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93화 (93/352)

〈 93화 〉 91. 말괄량이 리젤다의 결혼 3

* * *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전 검이나 휘두를까 생각을 했다. 내성 앞마당으로 향하던 에반이 여동생의 매일 일과였던 식전 가출 사실을 알아챈 건, 동생 방 앞에서 동생의 결혼 상대방을 만났을 때였다.

맙소사. 분명 가출이 전에는 매일 일상적이 일이었지만 결혼식 전날 아침에 또?

러셀님 앞에서 너무 부끄러웠다. 가문의 여자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평민 출신이라는 사실에도 어렵기만 한 그분 앞에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라니!

더군다나 러셀님은 리디를 순하고 착한 아이로만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러셀님의 여관에서 만났던 같은 모험가 파티였다는 엠마라는 사제보다 리디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신 것 같았다. 엠마라는 사제는 비교적 리디에 대한 평가가 정확했는데, 러셀님은 사랑에 빠지셔서 그런지 다리를 다치신 것이 아니라 눈을 다치신 것 같은 상태였다.

맙소사. 두 가지 장애라니. 북부에서 상처를 입어 은퇴한 전사를 예우하는 전통이 있지만 다리와 눈 두 가지라니. 아니,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했으니 머리 부상인가?

리디를 성벽에 가서 급하게 데려오리라 마음먹었는데. 러셀님이 말씀하셨다.

“그래, 이제 식만 올리면 한 가족이니까 편하게 하자고…. 그 리젤다 찾으러 갈 것 같은데 같이 가지, 나도 구경하고 싶으니까. 우리 어여쁜 아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러셀의 말에 에반은 속으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어여쁜 아내? 어여쁜?

‘러셀님! 속으시면 안 됩니다!’

러셀님의 여관에서 자신이 지켜보았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수많은 엘프들을 치료해주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고, 마을 사람들의 어려운 일에도 조건 없이 나서주는 성자 같은 그런 좋은 분을 이대로 그냥 놔두어도 괜찮은가?

북부 눈꽃기사의 양심이 고작 이 정도인가?

아니다, 검 앞에 정의로워지자고 맹세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 상황이 좀 모호하긴 했지만, 저 존경받을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러셀님이 그러실 리는 없지만 일단 확답을 들었다.

“그 형, 형님?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리젤다와 결혼을 하실 것이죠?”

“어? 그, 그렇지 ……?”

“그 그럼 제가 안심하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북부 최고의 기사들만 될 수 있다는 눈꽃기사가 될 수 있었는지 아십니까?”

“그야 처남이……?”

“아닙니다! 형님! 다 리디를 잡으러 다니고, 제압하려고 하다 보니 이리된 것입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간 너무 쌓인 게 많았나?

‘리디 이 앙큼한 것 너의 모든 그간의 악행을 러셀님께 낱낱이 고해주마! 크하하핫!’

한번 리디의 숨겨진 비밀을 말하기 시작하자 에반의 입은 그간의 리디의 기행(?)과 자신의 피해와 억울함을 러셀 앞에 성토하고 있었다.

그것은 성벽 앞에까지 이어졌다.

성벽에 도착해 위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화를 참을 수 없어 호통을 치려고 하자, 러셀님이 뭔 잼?을 보시겠다며 조용히 계단을 오르자고 했을 때, 화살이나 좀 쏘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경비병의 머리에 사과를 올려두고 물구나무를 서서 발로 활을 쏜다?

가출한 사이에 리디의 기행(?)은 한층 더 발전해 있었다. 러셀님의 황망한 목소리에 놀란 리디가 마물 같은 움직임으로 얌전하게 옷을 가다듬고 러셀님에게 “러셀, 오, 오셨어요.”라며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까지 듣자.

그간 안에 담겨 동생에게 하지 못했던 말.

“내 그간 너의 만행을 형님께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고했으니 다 소용없을 것이다!”

그리고 리디의 내숭이 깨졌다!

“쳇….”

그래! 내 여동생의 가면을 벗겨내었어! 러셀님을 진실로 인도했다는 사실에 감격의 기쁨이 마음속에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리디의 발차기에 속절없이 계단을 구르고 말았지만 말이다.

“으아악!”

또 이런 꼴이라니. 자기 동료들이 자신이 여동생에게 맞고 계단을 굴렀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한심한 꼴로 리디가 남긴 말까지 끌고 먼저 출발한 러셀을 찾아, 내성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얼마 후 부끄러움과 복수심에 몸을 떨던 에반이, 저 앞에 러셀에게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웃는 동생을 보았을 때 에반은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떠올리고 말았다.

“리디! 어머니께 다 고해버릴 테다!”

물론 입 밖으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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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투성이가 된 에반과 우리가 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들 식사하기 위해 식당에 모이는 중이었다. 늦지 않게 도착한 것에 안도하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데 옆에서 리젤다가 조용히 물었다.

“저기 러, 러셀?”

“응 왜?”

“그, 호, 혹시 실망했나요?”

“응, 조금?”

내 대답에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멈춰선 리젤다에게 재빠르게 키스한 후, 웃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러셀!”

리젤다의 투정 섞인 외침이 등 뒤를 따라 쫓아 왔다.

“오 사위 몸은 좀 괜찮나? 어제 내가 너무 과음을 시킨 것 같아.”

장인어른이 웃으며 맞이해 주셨는데 호칭도 분위기도 너무 풀린 것 같았다. 어제 술 마시며 무슨 사고를 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들어서 조심히 물었다.

“제가 어제 술을 마시며, 두 분께 결례를 저지른 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어허 사위 딱딱하게 그 무슨 소린가. 부모 없이 15년을 혼자 살아왔다며 이제 부모처럼 모시겠다는 자네의 말에 우리가 얼마나 감동했는데 안 그렇소. 부인?”

“맞아요. 사위님, 저희도 아들같이 생각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제 ‘엄마’라고 불러줘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보다시피 우리 아들들은 애교가 부족해서요.”

나란 놈 어제 무슨 소릴 해댄 거냐…. 아니,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엄청 부끄러웠다.

“그래요! 다시어서‘엄마’라고 불러보세요. 얼마 만에 듣던 호칭인지!”

아니 이걸 지금 여기서? 귀가 붉게 물드는 느낌이 들었다. 부, 부끄럽다!

“그…. 어, 엄마?”

나의 표정과 말에 자신의 앞에 있는 포도주를 홀짝거리던 에릭이 사례가 걸려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푸케헥 콜록 콜록

물론 그 바람에 에릭은 장모님의 매서운 눈총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눈물의 ‘엄마’ 호칭 후 다 같이 식사를 했다. 아침은 어제보다 단출하게 나왔는데, 어제 남은 새 요리를 장모님이 자꾸 덜어주셔서 과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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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문 경계병 헤크먼은 오늘도 야간 경계를 서고 있었다. 내일 중요한 일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북부에서 경계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같은 처지인 병사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오늘 야간 경계를 서면 내일 아가씨 결혼식에 어떻게 가지?”

“밤새고 가야지 그래서 아가씨 결혼식 안가볼 거야?”

“아니, 무슨 말을! 우리 북문 경계병의 의리가 있지 안 그래?”

헤크먼의 동료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래 내일 중요한 일은 아가씨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가씨는 우리 모두의 딸인데 어떻게 결혼식을 안 가볼 수 있단 말인가?

동료들의 말에 헤크먼은 예전 그 추웠던 겨울을 생각했다. 이른 아침 갑자기 나타난 아가씨가 자신들을 위해서 간식을 챙겨주셨을 때를 말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추운데 경계를 서는 자신들을 위해서 매일 간식을 준비해주셨었지. 물론 동문, 서문, 남문에도 들리긴 하셨지만 이곳이 아가씨의 궁술 연습 장소이기에, 아가씨는 어딜 가시더라도 이곳은 항상 오셨었다.

나중에 아가씨가 가져다주신 간식이 군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며칠째 아가씨가 보이지 않았을 때였다. 감기에라도 걸리신 건가 걱정이 될 때쯤. 근무가 끝나고 들린 술집에서 성의 하녀로 일하던 술집의 둘째 딸이, 아가씨가 아침마다 군용 보관 식량을 훔쳐서 어딘가에 사용해, 남작 부인께 회초리를 맞고 자기 방에 감금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울음을 꾹 참으며 다 어디에 사용했는지 묻는 남작 부인의 물음에도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방에 감금되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

헤크먼은 술집을 박차고 나가 경계병들이 묵는 간이 숙소를 향해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벌컥

“헤크먼 집에 간다고 안 했어?”

갑자기 나타난 자신에게 동료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 헉…. 헉…. 아, 아가씨가!”

“아가씨가 왜 이 사람아?”

“아가씨가 가져다주신 헉…. 간식이 군용 식량이었고, 그걸 가져다주시다 남작 부인께 걸려서 회초리를 맞고 방에 감금되셨다고 하네!”

“뭐 엇?”

그 이야기를 들은 북문 병사들은 모두 선임기사 에이든님과 함께 성으로 달려가 죄를 청했었다.

다행스럽게 관대한 남작께서는 군용 보관 식량을 병사들이 먹었으니, 아무 문제 없다며 우리와 아가씨를 용서해 주셔서 소란은 조용히 끝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건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아가씨에게 간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또 훔치다 혼나지 말라며 말이다.

예전 일을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한데 늑대 울음소리가 주변에 너무 심한 것 같지 않아?”

머리 벗겨진 로튼이 이상하다는 투로 말했다. 확실히 겨울도 아닌데 늑대 울음소리가 너무 잦았다. 구릉지 경계와 숲 경계에서도 돌아다니는 늑대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고 말이다.

“아가씨 결혼식에 아무 지장 없게 다들 보초 단단히 서자고.”

“당연하지!”

경계병들은 내일 있을 아가씨의 결혼식을 기대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아가씨 결혼식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은 사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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