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83화 (183/352)

〈 183화 〉 181. 높은 엘프 보호구역 5

* * *

라페스빌을 비롯한 여섯의 인원은 높은 엘프님의 권유에 배부르게도 돈가스라는 것을 두 번씩이나 먹을 수 있었다.

높은 엘프님은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으신지, 각자의 몫을 다 먹고 아쉬워하는 자신들 앞에 나타나 물으셨다.

“더 드릴까요?”

그리고 웃으며 금방 새로운 음식을 내오셨다.

그렇게 든든하게 식사하고 깨끗한 방으로 안내되어 짐을 푼 후.

일행은 기대하던 목욕탕으로 안내되었다. 여관에서 따듯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렇게 여럿이 몸을 씻을 수 있는 큰 탕이라니.

라페스빌은 궁에서 즐기던 목욕을 이곳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쁜 마음으로 탕으로 들어섰다.

“목욕이라… 정말 괜찮은 곳이 구만.”

당당하게 목욕탕 안으로 들어서는 라페스빌의 뒤로 어쩔 줄 모르는 기사들과 행정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라페스빌은 한마디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색해하지 말게. 훈련이나 야전에서 다 같이 강가에서 몸을 씻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 아닌가?”

‘사내놈들끼리 어색해하긴.’

야전에서 훈련하거나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내들끼리 강가에서 벗고 씻는 것은 당연하니 그것같이 생각하라는 말. 아무래도 자신에게 벗을 몸을 보이거나 자기 벗은 몸을 보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 한 말이다.

부끄러워하는 행정관과 기사들을 뒤로하고 라페스빌은 탕에 들어가기 전 주의 받은 대로 몸을 한번 헹구고 따듯한 탕에 몸을 담갔다.

라페스빌의 모습에 쭈뼛거리던 행정관과 기사들도 잠시 후 몸을 씻고 조심스레 탕으로 들어왔다. 라페스빌이 기분 좋게 몸을 담근 상태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오, 좋구만 물이 아주 적당히 따듯하고 훌륭해.”

“물의 따듯함이 마음에 드십니까?”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기던 라페스빌을 정신을 깨우는 여자의 음성. 화들짝 놀라 탕 밖을 바라보니 중년의 미 부인 한 명과 아까 음식을 가져다주었던 토끼 수인 둘이 눈앞에 서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놀란 라페스빌과 기사들 그리고 행정관이 탕 속으로 몸을 숨길 때 미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드린 수건으로 하체를 가리신 후 한 명씩 밖으로 나와주세요. 아까 때밀이랑 오일 마사지 하신다고 하셨다면서요?”

확실히 높은 엘프님이 이것저것 권하기에 다 한다고는 했는데…

“전ㅎ… 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그럼 제가 먼저 나가 확인을?”

노년의 행정관이 나서려는 모습에 라페스빌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까지 따라와 주며 고생하는데 왕인 자신이 모범을 보여야지 어찌 늙은 행정관을 앞세울 수 있단 말인가?

수건으로 하체를 가리고 당당히 걸어 나가자 미 부인과 토끼 수인들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라페스빌은 묘한 웃음을 느끼며 당당히 말했다.

“내가 먼저 하겠네. 나쁜 것은 아니지 않겠나?”

그리고 안내대로 나무로 만든 침상 같은 곳으로 올라간 라페스빌은 잠시 후 왕의 체통도 잊은 채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끄허어억! 피, 피부가 다 벗겨지는 것이 아닌가!?”

“저, 전ㅎ!… 괘, 괜찮으십니까?”

행정관의 자기 안위를 살피는 물음.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탕에서 벌거벗은 몸으로 뛰어나오려던 기사들이 토끼 수인에게 제지당하며 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머지는 이후입니다. 순서를 지키세욧! 발정기도 아닌데 성기를 드러내다니요! 하체를 가리지 않고 나오는 분은 당장 쫓아내겠습니다!”

토끼 수인의 험악한 기세에 기사들이 움찔하고, 탕 내에 울려 퍼지는 찰진 타격음.

­찰싹

“어머 이, 때 좀 봐! 좀 참으세요.”

미 부인이 등을 찰싹찰싹 때려가며 라페스빌의 몸을 수건으로 문지르자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몸에서 무엇인가가 밀려 나왔다. 처음에는 피부인가 하여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다행스럽게도 피부는 아닌 듯.

처음에 화끈거리는 느낌도 점차 줄어들고 그 시원한 느낌을 즐기며 라페스빌이 미 부인에게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무언가? 내 처음 해보는데?”

“때밀이라고 하는 것이에요. 몸에 있는 더러운 것이라고 보시면 되지요. 아마 다 하고 나시면 시원한 느낌이 드실 거예요.”

그렇게 때밀이가 끝나고 시작된 오일 마사지.

“오오…. 이, 이것은!”

“오일마사지랍니다. 두 눈을 감고 편안히 즐기세요.”

라페스빌은 두 눈을 감고 미 부인의 손길을 느끼며 오일 마사지라는 것을 흠뻑 즐겼다. 미끈미끈한 손이 전신을 주무르고, 어깨부터 팔다리 이곳저곳을 주무르다, 허벅지쯤을 주무르던 미 부인의 깜짝 놀란 목소리.

“어멋!”

뭔가 싸해진 분위기에 라페스빌이 눈을 뜨자 왠지 행정관과 기사들이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하반신을 바라보자 자기의 분신이….

“이, 이것이!”

라페스빌이 수건을 천막으로 만든 자신의 분신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하자 귓가에 나직이 들리는 미 부인의 목소리.

“훗… 남자니까 그럴 수 있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니 자 그만 누워서…”

그 달콤한 목소리에 라페스빌은 마치 무엇에 홀린 듯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고 그대로 다시 누웠다.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흠… 인간 수컷… 제법…”

토끼 수인들이 자신을 품평하는… 아니, 자신의 무엇인가를 품평하는 목소리였다. 라페스빌은 이 묘한 분위기에 자신의 안에서 무엇인가가 새롭게 눈을 뜨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

저녁으로 오래간만에 튀긴 음식인 돈가스를 선보였다. 튀긴 음식은 의자를 튀겨도 맛있다고 했던가? 역시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료를 넉넉히 준비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아내들에게도 맛보여주지, 못 할 뻔했으니까 말이다.

돈가스를 먹는 아내들에게서 연신 찬사가 터져 나왔다.

“러셀, 아주 맛있어요.”

“육즙이 너무 좋아요.”

“진짜 왜 이렇게 맛있죠?”

“자기, 플로라 더 먹어도 돼요?”

뭔가 양들 사이에 검은 염소가 한 마리 끼어있는 기분이지만…

고개를 돌리자. 다른 쪽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수리아 왕녀와 시트라 씨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트라 씨는 아내들과 난리가 난 후. 다음날 빠르게 정신을 차리셨다. 저번처럼 며칠 만에 일어나신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한데, 아직 그 후에는 시트라 씨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다. 저분이랑도 대화 한번 해야 하는데…

‘그나저나 저분들은 맨날 싸우면서 저녁은 항상 같이 먹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분들이었다.

그렇게 플로라, 시트라, 수리아 씨에 대해 생각할 때였다. 그때 들려온 장인어른의 목소리.

“사위, 좀 더 먹을 수 있나?”

장인어른과 친구분이 빈 그릇을 내보이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하하, 물론이죠. 빈 그릇 이리 주세요.”

나는 두 분께 빈 그릇을 받아 이미 튀겨둔 돈가스를 다시 썰어 접시에 올려 두 분께 내드리고 장인어른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내 발리리에게 그간 그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다 들었네! 장부도 살펴봤고, 자네 혹시 내 후계자 할 생각… 아니지, 어차피 발레리에게 물려주려 했던 것. 내 다 정리해서 자네와 발레리에게 줌세, 해보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게. 어떤가?”

“예?!”

갑자기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장인어른.

“놀라기는 이 친구, 내가 보기에는 자네의 그 새로운 시각의 장사법과 발레리의 내조가 만난다면, 이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상단도 꿈은 아닐걸세. 세상에 축제를 통해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발상이라니. 여태까지 손님이 있는 곳으로 물건을 가져간다는 우리들의 당연한 발상을 뛰어넘는, 아주 대단한 생각이 아닐 수가 없지 않은가?”

“그 황금 마차라는 것도 대단했지? 몬스터로 경쟁을 막고 독점 공급이라니!”

장인어른의 장황한 말에 옆에 친구분도 연신 맞장구를 치며, 틈틈이 입안으로 돈가스를 욱여넣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엄청난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좋기는 한데. 장인어른이 주시는 건 발레리 빼고 약간 하자가…

“가, 감사하긴 한데…”

“어허 사위, 사위도 다 자식이라면서, 아버지가 주는 것을 마다하는 자식이 어디 있단 말인가?”

‘내가 사위도 자식이니 앞으로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인사 한번 박았었는데, 그걸 저렇게 이용하시다니.

돈을 주신다는데 당연히 좋지만, 액수가 문제였다. 전 재산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고…

그렇게 잠시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한쪽에서 조용히 식사하시던 두 분이 손을 들어 나를 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장인어른 잠시. 다른 곳에서 부르시네요.”

“그래, 알겠네. 잘 생각해보게 아니, 생각하지 말게 그냥 내 다 정리해다 줄 테니.”

식사와 함께 드린 포도주 한잔에 취하신 건지. 기분이 너무 높아진 상태인 장인어른과 장인어른의 친구분을 뒤로하고, 나를 조용히 부르는 시트라 씨와 수리아 왕녀에게 다가갔다.

두 분은 즐겁게 식사하시다가 웬일인지 둘 다 얼굴이 조금 굳어진 상태였다.

“저를 어쩐 일로?”

“잠시 이리로.”

시트라 씨가 긴 의자에서 조금 움직이더니 나에게 앉으라 권유하셨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바로 자리에 앉았다.

‘뭐 앉는 거야 특별한 일이 있으려고.’

“무슨 일이시죠 두 분?”

두 분께 나를 찾은 용건을 묻자 시트라 씨가 내 귓가에 나직이 속삭이듯 말했다.

“여관에 이상한 손님이 들었습니다.”

“예?!”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