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6화 (36/352)

〈 36화 〉 35. 설마?

* * *

마을에서의 게 수성전이 북부 기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성공한 후에도, 강이나 주변에 흩어져 있던 게들은, 많지는 않아도 마을로 꾸준히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북부 기사들의 매서운 철퇴에, 게들은 번번이 게판(?)이 되었다.

북부 기사들은 다음날 5명의 기사가 더 합류해 총 서른 명이 되었는데, 그중에 대장인 브라한이 스무 명을 끌고 수도로 간다며, 다음날 떠나버렸다.

나를 확인했으니. 열 명이 남아 여길 지키고, 스무 명은 이실리엘을 데려온다고.

곧 신부를 만나실 수 있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활짝 웃는데... 이실리엘과 나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시는 듯하다.

그나저나 이실리엘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은데...

기사들은 목적지가 수도라고 했다.

이실리엘을 데려오기 위해서 마법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으니. 고위 마법사가 필요헤, 이 근방에서 마법사가 가장 많은 수도로 향한 것이다.

남은 열 명의 기사는 우리 여관의 손님이 되었는데, 애초에 이 작은 마을에 빈집도 없거니와 밖에서 계속 야영을 시킬 수도 없어, 내가 여관에 빈방을 내주었다.

리젤다에게 아직 확인은 못했지만, 분명 한명이 리젤다의 오빠인 것 같기에, 더더욱 밖에서 재울 수 없었던 것이다.

이분들은 아직도 착실하게 주변을 순찰하며 마을 방어에 힘써주고 계시다.

그리고 이틀 만에 리젤다가 깨어났다.

비슷하게 탈진한 다른 용병들도, 이틀 만에 하나둘씩 일어났다.

용병들이 마을 광장과 여기저기에 실신한 바람에, 한나 아주머니와 애니와 애이미, 나나등 우리 여관 직원들이 고생을 좀 했다.

기절한 용병들 옷을 벗기고,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고, 몸을 닦아주는 등 간병 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전에 리젤다의 방에 물병에 놓아두러 갔다가, 리젤다가 깨어난 것을 알았다.

리젤다가 아직 몸이 좋지 않아 보여.

그, 침대에 눕히다가... 음...

그, 리젤다 방에서 아무튼!

엠마한테 걸리는 바람에, 리젤다랑 둘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엠마가 아직 안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내 인기척에 언제 깼는지는 몰라도, 우릴 꽤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우리와 눈을 마주친 엠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그 제가 자리를 비워 드릴 테니 하던 거마저...”

라면서 슬금슬금 문밖으로 나가다. 리젤다에게 바로 붙잡혀 다시 방으로 끌려 들어왔다.

나는 그사이에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어 형님 어우 이거 너무 맛있는 거 같아요! 흑... 살아있길 잘했어!”

“이 새끼들 다 먹어서 없애 버리겠어!!!

고생시킨 게를 향해 맹렬한 분노를 토해내며, 뱃속 구경이라는 소심한 복수를 하고 있는 두 놈이, 계단을 내려오는 날 보면 말을 걸어왔다.

조금 일찍 일어난 마틴과 벨릭이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아침부터 준비해둔 게살스프와 게찜을 먹고 있는 것이다.

집게발 하나만 있어도 둘이 충분히 먹을 크기인데, 이놈들 벌써 두 개째 먹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좋다. 게 더 먹고 싶다고?

“천천히 먹어라.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서 갑자기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그 앞에 수프부터 먹으라니까!”

둘은 내 이야기는 들은 척도 않 하고, 숟가락이나 단검으로 게살을 후벼 파 연신 입으로 가져가 우걱 대면서 먹고 있었다.

‘그래 지금은 맛있지? 게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요~ 그... 아주 많이?’

“그래 먹고 더 먹어 이번에 진짜 개고생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목책 문 연 것도 잘했다.”

벨릭은 나에게 칭찬을 받더니 눈시울을 훔치며 다시 게를 뜯어먹었다.

‘이 새키 평소에 칭찬이 고팠나?’

앞으로는 칭찬을 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먹다가 체하는 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부엌에 맥주를 가지러 갔다.

맥주를 들고 나오는데 때마침 순찰 나갔던 기사 두 명이 들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더우시면 맥주 한 잔씩 드릴까요?”

“허허 고맙습니다. 러셀님!”

벨릭 만큼 턱에 수염이 난 털북숭이 2호 기사가 맥주를 준다니 아주 고마워했다. 거 드워프들도 맥주 좋아한다는데 맥주와 털북숭이는 실과 바늘인가?

“그, 고맙습니다. 위대한 고위...”

“그, 그냥 러셀로만 불러주세요!”

남색머리 기사가 또 앞에 수식어 붙여서, 위대한 고위 엘프의 어쩌고를 시작하려고 하기에, 일단 끊었다.

그리고 리젤다가 깨어난 사실을 알렸다.

“그... 에반님?”

“옛! 그 말씀 편하게 하시지요. 위대한 엘프의...”

“예, 예 알겠습니다. 그... 알겠고 리젤다가 깨어났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내려 올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동생을 구해주시고 이렇게 신경까지 써주시니 저희가 어떻게 은혜를...”

“예 예... 그... 괜찮으니까 좀 편하게 하시죠.”

그... 처남 이긴 확실한 것 같은데...

좀 전에 리젤다에게서 내려오기 전. 눈매 날카로운 남색 머리의 북부의 기사인데, 가족 같다고 하니 아마도 둘째 오라버니라고 했다.

일단 이십 대 후반.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 처남 맞겠지?

근데 이야기만 하면, 너무 저 자세로 나오셔서, 좀 힘이 든다.

기사들에게 지하에서 가져온 조금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주고, 안주로 게살 찐 걸 좀 가져다줬다.

“크... 시원 하군요~ 그리고 이 게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다니까요? 벌써 삼일 째 먹는 거지만... 캬~”

털북숭이 기사가 맥주를 한잔 마시고는, 게살을 씹으면 연신 즐거워하며 말했다.

게의 습격으로 마을 농작물이 전부 짓밟히거나 죽어버려, 당분간 야채는 구하기 힘들 것 같다.

게는 오래 보관이 안 돼서 오래된 건 모아서 태워버리고, 새로 접근하는 싱싱한 놈들을 잡아서 먹는 중인데 그게 벌써 삼 일째다.

여관 직원들은 이제 게라면 질리는듯한데, 저 기사는 아직은 괜찮나 보다, 오늘 일어난 벨릭과 마틴은 이제 시작이니까. 게를 좀 더 먹어 치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하루에도 수 십 마리가 잡히거든...

그때 리젤다와 엠마가 위층에서 내려왔다.

남색머리 기사 에반이 자리에서 일어나 리젤다에게 다가가 리젤다를 꼭 안았다.

“리디야 오랜만이구나?”

“오라버니...”

오... 리젤다의 애칭이 리디 인가보다.

‘귀엽다 리디’

리젤다의 오빠는 리젤다에게 귀향을 권유했다.

“네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가 무척 걱정하셨다. 이젠 충분하지 않느냐? 그만 집으로 돌아가진 않겠느냐?”

“싫습니다! 또 가면 부유한 상인 후처나 글레셔 집안에 시집가라고, 하실 텐데 죽어도 싫습니다.!”

리젤다가 단호하게 말하자 에반이 다시금 리젤다를 설득한다.

“리디야, 이번에 대륙을 가로지를 때, 어머니께서 네 소식이라도 들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돌아가자 꾸나. 내가 혼처는 어머니께 다시 말씀드려보마...”

“아니요 가지 않습니다!”

리젤다가 단호하게 말하자 에반이 다시 리젤다를 달래본다.

“이제 너도 나이가 찼으니. 혼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여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위험한 모험가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왜 대체 고집을 피우는 것이냐?”

에반이 그렇게 말하자 리젤다가 얼굴이 빨개지더니. 나를 바라보며 무척 부끄러워했다.

에반이 그 모습을 보고는 리젤다를 한 번 보고 나를 한번보고를 여러 번 반복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서... 서... 설마?”

“크흠... 크흠...”

나는 괜한 헛기침만 하고 말았다.

리젤다의 둘째 오빠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뭔가 고장 난 사람처럼 한동안 “정말? 아니 왜? 어쩌지” 이 말만 반복해. 처음에는 어디가 고장 난 줄 알았지만, 북부 기사답게 금방 정신을 차리긴 했다.

그렇지만 또 우리 앞에서는 뭔가를 말하려다가

“그 저... 어떻게,,,?”를 계속 반복하기에 이 층 자기 방으로 올려보래 버렸다.

그리고 리젤다와 서로 마주 보며 웃어버렸다.

“푸하하”

“후후”

“배고프지 않아?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하아... 러셀님 저에게 밥을... 정말 너무 배고픈데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말도 못 꺼내고 있었어요!”

배가 등가죽에 붙은 것 같다며 엄살을 떨어대는 엠마와 리젤다에게 게살 수프를 먼저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한참 있다 벨릭이 먹었던 것과 같은 찜게도...

그녀들은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녀들이 먹은 그 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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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한과 스무명의 기사들은 아베느 왕국의 수도를 향해 말을 몰았다.

이실리엘에게 약속했던 마법 문을 열기 위해서다. 마법사의 공간이동주문인 마법 문을 열기 위해서는, 두 명의 마법사가 필요하다. 시작점과 도착점에서 마법사가 서로의 좌표를 향해 주문을 외워야만, 마법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브라한은 말을 달려 길을 재촉하면서도, 마을에서 엘프의 반려라는 러셀이, 에반의 여동생을 안고 있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눈꽃의 기사로 수많은 숙녀들의 사랑 고백을 받은 브라한이 보기에는, 그건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브라한은 생각했다. 설마? 엘프의 반려를? 에반의 동생이? 부디 자신의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기를 브라한은 말을 몰며 기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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