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6.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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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젤다와 파티 원들은 러셀에게 몇 가지 주의할 점을 들었다. 어색하거나 너무 티 나게 행동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상대방의 질문에 넌지시 대답해 줄 것 등 말이다.
그렇게 러셀에게 교육을 받고 여관 입구로 오니. 다소 특이한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방이 뚫려 있는 외관에 기름 먹인 흰 가죽으로 천장을 올리고. 앉기 편한 의자가 차례대로 사열로 배열되어 있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사두마차가 대기하고 있던 것이다. 마부석에는 여관에서 일하는 남자아이가 귀족 가 하인처럼 차려입고 앉아 있었다.
또 마차 뒤에는 푸른 깃발이 하나 꽂혀 있었는데. 처음 보는 양식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양식은 특이했지만 그림의 내용은 누구도 알아볼 수 있게 명확했다. 양손을 모은 엘프의 눈가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그리고 그 아래 엘프의 눈물여관이라는 단어가 수놓아져 있었다.
리젤다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뒤를 돌아 러셀을 바라봤는데, 러셀은 웃으면서 말했다.
“편하게들 다녀오라고 준비했지~”
그리고 귀족들이나 할 법한 격식 있는 자세로, 리젤다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자, 그럼 레이디. 마차에 오르시겠습니까?”
“어머! 어머! 어머! 꺄 악!~”
그 모습에 엠마는 꺅꺅거리며 소리를 질렀고, 리젤다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은색이 돼 버렸다. 리젤다는 완벽히 무장 해제되어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멍하니. 러셀에게 이끌려 마차에 오르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벨릭이 러셀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더니 말했다.
“형!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라필드의 늪 살쾡이 리젤다를 컥~”
말을 꺼내기 무섭게 마차에 올랐던 리젤다가 벨릭에게 뛰어들어 벨릭의 입을 막고, 귀 한쪽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마차로 끌고 갔다. 잠깐 소동이 있었지만 리젤다는 러셀이 준비해준 다소 특이하게 생긴 마차를 타고 라필드로 향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는 미끄러지듯 길을 달려 라필드로 쭉쭉 나아갔다.
3개의 태양 중에 1개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조금 늦은 점심.
리젤다와 파티원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라필드의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도중에 러셀이 준비해준 샌드위치 도시락을 먹으며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차가 멈추자마자 마부였던 마크는 재빨리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리는 리젤다와 엠마의 손을 잡아주었다.
“리젤다 그리고 엠마님 도착했습니다. 저는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일이 다 끝나면 불러주세요.”
“어, 그래 마크 쉬고 있어요.”
“마크 수고했어~이걸로 뭐 사 먹고 있어~!”
리젤다와 엠마는 수고한 마크에게 인사를 전하고, 마크에게 동화 한 개를 쥐어 주었다. 동화를 받아든 마크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감사를 전하고, 길드의 마구간 쪽으로 마차를 몰았다.
마크와 인사를 하고 마차에 내려 길드 입구로 향하자, 길드를 오가는 모험가들이 리젤다와 파티원들을 보면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보통 모험가가 이용하는 마차라면 지붕 없는 평민들이 이용하는 마차이거나, 상단에서 운용하는 짐마차 정도인데. 리젤다 파티의 마차는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고, 잘 차려입은 귀족 가 고용인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말을 끌고 있으니,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은 등급 벨릭 파티 아니야?”
“뭐지? 귀족 가 의뢰라도 하고 있나?”
귀족의 마차를 이용할 정도면 귀족 가와 관련된 의뢰를 하고 있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인 것이 보통인데 벨릭 파티는 주로 대 늪지 사냥을 하는 파티였기에, 다들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넷은 길드 내부로 들어가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 넷의 모습을 다른 모험가들이 힐끔대기 시작했다.
번쩍번쩍 빛나는 부츠와 무기, 깨끗하게 세탁한 망토와 반짝이는 갑옷까지. 매번 대 늪지 사냥 후 여기저기 진흙투성이로 길드에 방문하던, 벨릭 파티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길드에 모인 대부분 사람의 시선을 강렬하게 끌어 모으고 있을 때였다.
2층 테이블에서 붉은색의 마법사 로브를 두건까지 눌러쓴 한 인영이 일어나더니. 리젤다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손에는 마법사들이 주문에 사용하는, 긴 스테프를 든 것으로 보아 마법사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붉은 로브를 입은 인물은 리젤다 앞으로 걸어와 두건을 걷었다. 두건 속에서 드러난 것은 오렌지 색 머리에 왼쪽 눈 옆으로 눈물점이 있는, 뭔가 멍한 얼굴의 여자였다.
“아, 리젤다, 안녕. 요즘 잘나가나 봐? 귀족이 빌려준 마차를 타고 나타나고? 귀족 가 의뢰라도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장비 상태도 장난 아닌데? 뭐야? 좋은 거면 같이하자.”
“응? 에브리나구나? 잘 지냈어?”
에브리나는 예전에도 몇 번 리젤다나 벨릭과 파티를 했던 마법사로 원소 마법을 특기로 하는 은 등급 마법사이다. 보통 은 등급 정도 되면 고정파티 단위로 활동하는데 에브리나는 특이하게 절대 고정파티를 하지 않고. 의뢰에 따라 길드에서 모집하는 파티에만 참여하는 좀 특이한 마법사였다.
리젤다는 에브리나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 파티 저 파티를 오가는 에브리나라면 또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해대는 이 여자라면, 러셀이 말한 “홍보” 효과가 뛰어나리라.
리젤다는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에브리나에게 말했다.
“아니, 뭐 귀족 가 마차는 아니고... 어머... 근데 에브리나 요즘 힘든 일 있었어?”
“아, 어? 어?? 힘든 일 아니, 그다지...”
“아니 근데 피부가 왜 이렇게 건조해?”
“평원 쪽에서 한동안 일했어?”
“거기 햇볕 피할 곳이 적어서, 피부가 아주 거칠어지긴 하더라?”
“아, 아니, 그런 건 아니, 피부가? 진짜? 어쩌지? 아, 피부는 안 되는데?”
리젤다는 에브리나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리고 무슨 중요한 비밀을 이야기하듯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
“에브리나, 이거 내가 아무한테나 이야기 안 하는데 말이지... 에브리나가 남은 아니잖아? 그치? 우리 몇 번이나 같은 파티도 했고. 또 에브리나가 고정파티를 한다면, 우리가 1순위 아니겠어 그치?”
“아, 응? 그래? 아니 고정파티는 안 해도... 아니, 그렇지 우리가 좀 가까운 사이긴 하지?”
“내 피부 좀 일단 만져 봐”
“아, 피부를? 어디! 어, 뭔데? 이거 뭔데?”
용병, 모험가 여자들은 보통 아름다움이나 피부에 신경 쓸 틈이 없다.
무심코 바른 향유가 몬스터의 후각에 걸려 큰 피해를 보거나. 늪지에서 피부가 건조해진다고 진흙 바르는 걸 꺼려한다면, 늪지흡혈모기에게 물려 목숨이 오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험가 여자도 여자인지라. 여자들의 기본관심사인 피부, 아름다움, 미용은 남자 모험가들에게는 말 못 하는 그들만의 고민이고 관심거리이기에, 이렇게 큰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리젤다의 피부는 일주일간 매일 밤 따듯한 목욕과 향유로 관리된 결과. 예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고 은은한 향기까지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러셀은 목욕에 사용하는 향유를 직접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 향유는 늪이나 주변에서 자라는 허브로 만든 것이라서, 사냥을 하는데 방해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에브리나의 동공에 지진이 나기 시작했다.
“아, 어... 어떻게...?”
“훗, 잘 들어 너니까. 내가 말해 주는 거야?”
“그러니까. 웜포트 마을 알지?”
“아, 그 늪지 앞에 마을 알지! 알지! 당연히 알지!”
“쉿! 조용히 사람이 많아지면, 절대 안 되거든!”
리젤다는 그렇게 한참을 에브리나에게 말했고, 에브리나는 목소리를 죽여 가며 리젤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에브리나는 리젤다의 이야기가 끝나자 무엇이 생각났는지 급한 모습으로 길드 밖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궁금증을 느낀 몇몇 은, 철 등급 모험가가 테이블로 찾아왔고. 여자는 리젤다가 남자는 말주변이 좀 더 좋은 마틴이 맡아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하... 잭, 그러고 보니 북부에서는 이런 쓰레기 음식 안 먹는다고 그랬던가? 북부에서 먹던 음식 생각난다고 예전에 그랬지?”
“아, 내가 이번에 괜찮은 여관을 발견했는데 말이지. 여관주인이 음식을 엄청나게 잘하더라고 늪 돼지 알지? 그래 그 역겨운 향 나는 그거! 아니 그걸 요리해주는데, 거짓말 안 하고 여기 옆에 엠마 있지? 엠마가 다섯 접시를 먹었다니까?”
“윽! 엠마 아니, 네가 대식가가 아니라. 아니! 그만 꼬집고”
중간에 트러블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홍보는 진행되었고.
그렇게 홍보할 사람에게 어느 정도 홍보를 진행 하고 나서, 리젤다는 친한 길드 접수원 두 명에게 자신들이 웜포트 마을의 여관에서 묵고 있으며. 앞으로 한 두 달 그곳에서 생활할 것이니, 지명 의뢰나 긴급 의뢰가 있으면 그곳으로 연락을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들이 쉬는 곳은 엘프의 눈물 여관이니 그곳으로 연락을 주면 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러셀의 부탁을 성공리에 마치고 길드 밖으로 나오자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보통은 해가 지면 성문이 닫히기에, 리젤다는 마틴에게 마구간에 있는 마크를 불러오라고 말했고. 얼마 되지 않아 마크가 마차를 끌고 넷 앞에 나타났다.
마크가 마차에서 잽싸게 내려서 리젤다와 엠마를 에스코트해 마차에 태우고, 마차를 출발시키려고 할 때였다.
“아~ 자... 잠깐!”
저 멀리서 에브리나가 자기 배낭과 짐을 메고 낑낑거리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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