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78화 (78/352)

〈 78화 〉 76. 전투식량과 이단심문과 시트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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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라는 한밤중 자신의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두 달 동안 지겹게 들었던 빗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여관에서 들은 빗소리가 암울한 장송곡이었다면, 지금 듣는 빗방울 소리는 마치 찬송가처럼 들려오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었다.

저녁은 맛의 향연이었다. 성국은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와 마을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식사는 다소 검소하고 단출한 편이었는데 이곳의 식사는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받아들었을 때 그것이 진짜 스튜라는 말에, 나한테 스튜라며 두 달간 쓰레기를 먹이며 사기를 친 대머리 새끼에게 성국 지하감옥을 구경시켜주고 싶어졌다. 악마의 추종자들만 가둔다는 제일 깊은 곳을 말이다.

저녁 음식을 받아들고 정신이 없는 나의 귓가에, 빨간 가슴 큰 착한 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께서는 음식은 보기도, 먹기도 좋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은 차려진 음식 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데, 저녁은 이렇게 꼭 뭐라더라 플레 뭐였는데? 아 맞다! 플레이팅을 해주세요. 먹기 예쁘게 하는 거래요.”

이년 말하면서 사장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딱 봐도 사랑에 빠진 년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큰 걸 흔들고 다니는 거겠지? 사장 보기 좋으라고…. 먹기(?) 좋게?

저녁으로 차려진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기름 한 방울, 식초 한 방울, 소스 한 방울, 한 방울 한 방울이 각각 혀에 각자의 맛을 자랑했다. 두 달간 쓰레기에 절어진 자신의 혀가 흡사 부활의 기적을 허락받은 양 되살아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저녁 음식을 생각하며 시트라는 이불속에서 몸을 꼼지락거려보았다. 보드라운 이불이 알몸에 감기는 감촉이 너무 좋았다. 이불속의 시트라는 현재 여관에서 지급한 가운이라는 것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시트라의 옷이 전부 압수당했기 때문이었다. 여관 사장의 지시에 직원들이 시트라의 옷을 모두 수거해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사장이 짐을 확인하자고 해서, 자신이 이단 심문관이라는 사실을 들킨 건가? 역시나 이곳은 무슨 이단이나 악마 추종자들의 마을인 것인가? 하는 의심을 잠시 했지만. 두 달간 피폐해진 자신의 과민반응이었다.

자신의 짐 속 옷에서 뽈뽈 기어 나오는 빈대를 보고는, 두 달이나 다른 여관에서 장기 숙박했으니 벼룩이나 이 빈대 같은 벌레가 옮았을 수도 있다며 모두 세탁해주겠다고 했던 것이었다.

옷들을 전부 빼앗기고 자신은 바로 목욕탕으로 끌려갔다.

세상에 끌려간 곳에는 정말 온수가 잔뜩 채워진 큰 욕탕이 있었다. 사람 서넛은 들어가 앉을 수 있는 큰 욕조였는데 특이하게 무쇠로 된 것 같았다.

직원들의 도움으로 몸을 씻고 때라는 것도 밀었다. 성국에서 몸을 정갈하게 할 때도 이렇게 깨끗하게 씻어보진 않았는데 두 달간 몸에 쌓였던 더러운 것들이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빈대나 벼룩이나 이를 찾는다고 머리카락, 겨드랑이 등 부끄러운 털을 검사당할 때는 조금 많이 부끄러웠다.

오일마사지라는 것도 아주 훌륭했다. 몸의 피로가 날아가 버리는 느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여관의 숙박을 위한 모든 과정이 끝나고 신경질쟁이와 같은 방을 배정받아 방으로 들어갔을 때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년들이 사이비 종교 같은 상태에 빠진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인물 평가가 까다로운 자신 같은 이단 심문관조차 자신을 이곳에 데려다준 은혜로, 빨간 가슴 큰 착한 년은 한 번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이 고위 이단 심문관 시트라님의 도움을 말이다.

이불을 눈 아래까지 끌어올려 덮어보았다. 콧속으로 진한 허브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우기가 계속되는 날씨에도 이불은 꿉꿉하지 않고 바싹 마른 상태였다.

‘아…. 좋다.’

북부의 눈꽃기사, 엘프 수호자들, 높은 엘프는 잠시 머릿속에서 지워두기로 했다. 어차피 우기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말이다.

시트라는 거의 두 달 만에 잠들기 전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자신을 이곳으로 인도해준 여신에 대한 감사와 여신의 전령인 빨간 큰 가슴을 축복하는 기도를 말이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찬송가 삼아 시트라는 오래간만에 달콤한 꿈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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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시트라는 새벽같이 일어났다. 이단 심문관은 성력을 몸에 두르고 있어 쉽게 지치지 않기에 조금만 쉬어도 신체를 금방 회복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잠은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이전 여관에서는 잠을 자려고 하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점심때에나 깨는 일도 있었는데….

침대에서 새벽의 기도를 드리고 일어나니, 머리맡에는 자기 옷 중 속옷 하나와 사제복이 제일 먼저 세탁되어 잘 개어져 있었다. 비도 오는데 어떻게 말린 거지? 궁금함을 뒤로하고 옷을 차려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반대편 방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제복을 입은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어?”

상대방이 먼저 목소리를 냈다.

“교…. 교단. 이, 이단 심문관?”

자신의 로자리오를 보고 상대방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차림을 보아하니 자애와 순결 교단의 중급 전투 사제. 자기 후배였다.

“쉿!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헛…. 죄 죄송합니다. 너, 너무 당황해서….”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순결과 자애의 여신 세인티나의 사제 중에는 전투 사제가 드물다. 순결의 교단이라 여자들이 많고 전투에 강한 신성력을 보유한 교단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전투보다는 육신을 더럽히는 것들에 대한 정화에 관련된 능력이 출중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교단의 중급 전투 사제라면 당연히 이단 심문관 지망생이었다. 성기사단 지망생은 따로 중앙에서 교육받기 때문이었다.

“서, 선배님 어떻게 이런 곳에?”

“상급으로 가기 위해 수행 중이신 것 같군요?”

시트라가 사람이 오나 통로를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시트라의 눈부터 뺨까지 이어지는 긴 상처가 드러났다.

“어? 설마? 은발과 얼굴의 상처 자국. 고등 이단 심문과 시트라 님?”

“저를 아십니까?”

“꺄악!”

“쉿! 제발 조용히!”

엠마는 자신의 입을 자기 손으로 틀어막고는 무척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서큐버스들의 대난교 현장을 급습해 싸우다가, 그년들의 애액에 절인 더러운 채찍에 맞아 상처를 입으시면서도, 그년들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여신의 순결한 처녀가 여기 있다!’라며 호탕하게 소리치며, 전설적인 전투를 치르셨다는 전설의 이단 심문관! 시트라님! 존경해요!”

시트라가 잽싸게 몸을 날려 엠마의 입을 다시 막았다. 이런 변방에 자신을 알아보는 인재(?)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 이년은 너무 시끄러웠다.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 대화하려면 조용한 곳으로 안내해주시죠.”

엠마는 시트라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리젤다는 아침을 준비하러 이미 부엌으로 내려가 있었기에 단둘이 이야기하기 좋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우상과 맞닥뜨린 엠마는 흥분에 어쩔 줄 몰라 했기에, 시트라는 엠마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애를 써야 했다.

“자자 진정하고 후배님?”

“저, 저는 엠마라고 합니다. 전투 사제가 된 지는 5년이고, 중급이 된 지는 2년입니다.”

시트라가 엠마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전투 사제가 된 지 3년 만에 중급을 달다니. 매우 빠른 속도였다. 장래가 기대되는 후배였다. 곧 이단 심문관으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남부까지? 이런 곳에서 선배님을 만나다니!”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우기를 만나서 그란폴에서 두 달이나 발이 묶여있었습니다.”

“맙소사 어제 들어오셨다는 희생자가 선배님이셨군요?”

자신을 희생자라고 칭하는 후배 사제를 그게 무슨 소리?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후배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게 저희는 그란폴 여관에서 묵는 사람을 희생자라고 부르거든요. 영원의 스튜에 희생당한 사람이라고…. 근데 그 여관에서 두 달이나 묵고 오신 분이 있어서 다들 불쌍 하다는….”

“벌써 이야기가 그렇게 돌았습니까?”

“아 여긴 뭐랄까 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헤헤”

방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방으로 들어올 때 슬쩍 성력을 끌어올려 확인해보니 후배는 처녀 지신을 지키고 있었다. 타락하지 않았다는 증거. 안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관에 묵는 애들의 정신상태가 좀 걱정되긴 해도 이상한 곳은 아닌 것 같았기에, 여관에 대한 궁금한 점을 후배를 통해서 물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급 정보라 후배도 모를 것이지만 자신을 동경하는 후배니 어떻게든 알아봐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혹시 제가 궁금한 점이 있어서 그런데. 아는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헉! 설마 그건 ‘임무’인가요?”

엠마가 자신이 동경하는 이단 심문과의 임무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인가 해서 기뻐하며 말했다.

“그렇죠? 임무의 한 부분입니다.”

두근... 엠마의 가슴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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