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0. 실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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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엘, 이실리엘과 함께 헨슨씨네로 향했다.
헨슨씨네 집은 마을 광장 근처였는데 문은 열려있었고 주변에 랜턴을 든 사람 몇몇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헨슨 부인.”
집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했다. 전형적인 농가주택이었는데 양의 분변냄새와 함께 내부에 양이 몇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러셀씨. 어머, 이실리엘님도.”
우리의 얼굴을 보고 헨슨 부인이 마주 인사를 해왔는데 부인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무래도 촌장님한테 들은 것보다 직접 듣는 게 정확할 것 같아서 헨슨 부인을 찾은 것이다. 헨슨씨는 이미 아이를 찾으러 나갔다고 했고. 헨슨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속 된 비로 지붕에서 물이 새기 시작해. 아이는 비오는 걸 막는다고 갈대를 좀 잘라온다고 낮을 들고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를 다 듣고 일단 목책입구 쪽으로 향했다. 목책 입구에서 문을 열고 나가는데 먼저 나갔던 평원 엘프들과 에밀이 생각보다 일찍 마을 목책입구로 복귀하고 있었다.
에밀은 토란잎 모자를 앙증맞게 쓰고 있었는데 멀리서 날 보더니 달려와 말했다.
“헥헥. 러셀 평원 쪽은 깨끗해 우리가 정말 꼼꼼하게 뒤졌는데, 마을에서 나간 사람이 없었어. 아무 흔적도 없었어.”
“빗속에 흔적이 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그래서. 혹시 몰라서 대지의 정령에게 대지의 흔적을 살펴봐달라고 했는데, 전혀 흔적이 없다고 했어.”
대지의 정령까지 불러서 확인했다면 에밀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에밀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한점이 있었다.
“촌장님 목책 경비하던 분들은 아이가 나가는 걸 못 보셨다고 하셨나요?”
“오늘 마을 밖으로 나간사람은 아무도 없다더군. 그래서 마을 안에서 찾고 있었네...”
“분명, 지붕에서 새는 물을 막으려고 마을 밖으로 갈대를 꺾으러 간다고 했다는데. 근데, 목책으로 안 나갔다고?”
옆에 있던 촌장님이 뭔가를 생각하다 말씀하셨다.
“그 물레방아 만들면서 수로 쪽에 작은 문을 하나 만들었긴 한데...”
그때 마을 주민 중에 한명이 나서며 말했다.
“그... 마을 아이들이, 그 문을 가끔 사용하는 걸 봤습니다. 주의를 주긴 했는데...”
“어디죠?”
“저쪽이네!”
촌장님이 물레방아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셨다. 나도 불편한 다리를 끌고 촌장님 로리엘, 이실리엘 그리고 몇몇 마을사람과 함께 물레방아 쪽으로 내달렸다.
물레방아 앞에 도착하자 수문 옆에 수문을 관리하는 작은 문이 만들어져있었고 그 작은 문이 반쯤 열려있었다.
몸을 비집고 작은 문으로 나갔다. 앞은 진흙탕이었는데 작은 발자국이 강가를 향하고 있었다.
“이쪽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문으로 나와 하나둘 강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방에 랜턴을 비추면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밀턴!”
“밀턴!”
나는 발자국을 따라갔는데 발자국은 풀밭인 강변과 마을 사이에서 끊겨 있었다.
“여기서 발자국이 끈 겼어. 갈대는 상류나 하류로 가야 하는데 먼저 상류 쪽으로 가보자.”
마을에 가까운 갈대는 엘프들의 주거시설 만들 때 이미 거의 다 잘라 써버렸고, 그것도 부족해서 늪지대 가까운 곳 까지 가서 갈대를 잘라왔기에, 마을 가까운 곳에는 갈대가 거의 없었다.
로리엘과 나 그리고 이실리엘은 상류 쪽으로 향했다.
상류 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니 먼저 나갔던 수호자들이 뭔가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설마?”
나는 그들에게 뛰어갔다. 한걸음에 달려가 그들이 끌고 오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다행스럽게 큰 개구리였다.
“까, 깜짝 놀랐네...”
그리고 도착한 이실리엘과 로리엘을 보고 엘프들이 로리엘에게 엘프어로 무슨 말을 하니. 로리엘이 뭔가 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이야 이실리엘?”
“어... 그게...”
이실리엘이 갑자기 말을 더듬어서 로리엘을 쳐다보니 로리엘이 말했다.
“크흠... 요... 용병들이 그 러셀이 그... 개, 개구리 튀김을 잘한다고 그래서... 그 내가 보이면 언제 잡자고 했는데 수색 중에 달려들어서 잡았다고...”
큰 개구리는 늪에 사는 놈들인데 우기에 강 따라 상류까지 올라온 것 같다.
“어 그, 그래... 이거는 이따가 해줄 게.”
“정말이냐?!”
나는 로리엘 아니, 엘프들도 식탐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로리엘에게 물었다.
“근데 상류 쪽에는 흔적이 없었대?”
로리엘이 엘프들에게 뭔가 물어보고 대답했다.
“달하나 거리까지 찾아봤는데 아무 흔적도 발견 못했다고 했다고 하는군.”
그때였다. 로리엘의 어깨에 뭔가 작은 물방으로 만든 물고기의 형상이 생기더니 자신의 꼬리로 로리엘의 뺨을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신호다! 하류 쪽으로 간 엘프들에게서 신호다!”
로리엘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나는 다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로리엘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다리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뒤처지자 뒤돌아본 로리엘이 나에 맞춰서 속도를 낮춰주어 간신히 같이 이동할 수 있었다.
마을 근처에 이르자 이미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랜턴을 들고 주변 강가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나와 엘프들이 달려 내려오자 마을 사람 대부분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상류 쪽은 흔적이 없답니다. 하류 쪽에 흔적이 있다고 해서 가보려는 중입니다. 위험하니까 저희끼리 다녀오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하류 쪽은 늪과 가까워 이렇게 몰려서 이동하다 더 큰일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셀 같이 가면 안 될까?”
헨슨씨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엘프들과 촌장님 그리고 헨슨씨만 데리고 하류로 이동했다.
달려 내려가길 한참. 앞에 여섯의 엘프가 강가 수풀에서 뭔가를 살펴보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가 달려 내려가니, 한 엘프가 우리에게 피가 먹은 게 명백해 보이는 옷가지 조각과 낫을 내밀었다.
그것을 보자 헨슨씨는 주저앉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어흐흐흑... 밀턴!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촌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헨슨씨를 위로했다.
그때 엘프들중에 가장 마지막까지 흔적을 살펴보던 엘프가 이실리엘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실리엘은 그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나에게 말했다.
“이상하다고 하네요. 리자드맨이나 오크 같은 것에 당한 것 같지는 않다고 합니다. 뭔가 강으로 끌고 들어 간 것 같다고 하네요. 강 쪽으로 풀이 쓰러져 있었다고 끌려가면서 풀을 잡아 챈 것 같다는데...”
나는 이실리엘의 설명을 듣고 그 흔적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엘프의 설명대로 잡아 뜯겨진 풀이 강 쪽을 향하고 있었고 물가 가까이 등불을 비추자 무엇인가가 보였다. 액체였는데 손으로 만지니 뭔가 미끌미끌한 느낌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미끄러운데? 개구리 체액 같은?”
그때 갑자기 러셀의 다리에 무엇인가가 휘감겼다. 그것의 엄청난 힘에 러셀은 순식간에 손에든 랜턴과 지팡이를 놓쳐버리고 그대로 공중으로 빨려 올라가듯 끌려가고 말았다.
그 순간의 상황에도 러셀은 반대쪽 다리에 힘을 주어 자신의 다리를 휘감고 있는 것을 발로 차내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자유로운 다리에는 인대가 없었다.
힘없는 발길질은 미약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허리를 구부려 다리에 휘감긴 것에 매달렸으나 이미 러셀은 수면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짜아악~!”
수면과 러셀이 충돌하며 거대한 손바닥을 마주치는 듯 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면과 만난 러셀의 몸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졌고 그 강한 충격에 러셀이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와 함께 사방으로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러셀!”
이실리엘의 찌르는 듯 한 외침이 강변에서 빗속으로 퍼져나갔다.
로리엘은 러셀이 강 수면과 충돌하기 직전 이미 활을 뽑아들고 시위를 당긴 상태였다. 시위에는 이글거리는 불화살이, 내리는 빗방울에 칙칙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 크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시위를 한껏 당겨 무엇인가를 찾던 로리엘이 그대로 큰 불화살을 강 속으로 쏘아 넣었다.
“츄앗~~~”
불화살이 수면과 만나 물이 증발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대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어서 수호자들의 화살이 사납게 같은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물속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 주변 사람들이 맞히지 못했나 하는 생각을 한 것도 잠시. 로리엘의 화살이 무엇을 맞혔는지 강 속이 불룩거리기 시작하더니 물거품을 토해내며 강 속에서 둥그런 무엇인가가 솟아올라 괴성을 질러냈다.
“꾸어어어어엉~”
솟아오른 그것을 향해 수호자들의 화살이 사정없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둥그런 그것은 그대로 러셀을 잡은 채로 물을 사방으로 뿜어내더니 불어난 강물의 유속과 자신의 추진력을 더해 눈 깜짝할 저 멀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러셀!”
이실리엘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