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49. 발레리 루테니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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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엘은 평원 엘프들과 자신들의 식량 조달을 위해서 사냥을 나왔다.
구출해온 엘프들도 인원이 많고, 오면서 매일 꾸준히 사냥을해서, 조금은 남아있던 식량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러셀이 식재료를 나누어주고 있고, 기사들도 가끔씩 마을에 가서 물자를 사다 엘프들에게 나누어 주지만, 결국 엘프의 일은 엘프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러셀에게 들은 바로는, 여관에 방문한 인간 상인이 가죽을 구매해주겠다는 제안을 하였고.
우기가 오기 전. 목재와 식량을 최대한 비축해야한다는 러셀의 의견은, 자신들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자신과 수호자 자매들은, 세 무리로 나눠 사냥을 나온 것이다.
자신은 밤에 안전을 위해 인간 마을 곳곳을 확인해야 하기에 바쁘지만, 식량은 중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뭐 그 틈틈이 마을을 돌며, 자신의 호기심도 채우고 있지만 말이다.
며칠 전 한밤중 마을을 순찰하다가, 인간 부부의 뜨거운 밤을 얼떨결에 엿보고만 로리엘은.
자신의 호기심인 XX로 YY하는 장면을 어쩌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한밤중 다소 과도한 순찰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지만.
동족을 위한 의무 또한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이른 새벽 사냥을 나온 로리엘과 3명의 엘프는, 강을 따라 내려오다가 늪지가 시작되는 지역에서, 늑대 무리를 발견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늑대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로리엘이 쫒는 열한마리의 늑대들이 평원을 질주해서 도착한곳은, 늪과 평원의 경계선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마리의 늪돼지를 발견한 늑대 무리는, 바로 사냥에 돌입하였다.
늪돼지가 늑대를 발견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한마리의 늑대는 촘촘히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는 중이었고.
늪돼지는 맹그로브 수풀 속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빽빽한 맹그로브 수풀로 들어 갈수는 없었는지, 늑대들에게 곧장 따라잡혀 대치하게 되었다.
로리엘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 자신 주위에 바람의 방향을 조절했다.
늑대는 후각이 예민하기에, 멀리서부터 접근할 때, 냄새가 늑대 쪽으로 바람을 타고 흐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만약 들킨다면, 늑대들은 곧바로 도망갈 것이기 때문이다.
로리엘과 엘프들은 늪지 경계에 있는 맹그로브 나무쪽으로 돌아, 시야에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최대한 가깝게, 늑대들에게 접근했다.
그사이 늪 돼지가 비명을 질러대며 최후의 발악을 하는듯하지만, 곧 숨이 끊어졌는지. 우두머리 한 쌍이 달려들어, 돼지를 뜯어대는 모습이 보였다.
늑대는 우두머리 한 쌍이 먼저 식사를 하기 전까지. 다른 늑대는 먹이에 손을 댈 수 없다.
그렇기에 우두머리의 식사를 다른 녀석들은,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로리엘이 활을 들어서 제일 바깥쪽에, 입맛을 다시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늑대 한 마리를 겨눈다.
로리엘을 활을 선호하진 않지만, 그건 전투일 때 뿐 사냥은 다른 이야기이다.
사냥을 하는 데는 활만 한 것이 없는 것이다.
로리엘이 노리는 녀석은 태어난지 일년 조금 넘어 보이는 녀석.
열한마리 정도 되는 작은 무리는, 사냥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니. 제일 어려보이는 녀석을 노린다.
저놈은 언젠가 도태 될지도 모르는 놈이기 때문이다.
우두머리 암수를 잡으면, 늑대 무리는 경험 없는 늑대가 대장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잡은 늑대보다 더 많은 늑대들이 엘프들에게 아무런 소득 없이, 숲이나 평원에서 배고픔에 죽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엘프는 숲을 지키는 자들.
생각 없이 사냥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화살을 활에 걸고 시위를 당긴다.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시위가 신축성 있게 당겨진다.
활대가 ‘뿌드득’ 하고 비명을 지르고 겨눴던 시위를 당기고 있던 손가락을 살짝 놓아.
화살에게 잠깐의 자유를 허락한다.
화살이 물고기처럼 좌우로 춤을 추며 날아간다.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다.
바람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반원을 그리며 날아가던 화살은, 늑대의 귀를 통해 쓱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지더니 다시 반대편 귀로 빠져나온다.
놈이 앉아있던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늑대들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 같다.
옆에 있던 다른 엘프 들의 화살 두발이 각기 다른 두 놈을 더 맞추자 그때서야 이상함을 눈치챈 늑대무리에 소란이 일어난다.
로리엘이 신호용 화살을 꺼내서, 늑대무리 가운데로 한발 쏘아준다.
신호용 화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근처에 박히자, 그 소리에 기겁한 늑대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늑대는 원래 생각보다 겁이 많은 동물이다.
로리엘은 곧장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들고, 동료들과 잡아놓은 사냥감으로 천처히 다가갔다.
발레리는 이틀 전 여관주인 러셀이 “이제부터 잡아야 하니까?”라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린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틀이 지난 후 자신의 앞에 쌓이는 가죽을 보고, 그때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엘프들은 주로 자신이 잠든 밤이나 새벽에 사냥을 나갔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자신의 앞에 쌓이는 생가죽들...
상행에 가죽을 다뤄본 인원들이 제법 있기에 잘 펴서 그늘에서 말리고 있지만
쌓이는 양이 상상을 초월했다.
34명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한 번에 늑대나 돼지 사슴 가죽이, 23마리씩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죽은 자신에게 전달되고.
도축된 고기는 훈제되거나 소시지가 되어서 여관지하로 이동되었다.
개중 맛없는 늑대 고기 같은 것들은, 허브와 삶아지거나 훈제되어 잘게 잘려 말려지고 있었다.
거래의 대가로 러셀은 자신들에게 벌목꾼을 고용해줄 것을 원했다.
하류 쪽에 늪지와 가까운 공백지 숲에서, 나무를 해오려고 한다고 했다.
나무가 필요한건 엘프인데, 엘프가 나무를 못 자르니. 벌목꾼이 필요하다고 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다.
뭐 그거야 막일꾼을 구해도 되니까 문제는 없는데.
상류 쪽 영지에서 목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강을 따라 뗏목으로 이동하는 것도 알아봐달라고 했다.
추가금액이 생기면 낸다고 했으니. 그것도 알아봐주면 될 것이다.
어차피 가죽이 쌓이려면 한 달은 있어야 하고, 그렇기에 발레리는 열흘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강과 인접한 근처 영지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발레리가 이 여관을 떠나기가 싫었다는 것이다.
서부의 유명하다는 그 유흥의 도시 샬란에도, 매일 온수로 목욕을 하며, 깔끔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뭐 서부는 물이 귀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그 때밀이와 마사지라는 거, 그거 생각보다 사람을 한 마리 슬라임 같이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첫 마사지는 그 예쁜 엘프의 손길에 정신을 놓아버렸지만.
어제 받았던 마사지는 정말 기쁘고 즐겁게 받았기에, 이참에 좀 푹 쉬고 귀향길에 올라야겠다고 마음먹은 발레리였다.
그래서 발레리는 상단을 두 개로 쪼개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여기는 북부 기사들과 엘프들이 저렇게 많기에, 아마 남부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호위 한명, 마차 한 대를 제외한 나머지 상단은, 러셀의 부탁을 알아보러 상류 쪽으로 보내기로 말이다.
발레리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목책 밖 자신의 상단으로 돌아왔다.
“발레리 가죽은 잘 모이고 있니?”
아버지와 함께 30년간 상행을 함께 해 오신 부상단주 멜빈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부족한 경험을 보조하기위해, 이곳까지 따라오신 고마운 분이지만, 발레리는 조금 앙큼한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네, 가죽은 잘 모이고 있습니다.”
“잘됐구나! 운이 좋았어!”
“네, 아저씨. 그런데 며칠 전, 제가 말씀 못 드린 게 있는데요.”
“뭔데 그러느냐?”
“그 저안에 북부의 눈꽃기사 30명이 있다는 건 말씀드렸죠?”
“그래 그랬지? 그런데?”
발레리는 일단 침을 꿀꺽 삼켰다.
“실은 그... 저 북부의 눈꽃기사보다 더 대단한분이 안에 계시거든요.”
“누... 누구냐 그게?”
멜빈 아저씨도 호기심에 찬 눈으로 기대하며 물어보셨다.
“무려 높은 엘프이며, 세계수의 수호자이신 엘프님이 안에 계십니다.”
“뭐? 뭐라고?! 그... 그게 정말이냐? 그 신비한 종족이? 높은 엘프라니...”
“그 그런데?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이냐?”
“그 제가 러셀씨와 계약해서 상류 쪽에서 목재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그래 그랬지?”
“그 러셀씨가 그 높은 엘프 분의 반려라고 하시는군요!”
“아니 그게 정말이냐? 인간이 어찌 높은 엘프와...!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멜빈 아저씨는 아주 놀랐다는 얼굴로 말씀하셨다.
“근데 저희가 목재를 알아보러 다 빠지면, 다른데서 가죽을 사서 가버릴 수도 있으니.
계약이 지켜질 때까지 상단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제가, 아무래도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그도 그렇겠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이 기회에 너는 높은 분들과 친분을 잘 맺어 두거라 혹시 아느냐?
그 높은 엘프를 통해서 귀한 백단목이라도 구할 수 있게 될지?
백단목 한 조각만 구한다면 이런 가죽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에이 아저씨도 백단목이라뇨, 저도 우리 상회에서 몇 년 전에 딱 한번 본걸...”
백단목은 사치품을 취급하는 루테니아 상단에서도, 딱 한번밖에 취급해보지 못한, 대단한 상품이다.
일단 부르는 게 값일 뿐 아니라, 서부로 가져간다면, 정치적 입장의 판도가 달라질 물건인 것이다.
발레리는 아저씨의 이야기에 그냥 웃고 말았다.
아니 대수림의 높은 엘프들이, 가끔 친분 있는 자들에게 선물한다지만, 저 안에 엘프님은 여관 여급이신데...
여관 여급으로 있는 높은 엘프님이, 백단목을 뭐 몇 개씩 가지고 다니시겠나?
여기가 대수림도 아니고 말이야.
다른 건 잊고 이 주간 자신에게 주어질. 휴식을 생각하며 기뻐하는 발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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