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3화 (13/352)

〈 13화 〉 12. 큰 개구리 (Big Frog)

* * *

에브리나와 브렌다가 먼저 씻고 나왔기에, 저녁을 먼저 준비해 주었다. 다크엘프들은 씻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먼저 식사를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늑대 수인이 손님으로 왔으니. 오늘은 스테이크를 구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늑대 수인은 전생에서라면 레어 정도로, 핏기 있게 구운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 다크엘프야 가리는 건 없지만 테이블에 꽃 한 송이를 올려주어야 한다. 식사 전에 여신께 헌화하거든. 꽃이 없을 때는 하지 않지만 뭐, 이런 거 챙겨줘야 고객감동 아니겠냐?

마크에게 꽃 두 송이를 부탁한다. 해가 져서 위험하니 목책 밖으로 가지 말고 마을 안에 없으면 돌아오라고 했다.

창고에서 드라이에이징 하고 있던 사슴고기를 좀 꺼내왔다. 겉에 마른고기는 다 손질하고 안쪽에 촉촉한 고기만 골라서 버터에 살짝 굽는다. 버터에 은은한 향의 허브를 살짝 가미해서 잡내를 잡아준다. 에브리나의 고기는 좀 더 익혀준다.

요즘 이삼일에 한 번씩 한나 아주머니가 아침에 빵을 굽기에, 여관에 촉촉하고 말랑한 빵이 항상 공급된다. 빵도 잘라서 살짝 구워주고 이곳에는 없는 음식인 샐러드를 만들어준다. 여러 채소와 약간의 과일을 넣고 식물의 기름으로 살짝 버무려준다. 소금간도 살짝 한다.

여기에 호튼 부인에게 선물로 받은, 늪지 그물버섯으로 만든 수프를 추가한다. 이 버섯은 향이 아주 독특한데, 버섯보다는 약간 꽃 향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 아침에 잔뜩 만들어 두었기에 한 국자씩 준비해 준다.

음식을 내가자 에브리나와 브렌다가 반색한다.

“인간 우릴 말려 죽이려는 거냐? 맛있는 냄새가 계속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아, 우와! 맛있어 보여요!”

둘은 말을 끝내기 무섭게 각자 자신의 음식에 달려들었다.

“주잉은 내강 본 인강 중엥 음식을 제잉 잘하눙 것 같당!

입안에 음식을 양껏 집어넣고, 브렌다가 말했다.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고기를 잘 굽지?

보통 인간은 고기를 너무 익혀서 하나도 진짜 고기 맛이 안 나게 하는데, 진짜 주인은 요리에 천재다!

이렇게 육즙이 훌륭하게 나오다니! ”

그거... 육즙 아니고 핏기 같은데요? 더군다나 자꾸 주인이라고 부르니. 그 낌이 이상하다.

“어때요? 따듯한 목욕과 맛있는 식사. 이 정도면 돈이 아깝지 않죠?”

“그래 목욕 그것도 참 기분 좋았지... 털 말리는데 좀 힘들었지만 인간 여자들이 도와줘서 편했다.”

늑대수인이라서 털 말리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한나 아주머니와 애니에게 부탁을 해두었는데 다행히 맘에 들었나 보다.

“인간 마법사는, 별로 도움 안 되는 소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에 그래도 쓸 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넷? 아니...”

한마디로 에브리나를 침몰시킨 우리 늑순이 브렌다는 자기 몫의 음식을 앞에 끼고는,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먹어댔다.

그때 다크엘프인 에우로라 아우로라가 목욕을 끝내고 내려왔다.

그런데 먼저 온 분들이 너무 편하게 있어서 몰랐는데, 이분들 가운 하나만 걸치고 그냥 내려오셨다.

어차피 나만 남자니까 괜찮긴 한데 이거 매력적인 다크엘프 누님들의 검은 피부에, 하얀 가운을 입어서 그런지 가운에 검은 피부가 살짝살짝 비쳐 보였다.

난 애써 태연한척하면서 둘에게도 저녁을 준비해 주었다.

각자의 쟁반에 마크가 어디선가 구해온 꽃 한 송이씩을 올려두었더니, 둘이 오른손 검지를 펴고 나를 향해 S자를 그리는 듯한 손동작을 했다.

다크엘프들이 하는 감사의 손짓이었다.

나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둘은 식사와 같이 내어준 와인을 손끝에 바르고 꽃 위에 한 방울 떨어트렸다. 여신께 감사의 기도를 하는 것이다.

가끔 보면 엠마 같은 사제보다, 다크엘프 얘들이 더 신실한 것 같다.

다크엘프들은 워낙 감정 표현이 적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식사를 했다. 브렌다도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듯. 자신의 음식을 다 먹고는 턱을 괴고 둘의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에브리나는 두 다크엘프에게 자신의 소개가 어떠했느냐며 목욕도 음식도 너무 훌륭하지 않느냐고 계속 묻고 있었고, 다크엘프둘은 식사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귀찮지도 않은지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그때 여관 입구로 갠 빨래를 양손에 든 애니가 들어왔다. 내가 카운터에 앉아서 넷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모습에, 애니는 내 앞에 빨랫감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러셀 보고 싶으면 나도 벗을까? 내 것 보라고! 다른 여자 것 보지말구!”

라며 또 나를 당황하게 하는 말을 했다.

“아... 아니 애니야 보는 게 아니라...”

카운터 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귀가 밝은 늑대 수인인 브렌다가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뭐냐! 주인 그 여자는? 발정기인가? 사내에게 벗은 몸을 보여주겠다고?”

그 말에 천하의 애니도 당황했던지 “뭐 뭐욧?” 하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여관 문으로 달려 사라졌다. 애니의 뒤로 브렌다의 말이 들려왔다.

“아참! 인간은 항상 발정기라고 했지? 미안하다. 이해한다,”

애니를 한마디로 침몰시키다니. 여기서 제일 고수는 브렌다인가?

에브리나는 나를 보고 씩 미소를 지었고, 두 다크엘프는 별것 아니라는 양 나를 한번 보더니. 계속 미소를 지은 채 식사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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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젤다는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따듯한 음식을 먹고 해먹에서 방수포를 덮고 푹 자고 일어나니 피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기분 좋게 사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넷은 아침에도 “전투식량을” 챙겨 먹고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사냥에 나섰다.

늪 쪽으로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척후인 리젤다가 처음 발견한 것은 사냥 나온 프로그맨 셋이었다. 셋 다 나무를 적당히 깎아 만든 창을 들고 있었는데, 늪지에서 물고기라도 잡고 있던 건지 발아래로 창을 연신 찔러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첨벙거리는 소리가 늪지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척후인 노련한 궁수 리젤다는 이런 소리를 놓치지 않아 이들을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능숙한 궁수는 소리에 예민하고 그런 예민함은 적을 먼저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을 올려준다. 그런 면에서 리젤다는 아주 유능한 편에 속했다.

프로그맨을 발견하자마자, 리젤다는 바로 파티원들에게 손으로 신호한 후. 그와 동시에 활을 겨눠 자신과 제일 가까운 뒤통수를 보이고 있던 놈에게 화살을 날렸다.

“시잉” 하는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은, 뒤통수를 보이던 개구리의 뒷덜미 한가운데 명중했다. 놈이 앞으로 거꾸러지자 벨릭이 이를 신호로 방패를 들어 올리고, 물을 첨벙거리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한 놈이 쓰러지고 벨릭이 달려들자 놀라 자세가 흐트러진 두 번째 놈은, 벨릭이 달려들던 힘으로 힘껏 방패를 정면에 꽂아 넣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일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프로그맨의 뼈는 속이 비어있어 같은 크기의 다른 생물보다 훨씬 가볍기에, 한 손을 사용한 충격에도 제법 멀리 나가떨어졌다.

뒤따라 달려온 마틴이 벨릭에게 나가떨어진 놈의 목덜미에 창을 꽂아 넣는다.

숨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진흙탕이 된 물 위로 푸른 피가 흐르고, 같이 쇄도한 엠마가 남은 한 마리의 창을 방패로 빗겨내며 철퇴를 쳐올려 프로그맨의 턱을 깨버렸다. 턱이 깨진 놈은, 그 충격으로 기절해버렸다.

프로그맨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전멸했다.

완벽한 연계였다.

넷은 이 정도는 이제 따로 말이 없어도, 각자 맡은 일을 눈감고 해낼 정도로 합이 맞춰진 상태였다. 벌써 2년째 파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 등급도 다 같이 승급했고 말이다.

늪 한쪽에서 한바탕 피가 흐르는 혈투가 끝나자 리젤다, 마틴, 벨릭이 프로그맨들의 숨통을 다시 한 번 끊어서, 확인 사살을 하고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프로그맨 가죽은 방수 성능이 뛰어나 다른 가죽위에 덧붙여 방수 기능을 올리는데 쓰기도하고, 그 자체 가죽으로도 방수성능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방수용품이나, 가죽 물병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에 벗겨두는 것이다.

“간이나 눈알은 챙겨가기 힘들겠지?”

벨릭이 아깝다는 투로 말했다.

간은 별미이고 눈알은 말려서 마법 시약으로 쓰는데, 마법사가 마법처리를 하지 않으면 품질이 낮아져서 돈이 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건 포기해야겠지?”

리젤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도와 가죽을 벗긴 후. 남은 사체는 적당히 구덩이를 파서 처리했다. 다른 녀석들이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벗긴 가죽은 소금을 꼼꼼하게 뿌려서 말아서 배낭에 넣었다. 이러면 가죽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

넷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리젤다가 선두로 걸음을 옮기다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풀숲 사이로 활을 겨눠 날렸다.

무엇인가 맞는 소리가 나고 물이 첨벙거리자 벨릭이 또다시 달려갔다.

그렇지만 벨릭은 조금 달리다가 속도를 늦추고. 결국에는 천천히 걸어가 풀숲에 쓰러져있던 생물 앞에 멈춰 서서 목 뒤로 칼을 찔러 넣어 숨통을 마저 끊어냈다.

“이것도 잡게?”

“아, 이거 러셀님이 잡을 수 있으면, 몇 마리 잡아오라고 하셨어요.”

벨릭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은 벨릭의 덩치만큼 큰 개구리였는데 모험가들은 이걸 큰 개구리 (Big Frog)라고 부른다. 이건 돈이 안 돼서 잘 잡지 않는다.

모험가들이 크기를 구분하는 몇 단계가 있는데, 큰 >나무 >거인 >언덕 >산 등의 5단계로 나누어 부른다.

큰은 보통 사람 정도의 크기를 지칭하는데 쓰는데 지금 잡은 개구리가 사람정도 크기의, 큰 개구리(Big Frog)라고 부르는 녀석이다.

“이걸? 뭐에 쓰려고?”

“요리 해주신 다는데요?”

“이걸? 먹는다고?”

자신들도 몇 번 먹어보았지만 그다지 맛이 없었다. 질기기만 하고 말이다.

러셀의 열렬한 신봉자 엠마가 말했다.

“러셀님이 설마 맛없는 음식을 해주시겠어요?”

다들 의심 없이 엠마의 말을 그도 그럴 것이라며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그럼, 갈 때 많이 잡아갈까?”

벨릭이 말하자 그때부터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늪 위로 튀어나온 개구리 눈알을 찾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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