 미쳤나 보군요! 제, 제가 다른 분들께 이, 이 사실을…”

그리고 아직도 제랄드님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추가 타를 선사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 아내 하나가 크게 다쳤습니다. 이실리엘도 그래서 화가 아주 많이 난 상태고요.”

“예!? 그, 그런! 맙소사!”

당황한 제랄드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 저런! 어, 어느 분이 다치셨습니까?! 서, 설마 이, 이실리엘님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결정타.

“예, 이실리엘은 아니고. 제 아내 수리아가 죽음의 여신의 신전 문 앞까지 갔다 되돌아왔습니다.”

“예!?”

내가 생각해도 이건 나쁘지 않은 콤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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