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7화 (37/352)

〈 37화 〉 36. 이실리엘의 야(?)한밤

* * *

벨은 오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숲길을 걷고 있다.

예전이랑 달라진 점이라면 얼마 전 이실리엘의 반려 감을 찾은 날에 있었던 소동 때문에, 이실리엘은 현재 가문에서 보내준 여기사 둘과 숲길을 가고 있는 점이랄까? 그리고 나이대가 비슷한 여기사 둘과 금방 친해져서, 묵묵히 걷기만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일들을 대화하며 갈 수 있으니 조금 더 가는 길이 즐거워졌다는 것?

물론 기다리고 있는 이실리엘을 생각하면 길이나 동행이 누구든 상관없지만 말이다.

“벨 근데 이실리엘님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 여자인 내가 봐도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데 하...”

따라온 기사 한 명이 가슴에 손을 모으고 설렌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벨이 다소 엄한 표정을 지으며 정색하며 말했다.

“이실리엘님은 아름다운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엑? 그... 그럼?”

“완. 벽. 한. 것입니다!!!”

“뭐야 그게! 호호홋”

여기사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숲길을 걷다 보니 그날이 생각났다. 이실리엘의 반려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 흘리던 이실리엘에게 이제는 곧 만날 수 있을 거다. 조금 더 기운을 내자 등, 그녀를 위로하다 보니 이실리엘의 인외의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소녀 같은 수줍음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감정도 인간인 나와 다를바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실리엘에게 조심스럽게 그 남자에 대해서 물어보니. 이실리엘은 무척이나 기뻐하며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은 그냥 청혼했는데 남자가 엘프어를 몰라서 그냥 떠나버렸다. 정도인데 그 세세한 이야기는 정말 십 대 후반 소녀의 감성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아세요?”

이실리엘이 이렇게 표정이 풍부한 엘프였던가 하는 놀라움과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에, 벨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는데요?”

“바보같이. 실수로 제가 그 뱀들의 왕이 뿜어낸 독을 한 모금 마시고, 나무에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에요.”

“꺄악! 어떡해! 그... 그래서요!?”

“그런데 어디선가 러셀이 바람같이 나타났어요! 바람의 정령을 쓴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는 저를 단숨에 품에 안아 받아내었죠!”

“어머어머어머! 그래서요? 그래서요?

“제가 떨어져 내리던 곳에는 에키젤이 있었는데, 그는 정말 거침없이 자신의 목숨이 그 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음에도 에키젤에게 자신을 다리를 내어주었어요.”

“어머! 어머! 어머! 어떡해...”

벨은 두 손을 모으고 이실리엘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에키젤에게 물린 채로 저를 바라보며 고통 속에 미소를 떠올리더니 말했어요. 중부 대륙어로 말이죠.”

“다행이다...”

“어머! 어머! 소름이 돋았어요! 정말 멋진 남자분이네요!”

이실리엘을 통해 들은 둘의 사랑이야기는 벨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엄청난 이야기였다. 흡사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슬픈 사랑이야기처럼 말이다.

“흐윽... 음유시인이 들려주던 이... 이야기 같은 내용이네요. 감동에 정말 훌쩍 눈물이 막 나네요.. 흑..”

“하지만 저는 그 다행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죠? 왜죠?”

“저를 구하려고... 자신을 감시하던, 저를 구하려고 목숨을 걸다니. 이해를 할 수 없었거든요! 혹시 벨은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 수 있나요?”

“음... 잘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힘들 거 같아요.”

“그렇죠? 나중에 할머니랑 대화하고 알았어요. 아 이 사람이 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 이야기를 하는 이실리엘은 반짝반짝한 눈망울을 소녀같이 빛내고 있었다.

“그렇죠! 감시였다고는 하지만 둘이 매일 데이트도 하고...”

“데! 데이트요?!”

“그렇죠? 그 매일 둘이 같이 숲이랑 마을을 돌아다녔잖아요? ‘단둘이’ 남녀가 같이 다니면 그건 데이트죠?”

“데이트라니...”

이실리엘이 데이트라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볼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실리엘님 정말 감동했어요. 그 인간 소녀들한테는 ‘백마 탄 기사님’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게 뭐죠?”

“눈처럼 하얀 말을 타고, 자신이 위험할 때 나타나서 도와주는 멋진 기사님이죠. 러셀 그분은 정말 백마탄 기사님 같은 분인 것 같아요!”

“음... 생각해보니까 그렇네요! 제가 위험할 때 나타나 갑자기 구해준 백마탄 기사님!”

“하 저는 이야기 듣기 전에는 그분이 강철 심장을 가진 차가운 사나이인 줄 알았어요. 아주 냉혹하고 차가운!”

“왜 왜죠?

벨의 말에 깜짝 놀라 이실리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철 심장이라니? 무슨 뜻일까?

“그... 이실리엘님은 너무 예뻐서 남자든 여자든 그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그런 게 있거든요. 가슴을 막 뛰게 하는?”

“사랑에 빠지는 건가요?”

“아 아뇨 그 뭐라고 할까? 그 혹시 강아지나 고양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럼요 귀엽죠. 그것들은”

“음 그런 게 한 수십 배 수백 배라고 생각해보세요. 볼 때 어떤 마음이 들겠어요?”

“엄청 많이 가슴이... 아... 그렇군요!”

십대 후반 소녀 벨의 감수성은 활과 정령술을 연습하고 세계수와 교감하는 것으로 유년 대부분을 훈련으로 보낸. 높은 엘프 이실리엘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고, 이실리엘은 그 덕분에 첫 동성 친구를 만나 대화에 폭 빠지고 말았다.

둘은 그날의 대화로 급격하게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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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이실리엘이 멀리서 벨의 모습을 보고는 웃으며 달려왔다. 그리고는 흠뻑 땀에 젖은 벨을 보자 깜짝 놀라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 벨의 몸을 순식간에 말려주었다.

“고마워요 이실리엘님!”

“벨 안돼! 우리 친구가 되기로 했잖아!”

“응! 미안 이실리엘 이실리엘이 너무 예뻐서 자꾸 까먹게 돼버려...”

“벨도 참...”

“근데, 이렇게 매번 오갈 때 땀을 흘리고 힘들면 오늘은 그냥 자고 갈래?”

“응? 그... 그래도 돼?”

“그럼! 오늘은 밤새 이야기하면 되겠다! 그 기사분들도 같이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벨은 감동했다. 귀족 소녀들끼리 한다는 파자마 파티 그것을 이실리엘과 할 수 있게 되다니! 밤새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좋... 좋아!!!”

소녀와 고위 엘프의 우정의 파자마 파티가 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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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실리엘은 벨과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숲을 흐르는 시냇물로 함께 목욕을 했다. 벨과 여기사 둘이 무척이나 부끄러워해. 인간들은 목욕을 안 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벨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밖에서 다 벗고 씻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초반에 얼어붙어 있던 벨과 여기사들도 물의 정령을 불러내 물을 쏘아대자 금방 풀어져 물장구와 물싸움도 하며 넷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주 어린 엘프였을 때 다른 엘프들과 했던 놀이인데,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벨과 함께라 그런지 더욱 즐거웠다.

그리고 자신의 오두막 안 벽난로 주변 따듯하고 보드라운 짐승의 털가죽에 마른 이끼를 잔뜩 채운 깔개 위에서, 여럿이 반원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사건이 일어났다.

고위 수호자의 리더인 로리엘이 인간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지 여러 가지를 물어보다가 여기사 둘과 벨을 충격에 빠트릴 질문을 해버렸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인간들이 여자 엘프를 성노예로 삼는다는데 성노예가 무엇인가? 무슨 일을 하는 노예인거지?”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벨과 여기사 둘은 정신이 멍해져 버렸다.

“맞아, 나도 다른 엘프들에게 인간 남자들이 엘프 성노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성노예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어. 그리고 그런 남자는 ‘변태’라고 한다는데, 그 변태는 또 뭐고?”

“어... 어... 그게...”

여기사중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고 벨의 손을 꽉 잡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마치 전투에서 자신을 희생해 다른 동료를 살리려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성노예란 말입니다. 그... 아, 아기를 가지기 위한 행위를 하기 위... 위해서 노예로 만든 엘프를 사,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 그런!!!”

“그것만을 위해서 엘프를 산단 말인가!!!”

“그럼 그 엘프는 붙잡혀 죽을 때 까지 아기만 낳는단 말인가?”

“아... 아뇨. 그 아기를 만드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 그... 그런 겁니다.”

이실리엘과 로리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야기한 여기사도 벨도 또 다른 여기사도 다 같이 화끈해진 얼굴에 오두막이 갑자기 더 따듯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벨... 그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볼 게 있는데...”

이실리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벨을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그... 뭐... 뭔데...”

불안감을 느끼며 벨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뭔가 엄청난 질문이 또 던져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귓가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그, 나는 처음에 그 러셀이 ‘변태’ 라는 건... 줄 알았거든?”

“응? 아, 아니? 왜!!!?”

“그러니까 말이지... ... ... 엿거든? ”

“그러니까 응... 응? 뭐 어? 세계수를! 그 앞에서? 아... 엘프는 그러는구나... 그... 그런데 그... 러셀님이!?”

다행이었다. 이실리엘의 말을 듣고 보니 러셀은 변태가 아니라서 엘프의 문화를 잘 몰랐기에 했던 말인 듯했다. 자신도 세계수 주변의 엘프가 첫날밤을 세계수 앞에서 치른다는 걸, 오늘 알았지 않는가.

“그 이실리엘 아마도 러셀님은 변태가 아닐 거야, 나도 세계수 주변에 사는 엘프들이 첫날밤을 세계수 앞에서 치른다는 것, 지금 처음 들었거든. 아마 그분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나도 세계수를 언젠가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본다면 만져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하거든...”

“아... 그 문화차이라는 것 말이구나?”

“그... 그렇지 그리고... 그 변태라는 건 말이지 내가 듣기로는 그 뒤에다... 그것을 YY 하거나...”

“그렇죠!!! 벨님 그리고 입에다가 그 XX하거나 여자의 그것을 TT 한다거나 말입니다.”

“설마 그 정도는 변태로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인 놈들도 있습니다.

그! 여성의 SS을 먹는 놈도 있답니다!”

여기사들과 소녀벨이 들었던 엽기적 성 지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두 순진한 엘프의 눈이 부릅떠지고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두 순진한 엘프의 야(?)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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