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49화 (49/352)

〈 49화 〉 48. 발레리 루테니아 2

* * *

이실리엘이 여관 일을 도와주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났다.

러셀은 솔직히 유능한 그녀에게, 깜짝 놀라고 있는 중이다.

아니 그 사기성에 좀 놀라고 있는 중이랄까?

그녀의 미모가 내성 없는 사람들에게, 좀 사기급 이긴 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그건 단순한 사기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보였다.

전생에서 이런 상황에서 할법한 말을 고르자면, ‘치트’라는 단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애니와 한나 아주머니가 달라붙어, 이틀 동안 이실리엘에게 여관에서의 서비스를 한번 경험하게 했다.

마사지라든지 오일 마사지, 때밀이 이런 것 말이다.

내가 이실리엘의 몸을 막 주무를 수가 없어서, 애니와 한나 아주머니께 부탁드렸는데.

다행스럽게 내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잘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둘이 그에 대한 접객 요령도, 내가 가르쳐준 대로 이실리엘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첫 실습.

어제 그녀가 접객할 첫 번째 여자 손님 둘이 여관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실리엘이 배운 대로 미소를 머금고, 두 여자에게 접객을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두 여자 손님은 사라지고, 멍하게 세뇌된 두 명의 인형만이 남아있었다.

대충 아침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을에 가죽을 구매하러온 상단의 관계자 같은데.

이실리엘이 웃으며 여관의 어떤 서비스를 권해도, 거절 하는 법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갑을 열대는 것이었다.

인형처럼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이다.

난 생각했다.

‘이건 좀 먹힐지도?’

솔직히 내가 여관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명백히 모험가이자 용병 일에서 은퇴하고 소일거리로 하는 일이니.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 대접하고, 벨릭 같은 놈들과 적당한 인간관계 유지하면서, 즐거운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

현상 유지만 해도 충분한 것이다.

농산물이야 마을사람들은, 잉여 생산된 농산물을 처리하는 기술도 없고.

도시에 가서 팔려고 해도 왕복 이틀이나 시간이 걸린다.

또 성 주변에도 농부들이 많기에, 가져다 팔아봐야 돈도 안 되고, 시간도 아까우니 나한테 거의 거저나 다름없게 주는 것이고.

돈이 드는 식재료라 해봐야 와인, 맥주, 버터, 치즈, 오일, 곡물 정도로 식료품에 많은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다.

고기야 필요하면 직접 말 타고 나가서, 사냥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또 우리 종업원들은 오갈데 없고, 기술도 없기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에, 두 끼 밥만 있어도 어디 가서 노예 생활이라도 할 판인데.

숙소와 식사, 의복까지 제공하는 꿈의 직장이라 만족도가 높은 상태기에, 주급을 주고는 있지만 그것조차 미안해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관이 돈을 벌고자 한다면.

돈이 될 만한 것은 결국 오일마사지, 장비관리 같은 서비스.

그리고 내가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던 전투식량 판매정도인데.

이실리엘이 저렇게 무슨 세뇌술사처럼, 손님들에게 여관의 돈 되는 서비스 주문을 받아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래서 전생에 카페나 Pc방 같은데서, 예쁜 언니들을 고용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발레리는 아침에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가, 어제 그 엘프를 다시 만났다.

발레리는 황급하게 테이블에서 일어서, 그 엘프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최대로 정중한 엘프식 인사를 했다.

“세계수의 첫째 가지께 서부 발레리 집안의 루테니아 인사드립니다.”

엘프는 잠시 당황하더니 말했다.

“그……. 그렇게 정중하게 하지 않으셔도……. 지금은 여관 종업원 이니까...”

상대 엘프도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죄……. 죄송합니다!”

얼빠진 얼굴로 테이블에 앉았더니, 높은 엘프가 빈 접시와 식기를 준다.

그리고는 한쪽에 마련된 식사들을 가리키면서 말한다.

“저쪽에서 원하는 만큼 드시면 됩니다. 수프는 옆에 있는 작은 그릇을 쓰시면 되고요.”

“옛! 알겠습니다!”

여기 손님들은 익숙한지 자신이 필요한 음식을 접시에 적당히 덜어서 가져다 먹는다.

준비된 음식은 따듯한 빵, 치즈, 버터,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수프였다.

발레리는 음식을 가져와 먹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이곳은 이상한 곳이라고…….

발레리는 식사를 다 하고 어제 맡겼던 장비를 돌려받았다.

자신의 장비라고 해봐야 벨트랑 부츠가 다였는데.

방을 배정받을 때 아름다운 엘프가 장비손질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기에, 뭔가 대답을 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돈과 장비를 건 낸 후였던 것이다.

자신의 호위의 빛나는 칼과 둘의 호수처럼 얼굴까지 비치는 부츠.

‘뭘까 이건…….?’

옆을 보니. 자신의 호위도 그걸 보고는 당황한 얼굴이다.

발레리는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이해 못 할 신비한 일’의 범주에 이 여관을 확실히 추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발레리는 아침을 먹고 촌장 집을 다시 방문했다.

“촌장님 어제 밤에 말씀드린 대로 가죽을 매입하고 싶은데요? 마을 사람들에게 가죽이 있는 분은 가지고 나와서, 팔수 있도록 해주실 수 있을까요?”

“흠…. 가죽 말이지…. 지금 우리 마을에 있던 가죽은 러셀이 이미 다 매입해가서 말이야….”

“예? 그게 누군지?”

“아 어제 여관에서 묵지 않았나? 여관주인이 러셀이네.”

“네?”

발레리는 마을 촌장에 말에 부리나케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주인은 여관 앞마당에서, 어제의 애꾸는 용병의 훈련을 보면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넌 한쪽이 안보이니까 그쪽을 항상 조심해야해. 틈틈이 고개를 돌려 전체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알았어? 시야가 좁아졌으니까 말이야.”

“예 형님 시야 확인….”

“하…. 벨릭아…. 그냥 형이랑 여관이나 안할래?

그 내가 이실리엘한테 말해서, 예쁜 여자 엘프도 하나 소개해달라고 해볼게….

인간남자한테 관심 있는 엘프도 찾아보면, 있을 거 같은데….

너 예쁜 엘프 좋아하잖아?”

“하 정말 형님 리젤다 형수는, 저희 파티기도 했으니까 그러실 필요 없다니까요!”

둘은 무슨 이야기중인지. 이야기 중에 언성이 높아지는 중이었다.

“알았어! 이 새끼야! 너 아무튼 한번만 더 다쳐오면 그땐 다리병신 만들어서, 그일 못하게 만들 테니까 알아서해!”

둘의 격해지는 대화에 말을 걸지도 못하고, 주춤대던 발레리를 발견한 여관주인이 말을 걸어왔다.

“응?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손님?”

“안녕하십니까? 루테니아 상단의 발레리 루테니아라고 합니다.”

“그…. 촌장님께 가보니까. 러셀씨께서 가죽을 다 매입하셨다고 하셔서요.”

“아…. 마을에 가죽을 사러오셨다고 했지요?”

여관주인이 턱을 살짝 잡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한다.

“잠깐 따라오시죠.”

여관 주인을 따라가니 어제의 엘프들의 야영지로 자신을 인도했다.

그 야영지의 간이 텐트들은 가죽을 이용한 것들이었고, 바닥에도 가죽을 깔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다시피 현재 엘프들이 전부 사용하고 있어서 말이죠.”

“상태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저거라도 구입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당장 엘프들이 사용할게 없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단호한 주인의 말에 발레리는 가슴이 답답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여관주인은 무엇인가를 좀 생각하는 눈치더니 말했다.

“여기 얼마나 있으실 거죠?”

“일단 이렇게 가죽을 구하기 힘들면, 한 달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우기 시작되기 전에는 남부를 벗어나야 할 테니까 그이상은 안될 테고요.”

내이야기를 들은 여관주인이 한쪽을 바라보다 말했다.

“뭐 생가죽 말린 거라면, 어떻게든 준비해볼 수 있겠지만?”

“어차피 마을에서 구입하는 경우야 생가죽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 양이 얼마나 될까요?”

“정확히는 말씀 못 드리겠네요. 이제부터 잡아야 하니까?”

“넷?!”

여관주인이 하는 말을 이해 못한 발레리였다.

­­­­­­­­­­­­­­­­­­­­­­­­­­­­­­­­­

벨릭의 훈련을 봐주는데, 어제 여관에서 묵었던 상인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구리 빛 피부의 빨간 머리 누님이었는데, 이름이 발레리라고 했다.

서부에서 왔다고 했는데 제법 미인이다.

루테니아 상단의 루테니아 발레리라면 상단 딸쯤 되는 것 같은데, 먼 남부까지 가죽을 구하러 왔단다.

가죽이야 있지만, 엘프들 야영지 꾸리느라고, 마을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것 까지 다 매입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건 팔수가 없다.

‘사정이 급한가보긴 한데…’

‘뭐 잡아 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때 내 눈에 밤마다 뭐하는지. 낮에는 설치해준 해먹에서 잠만 자는 로리엘이 눈에 들어왔다.

‘잰 밤에만 경비서나? 낮에는 왜 만날 자는 건지… 엘프들 식량도 좀 구해야 하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 반짝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매일 잠만 자는 로리엘도 일을 시키고, 엘프들 식량도 구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말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