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64화 (64/352)

〈 64화 〉 63. 실종 5

* * *

문어에 대한 일은 둘의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졌다. 그렇게 이실리엘과 러셀은 키스에 빠져들었다.

그 마법의 영원할 것 같은 시간이 끝나고 둘이 키스를 끝내고 눈을 뜨자.

어디선가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공중을 바라보자 폭풍의 정령 실리아가 러셀과 이실리엘을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

러셀이 바보 같은 소리를 내버렸다.

‘안녕? 롱 윈드의 짝. 난 폭풍의 정령 실리아라고 해.’

러셀의 머릿속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어? 그... 아... 안녕하세요. 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예의바른 수컷이구나.”

정령은 아주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흡사 장난기 많은 아가씨 같은 목소리였다.

실리아는 롱 윈드의 짝이라는 인간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앞에 있는 롱 윈드는 아주 지혜로운 여자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엘프들이 결혼해서 평생 동안 낳는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이다 많으면 셋까지. 엘프의 가임기가 수십 년에서 높은 엘프들이 수백 년인 걸 감안하면 아주 적은 숫자인 것이다. 이건 엘프라는 종족의 특성 때문인데,

엘프라는 종족이 긴 시간을 살기도 하거니와 또 반은 물질계에 속해있지 않으니 성욕도 적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정령들이 노력(?)해도 사대 정령의 핏줄이 그렇게 늘어나진 않았는데.

저 롱 윈드는 자신의 짝으로 인간을 택한 것이었다. 이 세계에서 엘프와 인간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엘프나 인간 둘 중 하나가 태어난다. 하지만 이세계의 인간들은 많으면 열 몇까지도 아이를 낳으니, 그중 반만 엘프라도 롱 윈드가 다섯 이상 늘어나는 것이었다.

인간 수컷의 정력과 왕성한 성욕은 정령들의 귀에도 이미 알려진 사실. 인간 수컷이라니!

하급 바람의 정령들이 몰래 한밤중 창가에서 인간들의 짝짓기를 보고 온 것을 자신에게 이야기 해줄 때, 얼마나 호기심이 들었던가. 하룻밤에도 몇 번을 한다고 했던가? 몇 년에 한번 하는 엘프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더군다나 지금도 롱 윈드와 입과 혀를 섞은 것을 보아서는 분명 짝짓기 전에 하는 행동으로 보였는데 수컷의 하반신이 살짝 부풀어 오른 것을 보니 확실했다.

아니, 이렇게 결혼 전부터 롱 윈드 핏줄을 늘려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니. 이럴 땐 롱 윈드의 영원한 친구인 자신이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 육체를 가진 것들은 좀 쉬어야 한다지? 잠시 기다려!”

“어? 저기 잠깐!”

이실리엘이 뭔가 말하기도전에 실리아가 능력을 끌어올렸다. 맹렬한 바람이 셋의 주변으로 휘몰아치더니. 가운데 작은 오두막 크기의 맹그로브 숲만 남기고는 땅이 파여 주변이 깨끗하게 변하고, 밀려난 흙들이 벽처럼 변해. 물이 밀려들어오지 않는 흑 벽이 생겨버렸다.

러셀과 이실리엘 둘은 실리아가 만든 기묘한 지상 섬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실리아는 둘을 그 안에 내려놓더니 흙벽 밖으로 휘몰아치는 구름과 번개, 바람의 벽을 치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실리엘과 러셀은 둘이 서서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뭐냐 이거?’

“그... 러셀 그럼 잠깐 쉬... 쉴까요?”

바람에 바싹 마른 모래 땅위에 이실리엘이 다소곳하게 앉고 러셀도 옆에 앉았다. 하지만 이실리엘도 러셀도 좀 전의 키스가 떠올라 말을 꺼내기 힘들었기에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 될 뿐이었다.

러셀이 이상한 분위기를 해소해 보려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 걱정 끼쳐서 미안해 이실리엘...”

“아니에요.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근데 저건 뭐죠?”

바람벽 한쪽에 중간크기의 오두막만한 잘 구워진 문어 한 마리가 온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좋은 냄새를 풍기면서 말이다.

“그 문어라고 하는 건데...”

“문어요?”

“응, 그 바다에 사는 생물인데. 저건 좀 크네. 아마 게를 주로 먹고 사니까 게들을 잡아먹으려고 우기에 강으로 기어 올라온 거 같은데.”

“아~”

“이제 사람 맛을 봐서 앞으로도 계속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을 것 같은데, 잡았으니 잘 되었지.”

“근데 저 정령은 뭐야? 엄청 높은 정령 같은데? 말도 할 줄 알고.”

“상급 폭풍의 정령, 진이에요. 그 원래 비 오는 날 불러내면 안 되는데 그 걱정이 돼서...”

원래 바람의 정령도 비바람이 치는 날에는 되도록 부르면 안 된다. 폭풍의 정령으로 바뀌어 사방을 초토화 시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실리엘은 우기의 폭우가 내리는 날, 처음부터 폭풍의 정령을 소환했으니 지금 실리아가 이렇게 강맹한 힘을 뿜어내는 것도 물 만난 물고기 같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미안해 이실리엘...”

“아, 아니에요. 당연한걸요. 러셀이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이실리엘이 무리한 것처럼 보여서 러셀은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때였다. 갑자기 자신들의 뒤로 있던 작은 맹그로브 숲이 맹렬하게 자라나더니. 동그란 달걀 모양으로 변하고는 사람이 하나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생겨났다. 러셀이 신기한 광경에 다가가 그 구멍 안을 들여다보니. 그 구멍 안에는 맹그로브 이파리들이 빽빽하게 깔려서 마치 푹신한 침대처럼 변해있었다. (삽화참조)

“이실리엘, 여기 들어가서 쉬라는 건가봐! 엄청 신기한데?”

러셀이 신기한 나무로 된 둥지 같은 것에 놀라 감탄하며 이실리엘을 보았는데, 이실리엘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저... 저게 어떻게... 그...”

그때 이실리엘이 불러놨던 중급 물의 정령이 러셀을 휘감아 온몸을 깨끗하게 하더니. 이실리엘이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이실리엘도 깨끗하게 씻겨버리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실리엘 이리 들어와 여기 엄청 푹신해!”

러셀이 어느새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저... 저기... 아니...”

러셀이 부르는 소리에 이실리엘의 얼굴을 빨갛다 못해 저기 한편에 익은 문어처럼 보일 지경으로 변하고 있었다.

“나랑 좁은데 단둘이 들어가는 게, 부끄러워서 그래?”

“아! 아니에요! 드, 들어가요!”

이실리엘은 러셀의 귄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실리엘이 들어오자 입구가 스르륵 닫히더니 천장 쪽에 이파리들이 살짝살짝 머리를 들어 빛을 안쪽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내부는 안락하고 폭신한 침대 같았다.

“오... 완전 신기하다 이거!”

“네... 네, 그 신기...”

이실리엘이 바짝 얼어있자. 러셀이 이실리엘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이실리엘이 화들짝 놀래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이실리엘의 행동에 이 상황에 자신도 어색해하면 분위기가 나락으로 갈 것 같기에 러셀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려 애쓰며 말했다.

“왜 그래 이실리엘? 그, 상급 정령을 불러서 그런가? 모, 몸이 안 좋아?”

“아... 아니에요. 그... 러셀?”

“으, 응? 왜?”

“그 러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응? 말해봐.”

이실리엘이 익은 문어 같이 되어서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지금 들어와 있는 데가 어딘지 아시나요?”

“글쎄? 쉬라고, 아까 그 폭풍의 정령 진이 만들어준 거 아니야?”

“쉬라고... 음... 쉬는 그 쉬는 게 맞을 수도 있어요. 어차피 잠을 자게 되니까...”

이실리엘이 부끄러움을 참아내며 말했다.

“그 제가 엘프는 혼인을 하면. 그 첫날밤을 세계수 앞에서 치... 치른다고 마, 말씀 드렸었지요?”

“응 그렇지. 그래서 우리 둘 다 세계수로 가야하는 거고, 겨, 결혼을 하려면.”

“그... 그런데 세계수 앞에 가지 않아도 그... 결혼, 혼인, 첫... 그 아무튼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니, 그래도 리젤다나 벨 때문에 북부는 가야하니까. 북부를 가긴 해야겠지만, 이실리엘과 하루라도 빨리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좋긴 하겠지?”

“그, 그렇다면... 다, 다행이에요.”

이실리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지금 이 맹그로브로 만들어진 둥지 같은 것은 엘프의 신방이라고 했다. 원래 세계수 근처에, 드라이어들이 엘프들의 첫날밤을 축복해 만들어 준다는데 왜 여기 생겨 난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튼, 그게 지금 우리 눈앞에 생겨나 있고 심지어 안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는 것.

‘어 그럼 내가 이실리엘에게 계속 들어오라고 한건...’

헐... 이제 막 키스 한번 한 여자 친구에게 모텔 방 침대에 누워 빨리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빨리 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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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아는 둘을 안전(?) 하게 보호하고 재빠르게 근처를 날아다니며 숲을 찾았다. 그리고 근처 한 섬에 우거진 숲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숲으로 다짜고짜 날아 들어가 비 내리는 숲에서 춤을 추며 뛰어놀던 드라이어드 (Dryad) 셋을 사로잡아싸. 그리고 자신의 롱 윈드와 그 짝을 잠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끌고 왔다.

“살 살려주세요!”

“제발... 정령님이 왜!”

놀란 드라이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안 죽인다니까!”

실리아는 그 모습에 짜증을 내며 말했다. 요정들은 너무 겁이 많은 것 같았다.

"야 너희 진정하고 내말 잘 들어. 지금 저안에 맹그로브를 빨리 엘프의 신방으로 만들어.“

“넷? 그게 무슨?”

사로잡혀온 드라이어들은 정신이 쏙 빠진 상태에서, 갑자기 웬 신방을 만들라고 하자 상황을 이해 못하고 실리아만 바라보았다. 실리아가 짜증을 내며 드라이드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지금 나의 사랑받는 핏줄 롱 윈드가 자신의 수컷과 잠시 쉬고 있거든? 근데 수컷이 인간이라서 참지를 못하겠나봐, 혼인 하려면 세계수로 가야하는데, 세계수는 머니까 내가 나서서 좀 도와주려고.

뭔가 상당히 실리아의 주관적인 주장이었지만 드라이어드들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하고 말했다.

“그, 그래도 그 신방은 세계수 주변에... 만드는 거라고...”

“아니, 내가 여기 있는데 세계수가 아니면 어때. 세계수 가는 이유가 우리 때문인 이유도 있는데, 우리들 중 하나인 내가 여기서 지키고 있고. 그리고 수컷이 인간이니까 엘프들끼리도 아닌데. 아니, 그래서 안만들 거야?”

실리아의 머리위로 번개가 몇 조각 튀어 올랐다. 겁먹은 드라이어드들이 일을 시작했다.

“아뇨, 만들어야죠. 만들어요!”

맹그로브들이 맹렬하게 자라나 엘프의 신방으로 변하고 있었다.

롱 윈드 핏줄을 보호하려는 애틋한 마음의 실리아의 선행(?) 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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