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7. 강철 심장의 사나이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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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겠냐? 강철 같은 심장! 뭐라고?”
“강철 같은 심장입니다. 형님!”
내가 선창하자 벨릭이 큰 소리로 따라 외친다. 이놈은 항상 기합은 바짝 든 것 같단 말이야?나름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생각을 산산이 깨부수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그... 근데 강철 같은 심장이 뭡니까 형님?”
“아벨릭 너는 다 좋은데... 아니다... 강철 같은 심장은 네가 쓰는 숏소드 같은, 단단함을 가진 심장이라는 뜻이다.”
내가 벨릭의 훈련을 봐주기로 한 만큼, 금방 전투 중 냉정함을 잃어버리는 이 녀석의 단점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전생 육군 훈련소 조교 출신인 내가!
직접 정신 교육을 시행하는 중이었다.
“용맹함과 뚝심이 있는 사나이라는 뜻이지. 뭐, 나 같은?”
“오... 역시...”
이 새끼가 너무 초롱초롱한 눈으로 의심치 않고 바라보니. 왠지 쪽팔림을 느낀 나는, 괜스레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큼큼... 뭐 그러니까. 전투의 기본은 뭐다?”
“강철 같은 심장과 냉정한 뚝배... 아니 머리. 알겠냐? 강철 같은 심장과 냉정한 머리를 유지해야 한다. 이게 전투의 기본이다 이 말이야?”
“근데 우리 벨릭 동생은 뭐다? 피만 보면 흥분해서 달려드는 맹수같이. 상대방이 조금만 도발하거나 자기 분에 안 맞으면, 앞뒤 안 보고 달려든다 이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앞에서 막아줄 가드가 사라지니. 네 뒤에 마틴 같은 애가 팔이 떨어지는 거야 알겠냐?”
내말에 벨릭이 금방 시무룩해지는 게 보인다.
“마틴은 그나마 창병이라서 팔이지. 엠마나 리젤다는 목이 떨어졌을 걸? 너는 진짜 반성이 필요하다 벨릭아! 응, 진짜 내가 활동하는 시절에, 너 같이 달려 나가는 가드가 앞에 있다? 전투 시작할 때 뒤통수에 화살 박고 시작해야지! 그럼 변수도 안 생기니까 위험도 없어요!”
나의 계속되는 질책에 벨릭의 멘탈이 가루같이 붕괴될 때쯤. 벨릭에게 희망을 던져준다.
“그래서 이 형님이 아주 좋은 교육 방법을, 생각해 냈다는 사실!
인마 벨릭 너는 복 받은 거야, 어디 가서 이런 훈련을 받겠냐? 나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
“예! 감사합니다. 형님!”
이제 벨릭이 충분히 준비된 것 같으니. 훈련을 시작해야겠다. 여관 밖 한쪽 말뚝에 강철 구속 구로 손과 발. 그리고 목까지 채워져 묶여있는 호크를 향해 외쳤다.
“좋아 훈련 시작!”
“벨릭이 흥분해서 달려들면, 시원한 물 한잔! 두 번 달려들면, 빵 한 조각! 세 번 달려들면, 고기 한 점! 이렇게 네 보상이 증가한다. 알겠냐?”
이틀 동안 굶은 호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의지를 불태운다.
“자 그럼 마틴 네가 옆에서, 벨릭이 몇 번 달려드나 확인해서 기록한다. 알겠지?”
“옛! 걱정하지 마십쇼.”
마틴은 재미있는 구경이 될 걸 예상했는지 의지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뱅릭 이 붕싱새낑, 멍저링, 방봉새뀡! ”
“뱅릭은 냉강 하장실에서 밧는뎅 거 거추가 장다!”
이빨이 많이 사라져 새는 발음으로, 호크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아니, 근데, 이 새끼 발음이 새서 너무 웃긴데?’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데, 벨릭은 그 와중에도 무슨 말에 흥분했는지. 호크에게 달려들어 볼에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이 새끼야 네가 언제. 내가 화장실에 있는 걸 봤다고, 나 인마 크다고!!”
‘아 그거였어?’
나중에 벨릭이랑 목욕 한번 해야겠다. 남자들끼리 말이다. 벨릭의 진실을 파악 하려는 내 계획 중에도, 호크를 향한 벨릭의 구타는 계속 되었는데...
“끄어억 양! 훙 훙령중이라궁! 때 때리징망!”
그때 이 층 창문이 열리고, 아침 세수한 물이 뒤엉겨있는 벨릭과 호크 위로 쏟아졌다.
물을 뒤집어쓴 벨릭이 망연한 얼굴로 물러서자, 이어서 나무로 만든 세숫대야가 날아와, 호크의 머리통을 쾅하고 가격했다. ‘엌’ 하는 소리와 함께 호크가 고꾸라지고, 열린 창문에서 머리가 하나 쏙 나오더니. 짜증나는 목소리로 외친다.
“아침부터 돼지 새끼가 너무 꿀꿀대네! 아 러셀! 간신히 늦잠에 적응했는데, 이럴 거야!!!”
릴리아나 누님이 모처럼 직장인의 생활방식을 버리고, 늦잠 상태에 드셨는데 아침잠을 방해했나 보다.
“아 누님 아침 맛있는 거 드릴게. 내려오세요. 죄송합니다!”
“에이 씨! 내가 러셀이니까 참는다! 앞으로 저 돼지 입마개도 좀 해놔! 알았지?”
아침잠을 설쳐 짜증나신 릴리아나 누님을 달래며, 나는 재빠르게 부엌으로 향했다.
“야 저거 물 뿌려서 깨우고 훈련 다시 시작! 저거 안 하려고 하면. 밥은 먹어야지 않느냐고 해서 다시 꼭 시켜라! 내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들어오고, 그 때까지 시작!”
여관의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실리엘과 벨의 중부 대륙어 공부가 한창일 때. 같이 온 기사들은 마을 가운데 마련된 모닥불에 앉아서, 엘프들이 준비해 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고위 수호자가 타준 차라니. 기사 에빌은 같이 온 기사와 함께 얼굴에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중에 이 임무가 끝나고 복귀해.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 말한다면, 동료들은 과연 믿어줄까? 그냥 엘프도 아니고, 심지어 고위 수호자가 차를 타준다고? 이건 자기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가 되리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 자신들이 이곳을 찾았을 때. 무척이나 날카롭게 경계하던 엘프들도, 자주 얼굴을 보다 보니. 이야기 정도는 나눌 정도가 되었고, 그것이 아름다운 10명의 아가씨이기에, 두 기사는 이곳을 찾을 때마다, 이 임무를 내려준 자신의 주군께 감사하며, 평생 충성하리라 다짐했다.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에빌을 현실로 꺼낸 것은, 저멀리 자신들이 온 방향에서 들려오는, 말이 달려오는 소리였다.
“뭐? 말?”
에빌은 생각했다. 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은 나뭇가지가 많아서, 말을 타고 이동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이곳은 국왕 직할지의 숲이라.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달리다가 나뭇가지에 얼굴을 맞고, 낙상할 위험을 무릎 쓰고, 누가 여기까지 말을 달려온단 말인가?
여러 가지 의문을 뒤로하고, 일단 일어나 칼을 뽑아들었다.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때 근처 나무 위에서 엘프 한 명이 뛰어내리더니. 에빌에게 말했다.
“너희의 동료다. 몇 달 전에 왔던 인간인데 뭔가 급한 얼굴이군?”
‘동료? 마을에 연락을 위해 두고 온 벤이란 말인가?’
생각이 끝날 때쯤. 말이 자신들 앞에까지 다가와 거칠게 멈춰 섰다. 그리고는 말에 탄자가 구르듯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는 마을에 연락을 위해 두고 온 벤이라는 기사였는데. 말을 타고 오다가 얼마나 얼굴에 나뭇가지를 맞았는지. 얼굴 여기저기에 생채기와, 채찍으로 맞은 듯한 상처도 여럿 보였다.
그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찾... 찾았습니다.!”
“뭐? 뭘 찾아? 천천히 말해보게 무엇을?”
에빌은 허리춤에서 가죽 물병을 풀러 벤에게 넘겼다. 벤은 급하게 물을 몇 모금 들이키더니 그제 서야 숨을 돌리고 말했다.
“푸하... 그 러셀이라는 사람이 있는 곳의 제보가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들어 왔답니다!”
“뭣!?”
그때 갑자기 기사들의 온몸을 압박하듯. 이질적 기운이 주변 엘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열 명이 뿜어내는 기운에, 기사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주마등을 느끼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기사들은, 자신들을 이곳에 보냈던 주군께서, 용도 잡을 엘프들이라고 각별하게 주의하라고 했을 때. 엘프가 강한 것은 알지만, 설마 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그들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 가득한 여성들이기에, 내심 그 무력에 반신반의했는데.
주군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뼈저리게 통감 하고 말았다.
“어디! 어디란 말인가! 그분의 반려께서는!!!”
열명의 수호자 중 한명이 벤을 다그쳐 물었다.
주변기운에 목울대만 꿀렁거리면 벤이 대답을 못하는데, 아가씨가 들어갔던 문이 쾅 열리더니. 요정... 요정이 한명 걸어 나왔다.
그 요정이 한 걸음씩 걸어서 벤에게 다가오자, 엘프들이 뿜어대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기사들이 압박에 풀려났다.
그리고 그 요정이 입을 열어 말했다.
“그... 그분께서는 어디에 계시 답니까?”
요정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세 기사는 멍한 모습이 되었고, 벤은 뭐에 홀린 듯 멍하게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 그... 나... 남부 한... 도시에서 그... 그분의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그 남부에 파견되었던 기... 기사들 중 가장... 그... 가까운 기사들이 모두 사실 확인을 위해서 몰려가고 있다고 하... 합니다.”
벤의 말이 끝나자 그 요정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어 말했다.
“드... 드디어... 러셀 당신의 흔적을...”
“인간을 사랑하게 되니...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게 된 걸까요? 몇 달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도,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녀의 눈물짓는 모습과 슬픈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자, 세 기사는 자신들도 모르게 정신을 놓고 대성통곡을 시작하고 말았다.
“어어어엉... 어흑”
“엉 엉 엉~”
엘프들이 끌어올린 기운에 정신이 없었던, 벨이 정신을 차리고 이실리엘을 따라 나왔을 때. 벨이 발견한 것은, 자신의 기사들이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 저기 무... 무슨 일인가요? 뭐... 뭐... 잘못 하신 건 아니죠? 네?”
벨도 같이 주저앉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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