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37. 대수림 광대버섯 먹은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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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과 두 여기사는 이틀을 더 묵고 자신의 숙소로 되돌아갔다. 이실리엘은 벨과의 사흘에 시간 동안 인간의 문화(?)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실리엘은 벨이 떠나고 그녀가 가르쳐준 여러가지를 되짚어 보며 인간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벨이 가르쳐준 여러 가지를 생각할 때마다 볼을 붉게 물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부터는 언어와 함께 벨과 여기사들이 인간의 풍습이나 문화, 그리고 다른(?) 여러 것들을 알려주었다. 그 재미난 이실리엘을 위한 특화 교육에 학생이 한 명 늘었는데 고위 수호자의 리더인 로리엘 이었다.
그녀는 파자마 파티의 경악과 충격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강렬한 인간문화의 충격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녀는 교육 중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해댔는데, 가끔 그녀의 질문은 벨과 두 여기사를 당혹감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그러니까 TT로 하는 느낌은 어떤 느낌인데? 아니 그 둘 다 좋으니까 할 것 아닌가?”
순백지신 처녀인 벨이 경악할만한 질문이었다. 경험이 있었던 두 여기사도 얼굴만 시뻘겋게 할 뿐 입만 어버버 할 뿐이었다.
여러 가지 지식이 두 엘프에게 충실(?)하게 주입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벨과 그녀의 기사들이 마법사들을 데리고 다시 마을로 왔다.
“벨~!”
“이실리엘! 드디어 러셀님을 확보했다고 연락이 왔어!
“드디어!”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러셀을 만나러 갈 수 있다니. 이실리엘의 가슴에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드디어!’
그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이실리엘과 수호자들은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엘프들의 여행은 다소 간편한 편이기에 그다지 준비할 건 없었다.
식수나 식량도 정령들이 잘 찾아주고 엘프들에게 사냥은 땅의 정령이 동물들 위치를 찾아주고,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 냄새를 감출 수 있으니, 어떤 종족보다 쉽게 사냥할 수 있었기에 식량도 그렇게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야영지에 불을 끄고 있던 물품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정리가 끝나버리고 말았다.
마법사들이 엘프들이 준비가 다 끝났음을 알자마자 마법진을 그리고 시약을 뿌린 후 주문을 한참 외워댔다. 그리고 얼마 후 강력한 힘의 파장이 느껴지는 푸른 타원형의 빛이 마법진 위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사 하나가 무엇인가 여러 가지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이 마법문은 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가시면 못 돌아오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다시 돌아오실 때에는 이쪽에서 대응 마법진을 준비하겠습니다.”
이실리엘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벨과 인사를 나눴다.
“벨 그동안 고마웠어... 널 잊지 못할 거야...”
“이실리엘 헤어지기 정말 싫다. 걱정도 되고, 러셀님 잘 만나는지 내가 꼭 확인해야 하는데!”
“러셀 만나서 꼭 한번 너희 집에 방문할게. 저번에 초대해주었으니까. 십년 안에는 꼭 방문할게...”
“그래, 이제 이럴 때는 엘프라는 게 믿어진다니까! 이실리엘 십년은 인간한테 긴 시간이야 최소한 1년 안에 와야 하는 거야!”
“아... 그렇지, 그래! 러셀과 1년 안에 꼭 갈께!!!”
둘은 따듯하게 포옹을 했다. 그때 여기사 하나가 벨에게 말했다.
“그... 벨 선물 안줄 거야? 가방 안에 선물이라면서? 여기까지 꼭 안고 와놓고...”
“음... 그... 그냥 다시 온다니까. 그, 그때 줄래...”
“가방만 무겁게 그럼 괜히 들고 왔다... 그치?”
벨이 가방을 가슴에 꼭 안았다.
수호자들이 하나둘씩 마법문으로 사라지고 이실리엘이 손을 흔들다가 마법 문으로 뛰어들어 사라졌을 때였다. 마법사들이 마법문을 취소하려고 주문을 외는데, 옆에 있던 벨이 두 여기사를 뒤로하고 마법의 문으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베... 벨! 안돼!”
“맙소사!”
두 여기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벨을 그낭 놓치고 말았다. 그들에 귓가에 벨이 남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미안, 이실리엘이 너무 걱정돼서, 안 되겠어!”
여기사의 비명을 뒤로하고 벨이 마법의 문으로 사라지자 곧 마법의 문이 닫혀버렸다.
한편 마법의 문 반대편에서는 하나둘씩 나타나는 엘프들을 스무 명의 기사가 맞이하고 있었다.
수도에 도착한 기사단들은 수도의 고명한 마법사를 찾아 비용을 지불하고, 마법사와 그 제자들의 도움으로 대응 마법진을 그리고 엘프들을 맞이했다. 세계수의 고위 수호자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도착해 열 명이 되자, 잠시 후 이실리엘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법의 문이 닫히려는데 그 틈으로 파란 머리의 여자아이가 하나 툭 튀어나오더니 바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경악하는 기사단원들과 다들 누군가 넘어지는 소리에 마법 문쪽을 보니. 벨이 멋쩍은 웃음을 흘리면서 말했다.
“그... 이실리엘이 걱정돼서, 따라와 버리고 말았네... 하하...”
윈터폴 공작가 여식의 가출이었다.
브라한은 마차 두 대를 호위하면서 길들 이동하고 있었다.
수도근처에서 갑옷을 챙겨 입고 마갑까지 두른 전마를 끄는 스무 명의 기사가 이동하면 경계할 것을 우려해. 갑옷이나 마갑은 벗거나 해체해 말 등의 가방이나 마차에 실었다. 전마도 마차 하나에 여섯 마리씩 묶어 여덟 명의 기사만 말을 타고, 나머지 엘프와 공작가 여식을 마차 두 대에 나눠 태우고, 일부 기사들은 용병처럼 꾸며 상단으로 위장해 길을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웜포트에서 무장을 하고 수도까지 오다 보니, 각 영지 경계에서 영주들이 나타나 무장병력인 자신들을 경계하고 검문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발걸음을 여러 번 멈춰야 했기에, 이번에는 귀찮은 일을 피하게 위해서 물건 호송 중인 상단으로 위장한 것이다.
첫 마차에는 이실리엘 벨과 로리엘이, 그리고 다른 엘프 둘이 마차 지붕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고, 뒷 마차에는 일곱의 엘프가 타고 있다. 아마 어떤 정신 나간 도둑이 여기 달려들었다간 다가오기도 전에 고슴도치가 될 것이 뻔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북부기사들의 철퇴를 피해 살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브라한은 첫 번째 마차를 슬쩍 살펴보았다.
그는 첫 번째, 마차 앞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마차 안에서는 끊임없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브라한은 지금 저 재잘거림의 원인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태였다.
‘세계수의 수호궁수가 걱정돼서 따라왔다고?’
윈터폴 공작가의 언어천재이면서, 최악의 육체적 재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일어서 있는 시간보다 넘어져 있는 시간이 길다는 그...
‘벨 영애가?’
‘누가 누굴 걱정한다고?’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여기 스무 명의 기사의 머리에 화살로 장식을 해주실 수 있는분을?
‘그 누구도 아니고 벨 영애가?’
하... 이건 무슨 새로운 음유시인의 웃기는 노래인가?
더군다나 아무것도 모르기는 자신이 보기에 세계수의 수호궁수 이실리엘이나 벨이나 다를 게 없었다. 저렇게 신기한게 많아 한시도 재잘댐을 쉬지도 않으니 말이다.
하... 수정통신으로 공작가에 연락은 해두었는데.
이제 마법 문을 열 수 있는 건 현재로는 단 한번이었고 나중에 이동할 때면 몰라도 벨 영애 때문에는 열 수가 없었다. 그럼 복귀할 때 이실리엘이 중부대륙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그건 북부대륙 왕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서 벨은 통역이라는 명목으로, 지금 이 일행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어머 이실리엘 저것 봐 남부의 나비는 엄청나게 화려하다 그치?”
“그러네. 확실히... 그래도 대 수림 나비만큼은 아닌데?”
“대수림 나비라면 그거 사람 잡아먹는 그거 아냐?”
“맞아 근데 그거 예쁜데...”
“가끔 나는 엘프들의 미적 감각을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브라한은 이실리엘의 부관정도로 보이는 이실리엘 옆에 타고 있는 로리엘이라는 고위 수호자도 엄청 껄끄러웠다.
벨과 로리엘 이실리엘이 좀 전 마차 안에서 무슨 대화를 재미있게 나누더니, 갑자기 저 로리엘이라는 엘프가 자신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무슨 불편한 점이 있나 다가갔더니. 갑자기 자신에게 모든 인간 남자가 여자의 TT로 SS하는 걸 좋아하느냐는, 무슨 대수림 광대버섯 먹은 엘프 같은 질문을 해댔다.
뭐 그동안 남자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었다고?
그 엘프가 질문했을 때 옆에 벨 영애의 그 황망한 시선이란, 한 손으로 입을 부여잡고 시뻘게 진 얼굴로 로리엘이라는 엘프의 입을 강제로 잡아 막는걸 봐야 했다.
요즘 영애들은 저런 건 대체 어디서 배워오는 건지, 예전에 사귀었던 백작가 영애도 참 별걸 다 해달라고 요구했었는데. 영애들 사이에 뭔가 이상하고 잘못된 지식이 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브라한은 당황해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의 대답은 ‘좋아하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거절하진 않는다.’ 였다.
하여튼 셋은 뭐가 저렇게 신이 나는지. 재잘댐을 멈추지 않았고, 지끈지끈한 두통에 브라한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길을 재촉했다.
일행의 마차는 천천히 수도를 벗어나 갈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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