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38화 (138/352)

〈 138화 〉 136. 죄와 벌 2

* * *

아… 신성력 그게 발끝으로도 가능한 거구나… 오늘 처음 알았다. 과연 저게 신성인가 신성모독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

그렇게 시트라 씨의 발끝에 담긴 신성력으로 치료받은 놈에게 다시 한번 물이 쏟아졌다. 이번에는 엉덩이가 아니라 머리로.

­촤아악

“푸하! 커허어… 살, 살려주십쇼 잘못했습니다. 제발.”

놈은 깨자마자 목숨을 구걸하며 애원했지만 남은 두 대의 곤이 떨어져 내렸다.

­짜아악

­짝

“끄허어어억… 이제 끝난 겁니까? 흑… 어흑… 살, 살았다.”

놈은 이제 형벌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손님, 이제 쯔끼다시 맛보신 건데. 이분 주요리 나오면 감동에 눈물을 얼마나 쏟으실지.

주방장인 나는 당연히 손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기에 나머지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럼 몸은 다 푼 것 같으니, 나머지 형을 집행해볼까?”

“뭐!? 뭣! 아니, 제발 제발! 영주, 촌장, 여관주인님, 그래, 주인님 제발!”

놈이 타들어 가는 눈으로 나를 보며 침을 질질 흘리며 원을 해댔다. 마치 사극의 주인공처럼 형틀에 묶여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리며 얼마나 애절하게 말하는지.

“어디 보자. 마을 주민에게 상해를 입히려 한 죄, 마을 주민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죄, 마을 주민의 재물을 약탈하려 한 죄, 마을 주민을 겁탈하려 한 죄. 이에 따라 마을 주민 한 명이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현재 신전에서 치료받는 상황.”

마지막 건 이놈이 한 건 아닌데. 네가 없었으면 그럴 일도 없었잖냐? 그렇지?

나는 제법 엄숙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죄인의 죄를 살펴보았을 때. 죄인에게 사형을 당연히 집행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불만 있으신 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트라 씨가 살포시 손을 들더니 나를 바라보면서 조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러셀님,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사형은 당연하지만, 아직 죄인이 죄를 뉘우칠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더 후려치라는 뜻인 듯?

그리고 그때 도적단의 두목이 기운 빠진 목소리로 외쳤다. 놈은 형틀에 고개를 처박고 눈빛 또한 다 포기한 듯 보였다.

“그래, 죽여라! 이 새끼들아, 차라리 그냥 죽여!”

나는 시트라 씨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죄인에게 죽을 때까지 곤장형을 내립니다. 집행!”

놈의 포기하고 죽어가던 눈빛이 다시 살아난 활어처럼 생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형틀 위에서 펄떡거리며 외쳐대기 시작했다.

“뭣?! 뭐라고! 아니, 그냥 목을 쳐라! 이게 무슨 개 같은! 아니 주인님! 촌장님!”

죽어가던 죄인도 생기를 찾게 되는 곤장형.

“아 참. 너희들 이제부터 집행할 때. 몇 대인지 말하면서 해라. 알겠냐? 이런 식으로 ‘한 대요! 두 대요! 세대요!’ 알았지?”

뭔가 허전해서 생각했더니 시그니쳐 사운드가 빠져있어서 그런 것이었어.

­쩌어억

“한대요!”

“끄하아아악! 제발 그냥 그냥! 죽여주십쇼!”

­짜아악

“두대요!”

“꺼흑.”

얼씨구나~ 흥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도적놈의 집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트라 씨를 이 정도면 어떠셔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시트라 씨가 양손을 모으고 종교인 같은 자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러셀님 제가 오해했던 듯합니다. 역시나 러셀님은 법과 종교에 깊이가 있으신 분. 어쩜 이런 방식이라니. 죄인이 직접 죽음을 청하다니! 최고의 회개입니다.”

시트라 씨는 만족한 느낌이었다.

이단심문관 만족하게 하기 힘드네….

­­­­­­­­­­­­­­­­­­­­­­­­­­­­­

그날 밤. 나와 시트라 씨는 단둘이 어제 로리엘이 만들었다는 참혹했다던 현장에 나와 있었다. 어두워서 현장은 내일 아침에 날이 밝는 대로 확인하기로 했고 지금은 모닥불 앞에 앉아서 전투식량을 먹는 중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는 곤장을 얻어맞던 놈이 내지른 소리 때문.

“현상금! 정보! 현상금과 정보가 있습니다!”

놈이 자신에게 현상금이 붙어있고 쓸만한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 처음에는 살기 위해서 막 던지는 말인 듯싶었는데, 들어보니 나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너 죽어도 현상금 받잖아?”

어차피 머리만 있으면 되니 다시 형을 이어가라는 나의 손동작에 놈이 발작하면서 뱉은 말.

“제가 그란 폴에 뒷골목에서 가장 큰 조직을 운영하던 놈입니다요. 저에게 그란 폴에서 불법을 저지르는 모든 놈들의 정보가 있습니다! 제발! 그래요! 모험가 길드의 헤럴드 그 영감한테 데리고 가면 제가 다 불 테니, 그 영감한테 많은 사례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거기 가도 죽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곤 맞아 죽는 건 싫은가보다.

“너 현상금 얼마인데?”

“2 금화입니다!”

어? 생각보다 짭짤했다. 2 금화면 이놈 이거 상당히 나쁜 짓 많이 했나 본데?

“네 부하는 현상금 있냐?”

“예! 예, 몇 놈 있습니다!”

그렇게 놈 부하들의 대가리를 실은 마차를 끌고 그린 폴로 가게 된 것.

다만 두 아내는 피곤해서 잠이든 상황이었고, 이실리엘은 둘이 깨면 어제 사 온 무희 복을 입어본다는 중대한 일을 앞두고 있기에 집에서 쉬라고 했다.

남은 수호자 하나를 데리고 갈까 했는데, 로리엘이랑 무엇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벼르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았다. 로리엘이 무슨 잘못을 했나 싶었지만 그건 엘프들의 문제인 것 같으니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였고.

에밀은 전투식량용 가죽 만드는데 바쁘고….

수인 친구들이나 평원 엘프 친구들도 다들 바쁘거나 쉬는 상황.

촌장의 아들 둘은 오후에는 퇴근시켜줘야 하고.

결국 나 혼자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피가 뚝뚝 흐르는 상자가 실려있던 마차를 끌고 나와서 형틀에 매여있던 도둑놈을 다시 마차에 태우려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시트라씨가 범죄자를 그란 폴에 넘긴다고 하니, 자신도 따라가겠다며 따라 나온 것. 시트라씨도 단둘이 갈지는 몰랐던지 마차에 타고서야 저희 둘이 가는 겁니까? 라며 놀라셨다.

그렇게 둘이 피를 뚝뚝 흘리는 마차를 끌고 이곳까지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인 것이다.

장소는 어두워져 찾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늑대 새끼들의 잔치가 벌어졌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활을 쏘아 다 쫓아내거나 몇 마리는 잡고 모닥불을 만들어 자리를 잡았다.

원래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지만 여기 자리 잡은 이유는 시트라가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 궁금했기 때문.

“음….”

근데 이거 시트라 씨랑 둘만 있으니 어색하네. 할 일이 없어 하늘을 바라보니, 수많은 별이 쏟아져 내릴 것같이 맑고 투명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둘이 전투식량을 만들어 먹고 모닥불을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 이런 분위기 정말 싫은데.

나는 조심스럽게 시트라 씨에게 말을 걸었다.

“어, 시트라 씨 피곤하면 좀 주무시죠.”

“피곤하면 같이 잘까요?”

“예!?”

나는 시트라 씨의 말에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시트라 씨는 ‘왜 그러지?’ 하는 표정을 짓다가 자신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무, 무슨 오해를 이, 이런 것입니다.!”

모닥불에 비친 시트라 씨의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시트라 씨는 뭔가를 보여주려다 몇 번을 실패했다. 결국 심호흡까지 몇 번을 하고 다시 시도하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약간 비누 거품 같은 느낌이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분명히 어두워졌다. 우리 주변만 빼고.

“어?! 이건?”

“성역, (Sanctuary)입니다. 신성력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만든 것입니다. 몬스터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려 하면 인식이 비틀려서 주변으로 지나가게 됩니다. 안에서 빛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좀 어두워진 것 같으실 겁니다.”

“오…. 처음 봅니다. 이런 건.”

“상급 사제가 아니면 시도도 못 하니까요. 그, 같이 자자는 말은 이 안에서는 불침번 설 필요 없이 둘 다 잠들어도 된다는 말 이었습니다. 큼….”

“하하… 아하하…”

“확실히 부인만 셋이나 있으신 난봉꾼 같은 분이라 그런지, 담백한 말을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네요.”

시트라 씨가 새침하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런데 아니, 이분이 난봉꾼이라니!

“난, 난봉꾼이라뇨. 저는 그저 아주 순수하게 사랑을 한 것뿐입니다.”

“저는 자애와 순결 교단의 이단심문관. 제, 입장에서는 순결한 처녀 셋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러셀님 같은 분은 아주 대죄인입니다.”

아니, 그 입장에서는 그게 또 그러네? 세 명의 순결을 더럽혔으니…

하지만 나는 시트라 씨의 말을 강하게 부인하며 적극적으로 시트라씨에게 나 자신을 변호했다. 솔직히 한 명은 죽어가고 한 명은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죽으라고 그냥 둘 수도 없고. 발레리는 길 가다 보석 주운 느낌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 그래서 둘과 결혼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발레리는 …… 죽겠다며 찾아왔다는데 어찌합니까…”

“결국 제가 세 명 살린 겁니다. 아무렴요.”

마지막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았으려나?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니.

“저, 저런. 그런 사정이라니…”

발레리 씨는 나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셨다. 잠시 후 타닥거리는 장작불 소리와 함께 시트라 씨의 사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사제인데 말을 함부로 한 것 같군요. 그런 사정이 있으셨는지는 몰랐네요. 자세하게 들은 적이 없어서.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합니다. 하긴 저처럼 얼굴에 상처 있는 여자에게 추파를 던질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마지막 자기 비하까지. 거기까지는 안 나가셔도 되는데…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발레리 씨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말했다.

“시트라 씨는 아름다운 분이세요. 그 얼굴의 상처는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지키려다가 그런 것이잖아요? 아무렴요! 그건 상처가 아니라 훈장 같은 거죠! 그리고 발레리씨는 아름다우니 그런 상처마저 없다면 너무 완벽해서, 너무 많은 남자가 따르게 될 테니. 아마 여신님이 걱정되어서 만들어주신 걸 겁니다. 하하하!”

이 정도면 기운이 나겠지? 적당한 칭찬과 마지막에 유머까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트라 씨를 바라보자 시트라 씨가 얼굴을 가리고 몸을 돌려 앉으며, 타는 장작불 소리에 묻혀 들릴 듯 말 듯 하게 말했다.

“나, 난봉꾼…”

시트라 씨의 등 뒤로 펼쳐진 하늘에서 별똥별이 하나 떨어져, 시트라 씨의 머리 뒤를 스치듯 지나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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