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5화 (25/352)

〈 25화 〉 24. 반쪽의 수배서

* * *

호크는 자신의 낡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지금 그란폴의 빈민가 깊숙한 곳에 있는 도둑 길드에 와있다. 호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주머니에 꼬깃꼬깃 구겨 넣은 현상수배지 때문이었다.

호크는 어제 여관방에 틀어박혀 한참 동안 현상 수배 지를 들여다보며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은 등급인 자신과 러셀 그 여관주인 새끼가 싸웠을 때. 아니, 일방적으로 처맞았을 때 자신은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실신하고 말았다. 그러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러셀 그놈은 최소한 금 등급이라는 거고 그래서 그 새끼를 잡으려면 최소 금 등급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금 등급이랑 같이 그놈을 잡으면 자기한테 떨어지는 돈이 상당히 적어질 게 뻔했다. 보통 같은 임무를 하면 금 등급 대 은 등급 분배 비율이 8:2 정도 되는데 안전하게 잡으려면 금 등급 한 파티는 움직여야 하고, 그러면 서너 명이 붙는데 그렇게 되면 은 등급인 자신은 2­3골드 정도 받으면 다행일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은 등급 여러 명을 끌고 가기에는 러셀에게 처 발릴 게 뻔하고 말이다.

결국 호크는 고민 중에 독을 생각해내었고, 그것을 구매하기 위해서, 도둑길드 마스터와 면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어떤 독을? 즉사하는? 아니면 며칠 정신 못 차리는?”

도둑길드 마스터가 웃으며 말한다.

“즉사!”

“흐흐흐흐 원한이 깊은가 보군?”

“사체 장기보존 가능한 방부제도 있으면 달라고”

“뭐, 어렵지 않지...”

“금액은 1골드 20실버네”

“뭣? 시발. 무슨 독이 그렇게 비싸!”

“독을 사는 놈들이 가장 흔하게 실수하는 게 뭔지 아나? 자기는 절대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조사가 들어오면 네놈은 독을 어디서 샀는지 고문 끝에 나불나불 불어대겠지? 결국, 그러면 우리는 은신처를 옮겨야 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웬 머저리가 복수를 위해서 독을 사려고 하면. 아예 거처를 옮길 각오를 하고 판매를 하지. 그러니까 네가 산 금액은 그런 금액까지 포함된 가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알겠나? 은 등급 용.병.호.크?”

“그리고 다음번에 올 때는 그 머저리 같은 로브 벗고 놓고 그냥 오라고. 대체 왜? 여길 방문하는 새끼들은 나 수상한 놈 이오 라며 주변에 대놓고 알리길 원하는 건지. 하나같이 로브를 뒤집어쓰고 오는지 모르겠군.”

길드마스터가 어떻게 제 이름을 알았는지. 이름을 들먹거리며 은근히 협박과 무시를 하자 기분이 더러워진 호크가 책상 위로 돈을 던져버리고는 문을 쾅 닫고 나와 버렸다.

“제기랄 먹고 떨어져 버려. 더러운 도둑 새끼들! 나중에 도둑 관련 의뢰만 있어봐라! 다 회를 쳐 버리겠어!”

어차피 공백지 마을에서 벌일 일이었다. 같은 길드원을 살해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길드에서 조사가 들어올 때쯤에는, 나는 이미 현상금을 받아서 그렇게 화끈한 여자들이 많다는 서부로 떠난 후일 것이다.

호크는 달콤한 복수를 상상했다.

“이걸 러셀네 여관 식사에 몰래 타서, 날 버린 그년들이랑. 눈꼴사나운 벨릭 그 새끼네 파티. 그리고 러셀까지 다 죽여 버려야지!

‘러셀 그 새끼 머리만 잘라서 방부처리 한 후. 서부 도시에 가서 현상금을 타면 되겠지?’

호크는 자신의 계획을 곱씹으며 복수를 이룰 달콤한 상상에 신이 났다. 그렇게 여관에서 독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사람의 목록을 하나둘 떠올리는데, 자신을 마사지해주었던 여급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아 근데 여급 년 진짜 꼴렸는데...”

마사지를 해주었던 여급 몸매가 진짜 좋았다. ‘젖탱이도 크고...’ 그 상상에 호크는 자신의 분신이 존재감을 키우는 걸 느꼈다.

“하... 뭐 서부 도착하면, 그런 년들 엄청나게 많을 텐데 굳이...”

애써 자신의 분신을 외면하던 호크는 결국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반응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던 길을 되돌아가 도둑 길드의 문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살며시 문을 열고 도둑길드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머리가 분신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호크의 마비 독으로 바꿔달라는 말에 도둑길드 마스터가 마음이 약해졌느냐고 비아냥거리며 묻었다. 호크는 그런 놈에게 목숨은 직접 거둘 거라고 큰소리를 쳐버렸다.

“그... 그래 마비시켜놓고, 벨릭이랑 러셀 그 새끼 보는 앞에서 돌아가면서, 그년들도 다 죽이기 전에 으헤헷~! 그리고 나중에 목까지 따버려야지~ 크흐흐흣”

한껏 신이 난 호크는 말을 빌려 말 등위에서 불편한 자신의 분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러셀의 여관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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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모험가 수준이 현격하게 떨어진 것이 확실하다.

아니면, 대 늪지 주변 모험가 수준이 낮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 새끼 지능이 심각한 문제가 있던지 말이다.

이런 새끼가 은 등급 1위였다고?

내 앞에서 전 파티원들에게 전신을 구속당한 이 호크새끼를 보고 있는 내 감상이다. 자기 파티원들에게 지랄하고 떠난 새끼가 며칠 지나서 급한 일이 아님에도, 말까지 빌려 타고 다시 와서 빌어댄다? 근데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본다?

‘너무 의심스럽지 않나 이거?’

‘이거 나만 의심스럽나? ’

‘나만 쓰레기라 이런 생각 하나?’

당연히 이럴 땐 일단 몸수색을 시행한다.

“뒤져서 수상한 거 나오면 개당 한 대다?”

“멍멍아!”

“브릴다는 긍지 높은 평원의 늑대다! 멍멍이 아니다!”

“아, 그래, 그래. 긍지 높은 평원 늑대 부족의 전사여! 그대의 능력이 필요하다!”

“응? 무엇이냐! 이 평원 늑대 부족의 어떤 능력이 필요한 것이냐!”

우리 다루기 쉬운 멍멍이는 나의 명령에 호크의 몸에 코를 처박고 몇 번 냄새를 맡더니.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며칠 술을 처마셨는지 술 냄새와 토한 냄새가 난다! 더러운 놈! 좀 씻고 다녀라!”

브릴다에 말에 호크 놈 얼굴이 벌게진다.

“그리고 왜 안주머니에 늪지 거미의 독을 가지고 다니는 거냐?”

놈이 갑자기 말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린다.

“뭐! 뭣! 저 절대 아니다. 늑대 년 감기냐? 후각이 이상하다! 러... 러셀님 절대 아닙니다.! 그, 그리고 이건. 그래, 사냥. 그래, 사냥을 위해서 준비 한 겁니다.”

“어휴... 그러셨어요?”

나는 웃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놈은 예전 나에게 얻어터진 게 생각났는지. 발광을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놈에게 알차고 맛난 나의 핵 꿀밤을 먹여주었다.

그리고 놈의 안주머니를 뒤지니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과 독약 병이 나왔다.

몸을 구속하고 있던 이놈의 전 파티원들은 독약이 발견되자, 저 새끼가 항상 자기들을 핥듯이 바라보는 것이 그럴 줄 알았다면서.

저런 새끼는 고자로 만들어야 한다며, 방으로 달려가 가져온 로프로 포박하고는 몰려들어 호크를 개같이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어, 어억 오,,, 오해다 어억! 거... 거긴 안 된다... 제 제발... 끄아아악...”

소란을 듣고 내려온 벨릭과 마틴이 그 장면을 보고 가랑이를 움츠렸다.

‘와 다음 식사는 달걀 프라이 올린 볶음밥으로 해야겠다...’

독약 병은 압수해서 한쪽에 치워두고 놈이 가지고 있던 종이를 펼쳐 벨릭이랑 읽어보았다.

거기엔 현상수배지 공고가 있었고 이름은 러셀이었... 뭣?

“헐...”

현상금 공고

이름 : 러셀

특징 : 오른쪽 다리 힘줄이 없어서 절름발이임

나이 : 20대 후반에서 30대

기타 : 남부에서 여관 주인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음.

현상금 : 금화 100개 가치의 백단목

내가 그 종이를 들고 멍하게 있자, 벨릭도 내 얼굴을 보더니 화들짝 놀랜다.

아래층 소동에 무슨일인가 싶어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던 리젤다와 에브리나가, 얼어붙은 듯 멈춰있는 내 손에서 종이를 빼앗아 가더니. 종이를 읽고는 둘 다 나를 보고 얼어붙듯이 멈춘다.

가랑이를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어대던 호크 놈이 그 모습을 보고 절규하듯 외친다.

“저, 저 새끼 잡으면 금화 100개다! 어서 잡아!”

이 새끼 이거 내 현상금 타려고, 독약을 구해 왔나 보다.

녀석의 절규를 들은 벨릭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는 뚜벅뚜벅 걸어서 호크에게 가더니. 그 큰 주먹을 살짝 벌어진 놈의 입에 전력 다해 처넣는다. 그 바람에 호크에 입에서 옥수수 알들이 사방으로 튀어 흩어졌다.

“엌... 어엌...”

“우리가 다 너 같은 쓰레긴 줄 아냐? 넌 좀 입 좀 닫고 있어...

공백지 마을에서 마비독을 이용해 여자를 강간하려한 죄로 마을 광장에서 목이 잘리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와 우리 벨릭이 달라졌어요! 통나무 훈련이 머리에도 효과가 있었나?

벨릭의 말은 여긴 공백지 마을이고 마음만 먹으면 호크정도야 없는 죄 만들어서 목을 칠 수도 있으니, 입 닫고 있으라는 말인데. 와 저걸 저렇게 순식간에 계산해서 말한다고?

갑자기 캐릭터가 바뀐 벨릭을 내가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벨릭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 형님 제가 짐승이라고 놀림 받지만, 짐승새끼도 은혜는 갚습니다.”

나는 벨릭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니, 형님!”

적당히 벨릭을 놀려먹고 있는데, 이런 심각한 상황에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는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리젤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그... 엘프분 화가 단단히 나신 거 같은데요?”

‘아 맞다. 내 현상금 공고...’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하... 현상금이라니. 아니, 이걸 현상금을 건다고?’

‘내 목이라도 소유 하겠다는 건가?’

‘전생에 얀데레 녀 그런 건가?’

‘엘프의 사랑은 무겁... 아니, 무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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