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1화 (31/352)

〈 31화 〉 30. 붉은 물결

* * *

릴리아나는 다소 한적해진 여관의 홀에 홀로 앉아 러셀이 타준 허브차를 마시며, 힐링을 즐기는 중이다.

부 길마가 사표를 내겠다는 자신에게 이곳에서 좀 쉬고 오라며, 시골 촌구석으로 보낼 때는 다녀오면 반드시 사표를 쓰리라 다짐했지만. 출발할 때 반신반의했던 마음도 잠깐. 매일같이 청소되는 깨끗하고 아늑한 내부와 맛있는 요리와 마사지, 그리고 온수 목욕이 있는 여관이라니!

그냥 계속 이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릴리아나는 여관 주인인 러셀을 생각해 봤다.

며칠 전 비가 내렸을 때, 밤에 기온이 떨어지자 누군가 노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불을 휘감고 문을 여니 문 앞에는 러셀이 있었다. 손에는 담요와 따듯하게 데운 돌이 가죽 백에 담겨있었다.

러셀은 참 특이한 남자였다.

애초에 남자들이 신경도 안 쓰는 요리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그렇고, 목욕과 마사지를 서비스하는 여관을 운영하다니. 자기가 그동안 만났던 전 또는 현 모험가들은 진짜 일부를 제외하고 다 쓰레기였다.

머리는 또 얼마나 나쁜지. 이 여관에서 놀림 받는 은 등급 벨릭 정도면 모험가 중에 영재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저 앞에 공고 판에 붙여둔 길드 의뢰의 의미를 그 멍청한 그놈들은 과연 알까?

영주가 직접 내리는 사냥 의뢰의 의미를 말이다.

대 늪지에 펼쳐진 짜여 진 듯 돌아가는 그 거대한 생태계의 의미를 말이다.

‘음... 쟨 알 것 같은데?’

‘한번 물어나 볼까?’

카운터 근처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러셀을 불러본다.

“러셀~~~”

엎드려서 무슨 소리를 중얼거리든 러셀이 벌떡 일어난다.

“예, 누님? 차 떨어졌나요? 더 드릴까요?”

“아니,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요?”

“러셀은 용병이자 모험가 15년이나 했다고 했지?”

“예, 뭐 그렇죠?”

“그럼 이거 길드 의뢰 왜 하는지 알아?”

릴리아나가 벽에 붙은 길드 의뢰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 뭐 개체 수 조절이죠?”

“꾸준히 정리해주지 않으면 무한하게 늘어나는 놈들도 있고, 또 그런 놈들이 늘어나면 그놈들 먹고 불어나는 놈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그러다 보면 몬스터나 마물이 쌓이고, 그러니까 영주가 길드에 의뢰해서 미리미리 줄여 주는 거죠?”

“영주야 뭐 의뢰 주고, 모험가들한테 부산물 받아 더 비싸게 팔아서 이익도 남기고, 미리미리 개체 수 조절해서 좋고 뭐 그런 거죠?”

‘와 이걸 진짜 안다고?’

길드 부 길마 영감도 저 나이 때는 몰랐을 텐데? 릴리아나는 좀 놀라버렸다. 그래서 다른 것도 물어보기로 했다.

금 급 길드 행정관 시험에나 나올 문제로.

“그럼 어떤 이유에서든지. 그 몬스터의 환경에 문제가 생겼거나 이상한 행동 할 거라는 걸, 미리 알 수 있어?”

“뭐 제가 신이 아닌 이상 뭐 당연히 알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징후가 있죠? 음... 예를 들어서 몬스터가 서식지에서 싹 사라졌다든지? 갑자기 안 잡히던 몬스터가 잡힌다든지?”

그때 여관 문이 열리고 마을주민 한 명이 들어왔다. 손에는 커다란 빨간 생물이 들려 있었다.

“어? 호튼씨? 손에 그건?”

“어이 러셀~ 이것 봐! 게라고! 물레방아 만드는데 세 마리나 나와서 일꾼들이랑 다 같이 잡았지! 두 마리는 마을에서 먹기로 하고 내가 러셀 생각나서 한 마리 가져다주자고 했지!”

러셀이 그걸 보고는 깜짝 놀라더니.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 저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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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모험가 길드 그란폴 지부 부 길드장 헤럴드는 지금 영주의 성에 와있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 보고되던 이상 현상이, 폭발하듯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영주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성으로 방문한 것인데, 그간 자신이 올린 보고를 심각하게 생각 안 했던지. 영주는 태연하게 식당에서 이상 현상의 주원인인 거대 게(Giant crab)를, 요리로 만들어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어질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그간 올렸던 보고를 종합해서 정리해 전달하자.

영주는 입에서 먹던 게를 떨어트리고는, 불안한 모습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강에서 자꾸 게가 요 며칠 몇 마리씩 잡혀 올라오고 있다고 보고는 받았었네? 그런데 그게 별일이 아닌 게 아닐 수도 있다. 이말 인가?”

“예 영주님 그 원래 거대 게(Giant crab)라는 게 엄청나게 큰 생물인데, 일평생 물속에서 사는 놈들입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보통 해안에서 번식합니다.”

“이번에 잡혀 올라온 그 게들이 거대 게(Giant crab)의 새끼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마물이나 몬스터의 권위가 있는 마법사들께 자문을 구했는데, 거대 게(Giant crab)새끼가 맞 답니다.”

“아니 왜? 아니 어떻게? 왜 그놈들이 여기 나타난 건가?”

“그... 저희도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봤는데 아마도 원인은 붉은 초승달 그놈들 같습니다.”

“아니 그놈들이 왜? 다 죽어 목 잘린 걸 확인했는데 그놈들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영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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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초승달’ 러셀에게 전원 화살 꽃꽂이가 되어서, 사망한 도적단의 이름이다.

러셀의 마을인 웜포트를 침공하기 전. 인원수 마흔다섯 명인 이들은 어떻게 토벌에서 살아남아 추적을 피하고 주변 마을을 약탈할 수 있었을까?

금 등급 한 명과 열다섯 명의 은 등급으로 이루어져 있던 붉은 초승달의 주력 간부들은, 그 무력을 이용 웬만하면 엄두도 못 낼. 대 늪지를 가로지르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심지어 나오는 몬스터나 마물을 학살하면서 말이다.

이로 인해 사십오 명의 인원이 대 늪지 중앙부를, 몇 달간 몇 번이나 소탕한 것처럼 되어버렸고, 이들이 사라지자 촘촘히 짜여 있던 대 늪지 힘의 균형이 갑자기 나타난 공백지로 인해 깨져버리고, 몬스터들이 서식지를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위험한 해안가에 살던 강한 몬스터들이 비교적 안전한 늪지대 쪽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해안가가 거대 게(Giant crab)들의 놀이터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몇 달을 대 늪지 중앙부를 들쑤시며 도주로와 습격 로로 사용한 사십오 명의 도적떼 덕분에, 대 늪지 환경의 힘의 균형은 깨져버리고, 해안가에 올라온 거대 게(Giant crab)들이 해안가에서 엄청난 번식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거대 게(Giant crab)는 바다에서 올라와 해안가에서 번식하는데.

새끼가 태어나면 강이나 물길, 늪을 따라 뭍으로 오른다.

바다의 마물이나 몬스터는 크기 자체가 엄청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 덩치가 커질 때까지 기수역이나 강, 맹그로브 지역이나 늪 같은 지역을 오가면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 전 이제 막 태어나 해변 가 모래 속에서 깨어난 귀여운(?) 새끼 거대 게(Giant crab)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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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란폴의 영주는 에드먼드 발트로 발트가문의 14대 후손이다.

발트 가문이 대 습지 입구에 뿌리를 내리게 된 계기, 그것은 아주 어처구니없는 사기 때문이었다.

초대 발트는 남부에서 비교적 신생국가인 아베느 왕국이 세워질 때 개국공신이 되었는데. 그는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것에는 밝지 못한 사내였다.

개국 후 각각의 공로에 따라 영지를 분배할 때. 최남단 그란폴 이남 지방은 개척하는 만큼 발트 가문의 소유가 될 거라는 초대 왕의 국왕의 사탕발림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대 늪지를 포함한 그란폴을 영지로 받고 만 것이다.

그것은 당시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발트 가문을 견제하기 위한 국왕의 노림수로, 발트 가문은 이곳에 뿌리를 내린 후부터, 지속해서 대 늪지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와 마물들을 방어하기 위해서, 병력과 재산을 지속적으로 갈아 넣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나마 가문의 영웅이요. 가문의 구세주인.

10대 발트가 대 늪지 주변을 발트의 소유에서 포기하여 늪지에서 나오는 마물들이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혼자 막던 몬스터를 주변 영지들과 나누어 막게 되었다.

이때부터 가문 부담이 줄어들고, 재 부흥을 꿈꿀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발트가의 천재라 불리는 12대 발트는 모험가들에게 혜택을 주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들의 사냥을 통해 늪지에서의 몬스터와 마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여, 100년간 대 늪지에서 몬스터가 범람하여 주변영지로 쏟아져 나오는 사태를 막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에드먼드 발트는 지금 그런 자신의 선조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현기증을 느끼며 저 멀리 외성 밖 강을 바라보니 강은 이미 붉은빛으로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고, 강에서 시작된 붉은 물결이 그란폴과 그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댕! 댕! 댕!’

경비 탑의 종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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