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화 〉 187. 위탁 운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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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어떻게 좀 안될까?”
뒤로 질끈 묶은 말총머리, 피곤한 얼굴의 그녀. 릴리아나 누님께서 오랜만에 여관으로 행차하셨다. 요즘 일이 많으셨던지 피곤함에 찌든 듯한 얼굴과 푸석푸석한 피부. 발등까지 내려올 것 같은 다크 서클.
매번 이 누님은 대체 길드에서 뭘 하시하는지 좀비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신다.
‘부 길드장 그 영감 대체 사람을 얼마나 짜내면.’
나는 짜일 대로 짜여 언데드화 되기 직전의 모습으로 나를 연신 졸라대는 누님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깐깐하고 쿨한 성격의 누님께서 우리 여관에 찾아와 이렇게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애교를 떨어대고 계신 이유.
그것은 길드의 식당 때문이었다.
이 세계의 모험가 길드는 길드원들에게 임무를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으로 돌아가지만 그것은 길드의 주 수입. 물론 부수입도 존재하는데, 그것은 사냥으로 얻은 부산물 매입이 등이다.
그리고 그 외에 길드 1층에서는 약간의 식사와 빵, 술과 고기들을 비롯한 간단한 식사와 모험가들이 모험에 자주 사용하는 잡화들을 길드에서 직접 판매하고 있는데, 최근에 용병과 모험가들이 길드의 식당에 대해서 항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쓰레기 같은 여관과 다를 바 없는 스튜와 곰팡이 난 빵, 냄새나고 저급한 늑대 고기 따위로 만든 햄이나 구운 고기들이 문제가 되었다고 했다.
뭐 조금 이해가 되는 게 나무나 철 등급은 모르겠지만, 동 등급이나 은 등급은 사냥철이 끝나고 우리 여관에서 며칠 묵고 간 사람이 많다.
우리 음식을 며칠씩 먹다가 가서 2동 화씩 주고 그런 음식을 먹으려면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고, 길드라면 같은 길드원에게 가격을 우대해주던지. 아니면 품질이라도 높아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니 당연하게 항의가 나오는 것. 나는 용병, 모험가들의 항의를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험가들의 항의에도 처음 길드 내부에서는 무슨 용병 새끼들이 먹는 것 가지고 그런다며,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
기사 출신은 부 길드장은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딱 봐도 그 사람은 먹는 건 배를 채우는 것이지, 맛으로 먹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였으니. 더군다나 기사면 군인 출신.
군인 출신 중에 군기에 대한 중요성만 강조한 나머지 병참을 아주 X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전생에서도 식량이 없어서 싸우지도 못하고 패한 전투가 얼마나 많던가?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내가 운영하는 여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목욕이라는 멋진 시스템이 있지만 일단은 먹을 것이다. 깔끔하고 특이한 음식들. 하루하루가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설레임. 먹고 나면 만족스러운 혀.
그러니 한번 빠져들면 다들 자기 집처럼 장기 숙박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무튼 부 길드장의 그런 반응과 용병들의 항의에도 길드 내부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모험가들이 길드 식당이나 내부 잡화점까지 이용하지 않아 길드 재정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사태를 수습해보고자 릴리아나 누님이 나섰는데 뾰족한 방법은 없고, 음식 하니까 생각나는 게 나밖에 없어서 무턱대고 나를 찾아와 조르고 계신 것이다.
어떻게 좀 해달라며….
“길드에서는 개선할 의지는 있는 겁니까?”
“영감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지원을 좀 해준다고는 했는데, 투자할 재정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거든….”
하긴, 아무리 보급의 중요성을 알아도 어느 정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니.
“방법이 있긴 있을것도 같긴 한데…”
“바, 방법이 있긴 있어?”
“두 가지 방법이 있죠.”
“뭐, 뭔데? 두, 두가지 씩이나?”
릴리아나 누님은 내 손을 붙잡고 어서 빨리 방법을 토해내라는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누님을 일단 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로는 길드에서 이익을 포기하고 길드원들에게 가격을 낮추던지 식사의 질을 높이면 간단히 해결됩니다. ”
누님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솔직히 식당에서 나는 이익이 무시 못 할 수준이긴 하거든, 전부 포기하기에는 길드 재정 압박이….”
“이익이 한 달에 얼마나 나는데요?”
“이, 이만큼?”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몇 개 펴 보이는 누님.
“동화로?”
“으, 은화로….”
“네에?”
‘아니, 대체 쓰레기 같은 스튜랑 늑대 고기 팔아서 얼마나 해 드시는 건지….’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모험가 길드라 어떻게 보면 노다지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니, 나올 수 있는 금액이긴 했지만. 대충 계산해봐도 쓰레기 같은 재료로 음식을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이익이었다.
“설마 모험가들이 잡아 온 몬스터 해체하고 남은 고기나, 막 시장에서 버리는 채소 같은 거 주워다가 스튜 끓이고 그러는 것은 아니죠? 아니면 나올 수가 없는 금액인데?”
말을 끝내고 누님의 얼굴을 마주하자 누님의 눈빛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진짜라고?’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자. 누님이 다른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니, 내, 내가 시킨 거 아니라고…”
하긴 가끔 길드 의뢰 내용 중에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긴 했지. 늑대도 죽이고 꼬리만 잘라 오면 해결되는데, 가끔 통으로 한두 마리 가져오라는 의뢰도 있고.
딱 봐도 의뢰인의 의뢰 내용에 살짝 붙인 것이라는 냄새가 났다.
“그럼 남은 방법이 제일이네요.”
“뭐 뭔데 그건?”
“위탁 운영이요.”
“뭐, 뭔데 위탁 운영이?”
나는 누님께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길드 한 달 식당 운영 수입을 들어보니 이거 욕심이 났거든.
여관이야 은퇴 취미로 하는 것이라서, 특별히 이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가끔 받은 돈보다 더 훌륭한 식사를 내기도 하고 포도주나 맥주, 치즈, 버터 같은 비교적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기도 하니 현상 유지에 조금 플러스 되는 정도고.
황금마차로 이번에 좀 땅기긴 했는데, 황금 마차는 바캉스 기간 한 철 장사 느낌이라서, 고정 수입은 전투식량 판매뿐이다. 물론 충분한 수입은 나고 있지만 이것도 한철 운영해보니 문제가 있었다.
우기에 만든 제품에 불량이 높다는 것. 아무래도 습기 때문인지 몇 달 후에 내부에 곰팡이 쓴 제품이 제법 발생했다.
그러니 앞으로는 우기 석 달은 제조를 피하던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제법 괜찮은 사업이 눈앞에 딱 도착했네? 모험가 길드는 사시사철 언제나 운영되고 사람도 항상 북적거리니 전생으로 치면 강남 한복판 노다지 매장이랄까?
“전문업체 아니, 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기고 수익을 적당히 나누어 가지는 거죠. 식자재나 숯이나 땔감 같은 재료 구매에 들어가는 돈을 수익에서 제외한 순수익을, 식당을 운영 하는 사람이 8 길드가 2 정도로 나눠 가지고 년 단위로 길드가 식당과 계약을 하는 거죠. 운영을 못 하면 중간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좀 넣고 그러면, 식당도 당연히 장사를 열심히 할 것이고…”
“오오! 위탁 운영! 러, 러셀 해줄 거지 위탁 운영? 러셀이 해주는 거지?”
누님은 어느새 내 옆자리로 와 나를 흔들며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전문가들을 찾으셔서…”
“아니, 러셀 말고 전문가가 어디 있다고 그래? 어차피 말 꺼낸 거 러셀이 하려고 한 거잖아? 그렇지? 나는 떠보는 게 제일 싫어! 그냥 러셀이 해 제발! 나도 사람답게 먹고 살고 싶다고… 제바알!”
나를 탈탈 털어대는 누님. 아니, 좀비 같던 모습은 어디 가고 광전사가 한 명이…
“그럼, 9:1?”
“아니, 그러면 내가 진행을 못 시키잖아, 6:4 해주라. 나도 그래야 길드 들어가서 수익은 적당히 포기해야 한다고 설득하지.”
“아이고, 저녁 준비나 해야겠네.”
나는 누님의 팔을 살짝 떼어내고 옷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리는 누님.
‘아니, 아내들도 있는데, 이분이 어딜 만져!’
“누, 누님 바지 벗겨져요!”
“아니, 내가 모를 줄 알아? 어차피 운영하면서 재료 구매한다고, 웜 포트에서 공짜로 물건 가져오다시피 할 거면서? 그리고 고기도 직접 잡아서 마을에 파는 가격으로 매입 넣을 거잖아! 아니, 전문가들끼리 왜 이래? 내가 알고도 눈감고 가려는데. 내 입으로 이런 것까지 말해야겠어? 진짜? 우리 사이에?”
‘아니? 그걸 눈치챘다고?’
솔직히 몇 대 몇인지는 별로 안 중요하다. 채소는 웜 포트에서 아주 싼 가격에 살 수 있고, 고기는 내가 직접 잡아서 납품하니, 재료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위탁을 맡으면 몇 년간은 나 이외에 대안이 없을 테니, 길드의 수익이 줄어들어도 계약 해지도 하기 힘들 것이고.
그런데 그걸 내색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채다니. 누님은 역시 무서운 여자.
애초에 발레리가 생기기(?) 전에 스카우트하려고 했었는데 불발되었지만, 역시나 릴리아나 누님은 아쉬움이 생기는 인재였다.
“그, 그럼, 누님 생각해서 6:4 할까요?”
“꺄악! 멋쟁이!”
누님도 나도 마주 보고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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