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27화 (127/352)

〈 127화 〉 125. 황금마차 1

* * *

황금마차.

원래 전생의 격오지 근무하는 군 장병들의 복지를 위해서 생긴 것이다.

전생의 군대에서는 피엑스라는 영내 매점을 운영했었다. 병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초콜릿 과자와 참치, 고추장소스, 참기름 등과 냉동식품을 맛볼 수 있는 곳.

월급날에는 몰려든 병사들로 장사진을 이뤘었는데.

그러나 이런 병사들의 천국 피엑스도 그 크기나 물품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아무래도 물건을 파는 곳이다 보니 교통이 원활하고 인원이 많은 곳이 판매 물품도 다양한 편이었다.

그리고 반면 교통이 불편하고, 부대원이 적고, 도로조차 없는 산 위의 부대에는 이런 피엑스마저 없는 경우가 많았다.

피엑스도 없는 최전방이나 강원도 산골 같은 곳에 근무하는,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 ‘황금마차’였다.

격오지 병사들에게 피엑스 물건을 배달해주는 노란색의 트럭.

어제 벨릭과 대화 중에 떠오른 생각. 그 끝에 도달한 것이 ‘황금마차’인 것이었다.

사냥철 용병들은 서로서로 도움을 받기 위해 중소규모 야영지를 이룬다. 불침번에 도움을 받기도 하고 대량으로 번식한 몬스터들의 습격도 방어하기 좋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용병, 모험가들의 인성이 쓰레기라는데 있었다.

야영지가 합쳐지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좀도둑질. 이맘때 중소규모 야영지는 좀도둑질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다.

고성과 주먹질이 오가고 심하면 칼부림까지 나는 경우도 많다.

용병들은 서로 등쳐먹고 사는 게 일이고 엄연한 용병 직업 중에 도둑놈이 존재하는 만큼, 사냥철 야영지를 운영한다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다들 이런 손해가 당연하다 생각하는데.

여기서 황금 마차를 끌고 내가 등장하는 것이다.

사냥해서 어느 정도 부산물이 쌓인 용병들은 잠시 그란폴로 복귀한다. 하지만 복귀에 이틀이나 걸리고 하루 쉬고 물건 준비해서 와도 대충 일주일은 그냥 날아가 버린다. 그렇기에 웜 포트 앞에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이고.

그러니 부산물을 빨리 웜 포트 앞에 진 치고 있는 상인들에게 넘기고, 구할 수 있는 식량을 구해서 다시 대늪지로 가는 경우가 용병들에게는 훨씬 이득이다.

이 시기에 마을 사람들도 그래서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하지만 마을에 준비된 식량이나 물품이 많거나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란폴까지 가야 하는데, 내가 다양한 물건을 구비하고 야영지까지 직접 방문해 물건을 수거한다? 더군다나 가치 있는 부산물을 현금으로 바꿔주면, 몸에 지니면 되니 도난의 위험도 줄어든다.

여기에는 장점이 또 한 가지 있다.

우리가 직접 배달한 물건은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고, 부산물들은 사냥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날것의 그대로이니 가격이 낮다는 것.

“어때 발레리? 이게 한 철 장사지만, 나쁘지 않지?”

“러셀, 대단해요! 이건 이윤이 남을 수밖에 없어요! 역시, 내사람!”

발레리는 연애인 팬클럽 회장 같은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하, 나란 남자.

“그럼 사들인 것은 어디다 팔죠?”

리젤다가 물어왔다.

돈을 빨리 회전시키려면 웜 포트 앞에 있는 상인들에게 팔아도 되지만 그란폴로 물건을 사러 가야 하니까 그란폴에서 팔아도 된다. 그란폴로 가져가면 더 이익이 남으니까.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장인 거리에 직접 파는 방법도 있어요.”

오! 역시 발레리,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상가의 후계자는 역시 유능했다. 발레리는 뭔가 거저 주운 느낌인데. 발레리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발레리의 집에도 한 번 방문해야 하니. 그 더운 서부를 또 가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긴 정말 더운데. 그러고 보니 온 사방에 처가가 생기는구나…

일단 그 문제는 백단목 잔금 가지고 오면 생각해보기로 하고 리젤다의 질문에 대답했다.

“뭐 지금 시기야 우리가 물건 가지고 마을 근처만 가도 몰려들어서 서로 사겠다고 할 것이 뻔하니까. 팔 곳 걱정은 없을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이동해 마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마차를 끌고 이동했다 이동하는 중간에 늑대 몇 마리가 말들에게 달려들긴 했지만, 근처까지 오지도 못하고 로리엘과 수호자들의 화살에 머리가 꿰뚫렸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높은 장대를 꽂는 일. 물론 끝에는 황금마차 깃발이 꽂혀있다.

정기적으로 이곳에 방문할 것이니 거점 포인트를 표시해 둔 것. 사냥하는 용병들도 다음부터는 이곳으로 쉽게 찾아올 수 있게 표시를 해둔 것이다.

널따란 초원에 싱그러운 풀들과 늪지 경계에 물소들이 한가히 풀을 뜯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 편에 있는 맹그로브 숲 근처 여기저기서 연기가 길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수호자 둘과 평원 엘프 몇몇은 마차를 지키고 나와 발레리, 이실리엘과 로리엘, 에밀 그리고 수인들은 각자 배낭에 전투식량과 식료품들 그리고 기름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야영지 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아무래도 체력이 약해 물건 채운 배낭을 메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 힘드니 이런 건 수인들이 힘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도착한 첫 야영지, 맹그로브 숲을 등지고 모닥불 세 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제 막 해가 지려는데 등불도 하나 없이, 용병 서넛이 모닥불마다 자리 잡고 알 수 없는 고기를 굽고 있었다.

“여긴 사람 더 안 받아, 저리 꺼지라고.”

그중에 누군가 우리를 발견했는지 대뜸 박히는 싸가지 없는 말투. 아무튼 용병 새끼들은….

“아이고, 수고하십니다.”

용병 새끼들의 쓰레기 같은 인성을 빈난하며 더러워도 일단 인사를 박았다. 칼 안 뽑은 게 어디냐. 보통 이렇게 단체로 몰려가면 칼부터 뽑는 새끼들이 대부분이니까 말이다.

내 인사에 용병들이 ‘이건 뭐 하는 새끼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사냥하러 나온 게 아니라. 사냥한 물건을 매입해 드리고, 또 여러분이 필요한 식량을 판매하러, 웜 포트의 엘프의 눈물 여관에서 나왔습니다. 하하”

“아니, 무슨 여관에서 여기까지… 뭐! 어디서 나왔다고!?”

“웜 포트의 엘프의 눈물 여관에서…”

그때 한쪽 모닥불에서 두 명이 벌떡 일어나더니 우리 쪽으로 화급히 다가왔다. 용병 둘이 모닥불에 가까워져 오자 두 용병의 가슴에 은색으로 은 등급 용병임을 나타내는 표시가 보였다.

그리고 다가온 놈 중 하나가 내 옆에 서 있던 발레리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발, 발레리님?”

“어?! 안톤님?”

뭔가 좀 뺀질거리게 생긴 놈이었는데 발레리가 아는 사람 같았다. 발레리한테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너무 기름지게 생겼어.

“아니, 이 위험한 곳에 발레리 님이 어떻게 직접! 야 이 새끼들아, 일어나서 인사 안 하냐? 발레리 님이 직접 오셨는데?”

발레리가 아는 척을 했던 안톤이라는 남자는 모닥불 앞에 앉아있던 놈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발레리에게 인사를 강요했다. 아무래도 이 야영지 우두머리인 듯?

“안녕하십니까!”

야영지에 흩어져있던 놈들이 무슨 조폭들같이 단체로 인사를 해왔다. 내가 발레리를 바라보며 이거 뭐야? 라는 표정을 짓자 발레리가 씩 웃으면 아무 말 없이 내 팔짱을 껴왔다.

아니, 얘는 누군지 말을 해달라니까.

“발레리님, 그,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아, 제 남편이에요.”

“헉! 이분이! 화, 화살꼬…”

놈은 화들짝 놀라며 뭔가 말을 더하려다 자기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더니 잠시 후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그란 폴 은 등급 모험가 3위 파티의 리더 안, 안톤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안톤이라는 남자의 극도로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발레리를 바라보자 발레리가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 아, 예. 반갑습니다.”

나는 영문 모를 극도의 공손한 인사에 떨떠름하게 인사를 했는데, 안톤이라는 남자는 무엇인가 오해했는지. 모닥불 옆에 앉아있던 처음에 우리에게 꺼지라고 했던, 남자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외쳤다.

“이 새끼야! 어서 사과드리지 못해? 감히 발레리님의 바깥분께 무슨 실례야! 뒈지려면 너 혼자 뒈질 것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사과해!”

“아, 아닙니다. 그, 그러시지 않아도.”

안톤이라는 남자에게 엉덩이에 발길질을 연신 당하던 남자는 재빠르게 일어나 사과를 해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뵙고.”

“하하하하, 이게 참…”

그렇게 극도로 공손한 인사와 영문 모를 사과까지 받고 나자, 안톤이라는 남자가 빠릿빠릿한 모습으로 물어왔다.

“이 이렇게 위험한 곳에 부인까지 모시고 어쩐 일이십니까!?”

“아... 예, 제가 작은 장사를 하나 시작해서요.”

“장사요?”

“네, 황금마차라고 들어는 보셨나 모르겠네요?”

내가 씩 웃으며 안톤에게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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