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2. 애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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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쯤 지나자 루테니아 상단이 되돌아왔다.
생각보다 운 좋게 대량의 목재를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발레리의 계획은 빨리 도착한 루테니아 상단 때문에 어긋나버렸지만 이미 더 큰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발레리는 그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루테니아 상단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란폴지역 목수들이저번 게 사건으로 파손된 건물들을 수리하기 위해 상류지역에 나무를 주문했는데, 주문량이 잘못되어 잉여 목재가 계속 도착하고 있었던 것.잉여목재를 처분할 길 없던 목수들은 흔쾌히 목재를 루테니아 상단에 넘겼던 것이다.
멜빈 아저씨가 복귀하고 발레리의 손에 들린 제법 큰 크기의 백단목을 보았을 때 멜빈 아저씨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이... 이것이!”
“제가, 그... 러셀님과 높은 엘프분의 인정을 받아! 어렵게 하나 구하게 되었습니다.”
“어... 어떻게 구매금액은?”
“특별히 제가 가지고 있던 보석과 현재 상단이 보유하고 있는 보석을 넘기고, 나머지 잔금은 차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오오... 발레리야! 대단하구나!”
멜빈 아저씨는 아주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발레리를 보며 말했다.
“네 아버지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느냐!”
“재산만 탐하던 너희 형제들과 다르게, 역시 발레리 너는 뭔가 다를 줄 알았다!”
“다만, 아무리 제가 인정을 받았다고 한들, 처음 본 저희에게 무조건 물건을 넘기고 잔금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제가 직접 남아서 지급 보증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발, 발레리야 그렇게까지...”
멜빈 아저씨는 발레리의 희생과 상단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의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고 말았다.
“내가 네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고, 꼭 잔금을 가지고 돌아오마! 조금만 기다리거라!”
루테니아는 쪼끔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백단목을 구했으니. 조금 즐겨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다음날 멜빈 아저씨를 기쁜 마음으로 배웅했다.
남부 평원에 사는 수인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수인이라면 토끼수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토끼수인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앙증맞은 꼬리 머리위로 솟은 긴 귀가 특징인데. 긴 귀 덕분에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으며 순발력이나 균형감각도 좋아서, 단검이나 창을 사용하는 모험가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근력이나 지구력은 좀 부족해서 장기전에는 단점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알려진 사실 말고도 사람들이 토끼수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가 있는데, 그들이 철저한 모계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수인이 모여 사는 마을은 대부분 혈연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그 마을의 촌장은 가장 나이 많은 여자가 맡는다. 토끼수인은 대모라는 가장 나이 많은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계 사회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기에 토끼수인의 마을은 마을이라기보다는 대모를 중심으로 생겨난 다양한 크기의 무리라고 보면 된다.
모계사회인 토끼수인들이 성노예로 인기가 좋은 것은, 부드럽고 탄력적인 육체와 강한 모계사회를 이루는 특성이 있어 태어나는 아이는 무조건 자신의 아이로 키우는 그들의 특수성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토끼수인들이기에 자신들의 마을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다 해도 그 습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나이 많은 여자를 따르는 습성이 있는데.
러셀의 여관의 두 마리 토끼수인 에이미와, 나나도 그런 습성을 버리지 못하여 그들의 사장인 러셀보다는, 러셀의 여관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한나 대모님을 몰래 따르는 중인 것이다.
둘은 오늘 아침을 준비할 때 부엌에서 식재료를 다듬었는데, 오늘 대모님의 순수혈통인 애니님이 여관 주인인 러셀에게 하는 이야기를 무심코 듣고 말았다.
그래서 둘은 아침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여관 밖 나무아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에이미 언니, 아까 그 소리는 분명히 애니님이 러셀사장의 새끼를 낳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소리겠지?”
“그래! 그게 맞는 것 같아 나나야. 분명 러셀사장의 새끼를 낳고 싶은 것이 확실해!”
“러셀사장은 다리를 다친 수컷이긴 하지만, 여기서 제일 강한 수컷이잖아? 이미 두 마리 암컷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다른 종족들은 좀 불쌍해. 우리 토끼수인처럼 그냥 낳고 싶으면 씨만 받으면 되는데, 왜 남자 따위에게 복종하려 하는지 모르겠어. 그렇지?”
둘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종족마다 다 자신들만의 사정이 있는 거니까. 나나야”
에이미가 제법 어른 같은 표정으로 동생을 타이르며 말했다.”
“아무래도 대모님에게 알려야겠지?”
“아마도?”
둘은 그렇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한나 대모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애니는 처음 러셀을 만났던 날을 기억했다.
여관을 인수하러 왔다고 한 남자, 특이하게 가족도 없이 비교적 젊은 남자가 다리를 절며 여관을 인수하겠다고 하기에, 당장 갚을 빚이 많았던 자신의 어머니는 가격도 깍지 않고 제값을 다 쳐준다는 러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남자가 잔금을 치르는 날
어떻게든 먹고살아 보려면 도시 빈민가로라도 떠나야 하는 자신들의 사정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러셀이 자신들을 붙잡았다.
“어...? 그 혹시 사정이 있으신 거 같은데, 이야기 좀 들을 수 있을까요? 뭐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남자의 말에 반신반의 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는 소리를 믿을 만큼 세상은 아름답지 않았고, 같이 살던 마을에서도 자신들을 돕지 못했는데.
‘우릴 돕는다고?’
남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말했다.
“음... 제가 여관을 좀 수리해서 제가 직접 운형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경험이 없으니 경험 있는 직원들이 필요해요. 혹시 생각들은 어떠신가요?”
‘뭐? 이렇게 간단히?’
남자는 아주 짧은 시간 고민하더니 우리 가족 전원을 ‘직원’이라는 직책을 주고 여관에 고용해 주었다. 그리고 여관을 수리하는 기간에도 꼬박꼬박 생활비를 주었고, 식재료와 고기도 떨어지지 않게 주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보다 더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있었고, 한동안 잘 못 먹어 메말라가던 두 동생도 금방 살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여관 수리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남자는 여관 창고를 개조하여 몸을 씻는 곳을 만들더니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을 엄마의 앞에서 유린하는 비정한 짓을 저질렀다.
마사지와 때밀이라는 걸 가르친다고 하면서, 자신을 긴 테이블에 벗겨 엎드리게 하고는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쓰다듬거나 주물러 댔던 것이다. 물론 옷을 벗고 엎드리라고 했을 때 거절 할 수는 있었지만,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뻐하는 동생들의 얼굴이 떠올랐다.엄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마’라고 입모양으로 이야기 하고는 비장한 얼굴로 옷을 벗고 엎드려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부드러운 손길 억지로 참아내는 자신의 신음을, 비웃듯이 헤실헤실 웃어대며 기어코 엄마 앞에서 신음을 터트리게 한 비열한 인간.
“자 어때 기분 좋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았지?”
“흐읏...”
“그래 이렇게 신음이 나올 때 까지! 이러면 아주 기분이 좋다는 말이거든?”
“애니야 기분 좋지 그렇지? 막 신음이 나오지 그치?”
“한나 아주머니도 아셨죠? 이렇게 포인트를 자극해야지”
“힉...”
“이런 기분 좋은 목소리가 나오는 거죠!”
밀려오는 쾌감을 이를 악물고 참아내길 한참, 남자가 팔목을 걷어 올리고 가슴에 단추를 풀어낼 때
‘아 이제 올게 왔구나...’
눈을 감아버렸는데... 잠시 후 남자는 풀려진 가슴을 펄럭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다들 따듯한 물도 있으니, 씻고들 주무세요. 저는 움직였더니 좀 덥네요. 다들 씻으시면 제가 제일 나중에 씻고 청소한번 하겠습니다. 애니야 수고했다?”
‘뭐지?’
‘아니 그냥 간다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한껏 부푼 무언가가, 팽팽하게 커진 무엇인가가, 그 상태 그대로 뭔가 매우 불편한 상태로 마음속에 남겨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게 진짜 ‘교육’이었다는 걸, 분명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러셀이 자꾸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이...
오해했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후에는 마치 자신의 알몸은 이제 다 주물렀으니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러셀에게 오기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자신이 조금씩 유혹해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알몸으로 외간 남자에게 온몸을 주물려졌으니, 책임 정도는 져주겠지 하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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