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01화 (101/352)

〈 101화 〉 99. 삼 과 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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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여 로리엘의 요구를 수용하자 로리엘은 꽃 같은 미소를 머금고 신이 난 모습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마치 먹이만 잘 주면 되는 애완동물이 생각났다.

로리엘이 잡아 온 꿩과 뇌조를 받아들자마자 나머지 요리를 시작했다. 저녁 시간에 맞추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새들은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털을 뽑고 배를 조금만 갈라 내장을 빼냈다. 이건 하녀들과 리젤다가 함께 도와주었다.

손질된 꿩과 뇌조의 배속에 산삼 조금과 곡물들을 채워 넣고 하녀들에게 실과 바늘로 배를 꿰매달라고 부탁했다. 하녀들은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이라며 신기해하면서도 숙련된 솜씨로 배를 꿰맸다.

그러나 여관 일에 조금은 익숙해진 리젤다였지만 바느질은 아직이었던지, 두 번이나 자기 엄지를 꿴 리젤다는 결국 다른 일을 거들어야 했다.

“아가씨, 그러다가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겠어요!”

하녀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주방을 메아리쳤다. 아직은 미숙한 새댁 리젤다였다.

리젤다가 다른 일로 빠졌지만, 한쪽에 완성된 배가 볼록한 꿩과 뇌조가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 솥에 전부 넣고 물 채우고, 마늘 많이 넣고, 삼도 좀 넣고, 푹 삶으면 삼계탕 완성!

남은 간과 모레 주머니는 손질한 후 꼬치에 꿰어 꼬치구이로 만들었다. 양이 조금 부족하니 양고기도 가지고 와서 채소와 번갈아 꼽고 과일로 단맛을 낸 달콤한 소스를 발라 구웠다.

저녁은 꼬치구이와 삼계탕. 조금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냉장고가 없는 곳이니 재료를 버리긴 아까웠으니까 말이다.

꼬치는 큰 접시에 수북하게 쌓아 올리고, 삼계탕은 적당한 대접에 한 마리씩 담고 국물을 적당히 퍼서 식당으로 운반!

완성된 음식을 가지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긴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는 기사들과 엘프들이 눈을 빛내고 있었고, 장인어른과 눈가가 촉촉하신 장모님이 기대감에 찬 눈으로 앉아계셨다.

각자의 삼계탕을 서빙 했다.

오늘의 요리 주제는 사위의 사랑이 담긴 씨암탉이랄까?

다들 푹 삶아진 새를 보고 이걸 어떻게 먹지 하고 계셨기에 장모님께 제일 먼저 다가가 먹는 법을 알려드렸다.

“이렇게 나이프로 배를 가르시면요. 그리고 고기를 드시면서, 안에 곡물을 국물과 섞어서 수프처럼 드시면 됩니다.”

꿩의 배가 좍 갈라지자 뜨거운 김과 함께 안에서 삼과 잣 너트류들의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향기가 너무 좋네요.”

장모님께서 향을 흠뻑 들이키며 좋아하다. 솔직히 전생에도 외국인들이 한국 오면 삼계탕 꼭 먹어보고 그랬지 거기 어디더라 시청 앞에 거기가 맛있었는데.

나도 오랜만에 대하는 삼계탕에 입안에 군침이 돌고 있었다.

장인어른이 뇌조의 배를 가르며 말씀하셨다.

“새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수프라니 호쾌 하구만?”

“많이들 드세요.”

다들 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테이블 한편에 로리엘의 시무룩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로리엘에게 다가가자 로리엘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러셀 분명 두 마리라고 말했는데….”

‘아차!’

나는 시녀들에게 부탁해 시무룩한 로리엘의 기분을 풀어줄 두 번째 삼계탕을 빠르게 준비해주었다.

두 번째 삼계탕을 받아든 로리엘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웃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살찐 엘프는 본 적도 없는데 로리엘 그렇게 먹다 살찌는 거 아니야?

물론 가슴만 찐 엘프는 한 명 있다. 내 와이프….

“건강에 좋은 음식이니 많이들 드세요.”

삼계탕에서 따듯한 김이 그릇마다 솟아오르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결혼식 연회 이틀째 밤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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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연회는 사흘까지 계속되었다.

결혼식을 축하하려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모든 맥주와 양고기를 동낼 것처럼 먹고 마셔대, 결국 이실리엘의 슬픈 표정 속에 추가로 스무 마리의 양이 세상을 등져야 했다.

“다시 천 마리가 되려면 양이….”

그날 저녁 슬픈 표정으로 양고기를 뜯고 있는 이실리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도 우리는 일주일이나 성에 머물러야 했다. 모처럼 리젤다의 고향에 왔기에 조금은 쉬다 가야 했다. 이번에 떠나면 어쩌면 다시 오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마법 문이 있으니 언제라도 올수는 있겠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또 모르니까 말이다.

연회가 끝나고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헤럴드님이 결혼식이 끝나자 기사 넷과 화이트 힐을 떠났다. 두 발로 걷는 늑대의 사체를 수도로 가져가 확인하고 이런 마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제가 그럼 수도에 보고해, 성국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사체의 가치는 따로 평가해서 돈으로 지급해도 될는지요?”

“예,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헤럴드님은 아그라프 한 마리에 두 발로 걷는 늑대의 사체를 올리고 수도로 떠났다. 라이칸이 분명 맞는 거 같은데 대체 왜 나타난 걸까?

늑대인간을 잡는 방법은 그냥 헤럴드님한테는 예전에 본 책에서 읽은 내용이 떠올라서, 은 화살을 사용해 본 것이라고 했는데, 믿지는 않는 눈치였지만 수긍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줘서 조금 당황하긴 했다.

“러셀님이 그렇다면 믿어야죠.”

내가 뭔가 믿음을 줄 만한 행동을 했던가? 믿어주니까 좋긴 한데 한편으로 꺼림직하기도 하네….

리젤다의 집에서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세계수를 방문해야 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세계수 주변은 엘프가 아닌 이상 공개되지 않는 장소였기에 리젤다를 데려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야 높은 엘프의 반려이니 괜찮다는데 리젤다는 안된다니….

“근처 마을에도 머물 수 없나? 아니면 이실리엘 집이나?”

예전에 내가 이실리엘과 머물렀던 마을까지는 괜찮을까 싶어서 물었다. 그 마을부터 세계수까지 하루가 조금 더 걸린다고 했으니 이실리엘집에 이삼일 정도 기다리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다.

“이곳을 통해가면 세계수를 지나쳐야 한다. 한참 돌아가야 할 텐데.”

“그리고 혼자서 며칠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로리엘과 이실리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참을 돌아서 그것도 혼자 두고 며칠을 다녀와야 하니 걱정이 되긴 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럴 거면 여기서 잠시 기다리는 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리젤다?”

“네, 러셀. 여긴 부모님들도 계시고 오빠들도 있으니까 괜찮아요.”

리젤다가 잔류를 결정하자 에반이 기겁하면서 말했다. 마치 무슨 그런 험한 말을 하는 거냐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리젤다가 사라지면 자신이 찾으러 가야 하니까 하는 소리인 것 같았다.

“그…. 그냥 데려가셔도 됩니다. 혼자 충분히 잘 있을 수 있을 거예요. 러셀 님”

­타악

물론 리젤다가 내려놓은 컵에 손톱 끝을 찍히고 울부짖게 되었지만 말이다.

“끄아앗!”

“멍청이!”

둘은 친남매가 확실했다. 누구도 부정 못할 확고한 친남매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부서진 성문과 길은 빠르게 복구가 되었다.

우리는 복구되는 마을의 모습과 북부의 경치를 바라보며 휴식을 했다. 탑 꼭대기에서 널따란 가죽을 한 장 깔고 이실리엘의 다리를 베고 누워 리젤다의 손길을 느끼는 평화로운 하루. 리젤다, 이실리엘과 탑 꼭대기에 올라 평화로운 화이트 힐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하루의 일과였다.

이실리엘이 끌고 온 양 떼가 한적하게 풀을 뜯고 하늘에는 양 떼 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흘러가고 있었다.

며칠 전 그 난리가 잊힐 만큼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평화롭네….”

“좋은 곳이에요. 러셀”

“두 분이 마음에 들어 해주신다니 기쁘네요.”

좋은 곳이라는 나의 이실리엘의 칭찬에 리젤다가 미소와 함께 화답했다.

이실리엘 덕분에 돈은 좀 있으니까 가끔 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사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마법 문을 이용하면 되니까. 뭐 처가 자주 들린다고 뭐라고 하겠어?

북쪽에서 밀려 나오는 마물만 없으면 정말 좋은 곳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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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북문에서는 우리를 배웅하는 배웅 식이 열렸다. 뭐 배웅 식이라고 해봐야 그냥 마을 사람들이랑 장인, 장모님 다들 모여서 인사를 해주는 것이지만.

“리젤다 다녀올게.”

“러셀 잘 다녀오세요.”

나는 리젤다를 끌어안고 이마에 키스해준 후 북쪽 성문을 나섰다. 그리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뒤돌아 리젤다에게 말했다. 솔직히 불안했거든.

새신부를 두고 가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리젤다~ 물구나무서기는 안 돼!”

좀 다른 편치 않은 마음이었지만 말이다.

내 외침에 배웅하려고 성벽과 문밖에 몰려와 서 있던 마을 사람들이 폭소하고 리젤다가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오빠 에반의 등 뒤로 숨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등을 돌려 다시 길을 나섰다.

이실리엘이 다가와 말했다.

“러셀 빨리 다녀오죠.”

그렇게 우리는 리젤다의 배웅을 뒤로하고 북서쪽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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