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32화 (132/352)

〈 132화 〉 130. 황금마차 6

* * *

“두목!”

헤럴드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모험가 길드에 철 등급 모험가로 등록시켜놓았던 모튼이, 그나마 간신히 붙어있던 문짝을 박살 내며 술집 안으로 헤론을 부르며 뛰어 들어왔다.

술집 안쪽으로 날아 떨어지는 문짝에 술집 주인이 마른세수하며 인상을 쓰는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헤론의 패거리에게 뭐라 할 수도 없는 처지기에, 술집 주인은 카운터 안쪽에서 망치를 꺼내 들고는 인상을 구기며 입구로 향했다.

아침부터 술 퍼먹기에 여념이 없던 헤론이 술집 안으로 헐레벌떡 달려들어 온 모튼을 삐뚜름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무슨 일인데. 길드에 무슨 일 있어? 그 영감탱이가 또 빈민굴 들쑤실 거래?”

“아뇨, 이번에도 왔습니다. 그 웜 포트에서 돈 쓸어 담고 있다는 여관 마차요. 이번에는 마차가 네 대였다고요.”

“그래?”

“예, 그리고 전부 여자였습니다.”

“뭐가?”

“마차에 타고 온 년들이 전부 여자였습니다. 가슴 큰 년 하나에 엘프들 수인들이 섞여 있는데 전부 여자였습니다.”

엘프들이야 활을 좀 쏜다지만 변변한 호위 병력이 없다는 소리. 헤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니, 그렇게나 돈을 쓸어 담는다면서 변변한 호위조차 없다고?

확실히 장사 경험이 없는 새끼라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돈을 쓸어 담는다면 보통은 용병 스무 명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차는 얼마나 자주 오는 건데?”

“확인해보니까 열흘 간격이었습니다.”

확실히 개중 똘똘한 수도 출신 놈을 길드에 심었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정보를 가지고 왔다. 시골 마을 출신 새끼들은 왜 그렇게 무식한지. 뭐가 도움이 될 정보인지를 구분을 못 했는데 말이다. 헤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수도 출신이라고 했지?”

“예 두목!”

“넌 이번 일 끝나면, 아래 몇 놈 거느리게 해줄게.”

“가, 감사합니다.”

모튼의 얼굴에 기쁨이 떠올랐다. 모험가 길드에서 의심받지 않기 위해 진짜 모험가들과 고블린 사냥, 늑대 사냥, 랫맨 사냥등에 억지로 참여해야 했었다. 수도 뒷골목 소매치기 출신으로 칼 한번 안 잡아본 자신인데, 그동안 생사의 위험을 건너며 참고 견딘 보람이 있었다.

헤론이 허리를 돌려 술집 내부를 향해 외쳤다.

“여드레 뒤에 남문 밖에서 한 놈도 빠짐없이 모인다! 병신같이 남문 바로 앞에서 경비대 눈에 띄는 머저리 짓 하는 새끼는 대가리 따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알겠냐?”

“예 두목!”

상납금과 자금이 간당간당했던 헤론은 이번 일에 사활을 걸기로 했다. 대충 중간쯤에서 처리하고 오크나 리자드맨이 벌인 일로 가장하면 되고, 걸리더라도 마차가 웜 포트 소속이면 그란 폴에 추격도 받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공백지 마을이 마차 주인의 거점이니. 중간위치에서 벌어진 일은 그란 폴에서 미뤄버리겠지? 하는 계산이 있는 것이었다.

다른 정보원들이 가져온 여관주인이 무슨 도적단을 잡았네 하는 헛소문도 있었지만,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당사자인 주인 없이 여자들끼리 다닌다면야 그건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먹잇감일 뿐.

가슴 큰 년도 하나 있고, 엘프랑 수인들도 있다는데. 엘프 속살이 그렇게 부드럽다던데? 아직 한 번도 엘프의 속살을 경험해보지 못한 헤론의 분신이 행복한 상상에 술김에도 뻣뻣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여드레 뒤 헤론이 이끄는 뒷골목 부랑아 오십육 명은 남문을 통해 밖에 집결했다.

“우리는 중간쯤 대기하고 있을 테니, 신호 조는 여기 대기하다가 그것들 나오면 따라붙어라 알겠냐?”

“옛! 두목!”

그란 폴의 부랑자들이 꿀에 몰려드는 개미처럼 러셀의 황금마차로 꼬여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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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엘과 엘프 수호자 하나, 발레리, 리젤다, 마리나 그리고 네 명의 수인은 그란폴의 길드로 황금마차를 끌고 물건을 팔러 가는 중이었다.

벌써 여섯 번째 방문이었다.

평소와 같은 일행인데 오늘은 특별히 리젤다가 마차에 올라 있다. 리젤다는 보통 여관을 지키는 위치인데 이번 상행에 참석한 이유.

도시에 옷을 사러 가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 발레리가 러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희 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이야기가 식사 중에 흘러나왔었다.

“러셀이 무희복 입은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넷? 그걸 어떻게?”

“제가 예전에 무희를 한 적이 있어, 기념으로 가지고 있던 옷이 있는데. 자꾸 그걸 한 번만 입어달라고 하기에, 어젯밤에 한 번 보여줬더니…. 거칠게…”

그 소리에 첫째, 부인인 이실리엘은 참지 못하고 무희 복 구매를 지시했다.

“발레리는 바쁠 테니 리젤다가 따라가서 제 것까지 부탁합니다!”

리젤다는 이실리엘의 명령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차에 올라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섯 번째 황금마차가 리젤다까지 싣고 그란폴로 달리고 있을 때 중간쯤이나 도착했을까? 저 멀리 강변에 야영하는 무리가 마차에 탄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은 좀 많아 보이는데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뭘까요? 낚시라도 하는 걸까요?”

리젤다의 물음에 로리엘이 마차 위에서 경계를 서던 수호자에게 말했다.

“시리아 뭔가?”

“인간. 사… 음. 사십? 오, 오십? 명쯤 된다. 무기? 안 보인다.”

요즘 남부어를 연습 중인 시리아가 떠듬떠듬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몇십 년 있을 거라면 언어 정도는 배우는 게 좋을 거라는 러셀의 의견으로 시작된 공부였다.

리젤다와 로리엘이 붙어서 수호자 둘에게 말을 가르치는데, 시리아가 다른 수호자인 에이리 보다 훨씬 습득이 빠른 상태였다.

“주변에 다른 움직임은?”

“없다? 응, 없다.”

시리아가 역시나 더듬더듬 말했다.

딱히 야영지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기에 로리엘은 야영지에 신경을 끄고 그란 폴로 마차를 몰았다.

애매한 위치에 조금 의심스럽긴 한데 먼저 움직이기 전에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려 오후에 도착한 그란 폴에서 물건을 넘기고 꽤 괜찮은 수입을 올렸다. 이번 상행에는 검은 연꽃이 하나 끼어있기에, 발레리의 주머니에는 금화 여러 개가 짤랑거리며 들어갔다.

“매번 이렇게만 벌었으면 좋겠네요.”

발레리가 리젤다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남편이 하는 대로만 하면 돈이 이렇게 잘 벌리니. 자신의 아버지보다 어쩌면 러셀이 더 상인의 자질이 높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러셀의 부인 셋은 밤마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 이야기 자리에서 자기들의 남편인 러셀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각자 자기들이 알고 있는 러셀이라는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셋의 이야기는 모두 달랐다.

이실리엘은 다정하고 영혼의 격이 높다는 엘프 같은 이야기를, 리젤다는 북부에서 현자라고 불린다는 것과 다섯 왕국의 왕들이 아주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는 말을, 발레리는 상인 출신인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상재가 뛰어난 인물이라는 이야기를.

결국 결론은 자신들의 남편은 상당히 능력 있는 사람. 그러나 여관주인으로 만족하는 소소한 남자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길드에서 나온 둘은 그 소소한 남자를 위해서, 지금 서쪽의 여성 옷들이 많다는 옷 가게에서 옷을 구경하고 있었다.

리젤다는 이곳에서 무희 복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발레리가 러셀이 좋아한다는 말에 구매하러 왔는데.

맙소사! 이게 옷이라고?이건, 안 입은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이, 이것이 무, 무희 복이 진짜 맞습니까?”

리젤다는 떨리는 목소리로 발레리에게 물었다.

“네, 리젤다님 조금 얌전한 모습이긴 한데, 나쁘진 않네요.”

이게 얌전하다고? 리젤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발레리를 바라보았다. 가슴은 유두만 살짝 가릴 것같은 모습에 하체는 속옷 한 장, 그마저도 망사인데? 그리고 다른 부분들도 모두 훤히 안이 들여다보이는 모습인데 이게 얌전하다고?

“그, 그렇다면 얌전하지 않은 모습은?”

여자 점원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둘은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 미소는 뭔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듯한 미소였다.

점원에게 소개받은 얌전하지 않은 모습의 옷을 봤을 때, 리젤다는 졸도해버릴 것 같았다. 가슴을 테두리만 가리고 융기는 과시하듯 드러내는 그야말로 과감 아니, 파격?

입은 모습을 상상하니 얼굴이 화끈거려 옷을 바라볼 수 없을 지경.

더군다나 하의 속옷 가운데를 모로 날카롭게 베어낸 것 같은 흠집에, 옷이 망가진 것인가 해서 물어보니 원래 그런 거라고? 거길 드러내기 위해서?!

“이, 이런 것을 입고 무희를 하는 것입니까?”

리젤다가 발레리를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남자들 앞에서 이걸 입다니!

“아, 아뇨 이런 건 하렘 안에서 남자를 기쁘게 하려고 입는 거고, 무희는 얌전한 모습과 이것의 중간쯤?”

리젤다가 한참 무희 옷의 상상에 빠져있을 때, 그때였다 점원의 말이 들려온 것은.

“그럼, 어떤 걸 구매하시겠나요?”

점원의 말에 화들짝 놀란 리젤다가 상상에 깨어 더듬거리며 나직이 말했다.

“얌, 얌전…… 하…하지 않은…”

리젤다도 할 땐 하는(?) 용감한 아가씨였다.

점원이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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