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0화 (30/352)

〈 30화 〉 29. 눈치가 없는 그사람 벨릭

* * *

“와, 오랜만에 나오니. 너무 상쾌해요!”

엠마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파티원들에게 조잘거린다.

리젤다는 팔을 사용할 수 없는 마틴을 제외하고, 벨릭, 엠마 그리고 다른 파티에서 놀고 있던 에브리나와, 브릴다를 끌어들여 모처럼 사냥을 나왔다.

마을에서 먹고 놀기만 하면 몸이 굳는다며, 항상 불만이던 벨릭에게 사냥을 제안하니. 아무 생각 없이 좋다고 자기가 먼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통에, 다섯이나 되는 사람이 사냥을 나오게 된 것이다.

리젤다는 같이 가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아무래도 상관없긴 했다.

자신이 먼저 벨릭에게 사냥을 나가자고 한 이유가, 너무 부끄러워 러셀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러셀이 말을 걸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나머지, 빨개진 얼굴로 계속 자리를 피하게 되었고 그것은 오늘 아침까지 이어졌다.

오늘 아침만 해도 식사를 다 하고 사람들이 각자 객실과 외부로 흩어져 홀에는, 책에 흠뻑 빠져있던 리젤다 뿐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러셀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리젤다? 잠깐 이야기...?"

"아 맞다! 활 손질해야지?“

“저... 저기 리젤다?”

러셀이 말을 걸자 화살 맞은 토끼처럼 몸을 떨며, 화들짝 놀래서는 객실로 도망치고 말아버린 것이다.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리젤다는 자신이 이 어떻게 그런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던진 그 말은 왜 했지?

“그... 뭐 저... 저도 이... 이 정도 권리는 이... 있다고 생각해요!”

귓가에 자기가 키스를 끝내고 러셀에게 던진 말이 귓가를 맴돈다.

대체 뭐가 권리란 말인가?

“미.. 미친년...”

“예? 언니 뭐라고요?”

리젤다의 혼잣말에 엠마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 아냐

붉게 물든 볼을 고개를 돌려 숨기고는, 리젤다는 사냥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처럼 마법사도 있으니. 안쪽까지 들어가 볼까요?”

리젤다가 상념을 털어내고는 파티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보통 같으면 늪지 초입을 돌겠지만,

늑대수인이 있으니. 귀나 눈으로 찾아낼 수 없는 것도 강력한 후각의 도움으로 먼 거리에서 사냥감을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마법사인 에브리나가 있기에 광역 마법이나 보조 마법으로 보다 안전하게 강한 몬스터와 작은 무리도 잡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구리! 개구리를 잡아가요! 러셀님한테 또 튀김을 해달라고 하자고요!”

“그래! 브릴다도 그거 좋아한다! 개구리 더! 더! 잡아가자!”

“아~ 나도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이번엔 내가 싱싱하게 꽝꽝 얼려서 가져가야겠어!”

엠마와 브릴다 에브리나는 예전에 먹었던 튀김이 생각났는지 군침까지 다시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그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하고 쫀쫀탱글 한 식감이라니?

러셀을 만나기 전까지. 그 맛있는 개구리를 왜 다 버렸을까?

벨릭이 여자들의 호들갑에 농담을 한마디 던졌다.

“야 그렇게 러셀형님 해준 음식이 좋으면, 그냥 다 러셀형님한테 시집가지 그러느냐? 크하하!”

그러자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진다.

앞을 보며 웃던 벨릭이 싸늘해진 분위기에 뒤를 돌아보자 여자들이 다 벨릭을 쳐다보고는 한마디씩 던진다.

“진짜 벨릭은 머리 나쁘다고 놀림 받는 곰 수인보다, 더 머리가 나쁜 것 같다!”

평소의 느릿한 몸동작 때문에 머리가 나쁘다고 오해받는 곰 수인들인데, 그보다 더 머리가 나쁘다니... 벨릭은 억울했다.

“아니! 내가 뭐라 그랬다고...”

“아~ 벨릭 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니? 어휴 진짜 쓰레기 같아!”

에브리나도 눈치 없는 말을 내뱉은 벨릭을 맹렬하게 비난한다.

억울해하는 벨릭을 뒤로하고 여자들은 리젤다에게 모여들어, 어깨를 두드리거나 팔짱을 끼면서 웃어줬다.

다들 요 며칠 리젤다와 러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모를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러셀이 리젤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데 리젤다가 황급히 피하는걸. 몇 번이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눈치 없는 벨릭 만이 모르고 있었을 뿐...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해 야영지를 만들어 야영을 한 후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다섯의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어제 사냥을 나간다니 러셀이 해먹침대를 무료로 빌려주기도 했고, 전투식량 며칠 분도 공짜로 준비해주었다.

처음 사냥 가는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샘플로 준다나?

야영 중 엠마가 저녁을 먹다가 “리젤다 언니 덕분에 저희만 편하게 지내게 되었네요.” 라고 말하자 다들 리젤다에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고, 리젤다는 그것을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부정했다.

“아니 내...! 내가 무슨! 다... 러셀이 준비해 준건데 고맙다는 말은 나중에 러셀한테...”

“맞아 러셀형님이 준비해 준건데, 왜 리젤다한테 고맙다 그러냐 니들은?”

벨릭이 또 한마디 거들었다가. 여자들의 비난과 원독에 찬 눈총과 구박을 받아야 했었다.

다섯은 아침 식사를 든든하게 먹고, 늪지로 들어섰다.

리젤다와 브릴다를 선두로 하여 한참을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데, 이상하게 몬스터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뭐지? 리젤다 뭐 걸리는 건 없어?”

“전혀? 이상한데? 벌써 반나절이나 걸어 들어왔는데? 야영지 생각하면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썰렁한데?”

“운이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벨릭이 주변을 경계하던 척후 리젤다에게 물었지만, 리젤다도 아무것도 느껴지는 게 없다는 듯 말했다.

뭐 이런 날이 가끔 있긴 하지만, 늪지가 너무 조용했다.

벌써 아침부터 늪 안쪽으로 걸어서 한참을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니. 운이 이렇게 없을 수가 없는데.

“아~ 탐색마법이라도 써볼까?”

“아니 그건 너무 낭비 같아서 혹시 또 모르고...”

에브리나가 탐색 마법으로 주변을 확인해 볼까 하고 물었지만,

마법사의 마법은 생명과 직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변수로 작용하는 것 리젤다는 에브리나의 의견을 거절했다.

그때 브릴다가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근데 비린내가 난다. 그 바다 비린내? 생선 비린내? 뭐지?”

“비린내?”

리젤다가 의아한 투로 물었다. 분명 늪지를 지나면 바다가 있지만, 바다까지는 이틀 이상은 더 걸어야 할 거리인데, 비린내가 난다니 이상한 것이다.

물론 늑대수인의 코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때 저 앞쪽 풀숲이 부스럭거리면서, 새빨간 생물이 하나 풀숲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 저거 뭐지? 처음 보는 건데?”

벨릭이 그 생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둥그런 빨간 몸통 열개의 다리 날카로운 앞발과 몸통 곳곳에 삐죽삐죽 튀어나온 가시 벨릭이 처음 보는 생물이었다.

“게?”

리젤다가 그 생물을 보고 말하자 다들 리젤다를 쳐다봤다.

“그... 고향에 그... 산에 계곡에 살던 생물이랑 생김새가 비슷해 크기는 다르지만?

내가 알기에는 내 고향에서 사는 건 민물 게고 저건 바다에서 사는 바다 게 같은데 근데 좀 많이 큰데?”

게는 사람의 몸통 정도의 크기였던 것이다.

“독 있냐? 저거?” 브릴다가 물었다.“

“아니 보통은 없지. 바다 게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냐? 저거?” 브릴다가 되물었다.“

“음... 엄청?”

리젤다의 대답에 다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루루 몰려가 그놈을 포위했다.

브릴다가 창으로 몇 번 찔렀지만, 창은 찌를 때마다 튕겨 나오기 일 수였다.

“우앗! 이거 단단하다!”

“껍질이 단단하니까 뒤집던지 깨야 할 거야!”

리젤다가 모두에게 말하자 엠마가 앞에서 시선을 끌고 벨릭이 뒤에서 달려들어 놈의 다리를 메이스로 후려쳤다.

브릴다가 벨릭의 옆에서 창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놈을 넘기려고 했지만, 놈이 집게발을 이용해 버텨냈다.

대치가 이어지던 중 벨릭이 놈의 관절을 후려쳐 집게발을 하나 끊어 내고서야 놈을 뒤집을 수 있었고, 브릴다가 등 쪽보다 다소 부드러운 편이었던 복갑의 중심을 창으로 찌르니. 놈이 몇 번 몸을 움찔거리고는 축 늘어져 버렸다.

벨릭이 러셀에게 선물 받은 자신의 메이스로, 게를 뒤집어 뚜껑을 몇 번 때리자, 그제야 뚜껑이 깨졌다.

“와 이거 처음 보는 생물이라 그런지. 생물 자체가 그리 세진 않은 것 같은데. 단단해서 좀 힘드네?”

다들 벨릭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리젤다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츠츠츠츠... 바스락바스락’

대단위 생물체가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의, 대 늪지에서 듣기 힘든 묘한 소리를 들은 리젤다는, 소리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서 방금 전 게가 걸어 나온 수풀로 들어갔다.

수풀을 해치고 반대편에 도착하자 저 멀리 바다 방향에서, 방금 같은 크기의 게가 수평선 너머까지.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어?”

그 엄청난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만 있던 리젤다 뒤로 파티원들이 하나씩 얼굴을 내밀고는, 그 광경에 넋을 놓고 말았다.

“세...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리젤다가 뒤를 돌아보고는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튀...”

“튀? 가 뭐냐 리젤다?”

“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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