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21화 (21/352)

〈 21화 〉 20. 육체 학습의 일인자 벨릭

* * *

길드에서 파견된 마차와 철 등급, 나무 등급 용병들은 아침에 호크의 지휘 하에 마을을 떠났다.

조사단의 결과가 길드에 보고되어야 할 테지만 같이 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길드의 토벌에서 놓친 놈들이 벌인 일인지라 길드에서도 책임을 지고 마을에 자재와 보상금을 줄 것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이 셋이나 죽고 열한명이나 다쳤고 목책도 많이 파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다친 사람들을 길드에서 데리고 온 용병 중에 끼어있던 사제들이 치료를 해주어서 피해가 사망 셋으로 끝난 것이었다.

팔이 잘렸던 마틴은 석 달 정도 팔을 쓸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엠마가 빨리 치료해서 팔을 붙일 수는 있었는데, 싸울 수 있을 정도로 팔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길드의 조사 후. 도적들의 장비 대부분이 손상 없이 내 차지가 되었는데 갑옷과 일반 장비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무장을 시켰다. 그리고 보스나 도적단 간부들의 물건은 일단 방에 처박아 두었다. 그걸 정리하거나 나누어줄 틈이 없었다. 여자들 눈치 보느라...

도적들의 현상금 중에 절반은 손님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받을 수 없다는 걸. 안 그러면 다 쫓아낸다니 다들 받아들긴 했다.

그리고 손님이 넷 더 늘었다.

호크가 데리고 온 여자 넷 말이다.

전사 하나, 도적 하나, 사제하나, 마법사 하나로 이루어진 파티였고 종족은 늑대수인 하나, 드워프 하나, 인간 둘로 이루어져 있었다.

얘들이 우리 손님이 된 이유는 호크 새끼가 하도 사고를 치니 더는 안 되겠다고 파티를 쫑 냈단다.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 여관의 서비스를 받고 더 있다가 가고 싶은데, 어제 두드려 맞은 호크는 바로 가자고 하니 그걸로 싸우다가, 그만 파티를 해산해 버렸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네 분은 점심 샌드위치를 드시면서, 다른 손님들과 시끌벅적하게 이야기 중이다.

직원도 두 명 늘렸는데 귀여운 토끼 수인 자매이다. 이름은 에이미, 나나 둘 다 검은 토끼 귀를 가지고 있었다. 이 동네 흔한 흰색이나, 갈색 토끼가 아니어서 다들 보고 신기해했다. 얘들이 우리 직원으로 합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도적단을 처리하고 뒷수습을 하는 중에 살아있는 도적 두 놈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도적 떼는 근처에 야영지를 만들고 거기에서 출발해 우리 마을을 습격한 것이었는데. 다른 놈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남아서 야영지를 지키던 두 놈이 마을에 염탐을 왔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잡혔다나?

그놈들을 심문해서 야영지를 알아내. 벨릭과 리젤다가 마을 사람들을 끌고 야영지로 들이닥쳤더니. 다른 놈은 하나도 없고 여자들만 우리 같은데 갇혀 있었다는데, 대부분 참혹한 모습으로 살해당했거나 살릴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상태였다고 했다.

그 지옥을 보고 분노한 마을사람과 리젤다의 잔혹한 처형이 두 놈에게 내려진 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 우리 마을에 쳐들어온 것도 애초에 여자를 보충하려고 한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리젤다와 마을 사람들이 발견한 그 지옥에서도 기적적으로 두 여자가 살아남았다. 그 살아있던 여자 둘이 에이미와 나나였다 그녀들이 우리 직원이 된 것이다.

둘은 원래는 여기서 이틀 정도 되는 거리의 공백지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고 했는데, 마을 사람 전원이 도적 때에 몰살당하고 여자들만 붙잡혀서 모진 고난을 겪었다고, 그리고 결국 다 죽고 둘만 살았다고 했다. 검은 토끼 수인이라 높은 가격에 팔리기에 살려둔 것 같다고 했다.

둘은 자매였는데 갈 곳도 가족도 없고, 심지어 입고 있는 옷도 한 벌 없었다.

촌장도 빈집이 없어서 마을 구성원으로 받기 난처해하기에, 내가 직원으로 고용하고 한나 아주머니네 집에 남는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원래 한나 아주머니네 집도 여관으로 만든 건데, 지금 손님이 없어서 한나 아주머니 가족만 쓰고 있거든. 어차피 손님 더 늘어나면 여관 2동으로 쓸 거니까 상관은 없다.

손님도 더 늘어서 우리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직원이 더 필요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나한테도 마을 사람들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던 며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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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때문에 운동량이 줄어들어 그런지. 아니면 한쪽 다리에 운동량이 몰려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몸이 별로인 것 같아서 아침부터 운동이나 할까 싶어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근데 여관 뒤뜰에 도착하니. 나보다 벨릭이 먼저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형님?”

벨릭한테 인사를 받으니까. 무슨 조폭 두목 된 느낌이 든다.

“어, 그래 뭐 하려고? 몸이라도 풀려고?”

“예, 뭐. 그러려고 나왔는데... 그... 그게 이야기 좀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응? 이야기?”

벨릭 답지 않게 쭈뼛거리기에 홀로 데리고 들어와서 한나 아주머니가 데우고 계시던 염소젖을 한 컵 따라줬다.

산적 두목 같은 놈이 소심하게 저러니까. 적응이 안 된다.

“그거 마시면서 말해봐~”

벨릭의 이야기는 이번 도적 때와 전투에서 자신의 무장은 카이트 실드와 숏소드 였는데. 도적 중 메이스를 든 빨간 머리 한태 처맞고, 두 번이나 처박혀 전투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 같은 방패를 쓰는 전사인 에우로라는, 여자에 히터실드를 들고 있었음에도 빨간 머리의 공격을 그 자리에서 받아냈는데.

자신이 꼴사납게 처박힌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이 전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마틴의 팔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벨릭아,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넌 네가 어느 등급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냐?”

“아니, 그야... 뭐... 당연히 금 등급까지는 무난하게 가지 않겠습니까?”

터무니없는 생각에 젖어있는 벨릭에게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넌 아무리 잘해도 금등급전에 죽는다.”

“예?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너, 은 등급하고 금 등급을 나누는 가장 기본적인 사냥대상이 뭔지 아냐?”

“예? 그건 당연히 알죠. 오우거 아닙니까?”

“그래, 그러니까 네가 금 등급 전에 죽는다는 거다.

너, 그 메이스 든 놈 대신에 오우거를 상대하다가 두 번 방패로 아니, 오우거 주먹을 방패로 막는다고 생각해봐. 너 살 수 있겠냐?”

벨릭 놈 대답을 못한다.

지도 죽을 걸 알거든. 아마 방패 채로 바닥에 다진 고기가 될 걸?

“그래, 그럼 다른 질문. 에우로라는 히터실드로 대체 어떻게 그놈의 메이스를 막았을까?”

“그게...”

“다크엘프는 근력이 부족해. 애초에 호리호리한 몸을 타고 태어나거든? 그리고 쉽게 근육이 붙는 체질도 아니지. 애초에 요정이라 반 정령이니, 육체가 이 세계에 반만 속해있거든? 그래서 대사도 늘리고 근력도...”

“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못 알아들으려나? 아무튼, 여자 다크엘프도 막는 걸, 네가 못 막는다? 이게 힘 문제일까?”

“아... 아닙니까?”

“니가 인마 그러니까. 리젤다한테 짐승 같고 머리 나쁘다는 소릴 듣는 거야.”

러셀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말한다. 애초에 머리를 써 본 적이 없는 놈인데 그걸 머리로 고민한다고 해결이 되나? 안되는 게 당연하다.

“어휴... 뭐가 문제지...”

“하, 잘 들어봐 자 알기 쉽게 이야기해 줄게, 아마도 네 전투 방법은 들어오는 놈은 방패로 강하게 충격해서, 상대가 쓰러지면 칼로 마무리하는 거겠지? 반대로, 공격도 방패로 돌진해서 충격을 준 후 뭐 같이 칼로 마무리 맞지?”

“예, 뭐 그렇죠?”

“근데 너보다 힘 쌔고 덩치 큰놈은? 어떻게 상대할래?”

솔직히 이놈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향상심이 있다는 것. 전투 후에 이런 고민을 안 하는 놈은 일찍 죽을 것이고, 이렇게 고민하는 놈은 최소한 어제 봤던 그 멍청한 실버 1위보다 오래 살 것이다.

그리고 생각 없는 놈들에게는 방법이 있다. 전생이나 지금이나 하나의 진리 말이다. 뇌가 없어? 그럼 몸에 박아 넣어야지?

벨릭을 시켜서 나무에 벨릭만한 통나무를 메 달았다. 그리고 벨릭에게 그걸 막아내는 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러 나온 엠마와, 새벽잠이 없는 멍멍이에게, 벨릭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까, 이걸. 막으면 된다고요?”

“그래, 그걸 위한 훈련이거든? 한 걸음도 안 움직이고 성공할 때까지!”

통나무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는 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이 정도는 금방 성공하겠지?”

솔직히 좀 웃기는 일이긴 하다. 벨릭 저놈 은 등급인데 세상에 방패를 쓰는 놈이 타격을 빗겨내는 걸 모른다고? 그거 방패 쓸 때 처음 배우는 거 아닌가?

워낙 힘이 좋은 놈이니. 여태까지 힘에 몇 번 밀려본 적 없을 거고, 그러니 방패도 그따위로 쓰는 거다. 근데 더 웃긴 건 저놈이 상대방을 방패돌격으로 무너트린다는 건, 상대방의 무게중심을 파악해서 상대방이 취약한 각을 노려서 중심을 뺏는다는 건데... 그건 또 아무 생각 없이 잘해낸다는 거.

짐승 같은 감각으로 그냥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거다.

그러니까 벨릭에게 필요한 건 언어의 대화가 아닌 육체의 대화인 것이다.

벨릭 내가 널 육체 학습의 대가로 만들어주마!

“크어어억...”

­쿵!

뒤뜰에 벨릭이 날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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