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44화 (144/352)

〈 144화 〉 142. 죄와 벌 8

* * *

나의 칭찬에 시트라 씨가 부끄러워해 범인 찾기가 잠깐 멈췄지만, 시트라 씨는 이내 비 맞은 풀이 기운을 얻은 것처럼 살아나 사람들을 몰아쳤다.

딱히 큰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쯧…, 흠… 같은 소리 하나에 사람들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자기 죄를 끄집어냈다. 시트라 씨의 손에서 번쩍이는 신성력의 빛이 마치 자기들의 죄를 다 비추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말이다.

저거 물어보니까 밤에 횃불 대용으로 쓰는 그런 거라던데…

“저는 정말 아닙니다!”

“흐으음….”

시트라 씨의 손에서 다시 빛이 커지고.

“저번에 마을 안에서 가죽을 한번 훔치긴 했지만,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 심리 압박에 못 이기고 자기 죄를 줄줄 부는 놈들도 가끔 있다. 이놈은 마을 주민들에게 이끌려 범죄자를 묶어두는 기둥으로 끌려갔다.

심문을 끝내고 천막에서 나간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정보 교환을 못하게 일단 마을 안으로 안내되어 목책 안에서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엘프들이 튀는 놈 없게 천막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 빠져나가거나 꼼수를 부릴 놈은 원천 차단했다.

똥쟁이 새끼 반드시 잡아낸다!

그렇게 절반 정도 심문이 끝난 후.

천막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왜소해 보이는 여자 용병하나. 머리가 좀 산발이고 눈두덩이에도 멍이 든 상태, 들어올 때부터 뭔가 더운지 이마에 땀을 훔치며 초조해하는 모습.

왠지 냄새가 난다. 더러운 냄새가.

“지금부터 질문을 하겠습니다. 당신이 강에 오물을 버렸습니까?”

시작된 시트라 씨의 질문. 하지만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도리어 질문을 해왔다.

“저, 저기 강에 오물을 버린 사람은 여, 역시나 사형인가요?”

시트라 씨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예, 당연히 극형입니다. 수원을 더럽힌 죄는 어디 가나 같은 것. 물론 아시겠죠?”

여자는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제, 제가 그랬습니다.”

여자의 죄를 고백하는 목소리는 입에서 죽어가는 영혼이 흘러나오는 것같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다 포기한 목소리와 얼굴…

뭐가 이상한데? 이거 딱 분위기를 봐도 일진이 저지른 일 셔틀이 뒤집어쓰는 그런 느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너무 이상했다.

“시트라 씨 좀 이상….”

“러셀 씨, 이분을 묶어서 처형대로 끌고 가라고 해주세요.”

“예? 아니, 근데 이게…”

시트라 씨의 단호한 표정에 나는 천막 밖에 서 있던 마을 주민 둘을 불러 여자를 처형대로 끌고 라고 지시했다. 여자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 한 후, 걸어갈 힘도 없는지 발까지 늘어트리고 질질 끌려 나갔다.

그리고 다음으로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차림새는 역시나 용병. 여자를 살펴보고 시트라 씨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범인 잡혔으면 이제 끝 아닌가요?”

시트라 씨의 얼굴에 고혹적인 미소가 떠오르고 천천히 입을 열어 앞의 여자에게 말했다.

“누가 그러던가요. 범인이 잡혔다고?”

“예? 분명히 제 앞에…”

그리고 시트라 씨는 그녀의 대답 따위는 기다리지 않고 질문을 시작했다.

“당신이 강에 오물을 버린 사람인가요?”

시트라 씨의 손의 빛이 이전보다 더욱더 빛나기 시작했다.

“아, 아니 분명 범인이…”

“이건 들어볼 필요도 없군요. 이렇게나 밝은 빛이라니…”

시트라 씨가 무엇인가 확신한다는 투로 말하자 여자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거, 거짓말! 나, 난 시키기만 했단 말이야!”

“자, 뭘 시켰는지 말해보시죠.”

시트라 씨의 미소가 입에 걸리고 그녀의 허리춤에서 메이스가 뽑혀 나왔다.

­쿵

시트라 씨가 테이블 위로 이단 심문관의 메이스를 소리 나게 올리자 앙칼지게 소리치던 여자는 일어선 자리에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 그게… 그러니까…”

이 세계는 용병 일에 남자 여자를 차별하지는 않지만, 용병같이 험한 일에는 당연히 남자들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은 등급 이하의 육체적인 능력으로만 평가받는 용병 일에는 여자들이 어지간해서는 끼기 힘든 법.

그래서 힘을 내려받기 전의 여자 용병은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당연히 소외되는 편이다. 근력이 아무래도 부족하니 동료로 다들 꺼리는 것.

그러니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등급에 맞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여자 용병들끼리 모인 곳에서도, 잘하는 놈 못하는 놈은 나뉘기 마련이고.

파티 안에서의 그런 이유로 지위가 생겨나고 전생의 간호사들의 ‘태움’ 같은 것처럼, 사람의 피를 말리는 괴롭힘이 있다나?

그러니 처음에 끌려간 여자는 괴롭힘의 피해자고, 나중에 바보 같은 소리를 해서 지가 시킨 거라는 걸 실토한 여자는 그런 괴롭힘 주도자.

범행 동기는 허드렛일을 담당하던 여자의 손이 느려 일이 밀리자, 배설물이 담겨있는 통을 한밤중 강에 내다 버리라고 지시한 것.

여자가 거부하자 두드려 패서 눈에 멍들고, 머리카락이 산발인 건 쥐어 뜯겨서 그런 것이었다.

여자의 일행은 총 네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범인을 잡았는데 상황이 좀 더러웠다. 관례대로 하면 넷 다 죽여야 하는데 강에 직접 버린 여자는 조금 불쌍한 상황.

잘못한 건 맞지만 법에도 인정이 있으니까.

시트라 씨는 네 명을 전부 다 형틀에 묶어두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세 명은 한 명은 오물을 버릴 것을 지시하고, 셋이 거부하는 여자를 때려서 오물을 버리고 오게 했군요. 셋은 장형 열대씩. 그리고 형에서 살아남으면, 십 년간 마을의 오물을 수거와 허드렛일에 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장형 열대에 살아남으면, 십 년간 마을의 공공 노예로 삼아, 이년들이 부려 먹던 여자가 하던 오물 치우는 일과 허드렛일에 쓰겠다는 것. 아주 고소한 형벌이었다.

“그리고 강에 직접 오물은 버린 죄인은 성국으로 직접 호송하겠습니다. 감히 신전의 성수를 만드는 원천을 더럽히고, 괴롭힘을 당했다고는 하지만 실행에 이른 죄가 아주 큽니다. 성국 지하감옥이 어떤 곳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시트라 씨의 싸늘한 말. 뭔가 입이 씁쓸해지는 판결이었다. 여자는 온몸을 묶인 채 사제들의 손에 이끌려 다 포기한 걸음으로 신전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리고 형이 집행되었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엉덩이를 까이고 물이 뿌려진 후, 장이 내려쳐졌다.

“한 대요!”

­짜아악

“꺄흐흐흐윽…”

“두 대요!”

­짜악

“꺄아아앙…”

역시나 여자들이라 그런지 몇 대 참지 못하고 실신이 이어졌으나. 촌장의 아들들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장을 멈추지는 않았다.

이 새끼들 얼굴은 왜 붉혀.

형이 끝나고 마을에 똥 지게꾼 세 명이 생겨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공공 노예가 생겼다는 말에 처음에 그게 무슨 말인가 했지만, 앞으로 세 여자가 오물도 치우고 마을 일도 거들어 준다니 다들 반기는 눈치.

여자 셋은 마을 헛간에 일단 버려졌다.

나는 강에 오물을 버린 여자를 성국까지 끌고 가겠다는 판결을 한 시트라 씨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것은 다 시트라 씨에게 맡겼으니 그녀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시트라 씨와 신전에 같이 기거하는 사제님의 부름으로 길을 나섰다. 아니 부름이 아니고 끌림에? 갑자기 나타나신 분이 마을 광장으로 가야 한다며 팔을 잡아끌어 끌려가는 중인 것이다.

“빨리, 빨리 가야 한다고요.”

“아니, 무슨 일이기에.”

사제님의 손에 이끌려 마을 주민의 집을 하나 돌아 광장으로 나가자 앞에 마을 공용 마차가 서 있었다. 촌장의 아들들과 마을 주민 몇 명이 타고 있었는데, 도시에 무엇을 사러 나가는 모양.

그 마차 제일 뒷자리에 로브와 후드까지 덮어쓴 사람이 시트라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하던 중 시트라 씨가 갑자기 단검을 하나 꺼내 들더니, 이야기 나누던 사람의 후드 한쪽으로 흘러나온 묶은 머리카락을 단숨에 잘라냈다.

그리고 시트라 씨가 가까워져 오자 들려오는 목소리.

“잘린 머리카락을 보며 지금의 수치를 기억하세요. 잘못된 일임에도 고통과 목숨이 두려워 저지른 실수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강해지세요. 다음번에는 고통과 목숨이 두려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알겠나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자의 두 눈에서 굵은 눈물이 방울져 마차 아래로 떨어졌다. 시트라 씨가 여자의 손에 돈주머니로 보이는 작은 가죽 주머니를 쥐여주자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양 마차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다.

마차 뒤로 남겨진 시트라 씨에게 평원에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은발이 휘날리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시트라 씨의 은발은 마치 평원에 내리는 눈발 같았다.

나는 멀어지는 마차를 바라보고 있는 시트라 씨의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시트라, 씨 제가 혹시 이야기했던가요?”

갑자기 내가 뒤에 나타나서 말을 걸자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하는 시트라 씨.

“무, 무슨 말을 말이죠?”

“시트라 씨는 얼굴의 상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머리카락 색처럼 희고 곱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이라는 거요?”

“예… 옛?”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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