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2화 (22/352)

〈 22화 〉 21. 엘프 공주와 현상범 러셀

* * *

리젤다에게 들은 이야기를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정리하며 고민하다보니. 이실리엘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졌다. 나는 졸지에 청혼녀의 선물만 날름 받아 챙기고, 여자를 버리고 도주한 파렴치범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젤다가 나중에 해준 이야기 때문에, 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엘프는 청혼 거절하면 자살한다니.

‘아직은 살아있겠지? 설마 나쁜 마음 먹은 건 아니겠지?’

‘이거 활을 받았으니. 무를 수도 없고, 근데 또 다시 찾아가서 결혼을 하자니 이 다리를 끌고 북부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이게 무슨? 결국 유부남 확정일까? 나쁘진 않은데...?’

‘이게 참...’

솔직히 이실리엘은 아름답다.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엘프인데 당연히 아름답다.

그 뭐랄까. 그 당시에 같이 있을 때 느낌은 그냥 나랑 다른 세계 사람이라서, 같이 다녀주고 말 걸어주시면 고맙고 감사한 존재지. 연애라든지 뭔가 다른 상상을 해볼 수도 없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녀의 생각으로 고민하다가 그녀가 나에게 준 또 다른 선물인 목발을 꺼내보았다. 처음에는 눈처럼 흰 나무로 되어있었는데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아서 칠을 좀 해 두었다. 지금은 그냥 나무처럼 보이는데, 혹시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조용히 리젤다를 찾아갔다. 혹시라도 이것도 무슨 의미 있는 선물이면 나중에 그건 또 어떻게 책임진단 말인가...

리젤다는 마침 홀 테이블에 앉아서 에브리나와 이야기 중이었는데. 내가 다가가자 ‘흥’하고 콧방귀를 끼었다.

‘아니 내가 리젤다에게 잘못한 건 없잖아?’

아무리 엘프 전문가이면서 엘프 보호운동가라도 나한테 너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물어볼 사람이 리젤다 뿐이네?

‘그... 저 리젤다 그...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 그런데...그... 말이지?’

‘또 뭔가요? 이번엔 또 이야기 하다 보면 어디 요정공주나 수인 귀족에게 청혼 받은 사실이라도 저희가 알게 되는 걸까요?’

리젤다가 비꼬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리젤다에게 단단히 미움을 산 것 같다.

“뭐 신붓감을 종족별로 모은다면, 다크엘프 귀족들과 수인에게는 청혼을 받으셨으니. 이제 신붓감으로 인간 귀족 정도만 남은 건가요?”

에우로나, 아우로나, 브릴다가 나에게 달려든 것으로 저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에우로나 아우로나가 다크엘프 귀족출신이었다. 그것도 꽤 높은.

‘아니,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이실리엘에게 받은 목발을 리젤다에게 내밀었다.

“아니, 그 이것도 엘프에게 선물 받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싶어서?”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엘프 전문가 리젤다에게 물어야지. 무슨 내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으면 미리 준비를 하지, 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인간쓰레기가 되는 건 사양이었다.

그것도 내가 모르는 청혼 같은 것 때문에 말이다.

내가 목발을 건네자 리젤다는 귀찮은 듯 목발을 받아들었다.

“아니, 애초에 목발이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요? 그냥 러셀이 자신 때문에 다친 거니 해준 선물이겠지만 확인해보죠. 뭐, 러셀이 겨드랑이에 끼워서 짚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긴 목발이군요.”

“엘프의 선물답게 두껍지만 가볍고도 자연스러운 목재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볍네요. 예전에는 자주 사용했나보군요? 전체적으로 반질반질하고, 손잡이 부분은 칠이 벗겨져서 새하얀... 눈처럼 새하얀? 응... 어?”

목발을 살펴보며 말하던 리젤다의 눈이 자동으로 부릅떠졌다. 그리고 옆에 있던 에브리나도 턱이 완전히 벌어져 더 이상 말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그... 이걸 선물했다고요? 이... 이걸 모... 목발로?

‘그, 그리고 어떤 머... 머저리가 이... 이걸 색을 칠 한 거죠?’

‘그 머저리 접니다. 흑...’

나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또 있나 보다. 난 긴장하지 않는 남자인데 벌써부터 손이 떨린다.

그때 옆에 에브리나가 소리를 빽 지르면서 말한다.

“아, 세... 세상에 아니, 그 엘프 무슨 엘프 공주야? 어떤 미친년이! 백단목으로 목발을 만들어서 선물해!’

이어진 설명으로는...

애초에 백단목은 작은 조각으로 마법 목걸이의 핵으로 사용하거나 단추 또는 검에 박아 넣어 보석 대신 사용하는 정도인데. 이걸 마법 지팡이로 만들면 마법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고.

검 등 무기의 손잡이로 가공하면 사용하는 기운을 무기로 전달하는 매개체로는 최고의 재료 중 한 가지기에, 전사들이 앞 다투어 달려들 것이란다.

백단목은 세계수의 기운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자라는 세계수 주변의 나무들이 정령의 기운과 세계수의 신성력에 변화되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 나무가 수백 년이 지나야 백단목이 되고 애초에 나무를 베지 않는 엘프들이 백단목을 사용하려면 자연고사 하거나 떨어진 가지어야 하는데. 세계수의 기운을 받고 자라는 나무가 고사한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엄청 귀하디귀한 재료인데, 그런데 저 정도 길이의 백단목이 있다? 이건 그러니까 분명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리젤다의 설명을 듣고 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맙소사 이실리엘아 나한테 뭘 준거니!’

‘아니, 마음도 주고 이런 것도 주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거니?’

‘엘프라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 건가?’

나는 대답 없는 질문을 가슴속으로 외쳤다. 나는 왜 이실리엘과 관련된 일만 터지면 이렇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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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실버등급 1위 파티의 전 리더 호크는 라필드의 한 주점에서 벌써 이틀째 술을 퍼먹고 있었다.

간만에 길드 긴급 의뢰가 떨어져 공백지 마을인 웜포트 까지 갔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마침, 길드 밖이고. 풋내기 벨릭 파티의 리더인 벨릭의 기를 꺾어 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전날 술을 퍼먹다 브리핑 시간에 졸아서 도적단 잔당 소탕한 게 누구이니. 조심하고 정중하게 대하라고는 부 길드장에게 듣긴 들었는데. 뭐 별로 중요한건 아닐 것이다.

도적놈들이 뭐 별거 아닌 놈들이었기에 벨릭 파티에게 털렸겠지 생각하며 마을에 도착했다.

도적놈들 대가리 잘라서 절이는 것과 마을 피해 상황 같은 건 다른 놈들이 조사할 테니, 어차피 하루나 이틀은 쉬어가야 했기에 여관으로 갔는데.

거기 벨릭 새끼가 있었다.

이번엔 꼭 밟아 주리라 다짐하며 도적 새끼도 제대로 상대 못 해 팔이 떨어진 마틴 새끼를 비웃어주자 바로 벨릭이 낚여 올라왔다.

벨릭 새끼를 몇 대 치면서 약 올리니 흥분한 벨릭이 달려들어서 같이 굴렀는데, 여관 의자 한 개랑 카운터가 좀 파손되었다.

근데 그다음에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는데 정신이 들자 벨릭 새끼는 여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되긴 했는데, 그런 나에게 건방진 여관 주인 새끼가 반말을 찍찍하며 여자들 앞에서 내 가오를 죽이는 게 아닌가?

세상이 좋아지긴 했다.

어디 감히 여관 주인 새끼가 은 등급 용병에게 반말을? 이 새끼는 벨릭이랑 둘이 아주 자근자근 밟아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덤벼들었는데.

또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진짜 먼저 뒈진 술주정뱅이 애비한테 빼고 이렇게 맞아보긴 처음일 정도로 맞았다.

와 진짜 사람이 진짜 죽지는 않으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경험했다.

호크도 결국 벨릭 옆에 머리를 처박고 저녁때까지 땀을 뻘뻘 흘려야 했고 카운터랑 의자 가격으로 1실버를 물어줘야 했다.

직접 만든 거라나?

그리고 부 길드장이 말했던 것이 그 새끼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도적들의 대가리에 화살을 박아서 꼬치를 만든 새끼! 하 시발 뭐하는 새끼가 도적 30명의 대가리에 꼬치를 꼽을 수준인데 여관 주인을 하고 있냐?

그래도 호크 또한 구를 만큼 구른 새끼인지라 눈치껏 행동하면서 저녁 이후에는 잘 넘어갔다.

저녁을 먹고 두드려 맞은 몸이 너무 아프다고 하니. 목욕 하면서 받을 수 있다는, 여급이 추천한 마사지를 받아봤는데 생각보다 매우 좋았다.

여급 년 진짜 꼴리게 생겼었는데. 젖탱이가 진짜...

마사지 받다 꼴리니까 내 분신을 보고 소리를 질러대서. 러셀 그 새끼가 들어와서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바람에 개 쪽팔리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날 아침 생각보다 조사가 빨리 마무리 되어서 파티원들 데리고 출발하려고 했다. 파티원 이 나쁜 년들이 며칠 더 있다가자고?

‘아니, 이년들 지네 파티장 처맞는 거 못 봤나?’

‘이 씨발 년 들은 진짜 너무 이기적이다.’

‘하나같이 대주지도 않는 년들이 해 달라는 건 많고, 그래 나도 질린다.’

“이 시발 이기적인 년들. 진짜 좆같아서 더는 파티 못하겠다! 쫑 내! 씨발년들아!”

욕 한바탕 박아주고 라필드로 돌아왔다.

그리고나서 이제 파티가 없으니. 술이나 퍼먹자 싶어서 주점에 왔고 그렇게 이어진 음주가 이틀을 이어진 것이었다.

호크는 주점 주인에게 ‘외상’ 이라고 외친 후 비틀거리며 밖을 나섰다.

비틀거리면서 여관으로 향하는데 현상금 공고 판이 보인다. 때마침 속에서 구토가 올라와 앞에서 한참을 토하고, 입 주변을 닦을 게 없어서 붙어있는 수배서를 북 잡아 뜯어서 입을 훔쳤다. 그리고 종이를 구겨서 버리려는데 이상한 내용이 있었다.

현상금 공고

이름 : 러셀

특징 : 오른쪽 다리 힘줄이 없어서 절름발이임

나이 : 20대 후반에서 30대

기타 : 남부에서 여관 주인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음.

현상금 : 금화 100개 가치의 백단목

‘어? 어? 씨발 이거 뭐야?’

호크는 그것을 보는 순간 술이 확 깨버렸다.

그리고 손에든 공고를 다시 확인하고는, 자신의 숙소로 미친 듯이 비틀거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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