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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 in 여관-47화 (47/352)

〈 47화 〉 46. 발레리 루테니아 0

* * *

브라한은 아침을 먹고 러셀을 계속 살피다가 러셀이 한가한 것처럼 보이자 바로 러셀을 찾아갔다.

자신들이 북부에서 이 먼 남부까지 온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들의 임무와 차후 일에 대해서, 러셀과 꼭 상의해야 했기 때문이다.

“러셀님 잠시 이야기 좀 나누실 수 있을까요?”

“예, 저도 잠시 쉬는 시간이니 그런데 어떤?”

마친 모든 정리를 끝내고 행주에 손을 닦고 있던 러셀이 대답했다.

“실은 저희는 안전하게(?) 이실리엘님을 여기까지 모셔서, 러셀님을 만나게 해드린 후 두 분을 모시고 복귀할 예정이었습니다만... 그 러셀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옆에 있던 이실리엘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그... 혼...약을 하려면, 세계수에 한번 방문해야 합니다.

그... 또 의장님과 제 거취를 상의하기도 해야 하고요.

여기서 산다고 해도, 한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벨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고...”

말을 마친 이실리엘은 빨간 귀 엘프족이 되어있었다.

“이동하시려면 저희가 수도로 모신 후, 마법 문으로 북부왕국 수도로 한 번에 가실 수 있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물론 다시 돌아오신다면, 그것도 저희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브라한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이실리엘을 여기로 데리고 올 때, 남작 영지 하나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말았다.

왕국에 보고했을 때 기사단장의 목소리는 황망함 그 자체였다.

그리고는 애써 자기위로의 말을 했다.

“그... 그 정도면 예상했던 범위네, 엘프들이 육로로 남하했으면 남작 영지 한 개로 안 끝났겠지...

더군다나 자네들이 안 나섰으면, 남부 왕국 하나를 지우려고 했을 수도 있지 않겠나?”

기사단장의 보고를 들은 국왕들이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해져,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브라한이었다.

엘프들이 그런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게 같이 보낸 건데, 본인들이 더 나서서 남작영지 하나를 생명체 하나 남기지 않고 다 멸망시켰으니. 국왕이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브라한은 그래도 그놈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브라한은 빨리 말을 수정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마법사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서, 바로 가실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예... 내용은 잘 알겠습니다.”

러셀이 그렇게 대답하고 생각에 잠기자, 옆에서 누군가 쭈뼛하고 말을 걸어왔다.

리젤다의 둘째 오빠 에반이었다.

“그,,, 저희 집에도 한번 리젤다와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러셀님?”

“부모님께 먼저 이야기는 해 두겠습니다.”

“리젤다와 결혼을 저희 집에서 간소하게 하셔도 좋고요.”

“그 저희 리젤다를 구해주신 이실리엘님께서도 같이...”

어제까지 다 죽어가던 리젤다가 아침에 비교적 좋은 상태로 나타나자 에반은 깜짝 놀랐고.

그것이 이실리엘이 치료해 준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자.

이실리엘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를 표하는데, 이실리엘은 높은 엘프라 그런지. 그런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행동해서 러셀은 좀 놀라버렸다.

러셀은 ‘나는 거참 어색하던데... 전생에도 현생에도 서민 평민이라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에반의 이야기에, 러셀이 리젤다와 이실리엘의 의견을 확인하려 둘을 바라보자,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리젤다는 자신의 오빠가 결혼 이야기를 꺼낸 게 부끄러웠는지. 옆에 이실리엘 만큼 붉은 귀가 되었다.

“예 북부를 가게 된다면, 다 같이 들리도록 하지요.”

“혹 그 말씀은?”

“아, 안 간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장 처리해야 할 문제도 있고 말이죠.”

러셀이 손으로 밖을 가리키자 에반과 브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쪽에는 브라한이 이실리엘과 데려온 엘프들이 있었다.

러셀은 저들에 대한 걸 아침을 먹고 이실리엘과 부엌에서 이야기하다가 대충 들었는데, 근처 왠 미친 남작 놈의 성에서 노예로 잡혀있던걸 구해온 거라고 했다.

러셀이 남작이 추적하지는 않을까 싶어서 남작의 생존 여부를 물어보니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죽였다고...

러셀은 생각했다.

‘하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이실리엘의 마을에 있을 때도, 엘프들이 동족 잡아다 노예 삼는 건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지...’

엘프들이 몰려온 것은 마을에서도 큰 문제였다.

150명 정도의 마을 인원이었는데, 도적과 게들의 습격으로 몇 명 죽기는 했어도, 비교적 작은 마을이기에, 워낙 대 인원이 몰려드니. 촌장도 마을 사람들도 난처해했지만, 엘프들의 몰골을 보고는 받아주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젊은 총각들은 미모의 엘프들을 보고 환호하는 분위기였지만 말이다.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위기를 두 번이나 구해준, 러셀과 용병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저들을 받아 주었지만, 저들의 집이라든지 음식은 다른 이야기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의 엘프들이 23명이고 수인이 9명이다. 그중 상태가 좋은 엘프가 17명, 6명은 팔다리가 없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고 수인은 비교적 다 건강했다.

물자가 많이 필요했다.

‘이실리엘이 데려왔으니. 나도 같이 책임을 져야겠지?’

러셀은 책임감을 느꼈다.

엘프가 동족을 생각하는 마음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니. 현장에서 이실리엘이 느꼈을 슬픔이 어떠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오고 있는 와중에 생긴 일이니까 더욱더...

혹시 몰라 이실리엘에게 우리가 북부로 갈 때 같이 데려가서, 이실리엘 부족에 맡기는 건 어떻겠냐고 했는데, 엘프들도 여러 부족이 있는데, 여긴 남부 평원 엘프라서, 북으로는 안 갈 거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부상과 상처 입은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엘프 무리를, 수인이 몇 명 있기는 있지만, 여기 어디 풀어둬야 한다는 건데, 노예상인에게 발각되면 또 금방 습격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마을에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말로 결론이 끝났다.

엘프들을 계속 천막에서만 재울 수도 없다.

얼마 안 있으면 우기가 올 시기니까 말이다.

우기의 쏟아지는 비는 목조건물에도 비가 샌다거나 하는 피해를 주는데, 대충 지은 저런 천막은 아마 금방 무너질 것이다.

그전에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일단 브라한과 기사들이 끌고 온 마차를 가지고, 도시로가 물자와 목수를 좀 더 구해보기로 했다.

돈은 러셀의 현상금으로 내려고 했던 이실리엘의 백단목을 경매로 팔던지. 아니면 상점에 팔려고 했는데, 옆에서 그 걸들은 브라한이 북부 왕국에서 살 거라고 꼭 팔아달라고 해서, 러셀은 일단 알았다고 했다.

러셀은 에브리나나 리젤다의 말대로 무척 귀한 물건인가보다 생각했다.

이실리엘이 몇 개 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러셀은 자신은 겨우 여관 주인인데 청혼녀는 전생으로 치면 재벌 느낌이라 묘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물자 구매 때문에 돈 이야기가 나오니. 리젤다가 자기도 길드에 3골드 몇십 은화 정도 있다고 보태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을 했다.

그런데 리젤다의 오빠 에반이 갑자기 나서서는 “그 리젤다야 음... 오빠가 그 결혼 선물로 주마” 라며 자신의 칼 손잡이에 박힌 보석 두 개를 그 자리에서 빼주었다.

러셀은 아마 동생이 돈 때문에 밀리는 게 싫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 와중에 러셀이 “뭐 급하면 이실리엘이 준, 내 지팡이를 팔...” 까지 말하자 이실리엘의 눈빛이 무서워져서, “면 안 될 것 같아 급해도 이실리엘이 준거를 팔순 없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이실리엘을 슬프게 하거나 화나게 하면, 또다시 엘프 소의회가 열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침의 짧은 회의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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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가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갑옷용 재료라고는 게 껍데기가 다였다.

가볍고 단단하고 저렴해서 좋긴 했는데, 이걸 갑옷으로 만들려면 가죽은 필수였는데, 가죽을 구할 수가 없었다.

“아가씨 가죽을 취급하는 곳을 전부 돌아봤지만, 어제 저희가 확보한 물량이 전부라고 합니다.”

“하... 큰일이군요.”

다크엘프만큼은 아니지만, 검게 탄 피부와 불타는듯한 붉은 머리를 쓸어내리며, 발레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발레리 루테니아, 서부 대사막 근처에 자리 잡은 상단 루테니아의 아홉 번째 딸이다.

발레리를 제외하고 다른 형제, 자매들은 재산에만 욕심이 많을 뿐이지. 대륙을 떠돌아야 하는 상단 일에는 관심이 없기에, 루테니아 상단의 가주는 일찌감치 발레리의 형제, 자매들을 적당한 재산을 주어 독립시켰다.

그리고 상단 일에 재능이 있던, 자신의 막내딸 루테니아를 후계자로 키우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상단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상행을 경험시키기 위해서, 그녀를 이번 상행에 동참시키게 된 것이다.

이번 상행의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내린 지시는 딱 하나, 군수품 매입이었다.

군수물자가 아닌 사치품을 취급하던 루테니아 상단이, 먼 서부에서 이곳까지 군수물자를 사러 나온 이유, 그것은 모래 개미(Sand Ant) 때문이었다.

모래개미는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비교적 허약한 괴물이다.

일반 성인 남성도 한 번에 두세 마리는 잡아낼 만큼, 그러나 그게 수백 수천 마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이 개미들은 개미산을 내뿜는데, 사람에게는 코피 정도로 끝날 일이지만, 철제 무기나 갑옷은 얼마 안 돼 부식되고 마는 것이다.

최근 이상 번식으로 늘어난 개미를 막아내기 위해, 갑옷과 무기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서부 영지들은, 급하게 상인들에게 협조를 부탁했고, 그래서 발레리 상단까지 나서 군수품 매입을 위해서 이곳 남부까지 온 것이다.

뭐 가격을 후하게 쳐준다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군수품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그녀가 사들일 가장 중요한 것은 가죽이었다.

그리고 가죽 갑옷을 위해 좋은 가죽 산지로 유명한 남부 대 늪지로 온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긴 여행 끝에 도착한 이곳에서, 게 껍데기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구할 때만 해도, 발레리는 기쁨을 참을 수 없었다.

단단한 게 껍데기는 조금만 가공하면, 개미들의 산에도 부식되지 않는, 좋은 무기나 갑옷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발레리는 가죽을 거의 구할 수 없었다.

얼마 전 몰려들었다는 게들 때문에 용병들이 거의 사냥을 나가지 못했고, 겨우 구할 수 있는 가죽은 품질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한 상인이 발레리에게 지나가듯 말했다.

“뭐... 웜 포트라면 가죽을 더 구할 수 있긴 할 테지만...”

“웜 포트요? 거기가 어딘가요?”

“음 강 따라서 하루쯤 가면 대습지 전에 있는 마을인데, 거기도 게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들었긴 했다는데... 뭐 워낙 습지랑 가까워서, 좋은 가죽을 사려면 우리도 가끔 방문하곤 한다오.”

발레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웜 포트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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