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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 in 여관-211화 (211/352)

〈 211화 〉 208. 벚꽃 수확 5

* * *

그날 모든 달이 떠오른 한밤중 암살자들은 모두 한 방으로 모여들었다.

더 이상 눈치를 볼 때가 아니었다.

무희 년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약한 녀석들부터 야금야금 갉아먹듯 사라지고 있었으니. 이렇게 하나둘 따로따로 사냥당하듯 죽음을 기다리느니 일을 크게 벌리기로 한 것.

그리고 아마 무희 년은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있는지도 모르니 빨리 행동해야 했다.

[더러운 년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작질도 이제 끝이다. 오늘 밤 모두 친다.]

이번 임무의 책임자인 세 명의 금 등급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의뢰지의 경고문구 따위는 이젠 기억 밖이었다. 하나둘 사라지는 동료들의 압박에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잡음이 나오지 않게 여관 안의 모든 사람을 깡그리 다 죽여버리기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개 같은 무희 년!]

감정을 숨기는 훈련을 받는 암살자들도 무희의 얄미운 목소리만 떠올리면,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사람을 분노하게 하는데 재주가 있는 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리라.

분노한 암살자들이 은밀한 발걸음으로 이층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목표는 삼 층에 있었다. 원래는 자신들과 같은 이층이 목표의 방이었는데, 무희 년이 무슨 수작질을 벌였는지. 여관주인의 아내들이 어제 위층의 빈방으로 그녀의 객실을 옮겨주었다.

그렇기에 넷 정도는 남아서 이층의 인원을 처리하려 남고, 나머지는 모두 위층으로 가려 계단 쪽으로 향할 때.

듣기 싫은 얄미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고했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어쩔 수 없는데….]

무희였다.

계단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무희는 평상시의 옷이 아닌. 남자라면 누구나 흥분될만한 무척 야한 무희 복을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은 속이 비치는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의 무희 복. 그 검은 무희 복은 암살자들에게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끔찍하고 불쾌한 기묘한 기운을 흘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예고 없이 무희의 춤이 시작되었다.

화려하고 현란한 동작. 시야를 가득 메우는 춤사위.

복도에 여기저기 늘어선 자신들 사이를 삐걱거리는 나무판의 소리도 하나 들리지 않게 움직이며 춤추는 무희.

아름다움과 죽음의 꽃이 동시에 펼쳐졌다.

기묘한 정적의 발걸음.

항상 양쪽 손목에 짤랑거리던 팔찌는 팔꿈치 위에 끼워져 있었고, 그녀의 양손에는 그 팔찌만 한, 동그란 원형의 날카로운 칼이 쥐어져 있었다.

화려한 춤사위 사이사이 그 원형의 칼날이 암살자들의 급소를 휘감았다.

손짓과 발짓 한번마다 영혼을 잃고 쓰러지는 육체들.

무희가 좁은 복도를 재빠르며 부드럽게 그리고 화려하고 기묘한 몸놀림으로 지나갈 때마다 목덜미를 움켜쥐고 복도로 처박히는 암살자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챙

마지막 남은 금 등급 암살자 셋이 합심해 간신히 그녀의 일격을 막아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곧 그녀의 발가락 사이에 끼워진 다른 원형의 검에, 셋 다 목덜미를 부여잡고 복도 벽에 기대 천천히 미끄러지며, 마치 물이라도 되는 양 흘러내리듯 주저앉았다.

절정에 이르러서는 검은 연꽃처럼 피어난 무희의 춤.

그렇게 무희의 죽음의 춤이 끝나자, 이층 복도 끝의 방이 조용히 열리더니 다크 엘프 둘이 나타나 무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처리는 저희가 할 테니 쉬시지요.”

“그럼 믿을게요.”

다크 엘프 사제의 손에서 쏟아져 나온 기묘한 검은 구름이, 시체와 피를 천천히 삼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창밖의 올빼미가 놀란 듯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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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는 오늘도 루테니아 가문의 가족묘 안, 엄마의 관 앞에 앉아 있었다.

얼마 전 돌아가신 엄마의 관이 가족묘 안에 홀로 외롭게 놓여있었다. 그러니 누구라도 지켜야 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저 관에 누워 계시니까. 외로우실 테니까…

엄마는 아름다운 무희 출신의 여자였지만, 얼마 전 집 침입한 괴한들에게서 플로라와 동생인 발레리를 지키려다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날이 다시 떠올랐다. 피에 젖은 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쓰다듬던 엄마의 마지막 부탁.

“플로라야 동생을 꼭 지켜야 한다.”

엄마의 가슴에 꽂힌 단검과 엄마에게 죽은 괴한의 품에서 발견된 피에 젖은 경고 편지.

아빠의 상단이 번창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아마도 적대 상단에서 벌인 일이라.

플로라는 오열했다. 자신의 하나 남은 동생 발레리를 끌어안고.

그리고 오늘도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어둡고 컴컴한 루테니아 가문의 가족묘 안, 엄마의 관 앞에 앉아 오늘도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미 며칠이나 울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아, 엄마의 관이 놓여있는 벽 한편에 쓰러진 듯 웅크리고 있을 때.

희미한 빛과 함께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 여, 여기서 뭐 하니?”

당황한 목소리였다. 지친 플로라는 힘없이 대답했다.

“지켜요….”

“무엇을?”

이해 안 된다는 여자의 목소리. 플로라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를요…”

“이 관 주인이 엄마니?”

“네, 아줌마는 누군데요?”

플로라가 고개를 드니. 여자가 든 희미한 마법 등에, 놀란 여자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자신을 이모라고 소개했다.

“음… 이모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

“이모요? 우리 엄마는 동생이 없는데요?”

이모는 엄마의 여동생에 붙이는 호칭. 엄마는 고아였다고 했는데, 저 여자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어머, 너 똑똑하구나?”

“그건 똑똑한 거랑 상관이 없는데요?”

그 정도는 두 살 아래 동생인 발레리도 아는 것인데, 저 여자는 좀 이상한 여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나의 이모라니 뭐 나쁜 사람 같지는 않고, 이모라고 불러주기로 했다.

“근데 이모는 여기 어쩐 일이신데요?”

“무덤에 뭘 바치러 왔는데, 애들 보여주긴 좀 그런데.”

“저, 애 아니니까 괜찮아요.”

아마 엄마의 관에 헌화하러 왔거나 한 것 같았다. 엄마는 아빠가 들인 둘째 부인. 아름다운 무희 출신 고아였다고 했으니, 당연히 헌화하러 오는 가족도 없었다. 그런데 동생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헌화한다니. 이제 엄마도 덜 외로울 것이다.

플로라가 지친 몸에도 헌화를 지켜보기 위해서 여자의 뒤로 물러섰다.

“음…. 그럼 괜찮으려나?”

하지만 플로라는 곧 자기의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이모라는 여자가 자기의 가방에서 꺼낸 것은 꽃이 아니었다.

엄마의 무덤 앞에 그녀가 꺼내 늘어놓기 시작한 것은 단검이었다. 플로라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단검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피 흘리던 엄마의 가슴에 꽂혀있던 특이한 단검이었는데. 그 기묘한 장식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나, 둘, 셋, 넷… 놓인 단검은 여섯 개.

플로라가 분노해 소리쳤다.

“다, 당신 누구예요? 그 단검 어디서 난 거예요? 설마 우리 엄마를 죽인 놈들과 같은, 나쁜 놈들인가요?”

플로라의 외침에 여자가 당황해 물었다.

“너? 이 단검을 알아?”

“엄마의 가슴에 꽂혀있던….”

“그걸 한번 봤는데 기억한다고?”

여자의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 하지만 여자의 말은 상관없이 플로라는 소리쳤다. 이곳이 가족묘 안 아무도 없는 곳이고, 자신이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잊은 채였다.

“그 단검 어디서 났는지 말해요!”

“소, 소리치지 마! 얘야. 이름이 뭐라고?”

“빨리 말해주지 않으면 소리칠 거예요.”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하 정말 심부름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여자는 난처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단검은 주인은 일곱 처형인이라는 암살 길드의 증표라고 했다. 일곱 명의 인원으로 활동하는 정예 암살 길드.

엄마를 죽인 나쁜 놈들의 정체였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모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는 아니?”

여자는 아마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플로라가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을 죽이고 돈을 받는 더러운 놈들이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길드라는 말이잖아요. 계속 말해요. 소리치기 전에.”

“하…. 너 몇 살이라고?”

“빨리!”

“아, 알았다고…. 하….”

아무튼 그 일곱 처형인은 각자 단검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데, 엄마와 함께 한 명이 죽었으니 남은 것은 여섯, 그 여섯을 죽이고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이모는 엄마의 복수를 대준 해주신 것 같았다. 나약한 자신을 대신해서.

“이모 강해요?”

“아니, 그러니까….”

“소리칠 거예요! 꺄! 웁…”

플로라의 입이 바람같이 움직인 이모라는 여자의 손에 막히고, 그녀가 짜증 나는 목소리로 내뱉듯 말했다.

“가, 강해 엄청 강해! 됐니? 됐어? 아니, 언니는 뭔 이런 애들 낳았담.”

자기의 입을 막고 짜증을 내는 여자. 플로라는 따져 물었다.

“우리 엄마랑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요?”

“당연히 동생이니 알지…”

“꺄! 웁…”

“알았어! 알았다고! 말해준다고!”

여자는 이제 다 포기했는지 자기 앞에 털썩 주저앉더니 말을 시작했다.

“넌 어떻게 너희 엄마랑 그렇게 똑같니? 생긴 것부터. 하…”

그리고 그날 저녁.

서부에서 가장 화려한 술집을 꼽으라면 당연히 누구라도 사막에 핀 연꽃이라는 술집을 이야기할 것이다. 내부의 고급스러움은 물론이거니와 이곳의 자랑, 일품은 당연히 무희.

서부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들로 이루어졌다는 세 명의 무희 때문이다. 누군가의 첩이 되거나 팔려 가거나 셋 중 하나가 사라져도 곧 채워져 항상 셋을 유지하는 무희들.

언제나 항상 아름다운 세 명의 여인을 유지하는 것이 이 술집의 장사 비결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최고의 술집 뒤편. 무희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

보통 누구라도 이곳을 그저 무희들이 쉬는 곳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실제 이곳의 진짜 모습은 대륙 최고의 암살 길드 죽음의 연꽃의 본부.

모든 암살자 위에 정점으로 군림하는 곳이었다.

그 무서운 곳에서 두 여자가 자신의 앞에 초롱초롱하고 기대 가득한 눈으로 앉아 있는, 아홉 살짜리 한 꼬맹이를 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리나! 얠 왜 데려왔다고?”

“대체 큰언니 딸을 여기 왜 데려온 거야?”

“계속 소리치면서 따라오는데 어떻게 해요! 큰언니 딸인데, 죽여버릴 수도 없고! 몰라! 난 몰라! 그냥 대충 가출한 거로 해요!”

플로라를 이곳에 데려온 필리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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