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화 〉 188. 위탁 운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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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나 누님을 여관 풀코스로 접대해 언데드에서 다시 반질반질해진 인간으로 만들고. 이틀 후 누님과 현장 답사를 위해 그란 폴 용병,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모험가 길드의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용병들의 목소리. 땀 내음. 여기저기 널린 테이블과 의자에 적당히 모여 않은 사람들이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십오 년간 모험가 생활하면서 항상 내가 돌아오던 곳 용병, 모험가 길드. 익숙한 체취를 느끼며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지도 않은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어? 러셀 님! 여긴 어쩐 일로?”
“아니, 러셀 님이 어떻게?”
“러셀 씨 안녕하세요?”
여관 손님이었던 분들이 인사를 해 온 것이다. 님이라는 호칭은 은 등급 이상 용병, 씨라는 호칭은 나의 전적을 모르는 철 나무 등급 친구들.
“여어… 다들 요즘 벌이가 좋은가 보네? 얼굴들이 좋아 보여. 여관에 한번씩들 오라고. 앞으로 이삼일에 한 번씩 길드 앞에서 여관으로 마차가 다닐 테니까. 마차는 무료라고.”
“오오! 정말입니까? 러셀 님 음식 가끔 먹을 수 있겠군요?”
“어머! 목욕 자주 할 수 있겠다. 꺅!”
그간에도 마차가 다니기는 했는데, 여관에서 쓸 재료 구매로 운행하던 마차이기에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위탁 운영하는 길드의 식당도 자주 확인해야 하니. 그 마차를 이용해 길드에도 들르고 사람도 태워 가기로 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우리 여관에도 덕분에 손님이 좀 더 늘 것이다.
나는 용병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곧장 누님과 부엌으로 이동했다. 밖에서 음식을 먹는 용병은 없었는데 음식은 계속 만드는지 안에서는 스튜 끓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뭐, 말이 스튜 끓는 냄새지 전생에서나 맡아 볼법한 젓갈 다리는 냄새가 부엌에서 스멀스멀 풍겨오고 있었다.
코를 부여잡고 안으로 조심히 들어가자.
같이 코를 부여잡고 나를 따라오던 누님이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던지 우엑 거리며 부엌 밖으로 뛰쳐나가고, 조심스레 안을 살펴보자 손톱에 때가 새카맣게 낀 살찐 남자가 자기 배를 북북 긁으며 스튜 냄비를 휘젓고 있었다.
남자의 너머 무쇠로 된 스튜 냄비에는 뭔가 이름 모를 정체 모를 액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는데, 마침 화덕 위를 기어가던 바퀴벌레 한 마리가 냄비로 툭 떨어져 바둥거리다가 그 정체 모를 액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도 그 모습을 보았는지 국자를 슥 들더니 바퀴벌레를 떠내려 하는 듯했으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국자 밑면으로 바퀴벌레는 꾹 눌러 스튜 안의 내용물과 혼합해 버렸다.
‘저, 저런 미친!’
더는 볼 것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식당 밖으로 나왔다. 식당 앞에는 구역질로 눈이 충혈될 릴리아나 누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누님을 보고 외쳤다.
“해…”
“해?”
“해고!”
부엌도 볼 겸. 길드에서 고용한 직원이라기에 계속 쓸 수 있으면 써달라고 해서 상태를 본 것인데, 저걸 어떻게 요리사로 쓰겠나. 답이 없는데…
놈이 하는 짓을 보면서 동시에 부엌 내부도 살펴봤는데, 찐득하게 기름때가 늘어 붙은 조리대와 바퀴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재료들, 바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재료들이 곰팡이를 피우며 썩어가고 있었으니까.
“그냥, 사람도 제가 다 알아서 데려올게요. 그리고 음식 당장 판매 중단하세요! 저거 먹고 누구 하나 병이라도 날 것 같네요.”
나는 아까 그 광경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아, 알았어!”
“그리고 닷새 아니, 넉넉하게 열흘 정도는 문 닫습니다. 내부만 내일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주세요. 그 후에는 저희가 알아서 다 할 테니.”
나는 길드를 나와 길드 마구간에서 마차를 꺼내 웜 포트 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내 바로 뒤에는 로리엘이 어제 잠이 부족했는지, 오는 내내 자더니 아직도 잠이 들어있었는데, 마차를 다시 몰아도 깨어날 생각이 없는 것 같기에 그대로 두었다.
‘어제 순찰이라도 했나?’
그런 거면, 그냥 쉬겠다고 할 것이지. 냉큼 따라나서길래 괜찮을 줄 알았더니, 애가 피곤해 보이네?
나는 잠이든 로리엘의 담요를 한 손으로 끌어올려 덮어주고 앞으로 마차를 몰았다.
급하게 준비할 것이 많았다.
일단 길드의 식당은 일반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구내식당, 학생 식당 같은 개념으로 가야 할 것이다.
내가 항상 가서 음식을 할 수 없으니, 대단위 식사에 맞는 조리도 편하고 누구라도 조리할 수 있는 편한 음식들로 식단을 짜야 할 것이고.
일단 메뉴 한가지는 고정이다. 스튜.
단지 영원의 스튜가 아닌 러셀표 스튜가 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빵 정도. 빵은 곰팡이 없는 단단한 빵으로 정했다. 대량의 인원이 먹을 것이고 매일 구울 수는 없으니, 화덕에 한 번씩 대량으로 구워야 할 것이다. 아니면 빵집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던지.
그러니 말랑한 빵은 일단 불가능. 보통 빵집에서 파는 빵은 단단하게 말린 빵이니까.
그리고 전생 느낌이라면 커리나 짜장이 식단에 어울리는 메뉴가 되겠지만, 커리 가루나 춘장은 내가 만드는 법을 모르니 불가능하고, 스튜 느낌의 채소 수프와 죽 정도가 가장 좋은 메뉴가 될 것 같았다.
지금 여관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의 야심에 찬 프로젝트 된장이 완성된다면.
‘국밥!’
이 세계 모든 사람을 마성의 음식! ‘국밥’의 마력에 빠트려버릴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국밥의 좋은 점이 무엇이냐 하면, 부속 고기. 그러니까 심장, 염통, 위, 간, 곱창 같은 고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쓰는 곱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버리는 고기이기에 아주 저렴하게 한 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하니, 국밥은 된장이 완성된 후를 기약하기로 하고.
서민들이 보통 식사로 즐기는 보리나 귀리로 만든 죽. 거기에 고기와 채소를 넣은 것이나, 든든한 내용물을 듬뿍 넣은 수프 정도도 남은 식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거기에 별도로 소시지나 구운 고기, 맥주 정도를 팔면 충분할 것이다.
아까 길드 부엌에서 끓고 있던 그것보다야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고, 질은 대단위 식사에 맞추어야 하니 어느 정도 조절할 것이다.
다만 나의 이 모든 계획을 진행 시키려면 한가지 난관을 넘어야 하는데, 그 난관을 넘기 위해서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기에 릴리아나 누님께 닷새에서 열흘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로리엘을 실은 마차가 웜 포트를 향해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 평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길드의 위탁 식당의 직원들이야 수인들이 있으니 문제는 없다. 며칠에 한 번씩 두 명 정도로 로테이션을 돌리면 되니까 말이다.
엘프들이야 워낙 연약한 정신력을 가졌고 심하게 학대받아서 아직은 사람들을 조금 두려워해서 사람들이 많은 곳은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수인들이야 원치 않는 짝짓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정도라 사람들을 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그런 기억을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로 승화한 모양이었다. 마을 청년이 수인 하나에게 손을 잡고 고백하려 했다가 드러난 이빨에 기겁했다고 들었으니.
다들 나에게 도움이 되겠다고도 했고,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길드 내에서 서빙 같은 거 맡아주면 돈도 벌 수 있으니 좋을 것이다.
물론 내가 월급도 주겠지만.
여기도 팁 문화는 있고 모험가는 팁에 후한 편이니까. 그리고 우리 수인씨들도 미모는 나쁘지 않으니 팁도 많이 받을 것이다.
남작 새끼가 예쁜 여자 수인, 엘프 빼고는 다 죽었다고 했으니.
뭐, 그 와중에 모험가 남자 수인을 만나서 결혼해도 좋을 것이고.
하지만 서빙 직원이 충분하면 뭐 하겠나? 제일 중요한 조리장을 맡을 사람이 딱히 없는데, 아니, 있긴 하다. 다만 최대 난관이기 때문에 선뜻 물어볼 수가 없는 것.
이미 길드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길드에 있던 요리사? 아니 죽음의 연금술사? 아무튼 그놈은 쓸 수가 없는 상태.
다른 놈을 뽑는다고 딱히 나을 것 같지도 않다.
그놈이 좀 끔찍하긴 했어도 최악은 아니고 평범에서 조금 떨어지는 정도일 뿐이니까.
결국 내 사람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고, 내 사람 중에 조리장을 맡아줄 사람은 딱 한 명.
그렇다. 애니.
내가 만드는 음식을 대부분 할 줄 알고, 딱 부러지는 성격으로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을 사람.
하지만 내가 애니에게 쉽게 말을 못 하겠다는 것이. 이번에 아내 복사 사건 때도 애니가 꾹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예전 같으면 몸을 주물렀다느니 자기가 먼저라느니, 뭔가 협박이라도 했어야 정상인데. 아무 말 없이 뭔가 그냥 타인처럼 반응이 없는 것.
생각해보니 최근 항상 그랬다. 포기했는가도 싶었는데,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라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더 불안한 마음에 말을 걸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어디론가 보내려고 한다면서 울고불고한다면 이야기를 못 꺼낸 만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한나 아주머니를 보낼 수도 없고, 적당히 요리도 잘하고 딱 부러진 녀석이 애니뿐인데….
‘으아아아!’
마음속에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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