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60화 (60/352)

〈 60화 〉 59. 실종 1

* * *

“저... 그래서 제가 할 일은 무엇이죠?”

“일단, 전반적인 여관 운영과 내가 진행하는 사업을 옆에서 보조하는 거야. 창고관리는 이실리엘이, 장부와 금전은 리젤다가 맡고 있는데. 그걸 보조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되고.”

“그, 그렇군요?”

“왜? 여관에서 무희로 춤이라도 추고 싶어?”

“아, 아닙니다.

발레리는 내말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니, 자랑스럽게 처녀를 외치시던 분이...’

“마리나는 평소는 여관 경비, 마을로 물건 사러 나갈 때는 마차 호위를 부탁해.”

“상단에서 평소 제 일과 다를 바 없군요.”‘’

마리나는 다소 안심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마 그럴 거야.”

“쓰던 방 계속 사용할 수 있고, 여관 서비스도 마음껏 사용해. 한주 열흘 중에 하루는 쉴 수 있으니까 쉬기 전날 꼭 말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업무시작은 아침 먹고, 저녁 먹고서는 쉬어도 돼.”

“그...”

“왜?”

“조건이 너무 좋아서 말입니다.”

발레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긴 여긴 쉬는 날 개념도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가.

“뭐, 나는 관대하니까 말이야.”

“그, 과 관대 말이군요.”

“아무튼 내일부터 잘 부탁해, 처녀 발레리와 마리나.”

“예, 옛? 옛...”

마리나가 자신의 새빨간 머리카락과 같은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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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이 나가고 발레리는 자신의 새빨간 볼을 붙잡고 생각했다.

처녀라는 말은 왜 한걸까?

침대 이불속으로 기어 들어가 입을 막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이것은 다 그 무희 때문이다.

자신의 춤과 노래 스승이었던 필리나라는 무희

러셀에게 자신이 무희로 일했다는 사실을 말할 때 무의식중에 그녀가 자신에게 매일 주입시켰던 그 말이 무심코 떠오른 것이었다.

“발레리 여자의 최고 가치가 뭔지 알아?”

“그... 미모인가요? 몸매?”

“아니, 여자의 최고 가치는 ‘처녀’라는 사실이지.”

“그러니 무희든. 가희든. 오래 일하고 싶으면 절대로 지켜야해. ‘처녀’를 말이야.”

“처녀를 잃는 순간 너의 가치와 손님이 떠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돼.”

“여자의, 그리고 너의 최대 가치는 ‘처녀’ 이 사실을 꼭 명심해.”

“네가 처녀로 존재 할 때는 저들에게 여신이지만. 처녀를 잃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 너는 창녀가 되고 마니까 말이야. 절대! 매너 좋은 손님을 믿지 마.”

떠오른 필리나의 가르침에 발레리는 다시금 얼굴이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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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홀에 앉아서 발레리와 마리나를 여관 직원들에게 인사시켰다.

“안녕하세요. 발레리라고 합니다. 그, 앞으로 러셀씨의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잘 부타드립니다.”

“마리나입니다. 여관 호위니. 힘쓸 일 있으시면 제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둘의 인사의 다들 환영을 해주었는데 갑자기 뾰족한 소리가 한쪽에서 들려왔다.

“마, 말도 안 돼!”

목소리의 주인공은 망연자실한 표정의 에밀 이었다.

“러셀의 일을 돕는 건 나인데! 러셀, 내가 부족해?”

애완동물 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니 왠지 가슴이... 양심이... 아니 내가 뭐 잘못한게 없는데...

“어? 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그, 그래 그렇지 발레리는 뭐랄까? 여관 전체를 나를 대신해서 책임지는 것이고. 에밀은 그렇지. 에밀은 전사들의 대장이니까 나와 바깥일을 하는 거지”

“바깥일?”

“그래, 바깥일. 사냥과 채집 그리고 나쁜 놈들 혼내 주는 거. 마을도 지키고. 에밀은 마을의 전사니깐.”

내 말에 에밀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자 다들 눈치를 챈 건지 고개를 끄덕이며, 에밀에게 내말이 맞는다며 긍정의 신호를 보내주었다.

그때였다. 에밀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떠올릴 때쯤.

갑자기 여관 문이 벌컥 열리면서 촌장님이 뛰어 들어왔다. 촌장은 우비도 입지 않은 채 흠뻑 젖은 모습이었는데 빗물을 뚝뚝 흘리며 나를 발견하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 러셀 마을 사람 하나가 실종 되었는데, 도움이 필요해!”

“네? 실종이요?”

“며칠 전 성인식이 끝난 헨슨네 셋째가 사라졌네.”

헨슨씨라면 나도 아는 사람이다 농사일 하시는 분인데 애들이 좀 많은 집이다. 일곱 명인가?

“어디 다른 곳에 간 건 아니고요?”

“아니야, 저녁 먹고 갈대를 자르러 잠깐 나갔다는데. 너무 늦어서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고 하네.”

지금은 우기라서 강물이 많이 불어나있는데...

“알겠습니다. 촌장님 잠시 만요.”

“이실리엘 수호자들에게 부탁 좀 해주겠어? 아이가 사라졌나봐.”

“네 걱정 마세요. 촌장님, 저희가 돕겠습니다.”

“어? 어... 그 이실리엘님이 직접요? 아니, 그러시지 않아도.”

촌장님은 이실리엘을 엄청 어려워하시는데. 북부 기사들이 깍듯하게 대하는걸 보고는 엄청 높은 분인 줄 알고 저러시는데, 괜찮다고 해도 고쳐지질 않는다.

촌장과 이야기가 끝난 이실리엘이 손끝에 뭔가를 불러내더니 윗 층으로 날려 보냈다. 잠시 후 로리엘을 필두로 엘프 수호자들이 무장을 하고 바람같이 달려 내려왔다.

“에밀 평원 엘프들은 몇 명이나 도울 수 있을까?”

실종자 수색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 에밀과 평원엘프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니 부탁해 보았다.

“토란잎 우비가 열두 개 뿐이에요.”

에밀이 아쉽다는 투로 말한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세 명씩 네 개 조를 짜자. 엘프들 그냥 일반 활도 쏠 수 있지?”

“네 평원엘프는 꼭 자기가 만든 활이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여긴 활 만드는 나무가 귀하니까요.”

위험 할 수도 있으니. 이실리엘에게 지하 창고를 열어, 예전에 도둑들한테 얻는 활이랑 화살 그리고 단검 같은 게 좀 남아있는데, 다른 종업원을 시켜서 그걸로 평원 엘프들을 무장시켜달라고 부탁했다.

“마력석 랜턴이 여덟 개 뿐인데, 비 오는 날에 횃불을 들 수 없으니, 어쩌지?

“저희는 괜찮아요. 엘프는 밤에도 잘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정령을 불러내도 되니까요.”

‘아, 엘프는 밤에도 잘 볼 수 있지...’

엘프들은 밤에도 어둠속을 아주 잘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밤에 엘프 마을가면 어? 왜 이렇게 어둡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엘프 마을에 잠시 살 때, 밤에 정령들이 내는 불빛 말고는 너무 어두워서 별보는 거 말고는 밤에 할 게 진짜 없었긴 했는데.

“촌장님 사라진지 얼마나 된 거죠?”

“그 첫 달이 뜨고 둘째 달이 떠오를 정도 된다고 했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에밀은 평원엘프 친구들을 데리고, 이실리엘에게 무기를 받아. 그리고 평원 쪽을 살펴봐줘. 달 한개 까지만 살펴보고 다른 일이 없으면, 그냥 여관으로 돌아와.”

“알았어. 러셀”

에밀은 나에게 대답하자마자 바로 평원 엘프들을 불러오려는지 밖으로 달려 나갔다.

“우린 뭘 하면 되지? 러셀.”

로리엘이 물었다.

“너희는 세 명씩 나눠서 강 쪽을 살펴봐줘, 물이 불어났으니까 조심해줘. 그리고 로리엘은 나랑 가자.”

“알았다.”

로리엘이 엘프들에게 엘프어로 명령을 내리자 수호자들인 셋씩 짝을 지어 바람같이 사라졌다.

아래층이 시끌벅적해지자 위층의 기사들과 용병들이 내려왔는데, 그들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수색을 도와주겠다며 장비를 입으러 다시 올라갔다.

그사이 에밀이 토란잎 우비를 입은 엘프들과 우르르 들어오더니, 이실리엘에게 장비를 받고는 무리를 나눠 밖으로 달려 나가며 나에게 외쳤다.

“러셀, 우리만 믿으라고! 평원에서는 우리 추적을 피할 수 없으니까!”

“어. 그래, 부탁해 에밀.”

내가 가죽으로 된 내 우비를 챙겨 입고 나가려는데 이실리엘과 리젤다가 따라 나섰다. 이실리엘은 푸른 면사포처럼 생긴 세계수 꽃잎으로 만들었다는 투명한 푸른색의 로브를 후드까지 눌러 뒤집어쓰고 있었다.

“둘 다 가려고?”

“네. 러셀”

“러셀, 밤이니까 같이 가겠습니다.”

“그러면 밤에 잘 보는 이실리엘이 가는 게 좋겠다. 리젤다는 따로 부탁할 게 있어.”

내말에 리젤다에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떠오르기에 리젤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리젤다 잘 들어. 실종사건 수색에는 남아서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해. 이실리엘은 엘프니까 촌장님이나 마을 사람들과 아무래도 불편하잖아? 그러니까 리젤다가 남아서 들어오는 소식이라든지 그런 걸 정리해서 알려 줘야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았지?”

“네 러셀. 알겠어요.”

“비 맞고 들어오면, 다들 체온이 떨어져서 추울 테니까. 한나 아주머니께 수프 한 솥 부탁드려줘. 그리고 사람들 들어오면 빗물 먹은 장비손질도 해야 하니. 애니랑 다른 여관 직원들도 힘들겠지만 오늘 밤은 홀에서 대기해달라고 해주고.

“그리고 나랑 이실리엘이 없으면 여관은 리젤다가 책임지는 거야 알았지?”

“걱정 마세요!”

“아참, 발레리는 리젤다를 도와주고, 마리나는 소식이 들어오면 사람들에게 전파를 부탁할게.”

금방 기운을 차린 리젤다를 뒤로하고 로리엘, 이실리엘과 강변으로 수색을 나섰다. 이미 밖에는 사람들이 마력석 랜턴 몇 개를 들고 사방을 뛰어다니며, 실종되었다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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