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11화 (11/352)

〈 11화 〉 10. 거점여관과 오일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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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 일단 불을 지폈다.

내일 아침에 한나 아주머니가 빵 굽는다고 발효시키고 있던 반죽 두 덩이를 꺼낸다. 호밀이랑 보리가 섞인 건데 이걸 납작하게 밀어낸다. 뭐 밀 빵은 여기서 귀하니까 말이다.

텃밭에서 채소 몇 가지를 가져와 얇게 잘라 다듬어 준비한다. 얇게 편 반죽 위에 토마토와 허브, 마늘 등을 섞어 만들어두었던 소스를 발라준다. 손질된 채소를 골고루 올리고 소시지도 잘라서 올린다.

그리고 창고에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치즈를 꺼내어, 일정한 크기로 잘라 위에 뿌린다. 반죽 한 덩이 당 두 판씩 총 피자 4판을 준비해두었다.

여기에 얼마 전 늪에서 오리 몇 마리 잡아 통으로 훈제해둔 것이 있는데. 세 마리 정도 꺼내서 주물 팬 위에 올리고, 허브를 좀 뿌려서 불씨를 다 긁어낸 화덕에 넣어준다.

화덕은 충분히 크기 때문에 깊숙이 오리를 넣고, 피자를 한 번에 두 판씩 구울 수 있다. 오리가 어느 정도 익어가기에 피자를 두 판씩 넣어 구워주었다.

다된 음식을 양손에 들고 나가자 이야기가 한창이다.

“아니 그러니까 쉬는 것도 좋은데 어차피 여기서 늪은 가까우니까. 가끔 나가서 몸 풀고 오자니까? 깊이 안 들어가고 늪 경계에 사는 리자드맨이나 오크 부락 정도만 털자니까? 용돈 정도만 벌자고 한 삼사일 정도면 부담도 없잖아?”

벨릭이 열변을 토하고 있고 옆에 마틴이 벨릭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벨릭이 저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모험가의 휴식이라는 것이 보통은 싸구려 여관에 처박혀서, 그간 벌었던 돈으로 매일 술 먹고 뻗는 것인데, 휴식을 가장했지만 육체와 간의 피로가 증가해서 아마 쉬어도 쉰 것 같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여관에 따듯한 온수에 몸을 풀어주고, 가끔 마사지까지 받으면서 피로를 짧은 기간에 충분하게 풀어주니. 벨릭의 파티 원 넷 중에 체력이 좋은 벨릭이나 마틴은 벌써 좀이 쑤시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길게 말고 한 삼사일정도 기간을 잡고 다녀오자고! 오가는 시간까지 한 오일 정도면 부담은 없잖아? 에브리나, 너도 마법 연구한다고 모은 돈 거의 없을 것 아냐?”

“우리 따라다니면서 한 십일 푹 쉬었다가 오륙일 원정 다녀오고, 그러면 돈도 제법 만질 수 있을 걸? 두 달씩 사냥해봐야 어차피 고생만 심하니까! 이참에 아주 여기 자리 잡고 짧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어때 다른 사람들은 생각?”

리젤다나 엠마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라필드 까지 가서 부산물 넘기는 거 그것마저 귀찮으면 상회 하나 정해서 이리로 마차 보내달라고 하자고, 그러면 그야말로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단 말씀이야? 어떠냐고? 내 생각이!”

나는 의기양양한 말투로 옆에 있는 내가 들어도 그럴듯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벨릭 앞에 음식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그러니까. 내 여관을 거점 삼아서 활동하겠다는 그 말이군?”

“오! 형님 거점 맞아요! 맞습니다. 그거!”

“뭐 우리 여관을 거점으로 활동할 거라면, 내가 소모품이나 소모 장비 정도는 라필드에서 사는 가격으로 구매해 줄 수 있으니까. 정해지면 말하라고?”

나도 당근을 조금 제시했다. 어차피 10일에 한 번 정도 라필드에 가서 여관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이나 음식재료들을 구매하니. 필요한 걸 같이 구매해주는 정도야 크게 부담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여관을 거점으로 활동하면 나도 고정 수입이 생기는 거고 말이다.

“그, 역시 제가 형님으로 모시기로 한 분 배포가 크십니다!”

신나하는 벨릭의 입을 막기 위해서, 통으로 구운 오리를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고기를 적당한 비율로 잘라 넣어주었다.

입에 고기가 들어가자 “웁웁” 거리다 고기 맛을 제대로 봤는지. 음식을 먹다 말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벨릭이 말했다.

“오, 옷! 진짜 이건! 형님 이게 뭡니까? 무슨 고기인가요?”

저 짐승 같은 놈의 혀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걸 보니, 늪 오리가 맛있긴 맛있나 보다. 다른 사람들도 벨릭의 반응에 너도나도 오리고기를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이 늪 오리라는 거 지방이 엄청나게 고소하고 맛이 있다.

‘나도 먹어보고 놀랐거든!’

하지만 여자들은 기름진 오리보다 피자가 더 맛있나 보다.

“채소랑 고기와 빵을 같이 먹는 음식이라니!”

“샌드위치라는 음식이랑 비슷한 조합이지만 또 다른 요리라니. 러셀님 이건 무슨 음식인가요?”

엠마가 눈을 초롱거리면서 물어왔다.

‘얘는 가끔 너무 부담스러워...’

“어... 그 피자라는 건데 입에 맞나?”

옆에 리젤다는 늘어나는 치즈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며 볼을 붉게 물들였다.

“그, 피자는 원래 그런 음식이라서, 안 부끄러워도 돼 리젤다양...”

“아... 아니거든요! 그 더운 음식을 먹었더니 좀 더워져서!”

“아, 그럼 시원한 맥주라도 내와야겠군?”

나는 리젤다의 무안함을 달래주려고, 창고에서 맥주를 꺼내 다들 한 잔씩 서비스했다.

식사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끝났고 어제의 피로가 덜 풀렸는지. 밥을 먹고 나자 벨릭과 마틴은 은근슬쩍 이 층으로 사라졌다. 씻기 귀찮았나?

여자 손님 셋은 테이블에 남아서 목욕물이 데워지는 것을 기다리기에, 나는 슬쩍 다가가 참을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그... 마사지는 다 한 번씩 받아봤나?”

“어, 네! 정말 좋았어요!”

“네, 러셀님 아주 좋았어요!”

서로 앞 다투어 대답하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셋에게 말했다.

“손님들 혹시 오일 마사지라고 아실까요?” 하, 그냥 마사지가 맥주라면 오일 마사지는 고급 와인이랄까? 하, 정말 좋은데 뭐라고 표현을 못 하겠네? 가격은 원래 더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은 마사지 가격에 해드리는데... 어때?”

나의 제안에 셋은 무한 끄덕임으로 긍정했다.

애니의 안내를 따라 셋이 목욕탕으로 향할 때. 애니에게 셋이 오일 마사지 받는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애니는 뒤돌아서 나를 보고 부끄러운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사라졌는데 잰 또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애니랑 한나 아주머니에게는 마사지랑 일반 마사지를 여관 오픈 전에 교육해 두었었다.

한나 아주머니를 벗겨놓고 연습을 할 수는 없었기에...

애니를 벗겨놓고 한나 아주머니가 보는 앞에서 연습을 했는데?

애니를 벗겨놓고 한나 아주머니 앞에서?

그러니까 애니를?

‘잠깐! 내가 뭘 한 거지?’

여관 오픈 전 종업원 교육한다는 사실에 신이 나기도 했고. 처음 생긴 종업원들이 뭔가 교육을 잘 따라와서 이것저것 막 신나서 가르쳤는데. 때밀이도 가르치고, 또 그때 마사지랑 오일 마사지도 시범으로 보여줬는데. 하...

애니가 나한테 요즘 왜 그러나 했는데 이곳 상식으로 여자애를 벗겨놓고, 등뿐이긴 했지만 막 주물러댔으니 애니가 저러는 건가? 아니지, 전생 상식으로도... 이거 내 잘못인가?

여관 종업원 시켜준다고 해놓고 벗겨놓고 막 주물렀으니. 잘 생각해보니 그때 이상하게 애니의 표정이 비장했던 하더라니. 그런 이유에서였나?

하, 난 가끔 뭘 진행하다보면 다른 것 생각 못하고, 앞만 보고 진행해버리는 이럴 때 가 있는데, 와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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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나는 라필드로 가는 마차에 몸을 싣고 있다. 7일 만에 가진 돈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리젤다에게 소개받았던 엘프의 눈물 여관은, 정말 휴식하고 마법 연습을 하기에는 축복받은 곳이었다.

매일 싸구려 여관에서 옆방에서 들려오는 난잡한 소리를 들으면서, 그을음 나는 양초를 켜고 마법 책을 읽다가 그을음에 머리가 아파 창문을 열면 모기가 달려들고, 그런 것이 반복되는 날들이었는데 러셀의 여관은 깨끗한 침구와 만족스러운 음식이 매일 제공된다.

더군다나 첫날 잠들기 전 누가 방문을 노크하기 문을 열었더니 여관 주인인 러셀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책을 읽을 정도로 밝은 발광석 램프 하나가 들려 있었다.

“마법사들은 새벽에 가끔 마법 책 읽는다며?”

모험가 새끼들은 마법사들을 무슨 마법 주머니쯤으로 생각하고, 아무 마법이나 쏟아 내라며 닦달하는 때도 있는데. 마법은 학문이고 학문은 철저한 준비와 연습으로 익숙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마법 중에 당장 내일 사용할 마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새벽에 일어나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시약이 필요한 마법이 있다면 한 번에 사용할 시약을 따로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래서 마법사는 불침번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험가 새끼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머저리들이 많아서, 이런 것도 불만을 표시한다.

에브리나가 고정파티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를 꼽자면. 조금 친해지면 마법사를 불침번에 넣으려고 하거나, 시약이 들어가는 마법을 쓰라고 한 후. 시약 값을 친분을 이용해 후려치려 하기 때문이다.

마법석 램프를 따로 빌려주다니. 마법사를 생각하는 세심한 배려가 아주 고마웠다.

그리고 러셀 여관의 가장 큰 서비스는 역시나 목욕과 오일 마사지! 처음, 마사지를 받을 때는 누가 몸을 만진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 몸이 경직되어 제대로 즐길 수 없었는데. 두 번째, 오일 마사지를 받을 때는 정말 마음껏 마사지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액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 듯 머리끝부터 느껴지는 해방감. 피로도 피로지만 정신의 피로까지 풀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첫, 오일 마사지 후에는 정말 매일 마사지를 신청해서 마사지를 받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마법 연습이 더 잘되는 것도 같았다.

라필드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손을 쓰다듬어 본다. 촉촉해진 피부가 느껴진다.

자신의 로브는 깨끗하게 빨아서 구김 없이 다림질까지 해주었다. 로브 목깃을 끌어당겨 냄새를 맡아본다. 은은한 허브향이 물씬 느껴진다. 왠지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길드까지 가는 길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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