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6화 (26/352)

〈 26화 〉 25. 완전한 수배서

* * *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몰려들 현상금 사냥꾼과 용병들은 어쩌지 하며 생각했다.

‘이번 인생은 망한 건가?’

그때 여관 문이 열리고 여자 둘, 남자 둘로 이루어진 4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그중 아주 깐깐해 보이는 얼굴에 갈색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여자가 있었는데, 여관 내부를 둘러보다 리젤다를 발견하고는 호들갑을 떨면서 리젤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반응 못하고 멍하니 서있던 리젤다의 손에든 내 수배지를 낚아챘다.

리젤다는 자신에 손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종이를 다시 잡아보려고 했지만, 종이는 여자 손으로 빨려들듯 완전히 넘어가 버렸다.

“어머! 리젤다님 여기가 그렇게 좋다면서요? 어휴, 길드 접수원 너무 힘들어서 부 길마한테 짜증 좀 냈더니. 여기서 당분간 푹 쉬라지 뭐에요? 근데 이 현상금 공고는 왜 들고 계세요? 이거 유명하긴 하죠? 관심 있으세요?”

호크가 그걸 보고 웩웩거리며 접수원을 부르다가 벨릭한테 다시 한 대 더 처맞고 실신해버렸다. 여자는 실신하는 호크를 보고도 전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으며 손에 종이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거... 이러고 보니. 반이 없어져 있네? 이거만 보고 일반 현상금인지 알고. 잘못해서 여기 나온 이 사람 잡으러 다니다가 걸리면, 목숨 한두 개로는 끝나지 않을까 싶은데? 이거 누구한테 받은 거 에요?”

여자는 질문을 하고도 리젤다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쏟아낸다.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이걸 반을 잘라 둔 거야? 북부왕국이 우습나? 아니, 높은 엘프가 우스워? 아니, 애초에 북부 왕실 인장과 높은 엘프의 상징이 박힌 현상 수배 지를... 어떤 간 크고 생각 없는 놈이 손을 댄 거지?”

여자는 못 알아들을 소리를 하면서 자기가 가지고 온 가방에서, 둘둘 만 양피지 여러 장을 꺼내더니 나한테 말했다.

“그, 여관 주인이시죠?”

“예? 옛? 맞습니다.”

“그, 여기 혹시. 공고 같은 거 게시할 곳 있을까요? 여기 실버등급 길드원이 너무 많다고, 부 길마님이 여기도 좀. 현상금 공고나 임무들도 걸어두라고 하셔서요.”

“아 저... 저쪽에 그냥 거시면 됩니다.”

그녀는 능숙하게 가방에서 꺼낸 나무망치로 못을 몇 개 박더니. 의뢰지나 현상금 수배서를 몇 장 걸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난 여기가 내 여관이 아니라 모험가 길드인 줄알았다.

“그, 너무 쉬시지 들만 마시고 길드를 위해서 의뢰 괜찮으면 부탁해요?”

여자가 웃으며 말하자 다들 공고 판이 된 한쪽 벽으로 몰려들었다. 거기엔 나도 끼어있었다. 그리고 완전한 내 현상금 공고를 다 같이 확인할 수 있었다.

현상금 공고

이름 : 러셀

특징 : 오른쪽 다리 힘줄이 없어서 절름발이임

나이 : 20대 후반에서 30대

기타 : 남부에서 여관 주인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음.

현상금 : 금화 100개 가치의 백단목

특이사항 : 결코 신체에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거두거나 협박 등 위해를 가하지 말 것.

만약 현상금을 위해서 당사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할 경우.

또는 당사자가 죽은 채로 발견 될 경우. 범인을 끝까지 찾아내어, 높은 엘프와 북부 5왕국 (엘튼, 한겔, 에삭스, 하툰, 크람)의 이름으로 심판 할 것이다.

다들 그걸 읽더니 내가 무슨 접근 못 할 무엇이라도 되는 듯 사방으로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

“아~ 괜히 옆에 있다가 피해라도 끼치면, 목숨으로는 감당 안 될 거 같은데? 잘못하면 모험가 인생 끝나는 거 아니야?”

에브리나가 내가 부담스럽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물러나며 엄살을 떨었다.

‘그런 걸로 눈 하나 깜짝 안 하실 분 같은데...’

벨릭이 벨릭답지 않게 갑자기 턱을 잡고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바닥에 실신한 호크를 슬쩍 보더니 말했다.

“근데... 잰 어쩌냐... 와... 언젠간 사고 칠놈 같았는데, 진짜 큰 사고 쳤네?”

벨릭의 말에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호크님 님 좆 되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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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가게에 오셨던 여성분은 길드 접수원 릴리아나씨 였다. 따라온 셋은 철 등급으로 릴리아나씨 호위로 왔다고 했다. 호위들은 하루 묵고 새벽같이 일어나 돌아갔고 릴리아나씨는 여관에 장기 숙박을 신청하셨다.

그녀 말로는 촌장이 목책 보수랑 보상금으로 받을 돈 대신 작은 물레방아를 부탁했다는데, 이거 건설되는 걸 지휘 감독하러 오셨단다. 뭐 오신 김에 우리 여관에 은 등급 모험가가 많으니, 그간 길드에 올라온 실버등급 의뢰들이랑 현상 수배지 몇 장 추려서 들고 오신 건데, 거기 내 현상수배 지가 끼어있었던 거라고 했다.

워낙 요즘 이슈가 되는 현상수배 지라서 리젤다에게 당사자가 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북부 5 왕국 및 높은 엘프의 수배를 받았느냐며, 호들갑을 떨며 궁금해 하셨는데.

리젤다가 그 속사정을 이야기하자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아니 높은 엘프의 청혼을 받았는데, 활을 들고튀었다고요? 세상에 제가 모험가 길드에서 일하면서, 진짜 수많은 바보 멍청이 모험가들을 봤지만... 이건 진짜 비교가 안 되는... 푸하하하!”

“아니, 뭐 인간 기준으로 엘프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뻘 나이니까 도망칠 수도 있나? 푸하하핫!”

와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젠 이실리엘 누님이라고 해야 하나?

유쾌한 릴리아나씨는 어제 목욕과 식사를 충분히 즐기시고 대만족하시면서 주무셨는데. 아침을 준비하는데 제일 먼저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오셨다.

“러셀 아침 줘~~”

“예... 드려야죠.”

역시 모험가랑 다르게 직장생활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서 그런지 제일 일찍 내려오셨다.

그리고 청혼도주자라는 나의 행위를 알게 된 연유인지 허당 이미지가 찍힌 나는 릴리아나씨에게 아주 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동생 대하듯 하신다.

릴리아나씨의 아침 독촉에 식당에서 준비하고 있던 따듯한 스프랑 데운 빵, 삶은 달걀과 치즈, 샐러드, 구운 베이컨을 애니와 함께 홀에 준비 했다.

오늘부터는 손님이 13명이나 되는지라, 뷔페식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러셀 나 그냥 여기 살까? 공사 다 끝나고 길드 안 갈까 봐. 나 창고 관리도 잘하고, 물품 매입도 잘하는데 그냥 직원 시켜주면 안 돼?”

“어휴 릴리아나씨 같은 인재면 저야 환영이죠? 숙식 무료에 한 달에 50 동화?”

“앗! 나 농담으로 해본 말인데 완전히 고민되는데?”

음식을 가져와 만족하게 드시던 릴리아나씨가, 내 말에 웃으며 즐거워하신다.

그때 옆에서 웁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참 호크 저 새끼 저거 어쩌지?

“릴리아나씨, 저건 어쩌죠?”

“아, 맞다. 음... 저거 그냥 놔두면, 식량만 축내겠지? 돼지 새끼 곧... 냄새도 아 지금도 나는구나? 저거 배변도 시켜야하고... 은 등급이라서 관리하기도 힘들겠다. 일단 손목발목 힘줄부터 잘라야 할 것 같은데?”

릴리아나씨는 호크가 피투성이로 우리 여관 바닥에 묶여 있음에도, 별 관심이 없던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릴리아나씨랑 다른 한 분 더해서, 둘이 은 등급 전담 접수원인데. 호크 저 새끼 때문에 한분이 울면서 그만두고, 자기혼자 실버등급 몇 달간 전담하느라 무척 힘들었었다고?

“흠... 그냥 마을 광장에서 목 치면 안 되나? 아니다, 그냥 이대로 대 늪지로 추방하면 안 되나? 그냥 길드 접수원인 제가 보증할 테니까, 길드원 살해 미수로 혓바닥 자르고. 노예 행은 어떤가요? 은 등급이라서, 그래도 몇 은화는 만질 수 있을 텐데?”

이 누님은 잔인한 아이디어를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신다. 누님의 아이디어가 한 가지씩 나올 때마다 호크 놈이 움찔움찔 떨어댄다.

“뭐 그냥 놔뒀다가 그 의뢰주님한테 알리면, 알아서 처리되긴 할 텐데... 아참. 길드 통해서 의뢰인에게 알릴 때. 이놈이 러셀씨한테 독약 먹이려고 했다는 사실까지 보고할걸!”

아주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하니까. 섬뜩하기까지 하다.

어제 릴리아나씨와 에브리나의 도움으로, 내가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현상금 의뢰인에게 길드를 통해 알렸다. 의뢰인이 비밀로 되어있어서 의뢰를 이실리엘이 했는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실리엘이 나를 찾는다니. 어쨌든 위치라도 알려야 할 것 같았다. 괜히 나 때문에 현상금을 낭비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엘프어도 좀 배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나서 또 한마디도 못하면, 또 그런 참사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겠나?

전생에 대학 가려고 했던 공부의 영향인지. 이번 생에서는 학문이랑 책이랑은 좀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나중에 리젤다가 기분이 좀 좋아 보일 때, 조용히 물어봐야겠다.

마음속에 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이실리엘이 얀데레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 그녀는 내 목이 아니라. 나 전체를 원하는 것 같으니깐 말이다.

“웁... 웁,,,”

“어머! 러셀, 저 돼지새끼 오줌쌌나봐...”

“아! 진짜 이 새끼를 어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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