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79화 (79/352)

〈 79화 〉 77. 전투식량과 이단심문과 시트라 7

* * *

“뭐? 뭔가요? 제가 아는 건 뭐든지! 자 어서요.”

엠마가 눈을 초롱초롱 뜨고 시트라에게 어서 물어보라며 채근했다. 여관에 묵는 여자애들은 왜 상태가 다 이따윈 거지? 자기 후배도 정신적으로는 그렇게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하긴 이단 심문관이 되려면 어디 하나 모자라는 게 좋았다. 정신을 보호하려면 말이다.

“그, 제가 보기에는 여관에 북부 눈꽃기사들이 보이던데?”

“아 기사님들 말이군요! 삼십 명쯤 되죠? 지금 수도로 마법사를 잡으러(?) 아니 모시러 갔는데 우기 끝날 때쯤 돌아오실 거에요.”

“삼, 삼십 명이요?”

“네, 삼십 명.”

아니 북부 눈꽃기사들이 절반이 넘게 여기 와있다고? 이 새끼들은 대수림, 대산맥 안 막고 엘프 동향 파악도 하지 않고 대체 여기 와서 뭘 하고 있던 거지?

”아니, 그분들은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아! 그게 궁금하셨구나.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아 그 여기 여관 주인이 러셀님인데요. 그분 첫째 부인이 이실리엘님이라고 높은 엘프에요.

“예, 그건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눈치는 채고 있었습니다.”

엠마는 시트라의 말에 ‘역시! 이단 심문관’이라며 호들갑을 떨다 시트라의 눈총을 받고 다시 말을 이었다.

“북부 왕국에서부터 그분을 모시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 그분들이 왜 이실리엘님을 아 그 높은 엘프님 이름이 이실리엘입니다. 아무튼 그분이 그 러셀님 한 테 청혼했었는데….”

자신의 후배는 생각보다 정보통이었다. 상당한 고급 정보를 줄줄 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이단 심문관이 된다면 정보관리 교육은 따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순진했다. 자신의 후배는.

”뭐라고요? 청혼받고 남부까지 신부를 버리고 와요? 그것도 높은 엘프를?

“뭐라고요? 세계수의 활? 이실리엘이라는 분이 수호 궁수란 말입니까?

”뭐라고요? 현상금까지 걸었다고요?

“뭐라고요? 남편을 찾아서 세계수가 있는 대수림에서 여기까지 왔다고요?

무슨 음유시인 새끼들이 치는 구라 가득 보탠 이야기 같은 내용이 엠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높은 엘프가 인간에게 청혼했다는 사실도 믿기 힘든 이야기인데, 말이 안 통해서 버리고 남부까지 내려왔다고? 이단 심문관은 얻어진 정보를 대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정보들이 머릿속에 쌓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 후배는 지금 엄청난 정보를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인데. 상상 속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 정보로 들어오니 판단도 안 되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렇군요.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라니…. 아니 이걸 근데 믿어야 할지…. 뭐랄까 너무 허황하달까?”

“선배님, 제가 여신님께 받은 ‘신성력’을 걸고 맹세합니다. ‘전부’ 사실입니다.”

정색하며 말하는 자기 후배를 보니 더 혼란스러워졌다. 아니 또 여신에게 받은 신성력까지 걸면 믿을 수밖에 없는데….

‘하…. 그래, 그냥 일단 다른 거나 물어보자.’

“그런데 마을이... 엘프 마을인가요? 엘프들이 많던데.”

인간의 마을에 정착하지 않는 엘프들이 모여있으니 궁금함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게 근처 영주 놈이 노예로 잡고 처참하게 괴롭히던 엘프들을, 이실리엘님이 오는 길에 구출해서 오셨다고 들었어요.”

“뭐라고요? 아니, 그런 나쁜 놈이 아직도 남부 땅에 있었단 말입니까? 어떤 영주 새끼입니까? 아베느 왕국은 전쟁포로나 자발적인 노예 이외에 노예를 인정하지 않는 곳인데, 엘프들이 자발적으로 노예가 될 리 없으니, 당연히 불법이겠군요! 피해자가 얼마나 됩니까?”

성국은 노예제도를 혐오한다. 각 신들 아래 모든 종족이 평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예제도가 있는 국가가 도움을 원하면 없는 국가보다 차별을 두는 편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구출된 사람만 서른 명이 넘었으니까 많은 분이 고통을 당하신 듯합니다. 아, 참. 피해자분들을 제가 틈틈이 치료하고 있지만, 오신 김에 불쌍한 그들을 치료하는걸.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정신 치료는 아직 할 수가 없어서, 그건 상급 사제만 가능하잖아요? 육체는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는데, 정신이 붕괴한 분들이 계셔서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 여성의 정신이 붕괴할 정도로 괴롭히다니! 무슨 짓을 당했는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쓰레기 같은 놈들! 뇌수가 튈 때까지 철퇴를 아니, 그곳을 철퇴로 뭉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여관에서 묵는 동안 같이 그분들을 돌봐드리겠습니다. 아무렴 당연하지요. 여신의 종으로 불쌍한 피해자를 돕는 건 저의 소명이니까요.”

“선배님이 와주셔서 다행이에요! 아 이것이 여신의 인도하심. 그분들도 이제 평안을 얻을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엠마는 두 손을 부여잡고 감격에 벅차 여신을 찬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는 시트라에게 제안했다.

“아, 참. 이야기하다가 늦어져 버렸습니다. 제가 새벽부터 그분들을 치료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같이 가실까요?”

“그럼요! 아침을 먹기 전에 자비와 선행이라 아주 좋은 시작입니다!”

시트라와 엠마는 여관 앞에 비치된 방수가죽을 뒤집어쓰고 여관 옆에 여관과 비슷한 크기의 건물 안에 들어섰다. 여관 옆의 한나 아주머니의 집이었다.

예전에 여관으로 사용했던 건물로 보였는데 내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방문이 열리며 평원 엘프 하나가 나오고 있었다.

“앗 안녕하세요. 나리아씨 좀 늦었습니다.”

잔디색의 긴 머리를 가진 예쁜 엘프가 웃으며 엠마를 맞았다. 시트라가 첫인사를 건넸지만, 상대방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상함을 뒤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나리아씨는 말을 못 하세요. 혀가 없거든요. 학대의 흔적입니다.”

그렇게나 정신상태가 의심되는 밝은 후배였는데 지금의 목소리는 무저갱만큼 깊고 침울한 목소리였다.

“옛?”

시트라는 놀랄 틈도 없이 방안에 인기척이 느껴져 안을 살펴보았다. 첫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는지 비가 오는 날이지만 창밖이 점점 밝아오고 있었는데, 한 엘프가 멍하니 침대에 앉아 비가 오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 엘프는 침대에서 뒤돌아 누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엠마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왔어요. 엠마에요. 오늘은 다른 사제님을 모시고 왔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시트라가 두 엘프 피해자를 보았을 때 시트라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한 엘프는 팔다리가 하나도 없었으며 한 엘프는 온몸에 수많은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 무슨 이분들이 피해자라고요?”

“예? 예, 혹시 무슨 문제라도?”

“다, 다른 분들은? 먼저 전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시트라가 환자라는 다섯 명의 엘프들을 다 둘러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트라는 지친다는 듯 복도 벽에 기대어 목에건 로자리오를 돌려 빨간 알약을 하나 꺼냈다.

“어? 그건!”

엠마도 들은 적 있는 약이었다. 이단 심문관이 분노와 복수심에 잡아 삼켜지지 않기 위해 먹는다는 빨간약. 아니, 그걸 지금 왜?

“후배님 지금부터 하는 말은 기억에 담아두지 마세요. 아셨죠?”

“예? 옛?”

시트라는 생각했다. 자신의 앞에 이 가여운 후배는 정신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매일 이런 참혹한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더 해맑아진(?) 것이리라. 시트라는 엠마를 꼭 안고 분노에 부들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영지에 어떤 개새끼의 짓인 거죠? 아니죠. 마족! 아니, 악마! 그래요. 악마가 씌운 것이 분명하니 성도로 연락해 섬멸의 성기사들을 보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래요, 저들이 구출된 곳은 악마의 근거지일 것이 분명합니다! 자 악마의 근거지와 그 두목의 이름을 저에게 알려주세요! 어서요! 이단 심문관이 악마들의 근거지를 소탕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가 아니겠습니까?”

시트라는 생각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에게 어찌 인간의 법률을 들이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신의 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판결받아야 했다. 원초적인 피륙으로 받는 판결 말이다.

근처에 흩어져있는 이단 심문관을 끌어모아 악인들에게 정의가 도래했음을 알리리라. 수십의 피해자가 있다는 건 수십의 공모자가 있다는 것, 이단 심문관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분노를! 분노를 참을수가 없었다!

아베느 왕국은 문제가 많은 곳이었다. 얼마 전에 악마에게 저주받아 죽은 영주가 있었는데 또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국왕도 책임을 피할 수 없으리라 인세에 지옥이 강림하게 방치하였다니!

그래 이것이 이단이었다! 인간을 버렸는데 그것이 이단이 아니라면 무엇이 이단이란 말인가!

“옛? 그, 그러니까 어디라고 했더라….”

시트라의 기세에 기가 질린 엠마가 시트라의 품 안에서 말을 더듬으며 기억을 떠올리려고 했다.

“아…. 어디라고 했는데…. 아! 파텔! 파텔 남작령 이라고 기사님들한테 들은 것 같아요.”

창밖으로 번개가 치며 방안을 대낮같이 밝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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