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72. 전투식량과 이단 심문관 시트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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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와 순결의 교단 엠블럼) '순결'이 아주 강조된 모습닙니다.
그 이단 심문관 중 자애와 순결의 교단이라는 비전투 교단의 시트라가 낀 것은 특이한 일이었지만, 아마 시트라의 전문 분야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한 인선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시체가 바짝 말라 죽었기 때문에 성국에서는 이쪽(?) 방면에 전문가인 시트라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자애와 순결의 백성력의 반대되는 흑성력은 질투, 음란. 시트라 같은 자애와 순결교단 이단 심문관들은 서큐버스나 성에 관련된 마물에 특화된 전문가들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사람이 바싹 말라죽었다? 흡혈이나 음란한 마물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시트라는 그래서 아베느 왕국으로 자연스럽게 파견 되었다.
하지만 아베느 왕국에서 예상못한 우기를 만난 시트라는, 두 달 가까운 시간동안 그란폴의 여관에서 멍하니 하루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비는 그칠 생각이 없었고 빗속에서는 아무론 조사를 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파텔남작의 영지는 아주 바싹 타버렸고 지하에서 어떤 시설의 흔적을 발견하긴 했지만, 잿더미의 영주성은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그남아 남은 잿더미의 흔적들도 우기의 빗속에 다 씻겨 내려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현재 시트라는 사건의 범인을 찾아 배제하기 보다는, 저 대머리의 뻐드렁니 여관 주인 새끼의 머리통을 신성력 가득한 철퇴로 부수길 희망하고 있었다.
‘저 씨발새끼!’
시트라는 한 달 보름이 넘게 설사에 시달리고 있었다. 저 여관주인 새끼는 어디서 그렇게 곰팡이가 골고루 핀 빵을 구해오는지. 하루도 정상적인 빵을 주는 날이 없었고,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뒷골목에서 잡았을 법 한 쥐나 고양이를 스튜에 넣는 것을 몇 번이나 자신에게 걸리고 말았다.
새벽기도를 끝내고 일찍 일어나 1층에 내려온 자신이기에 볼 수 있었던 일이었다.
활동비는 충분할 정도로 차고 넘쳐 다른 식당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매일 비 맞으며 식당을 찾아다닐 수도 없었고,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못한 시트라가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맛있는 식당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기에, 그간 두 달동은 거의 여관의 영원의 스튜와 곰팡이 핀 빵이 주 메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살기위해 육포를 사다가 정말 심각한 날에는 육포를 먹으며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살이 얼마나 빠졌는지 어제 밤에 확인한 탐스럽던 자신의 가슴도 훌쩍 작아진 듯 보였다.
오늘도 저녁 식사를 하기위해 식당으로 내려와 영원의 스튜를 퍼 담고, 주인새끼에게 푸른곰팡이가 물씬 피어, 받자마자 곰팡이를 풀풀 날리는 빵을 받았을 때, 참지 못하고 손을 떨며 그릇을 여관 주인에 머리에 처박아버릴 뻔 했지만, 여신의 도움으로 간신히 참아낼 수 있었다.
성국에서 상인이나 여관주인이 이런 짓거리를 하면 손목을 잘라버렸으리라.
여신의 도움에 의지해 맹렬한 살심을 참아내며, 살기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스튜를 한입 먹으려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해왔다.
‘이런 고소한 냄새라니...’
냄새의 근원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옆자리의 여자 둘과 소년 하나로 이루어진 테이블에서 특이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시트라는 그들이 먹는 음식을 뚫어질 것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 한입만 먹어봤으면...’
시트라는 여관 주인에게 찾아가 그들이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지만, 여관주인은 자신은 뜨거운 물만 주었고 그들이 직접 가지고온 음식이라는 말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하긴 저 여관주인새끼가 저런 냄새가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그들에게 집중하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려왔다.
오물오물 꿀꺽...
“햐... 맛있다. 매번 먹는 거지만 진짜 맛있고, 이렇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니. 러셀매형은 대단한 것 같아요.”
“하긴 나도 서부에서 용병생활을 꽤 오래 했지만 그런 여관은 처음 이었으니까. 솔직히 난 이 런 여관에서 용병들이 왜 묵는지 모르겠어. 하루만 가면 웜포트에 러셀의 여관이 있는데 안 그래?”
셋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트라가 용병으로 보이는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들은 여기서 하루거리에 있는 여관에서 묵고 있다는 듯 했다.
‘여기서 왜 묵는지 모르겠다고?’
저들이 먹는 음식도 여관주인이 만들어준 것 같은데 여관도 훌륭하고? 여러 가지 정보가 자신의 귀로 흘러들어왔다.
이단 심문관인 자신의 능력은 정보를 조합해 진실을 추출해 내는 것. 시트라는 자신의 이단 심문관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정보를 조합한다.
러셀이라는 사람, 여관, 하루거리, 저들이 먹는 음식, 웜포트, 매형, 용병일은 오래한 여자, 붉은 머리의 뭘 처먹은 건지 가슴만 큰 년, 소년.
“뭐 이제 우기가 끝나면 대습지 사냥시즌이 열린다니까 그러면 여관도 북적북적 해지겠죠?”
정보를 조합하는 와중에 빨간 가슴덩어리가 말했다.
번쩍...
웜포트라는 곳에 러셀이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여관, 이곳 보다 시설이나 식사가 좋아 보임. 우기가 끝나면 사냥시즌이 열릴 것이니. 발 빠른 용병들은 우기가 끝나기 전,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음. 빨리 행동해야함.
정보가 머릿속에서 조합되고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스르륵 의자를 밀어내고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슴의 로자리오를 잘 보이게 앞으로 꺼내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형제, 자매님들. 자애와 순결의 종 시트라가 인사드립니다.”
세 남녀가 밥을 먹다 자신을 보고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순결의 종께 인사를... 아, 사제님이시군요.”
빨간 가슴덩어리 년이 대표로 말했다. 이들 중 저년이 아마 신분이 제일 높은 년인 듯 했다.
“아, 저는 모험가로 일하고 있는 자애와 순결의 교단의 종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우기로 이 여관에 두 달간 발이 묶여있는데...”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셋이 동시에 말했다.
“두 달씩이나요?”
그들이 놀라서 외치며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단 심문관인 자신이 저들의 눈빛의 의미를 추측해 보건데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뭐랄까? 빈민구역에 구재활동을 나간 수녀들의 눈빛이랄까? 측은함과 불쌍함 연민이 가득담긴 눈빛?
“세상에... 두... 두 달이나 계셨군요?”
빨간 가슴덩어리 년이 측은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며 말을 이었다.
“예 그래서 제가 그... 여관을 옮겨보려고 하는데 그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좋은 여관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이렇게 죄송하게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그, 아무래도 이 여관에서, 그 음식이... 저 씨바... 아니 여관주인분의 음식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빨간 가슴덩어리 년이 자신의 손을 꼭 잡더니 말했다.
“사제님 구원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뭐지? 이년은? 무슨 이단인가?’
뭔가 광기가 찬 눈빛의 빨간 가슴덩어리 년이 말했다.
“그동안 힘드셨죠?”
한마디였다.
후두둑...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품안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시트라는 당황했다. 회개를 위한 기도에도 이렇게 눈물을 쏟아 본적이 없었는데... 자신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이단 심문관인데... 저년에 한마디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다른 임무에서도 이런 비슷한 여관은 많이 묵어봤는데, 그깟 식사나 여관의 서비스 따위에 내 정신이 이렇게 몰려있었단 말인가?
“흑...”
시트라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시트라는 이단 심문관으로 마계의 마물이나 서큐버스의 음란한 파티장등 사람들이 구경 못할 더러움과 추악한 구경도 많이 해보았지만.
이렇게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의 더럽고 좁고 냄새나는 여관방에서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으며 두 달 동안 갇혀보지는 않은 것이었다. 이단 심문관들의 훈련은 강한 정신적 충격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렇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두 달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천천히 정신이 몰려보지는 않은 것이었다.
빨간 가슴덩어리 년은 자신이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깨끗하게 세탁된 손수건을 꺼내서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말했다.
“아직 저녁도 못 드셨죠? 마크야 전투식량 하나만 더 꺼내올래? 샘플로 많이 가져왔으니까 하나만 더 꺼내와.”
남자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더니,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하나 가져왔다. 그리고 끓는 물을 시키더니 시트라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사제님 어서 드세요. 자 사양하지 마시고...”
“그... 그게...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다 저희는 여신님의 자녀가 아닙니까?”
빨간 가슴덩어리 년은 어느 이단의 성녀인가? 가슴덩어리 때문에 음란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교단 성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이상한 년이었다.
음식을 받아들고 그것을 한 스푼 떠올려 입에 넣었다.
“아~!”
“사제님 구원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는 빨간 가슴 덩어리 년의 말이 창밖을 후려치는 빗줄기같이 자신의 뇌를 강타했다.
신성력이 증가하고 있었다! 이단 심문관이 된 후 증가하지 않던 신성력이 맛있는 음식 한 스푼에 요동치며 증가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맛있는 음식 한스푼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지옥은 멀리 있지 않고 지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원이란 사소한 것이구나...’
맛있는 음식 한스푼에 담긴 깨달음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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